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14
313화
민트파괴단의 길마 슈팅스타는 지끈거리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죄송합니다.”
부길마는 안절부절못하며 사죄했다.
“사만다가 생각보다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환경방화범 혼자면 충분히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직접 가는 게 좋았을 터인데.”
사실 처음 그들은 정령 소방수로 알려진 유하를 민트파괴단으로 영입할 생각이었다.
의도치 않게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긴 했으나, 어쨌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을 테니까.
하지만 유하가 엘리시아 화원과 긴밀한 관계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런 건 싸그리 사라졌다.
무조건 없애야 할 상대이자 환경 파괴범.
그리고 후에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정령 소방수 옆에 그 유명한 사만다고 있었다.
그래서 슈팅스타가 직접 나서려고 했으나 부길마가 적극 만류했다.
어차피 사만다 정도는 상위 길드원이 처리할 수 있을 거라며.
하지만 결과는 지금과 같았다.
꼬인 건 그 일뿐만이 아니었다.
SNS에 엘리시아 화원 근무에 치프가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하곤 습격 계획도 세웠다.
알시아를 뒤흔들기에 그 무엇보다 좋은 떡밥이 치프였으니까.
그랬는데 또 실패했다.
게다가 범세계적인 팬덤 악어새까지 자극하는 결과까지 불러왔다.
엉망진창 그 자체.
왜 불곰이나 피스앤러브 같은 대형 길드가 재호와 싸우다 무너져 버린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꼭 우주의 기운이 그 자식에게 모여드는 느낌이군.’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은 간단했다.
[포기하면 편해.]옛 격언에 따르는 것.
그걸 하지 못해 재호와 싸우던 이들은 몽땅 망해 버렸다.
그리고… 민트파괴단도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중이었고.
“다만 문제는 알시아가 우리의 정체를 알아챘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길드원들의 말실수를 들은 부길마는 그 점이 걱정되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려질 일.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전력 투쟁을 준비해야겠군.”
“헉?! 그 말씀은……!”
“그래. 불도저 작전을 준비한다!”
불도저!
대정화가 불가능한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최후의, 최악의 작전.
즉, 슈팅스타는 재호를 향해 전력 투쟁 카드를 꺼낸 것이다.
“1차적으로 악어새인지 뭔지, 우릴 상대로 적대를 선언한 놈들을 목표로 한다! 우리와 적대하면 어찌 되는지 보여 주는 거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재호와의 싸움 이전에, 민트파괴단과 악어새의 전면전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 * *
악어새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구상한 재호.
그건 바로 응원봉이었다.
치프가 습격을 당한 당일, 승리를 자축하며 악어새들이 흔들어 대던 정체불명의 막대들이 궁금해 찾아본 재호는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실제 응원봉이랑 좀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게임 내에서도 그런 걸 챙겨 다닐 정도면 대단히 중요한 것일 터.
다만 전혀 모르는 재호가 봤을 때도 이상함을 느꼈듯, 현실의 응원봉에 비해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다.
디자인도 제각각이라 통일성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 ****할 놈들!!! ****해서 ***해 버려야 해!!
응원봉에 대해 의견을 구하기 위해 다키스트에게 귓속말을 보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돌아온 답.
민트파괴단을 향한 욕설을 폭풍처럼 쏟아 낸 뒤에야 다키스트는 침착을 되찾았다.
-응원봉? 그거 걔들이 직접 만든 걸걸?
역시나 알고 있었다.
“그래? 굳이 왜?”
-게임 속에서 어떤 사람이 응원봉을 대량 제작해 주겠냐? 제대로 만들려면 실력이 좋아야 할 텐데, 그런 애들이 돈이 아쉬운 것도 아닌데 아이돌 굿즈를 만들려고 하겠어?
“NPC들이 있잖아.”
-야!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NPC를 막 부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래도 돈만 많이 주면 안 해 줄 이유가 없을 텐데.”
-그렇긴 한데… 그건 사실 팬덤 입장에선 조심스러워. 예전에 자체 뉴월드 내 굿즈 제작을 추진한 적이 있었거든. 그리고 아주 난리가 났었지. 총대를 멨던 인간이 섭외했던 장인이랑 작당했었더라고.
“사기 쳤다고?”
-응. 돈만 꿀꺽하고 그대로 잠수 탔었어. 현찰이면 모르겠는데 게임 골드라서 법적으로 조치하기도 쉽지 않고…….
“…….”
들으면 들을수록 다이내믹한 아이돌 팬덤의 세계.
-그러니 누군가 돈 모아서 뭘 해 보자 그러면 다들 의심부터 하는 거야. 게다가 너도 알잖아? 뉴월드 하는 놈들 중 다수는 양심이 인게임 최적화 되어 개차반인 거.
“그건 그렇지.”
현실에선 멀쩡해도 게임 속에선 미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응원봉은 갑자기 왜 물어보는데? 너도 하나 사게?
“아니, 내가 만들어서 팔아 보려고.”
-…응? 만든다고? 네가?
“응. 날 돕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공동의 적을 두고 자기들이 먼저 희생을 자처하니까. 내 입장에서 해 줄 만한 선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더라고.”
-보통 파는 물건을 선물이라곤 말 안 하지 않냐?
“아무튼 고마워.”
재호는 대충 대답하고 귓속말을 마쳤다.
악어새들의 본심은 제대로 된 굿즈가 있었으면 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야! 잠깐만!
그때 재호를 다급하게 부르는 다키스트.
-이왕 하는 거면 내가 도와줄게! 너 수준 보니까 악어가족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것 같은데.
“아냐. 게임하는 널 방해할 순 없지.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닥쳐! 그 중요한 걸 악알못(악어가족 알지 못하는)에게 맡겼다가 뭔 괴작이 나올 줄 알고?!
“됐어.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까 걱정 마.”
-걱정이 된……!!
다키스트의 마지막 외침은 재호가 접속을 종료하면서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다.
* * *
재호가 아이돌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건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또한 악어가족의 팬인 다키스트가 극도로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한 반응.
하지만 재호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이쪽으로 누구보다 전문가인 사람과 직접 의논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그걸 위하 찾아온 악어가족 소속사인 미네랄워터 사옥.
“하하!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황재호 선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로비에서 기다리던 강원수 대표가 재호를 반겼다.
재호가 응원봉 제작을 의논할 상대로 고른 건 바로 실제 굿즈 저작권을 가진 미네랄워터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요란하게 할 필요가 있나 싶었으나, 단체 채팅방에서 다키스트가 난리를 친 덕에 알게 된 두표는 펄쩍 뛰며 나섰다.
아무리 게임 내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악어가족의 상표를 이용한 수익 창출이 될 터.
악어가족 측과의 협의 없이 진행했다간 나중에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보내주신 제안서는 잘 보았습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생각이더군요.”
다행히 미리 미네랄워터에 보내 놓았던 공식 제안서에 대해 강원수 대표는 긍정적이 반응을 보였다.
사실 미네랄워터는 물론, 엔터 업계에선 이전부터 뉴월드 내 굿즈 사업 추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아이돌 팬덤인 동시에 게임 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악어새를 대상으로 훌륭한 수익원이 될 건 명백했으니까.
하지만 모든 회사들이 그렇듯, 게임 내에서 양산화를 위한 장인을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가면 갈수록 고레벨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더라도 동렙의 전투 클래스와 제작 클래스는 가치 차이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다키스트가 말한 대로, 굳이 한 곳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도움을 주신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죠.”
꽃집인 동시에 뉴월드 최대, 최고의 제작 공방 중 하나인 도마뱀 시티와 긴밀한 관계인 엘리시아 화원.
재호의 팬인 강원수 대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희는 좋습니다! 오히려 이런 제안을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강원수 대표의 말에 재호도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곧장 상품 설계를 시작했으면 하는데…….”
“이쪽으로 가시죠. 회사 내 굿즈 관련 직원들이 이미 회의실에 대기 중입니다. 오늘 제대로 끝장을 보지요!”
그렇게 첫발을 내딛은 악어가족 뉴월드 굿즈 사업.
회의에 참석한 모두들은 잔뜩 흥분한 채 미친 아이디어들을 쏟아 냈다.
현실의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 세계라는 조건이 상상력의 제한을 없애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3시간 만에 나온 최종적인 응원봉의 스펙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이미 말씀을 드렸지만 이대로 나올 거라는 보장은 드리기 어렵습니다.”
재호는 3시간 동안의 회의에 탈진한 사람들에게 말했다.
“실제 제작을 맡게 될 장인들의 판단에 따라 바뀌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물론입니다. 디자이너, 기획자, 제작자 사이의 갭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재밌었네요.”
“맞아요. 실제로 이런 걸 만들었다간 경찰이 오겠죠?”
“사람 잡는 응원봉이라고. 하하!”
애초에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진작 경찰을 봤을지도 몰랐다.
짧은 시간, 그들은 영락없는 불법 무기 개조상이 되었었으니…….
* * *
집으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한 뒤, 뉴월드에 접속한 재호는 도마뱀 시티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드렐리어와 쉰들러를 만나선 이 기획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고, 그들은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다.
다만 이것이 아이돌 응원봉이라는 설명 대신, 방심한 상대의 뒤통수를 기습적으로 터뜨려 버릴 무기라고 바꿔 말한 덕분이긴 했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구먼. 이런 반짝이 기능 같은 건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드렐리어는 수염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
“어쨌건 이걸 대량 생산한다고? 그러기엔 들어가는 재료나 노동력이 너무 많은데 괜찮은가?”
“이제 그 부분을 조율해야 해. 너무 비싸면 양산의 의미가 없으니.”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이 공격 기능은 우리보다는 마법사들에게 부탁하는 게 훨씬 나을 거다.”
“마법사?”
드워프인 드렐리어가 직접 마법사를 추천할 거라곤 예상도 못 했다.
“우리의 장인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이건 예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어려운 것이지. 그러니 좀 더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보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드워프들의 유연성에 재호는 놀랐다.
‘이런 종족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사람도 살아가며 환경이나 사건으로 성격이 변하는 법.
드워프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어쨌건 그의 조언에 따라 재호는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나저나 뤼니오르 씨가 이런 일에 관심이 있으려나?’
…는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적탑의 마공학 전문 마법사들을 붙여 주겠네.”
시원한 결정에 재호는 뤼니오르를 만난 지 5분 만에 다시 돌아 나와 버렸다.
* * *
민트파괴단과의 전면전이 예고되었음에도 별 일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엘리시아 화원.
그곳엔 사소하지만 큰 변화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영지 내 쫙 깔려 있던 악어새들이 확연히 줄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사라진 악어새들은 엘리시아 화원 바깥의 사막 지역에서 출몰하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엔 마치 엘리시아 화원을 지키는 듯한 모양새였으니.
몇몇 사람들은 그들이 재호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의심에 동의하지 않았다.
팬들 입장에선 치프가 냅다 공격당했으니, 그가 머무는 엘리시아 화원을 지키려는 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일반 플레이어 입장에선 그런 변화가 오히려 반가웠다.
인간 거주 구역 내에서 일반 플레이어들과 종종 문제를 일으키던 악어새였고, 그것에 휘말려 즉결심판원에 끌려가게 되는 상황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변화의 당사자들인 악어새의 사정은 조금 달랐다.
매일매일 민트파괴단과의 국지전을 사막에서 벌이고 있었으니까.
사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악어새의 평균 레벨은 민트파괴단보다 한참 낮은데다 민트파괴단이 철저히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택했던 것이다.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공격을 해 왔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악어새들이 레벨이 낮은 탓에 작은 충돌에도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다.
‘불도저’라는 이름이 창피할 정도의 소극적인 전략.
결국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였다.
악어새들이 강해지는 것.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누구보다 치프와 악어가족을 사랑하는 그들이 훗날을 기약하고 레벨업에만 집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럭시 숲과 페르마 사막에서 저레벨 악어새의 레벨링을 서로 돕고는 있었으나, 민트파괴단과의 충돌이 한 번 일어나면 사망 패널티를 받으며 원점이 되기 일쑤였다.
“이대로라면 결국 무너지고 말아…….”
악어새 자경단의 중심 선 랍.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병력 배치도를 살폈다.
“지호파괴단 놈들도 엄청 높은 레벨은 아닌데… 우리 쪽은 그보다도 더 약하니.”
적들의 기습에 대항해 시간을 끌 수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러면 자신을 비롯한 다른 고레벨 유저들의 발빠른 지원으로 적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을 테니까.
“어떻게 방법이 없으려나…….”
그렇게 골머리를 썩이던 그때.
-랍 님.
재호가 그녀에게 귓속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