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17
316화
상당히 넓은 구역에 걸쳐 만들어진 해상 요새.
재호 일행이 오른 배는 약 5분 정도 항해한 뒤 가운데서 멈추었다.
“…괜찮습니까?”
그 잠깐 사이, 심각할 정도로 수척해진 라셀 왕의 모습에 재호가 물었다.
“괘, 괜찮다…….”
원인은 뱃멀미.
배라곤 단 한 번도 타 본 적 없는 라셀 왕은 파도가 약간만 출렁여도 눈동자는 해일처럼 요동쳤다.
“흠… 잠시 기다려 보시겠습니까?”
재호는 하려던 걸 멈추곤 도감을 열어 살폈다.
‘멀미를 완화시키려면… 민첩? 체력? 어느 쪽이려나?’
“알시아 님! 제 화환을 좀 나누면 어떨까요?”
그때 갑자기 티나가 재호에게 제안했다.
힘들어 하는 라셀 왕이 어지간히 안쓰러워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그 끔찍한 고통을 공감하기 때문일까?
그녀는 등에 만 생화학 무기에 가까운 화환을 가리켰다.
“안 돼. 그건 너희들한테나 통하는 거야.”
엘프들이 겪는 멀미와 라셀 왕이 겪는 멀미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엘프의 멀미는 바다 특유의 냄새 때문으로, 주변 사람들의 코를 마비시킬 정도로 진한 꽃향기만 있으면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라셀 왕에게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간 멀미를 악화시킬지도 몰랐다.
자동차 멀미에 방향제 냄새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처럼.
‘흠, 이걸로 해, 자.’
고민 끝에 인벤토리에 있던 두 종류의 화분을 선택한 재호.
[흔들발꽃] [프로티나]민첩과 관련된 흔들발꽃, 체력과 관련된 프로티나를 꼬아 간단한 목걸이를 만들었다.
[튼튼한 유연한 어린이 목걸이] [등급 : 고급] [뱃멀미로 고생하는 어린이를 위해 급조한 꽃목걸이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효과 : 1. 체력이 소폭 증가합니다.2. 민첩성이 소폭 증가합니다.
3. NPC 한정, 잔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불로장생초도 먹었고… 이 목걸이까지 쓰면 아주 철인으로 자라겠군.’
특수 옵션은 너무나 전투적이기에 따로 부여하진 않았다.
그랬다간 아직 어린 라셀 왕이 괴물로 성장할지도 몰랐다.
“이걸 써 보시겠습니까? 조금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로우 가루로 마감처리까지 한 목걸이를 내민 재호.
“확언도 아니고 애매한 추측을 가지고서 이 수상한 목걸이를 착용하라는 것이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라셀 왕은 큰 의심 없이 목에 걸었다.
화아아아-
꽃잎에서 흘러나온 은은한 빛이 라셀 왕의 몸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으음?”
“어떻습니까?”
“피곤함이 사라졌구나.”
“멀미는요?”
“없지는 않지만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은 든다.”
그래도 안색이 단번에 확 좋아진 걸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한 모양.
“그럼 슬슬 시작하도록 하죠.”
뱃머리로 나선 재호는 아트리우스 산호구를 꺼냈다.
파앗-!
빛을 뿜어내며 저 멀리 바다를 향해 신호를 보내었고, 무지갯빛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오오오!”
“아, 아름다워……!”
그 광경을 본 귀족들은 체면도 잊은 채 난간에 매달려 목을 쭉 빼내 구경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20분 정도 이어지니 관심은 점점 시들해졌다.
‘뭐지? 왜 아무런 반응도 없지?’
‘그냥 쇼 하는 거 아냐? 인어가 정말로 있긴 해?’
‘헉?! 설마 알시아 대왕이 반대파 놈들과 손잡은 거 아냐?’
‘젠장! 우릴 한꺼번에 처리할 음모일지도 몰라!’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온갖 망상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순간.
쿠구구구-
갑자기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 뭡니까?!”
“알시아 대왕님! 제발 살려 주십시오! 우리는 죄가 없습니다!”
결국 스스로 만든 공포에 삼켜진 귀족들이 재호에게 매달려 목숨을 구걸했다.
“뭐, 뭐야?! 이거 놔!”
하지만 사실 재호도 지금 현상에 당황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아이쉬를 불렀을 때, 이토록 요란하게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당황한 사이.
“온다! 소리가 들려요!”
뛰어난 선택적 청력으로 무언가를 들은 티나가 외쳤다.
푸화아악-!!!
기뢰가 터지기라도 한 듯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탓에 재호 일행의 배가 크게 들썩였고 직각에 가까울 정도로 기울어졌다.
“아이고!!”
“나 죽는다!!!”
갑판 위의 사람들은 정신없이 선미 쪽으로 굴렀다.
오직 세 사람, 재호, 티나, 라셀 왕만 두 발로 굳건히 버티고 있었…….
‘라셀 왕?!’
재호는 당장의 상황보다 라셀 왕의 어마어마한 근력에 깜짝 놀랐다.
허나 곧 그것은 근육이 아닌, 뛰어난 유연성과 반사 신경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목걸이!’
바로 재호가 준 목걸이 덕분에 가능한 균형감각.
그렇게 세 명이 팝 황제의 무중력 퍼포먼스에 다른 이들은 환호(?)했다.
“으아악!! 살려 줘!!”
“빠, 빠진다고!!”
투우웅-!!
다행히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배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헉… 헉…….”
“이게 뭔……?!”
엉망진창이 된 귀족들이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당장이라도 항의를 하고 싶었으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거대한 산을 목격하곤 입을 쩍 벌렸다.
“친구!! 우리가 왔다네!”
누군가의 유쾌한 외침에 재호는 배 아래로 고개를 내렸다.
“아이쉬!”
“하하하!”
펄떡!
순식간에 갑판 위로 튀어 오른 그는 재호와 포옹을 나누었다.
“우리 귀쟁이 친구도 잘 있었나?”
“어, 아가미쟁이.”
티나는 포옹은 하기 싫단 티를 노골적으로 내며 물러섰다.
파닥파닥-
선명히 보이는 물고기 하체.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재호가 사기를 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지, 진짜로 인어야!”
반신반의했던 소문을 직접 확인한 그들은 전율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썩은 동아줄이 아니었다!’
왕정파에 가담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확인한 그들.
훗날, 자신들의 현명한 선택과 업적이 가문 대대로 전해질 행복한 상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대체 이게 뭐야?”
한편 재호는 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세히 보니 꼭 거대한 상어가 수면 위로 대가리를 내민 듯한 형태였는데, 입처럼 쩍 벌어진 입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아트리우스를 향하는 첫 관문 아닌가? 이 정도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아이쉬는 뿌듯해하며 설명을 이었다.
“이것의 이름은 샥스컬! 내부에는 우리 인어족들이 상주하며 [víːzǝ]를 관리할 거라네. 모든 출입국이 이곳을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또한 외부에서 일어날지 모를 위험에 대비를 할 필요도 있지 않겠는가?”
재호와 마찬가지로 인어족 역시 자신들을 노린 공격 행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이 거대한 생선 대가리.
“이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바다의 위대한 마법이 적용된 것이라네. 저 위에 있는 다섯 개의 눈이 허락되지 않은 생명체의 접근을 감지해 샥스컬을 보호하지.”
입구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 누군가 접근할 경우, 이 거대 구조물은 바다 깊이 모습을 감춘다고 설명했다.
특수한 방법이 아닌 이상, 현재 뉴월드에서 바다 아래를 공격할 수단은 흔치 않았다.
그렇기에 바다 아래로 숨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 대책이긴 했다.
“좋은데?”
투차레아 백작이 신경 써서 준비한 해상 요새와 샥스컬의 비상 대피 마법이 합쳐진다면 어지간해선 큰 사고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나저나 이 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아트리우스로 가려는 것인가?”
“일단은 그래. 총 25명이야.”
“좋네. 그럼 일단 샥스컬 안으로 들어가지!”
아이쉬는 먼저 바다로 뛰어내렸고, 재호 일행은 조각배에 오른 뒤 뒤따랐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이 초라한 행차에 라셀 왕의 호위인 왕실 기사단장이 걱정스레 물었다.
라셀 왕이 강력히 원하기에 어쩔 수 없지만, 가장 옆에서 그녀를 수호해야 하는 입장에선 이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라셀 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왕궁 내에 있을 땐 느끼기 힘든 두근거림에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으니까.
노를 저어 도착한 샥스컬 내부.
안쪽은 사람들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대기 공간도 잘 만들어져 있었다.
조각배를 그곳에 정박한 뒤, 샥스컬에 올라선 그들.
곧 인어들이 다가와 한 명 한 명에게 잠영세트를 건넸다.
“이건 무엇이냐?”
라셀 왕의 물음에 재호가 용도와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어… 그, 그러니까 이걸 하고서 물에 뛰어든다는 말씀입니까?”
투차레아 백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귀족들 역시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인지 똑같은 표정으로 재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체 높은 자신들이 모양 빠지게 물속에서 허우적대야 한다?
이 자리엔 자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옆에 각자의 호위기사와 사용인들을 데리고 있었기에, 자신들의 추태가 알려질지도 몰랐다.
“크, 크흠……. 꼭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까?”
간절함이 느껴지는 물음.
“물에 들어가는데 옷이 젖는 건 어쩔 수 없지.”
재호는 당연한 소리로 확인시켜 주었다.
“폐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번에도 기사단장이 라셀 왕에게 물었다.
귀족들도 난감한 상황인데 왕은 오죽할까?
대륙 역사 속에서도 이런 수모 아닌 수모는 없었을 터였다.
왕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바다에 뛰어드는 건 절대…….
퐁당-!
그러나 이미 라셀 왕은 나잇값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폐, 폐하!!!”
“헉?!”
왕관도 벗지 않고 냅다 뛰어든 그녀는 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마치 내가 물고기가 된 것 같구나!!”
감탄한 라셀 왕의 외침에 귀족들은 서로 눈치를 가만히 살폈다.
라셀 왕이 먼저 실행이 옮기니 귀족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도 그림이 이상했다.
“크, 크흠! 폐하께서 몸소 시범을 보여 주셨으니…….”
“우리도 이렇게 있을 순 없지.”
“난 수영을 못 하는데 괜찮소?”
우선 자신들이 걸친 귀중품과 망토 등은 벗어 곱게 내려 둔 그들.
첨벙- 풍덩-
그제야 비로소 바다로 뛰어들었다.
대륙의 긴 역사 속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진귀한 장면에 뒤따라온 기사와 사용인들은 넋이 나갔다.
‘이게 무슨…….’
‘아이고… 봐선 안 될 걸 본 것 같은데! 나중에 목 날아가는 거 아녀?!’
내심 그런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하하! 다들 준비가 된 모양이군! 그럼 다들 이걸 허리에 하게나!”
모두가 입수한 걸 확인한 아이쉬가 이번엔 끈으로 이어진 벨트를 사람들에게 내밀었다.
“응? 이건 뭐야?”
이건 재호도 본 적 없는 물건.
“이 터널은 인어족이 아니라며 길을 잃기 십상이라네. 이건 그걸 방지하기 위한 안전끈이지.”
“저번엔 이런 거 없었잖아.”
“그야 그땐 지느러미 돛을 배에 달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은 맨몸으로 가는 것이지 않나? 뭐, 헤엄에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네만 추천하진 않는다네. 중간에 이탈해 버리면 우리도 찾을 수 없을 테니.”
“…….”
잠시 중간에 낙오되는 경우를 상상해 본 재호는 끔찍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주에 혼자 버려지는 느낌이겠군.’
결국 군말 없이 그것을 착용하자, 귀족들도 찝찝해하면서도 몸에 걸었다.
굴비처럼 주렁주렁 엮인 모습은 썩 좋은 꼴이 아니었다.
“자! 그럼 가 보자고!”
아이쉬의 신이 난 외침과 동시에, 그들은 다시 생겨난 소용돌이로 쑥 빨려 들어갔다.
촤아아아-
어마어마한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경.
“으어어어-!”
“사, 살려 줘!!”
두려움이 가득한 귀족들의 외침과.
“꺄아아악!”
왠지 모르게 신이 난 것 같은 라셀 왕의 비명이 들려왔다.
‘애는 애구나.’
힐끔 그녀의 표정을 본 재호는 생각했고, 그렇게 약 20분 동안 이동한 끝에 그들은 우뚝 멈추었다.
꼬로로-
몇 명은 실신한 채 둥둥 떠다녔지만, 아직 정신을 붙잡고 있는 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넋이 나갔다.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오오라를 그렸고, 다양한 수중 식물들이 빛의 파도를 만들어 냈다.
마치 바다 전체가 그들을 환영하는 듯한 풍경.
“와…….”
재호는 지난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의 아트리우스에 감탄했다.
“후후, 도시 전체에 물때를 벗기고 광을 내느라 아주 고생했지.”
아이쉬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하게 말했다.
“다들 환영하네! 진정한 아트리우스에 온 것을!”
뿌우우-
도시 곳곳에 있는 커다란 나팔 조개들이 소리를 내며 그들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