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18
317화
라셀 왕과 그녀를 지지하는 왕정파 귀족들은 아트리우스의 성대한 환영 속에서 심해 도시를 만끽했다.
하지만 그사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힌 한 사람이 있었다.
라셀 왕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테일러.
그가 이 자리에 없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아트리우스에 발을 들이고 싶어 했던 그가 빠진 건 의외의 일.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테일러 스스로의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더 높이, 더 멀리 봐야 한다.’
재호의 도움으로 자신이 먼저 특혜를 받는 거라면 또 몰라, 지금처럼 왕이나 귀족들이 우르르 몰려 가 아트리우스에 발을 들이는 건 딱히 득될 것이 없었다.
‘그래 봐야 옆에서 왕의 시중이나 들어야겠지.’
그렇다면 이곳에 남아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스르르-
그림자 속에 모습을 감춘 테일러.
눈부신 태양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으나, 그럴수록 그림자는 진해지는 법.
유니크 클래스인 테일러는 재호 때문에 늘 바보 같은 짓을 했을 뿐, 실은 엄연히 최상위 랭커였다.
게다가 백작 작위와 라셀 왕국의 노른자 영지를 얻은 뒤엔 명실상부 최고 중 한 명이 되었고.
‘간만의 본업이군.’
그림자와 동화되어 숨어든 곳은 투차르 영지의 호화 별장.
그곳에선 초청 아닌 초청을 받은 불청객, 반대파 귀족들이 모여 현 상황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고 선 수행기사들은 테일러를 감지하지 못했다.
재호에게 변장술이 털린 적이 있긴 했지만, 애초에 그건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니었으니까.
스르르-
별장 깊숙한 곳에 도달한 테일러는 천장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머리 바로 위에 테일러가 있는지도 모른 채 귀족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난 애초에 폐하께서 알시아 대왕의 꼭두각시라고 생각했기에 그대들 편에 선 것이었소! 하지만 방금 내가 본 건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이오?!”
“우리들을 기만하기 위한 고도의 연기일 수도 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알시아 대왕은 거짓말의 달인이라고 하더군요.”
“설령 그렇다고 한들, 알시아 대왕이 폐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지 않나?”
“우린 하나의 독립된 왕국이오! 알시아 대왕은 우리의 왕이 아니오!”
“어디 제국에 가서도 그런 이야기를 해 보지 그러시오? 명백히 알시아 대왕은 황제에게 대왕의 칭호를 허락받은 존재요. 라셀 폐하께서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만이라도 강대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잘 된 것일지도 모르지.”
재호와 라셀 왕의 대화로 인한 나비효과.
아주 사소한 두 사람의 대화 습관일 뿐이지만, 받아들이는 이들이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는 귀족이기에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테일러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이 인간들 갑자기 왜 딴소리하는 거야?’
라셀 왕을 반대하던 놈들이 왜 갑자기 재호와 라셀 왕을 옹호하고 있는 것인가?
‘…아! 미쳐 버린 거구나.’
테일러는 이해했다.
‘이 변방의 귀족들은 알시아 그 녀석을 직접 본 건 처음이니까. 뭐, 그런 거라면 말이 되지. 그 녀석 쌍판이 오죽…….’
사실 테일러가 여기 들어온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암살.
구 이데란 왕국을 무너트렸던 불곰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던 테일러.
그리고 이번에도 라셀 왕에 반대하는 이들을 조용히 슥삭 해 버리려 했던 것이다.
예전부터 그럴 계획은 갖고 있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에 실행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 적진 한가운데로 잠입하는 건 피곤한 일이기도 했고, 귀족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자연히 다른 이들의 경계도 촘촘해질 테니까.
계속 적당한 때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행사로 기회를 잡았다.
반대파 귀족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근데 잘만 꼬드기면 전향할 수 있을 것 같은 놈들이 제법 있군. 저놈들까지 싹 처리하긴 좀 그런데…….’
어쨌거나 이들 전원은 라셀 왕국의 중요한 전력들.
라셀 왕국이 겪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리하는 게 좋았다.
‘조금 더 지켜보자.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테일러의 시선이 상석에 앉은 한 노인을 향했다.
탕-
“조용!”
그리고 마침 그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란을 진정시켰고.
‘구몰 공작……!’
반대파의 수장인 구몰 공작.
오늘 잠입에서 1순위 제거 대상이었다.
한때 아리프 대공으로 위장한 파이라와 라이벌 관계였던 라셀 왕국의 거물 귀족.
아리프 대공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권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재호와 라셀 왕이 절친해지며 또다시 2인자가 된 불운의 공작이었다.
‘솔직히 그 심정 이해한다.’
재호를 만나면서 자신의 위상이 추락한 걸 떠올리면 심정적으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넌 나쁜 놈이고, 난 착한 놈이야.’
그러니 죽어 줘야 했다.
“진정들 하시오.”
구몰 공작은 귀족들에게 말했다.
“다들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있소. 우리가 단순히 알시아 대왕 때문에 라셀 폐하를 반대했던 것이 아님을.”
‘그 이유 말고 다른 게 뭐가 있는데?’
테일러도 귀를 쫑긋 세웠다.
“라셀 폐하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폐하를 곁에서 모셨던 아리프 대공의 정체는 대악마 파이라. 또한 현재 알시아 대왕 역시 악마의 힘을 지녔으니……. 라셀 왕국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리가 힘을 합쳤다는 걸.”
그 말을 들은 테일러는 헛웃음이 삼켰다.
‘이 자식들 나름대로 애국하는 거였어?’
나라가 악마에게 빼앗길 위험에 처했기에 부득이하게 라셀 왕을 반대한다는 뜻.
‘뭐… 알시아 녀석이 반인반마니 그렇다 쳐도…….’
하지만 재호는 자신이 아는 바로는 절대 악마와 거래를 할 타입이 아니었다.
도리어 몇 번이나 뒤통수를 후려갈겼었지.
‘흠……. 이거 어쩌면 일이 훨씬 쉬워질 수도 있겠는데?’
이 모음의 구심점은 명백히 구몰 공작.
지금 분위기를 보아하니 구몰 공작 하나만 제거해도 반대파는 크게 휘청거릴 것으로 보였다.
구몰 공작에게 찬동하는 이들도 보아하니 딱히 진심으로 동조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저 왕국의 2인자인 구몰 공작 옆에서 콩고물이나 생각하고 있을 뿐.
‘좋아. 그럼 구몰 공작만 노리자.’
공작 정도면 전투 능력은 떨어지더라도 맷집은 전설 NPC 수준으로 보정될 것이다.
하지만 ‘암살’이라는 특수 공격 역시 시스템의 보정을 받았다.
[암살자는 암살 대상에게 들키지 않고 급소 치명타를 입힐 경우, NPC를 즉시 처형할 수 있습니다.]혹자는 개사기라고 말할 만한 옵션.
그러나 이론적으론 1레벨 플레이어도 암살 조건만 달성하면 얼마든지 최상위 NPC의 즉시 처형이 가능했다.
단, ‘들키지 않고’라는 조건을 달성하기가 어마어마하게 어려울 뿐.
그러나 테일러는 최상위 유니크 클래스의 암살자.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 * *
아트리우스에서의 신나는 축제.
춤을 좋아하는 인어들과의 신나는 댄스파티를 즐긴 귀족들은 진귀한 바다의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아트리우스를 나섰다.
“대단합니다, 폐하! 인어들은 정말로 친절한 종족입니다!”
“아주 흥이 넘치는 친구들이더군요. 짧은 순간, 모든 걸 내려놓고 정신없이 놀았습니다!”
아직 흥이 식지 않은 귀족들이 어깨춤을 들썩였다.
아무래도 물속인 탓에 그들의 살찌고 둔한 몸뚱이로도 얼마든지 흔들어 댈 수 있었던 것.
지상에서 느낄 수 없는 신체의 자유로움을 만끽한 그들은 몇 년은 젊어진 듯, 얼굴에서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고 없었다.
‘저 뚱보들까지 춤추게 만들 정도라니…….’
재호는 새삼 인어들의 친화력과 유쾌함이 사기적이란 걸 느꼈다.
슈아아아-
약 20분에 걸쳐 이동해 다시 돌아온 재호 일행.
물 밖으로 나온 그들은 잠영 세트를 인어들에게 반납했다.
“크흠… 혹시 이걸 따로 구매할 순 없나?”
“돈이라면 원하는 대로 주겠네.”
귀족들은 그 신기한 아이템에 욕심을 냈지만 인어들은 고개를 저었다.
무한정 제작하는 것도 말도 안 될 일이었고, 어차피 인어 장인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기도 했으니.
“하하! 오늘 즐거웠네, 친구!”
아이쉬는 재호와 인사를 나누었다.
“당장은 그대와 우리가 자주 볼 순 없겠지만 후에 대운하가 열리면 우리 쪽에서도 한 번씩 찾아가겠네.”
“응? 그게 가능해?”
아이쉬의 말에 재호가 놀라 물었다.
“물이 있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지. 물론 염분이 없으면 우리의 힘이 줄긴 하겠지만.”
하지만 분명 아트리우스 수정구는 바다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이 되어 있었다.
“아, 그건 바다의 의지를 통한 것이니까.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면 직접 헤엄을 쳐야 한다네.”
“아… 그런 거였군.”
“그대의 왕국도 너무나 궁금해 견딜 수가 없군!”
엘리시아 화원이 얼마나 먼 곳에 있을지 모르고서 한 이야기겠지만 일단은 기쁘게 받아들였다.
푹 젖은 채로 조각배에 올라 샥스컬을 빠져나오는 일행.
이 시간부로 비자를 가진 이들은 이곳을 통해 아트리우스를 여행할 수 있었다.
대륙을 벗어나 뉴월드 세계의 새로운 교통 중심지로 자리하게 될 장소.
그곳이 바로 여기…….
“?”
“??”
타고 왔던 범선으로 돌아가던 그들은 문득, 항구에서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에 멈칫했다.
“…불이라도 났나?”
헌데 항구 전체를 시커멓게 뒤덮을 정도인 것이 보통 사태가 아닌 걸로 보였다.
범선 위로 오르니 항구의 상황이 더 잘 보였다.
연기의 출처는 도시 반대편.
그 위치를 본 투차레아 백작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 저긴 별장?!!”
“왜? 뭐 중요한 거라도 있어?”
재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아주 중요합니다!”
거기엔 반대파 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호화 별장이 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그 썩을 놈들 기 좀 죽여 보겠다고 신경 쓴 곳인데… 감히 불을 질러?! 어서 뱃머리를 돌려라!”
“…….”
이미 그의 머릿속에선 반대파 귀족을 방화범으로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재호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라셀 왕국의 수많은 귀빈이 온 이곳에서 그들이 대놓고 방화를 저지르기야 했을까?
“투차레아 백작!”
재호는 눈이 뒤집혀 선원들을 닦달하는 그를 불러 세웠다.
“여기서 대기하며 라셀 폐하를 보호해.”
“하, 하지만……!”
“이미 불타 버린 별장을 어쩌겠어?”
배를 항구로 끌고 갔다간 도리어 더 큰 문제가 벌어질지도 몰랐다.
“심악아!”
재호의 외침에 늘 인근 바다에서 대기하는 촉수 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악! 뭐야?!”
“괴물이다! 괴물의 습격이야!”
구우-?
촉수를 꿈틀대며 귀엽게(?) 머리를 갸웃하는 녀석.
“이 배로 접근하는 걸 모두 막아! 아, 인어들은 공격하지 말고!”
구욱!
심악이에게 명령을 내린 재호는 잠영 세트를 착용한 뒤, 티나와 함께 바다로 다이빙했다.
풍덩- 풍덩-
이번엔 꽤 그럴듯하게 다이빙한 티나.
둘은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고 어느새 곁으로 아이쉬도 따라붙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군!”
“아이쉬!”
그러고 보니 샥스컬에 남아 있던 인어들은 뭔가 보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아도 그 소식을 전해 주려고 왔다네! 지상에서 큰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더군. 우리 쪽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아직 없었다곤 하나, 예의주시하고 있다네.”
현장 상황을 파악할 만한 정보는 딱히 없었다.
‘하긴, 바다에만 있는 인어가 뭘 어떻게 알겠어.’
갑작스러운 돌발 사태는 오늘 행사와 실제 아트리우스 방문을 위해 온 사람들로서도 당황스러운 일.
수많은 플레이어들도 뛰어다니며 소란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투차레아 백작의 영지에서 의문의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 말곤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오직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야! 알시아! 돌아왔냐?!
“테일러?!”
깜짝 놀란 재호의 반문.
“그러고 보니 너 왜 아트리우스 안 왔냐?!”
-…관심 고맙다. 하지만 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 한 몸을 희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초대박 건수를 구했지!
“응?”
왜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인지 의문이 들었으나, 곧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사태에 대해서 아는 게 있냐?!”
-당연하지! 내가 거기 잠입했었거든!
“혹시라도 네가 저지른 일은 아니지?”
그랬다간 서로 적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이야기는 굳이 해 주지 않아도 되었다.
-여기 지금 완전 난장판이야.
테일러는 말했다.
-구몰 공작이 어처구니없는 자해 공갈 쇼를 벌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