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20
319화
흉측하게 자라난 코.
“헉?! 너 왜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미안하다!”
“으아아악!!”
“케헥!”
끔찍해진 재호의 모습에 테일러는 물론 귀족들까지 질겁하며 물러났다.
오죽하면 티나조차 슬쩍 한 걸음 물러날 정도.
하지만 누구보다 당황한 건 역시 재호였다.
‘말도 안 돼! 거짓말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곧 귀족들이 보인 반응을 본 재호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무조건!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구몰 공작을 죽이라면 죽이겠습니다!”
[상대는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재호를 향한 그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다만 그건 공포에서 비롯된 것일 뿐, 재호가 한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즉, 네 말을 믿진 않지만 따르긴 하겠다.
‘이… 이런 식으로 꼬일 수도 있구나.’
거짓말을 단순하게만 생각한 자신의 실책이었다.
귀족들의 극한에 몰린 심리 상태가 불러온 역풍.
‘뭐… 이 상황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긴 하다만.’
재호를 따르겠다는 말이 진심이란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공포에 잠식된 그들은 어지간해선 뒤통수를 칠 생각은 안 할 테니까.
* * *
상륙 후 전후사정을 전해들은 라셀 왕은 침통한 얼굴로 신음했다.
“왕국이 귀족들의 다툼으로 시끄럽다는 걸 듣긴 했지만… 설마 이런 식의 무모한 짓까지 저지를 줄은 정말 몰랐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어찌 타 영지에서 이런 몰상식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그것도 폐하께서 계시는 곳에서 말입니다!”
“정말 당황스럽구나. 귀족이라는 자들이 이토록 무례하고 몰상식한 행태를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맞습니다! 역모를 꾸미다 도리어 자신이 화를 면치 못하였으니, 신께서 분노하신 게 분명합니다.”
저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라셀 왕과 투차레아 백작.
그 모습을 보니 재호는 라셀 왕이 생각처럼 단순 어린애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이때다 싶으니 노골적으로 공격하는구나.’
대립 세력의 약한 모습에 라셀 왕은 매섭게 몰아붙였고, 재호가 구출한 귀족들은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들도 따지고 보면 구몰 공작에게 뒤통수를 맞은 입장.
하지만 그 이전에 반대파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전적이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폐하! 이자들은 반역자들이나 다름없습니다! 겉으로는 나라를 위한 척했으나, 실은 구몰 공작과 나라를 뒤엎으려 한 파렴치한 작자들입니다!”
투차레아 백작이 힘껏 소리쳤다.
자신의 별장이 홀라당 타 버린 탓에 특히나 분노한 상태.
당장에라도 자신이 모가지를 날려 버리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모양 모양새였다.
“그것은 시간을 두고 내가 판단할 것이다. 단, 이 자리에 없는 자들은 명백한 반역자들로 보아도 되겠느냐?”
라셀 왕이 테일러에게 물었다.
“저택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죽은 이들을 제외하면 그렇습니다. 그들은 폐하와 알시아 대왕의 관계를 뒤흔들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일을 꾸민 뒤, 자신들은 영지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상당히 분노한 듯 라셀 왕은 기사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왕명으로 해당 가문의 가주들을 왕성으로 잡아들여라! 내 당장 책임을 물을 것이니! 따르지 않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라셀 왕국의 명예를 누릴 자격이 없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구몰 공작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지만.
그것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따로 만난 재호와 라셀 왕.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호통 치던 라셀 왕이었으나, 지금은 좀 전의 심각함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휴- 속이 다 시원하구나. 이참에 거슬리던 것들은 싹 다 치워 버릴 수 있을 것 같으니.”
역시 라셀 왕다운 반응.
그녀가 겉보기와 다르게 아주 속물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근데 구몰 공작은 어쩌려는 겁니까?”
의욕이 앞선 테일러가 제거해 버린 구몰 공작.
이젠 시간이 흘러 시신도 찾을 수 없었다.
“잘 된 일 아니겠느냐? 내 권력을 호시탐탐 노리던 자였으니 차라리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좋을 테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거대 귀족 가문의 가주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 세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다음 세대의 구몰 공작가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차피 테일러 백작과 그대를 제외하면 그 사실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지 않느냐?”
“그렇죠?”
“그렇다면 우리 쪽에서도 몰아세우기는 편할 테지. 구몰 공작이 숨어 버렸다고 우기면 되는 일이니.”
“…….”
상당히 지독하고 잔인한 방식이었다.
구몰 공작가 입장에선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소리.
없는 사람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들 입장에서 어떤 기분일지 감도 오지 않았다.
“뭐…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라셀 왕국의 일.
자신이 당장 관여할 필요는 없었다.
혹여나 다른 문제가 생긴다면 후에 퀘스트 형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이득이기도 했고.
그리고 재호는 이미 중요한 정보는 얻어 내었다.
구출한 귀족들을 추궁해 그들의 배후에 있는 조직을 확실히 알아낸 것이었다.
‘역시나 민트파괴단.’
지금까지는 심증을 바탕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확정을 지을 수 있었다.
또한 반대파와 민트파괴단의 연결고리 역할이었을 구몰 공작이 죽은 이상, 머지않아 민트파괴단 쪽에서도 혼란이 생길 것이다.
‘도리어 남은 반대파 귀족을 잘 요리하면 민트파괴단도 확실히 뿌리 뽑을 수 있겠는데?’
물론 그건 라셀 왕의 분노의 징벌이 모두 끝이 난 뒤가 되겠지만 말이다.
* * *
엘리시아 화원 인간 거주 구역.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곳은 뉴월드 최초의 기획 도시.
엘프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들 또한 플레이어로 구성이 되어 있어 그 어느 곳보다 현실 냄새 나는 곳.
단, 바꿔 말하면 그만큼 미친 인간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폐하! 최근 사막에서 정체불명의 무장 세력들이 출몰하고 있어 거래 상인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화원으로 복귀한 지 며칠이 지났을 때, 급히 재호를 찾은 줄칸이 알려 왔다.
“보나마나 또 민트 놈들이겠지.”
알아보지 않아도 뻔했다.
최근 사막 쪽이 시끄럽다는 건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슬슬 라셀 왕국 반대파 귀족 연합의 문제가 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시기였으니까.
“아닙니다! 그런 잔챙이들이 문제였다면 제가 굳이 보고를 올리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응? 다른 일이야?”
“그렇습니다! 세상에 본 적 없는 기이한 마차를 끌고 다니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 차……?”
“아직까지 저희들에게 적대 의사를 보이고 있진 않는다곤 하나, 아무래도 폐하께서 직접 학인을 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알았어. 어디로 가면 되지?”
“사막 어디든, 그 마차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니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근처에 나타나면 기이한 소리도 낸다고 하니…….”
그렇게 거의 반쯤 등 떠밀려 재호와 티나는 화원을 나섰다.
인간 거주 구역을 가로질러 사막으로 향하는 두 사람.
헌데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재호는 갑자기 급변한 거리 분위기에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 왜 이래?”
온통 반짝이는 초록빛으로 도배가 된 거리.
그리고 그 괴상한 거리의 초입엔 커다란 간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악어가족 거리]“…….”
그제야 이 거리가 굿즈 상점이 있는 곳임을 깨달았다.
그곳을 중심으로 악어가족 관련 상품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거리가 조성되어 버린 것이다.
‘거리 조성에 대해선 내가 관여하는 게 아니긴 한데……. 그래도 이런 게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살펴보니 대부분 예술 계통 플레이어들이 길가 노점을 설치해 운영 중이었다.
그들은 그림이며 조각, 배지 등, 다양한 형태로 악어가족 물건들을 만들어 팔았다.
게다가 거리의 원래 있던 상가들도 악어가족 관련 상품들을 진열하고 인테리어까지 바꾼 걸 보니, 돈은 제법 되는 모양이었다.
‘하긴 응원봉만 해도 예상보다 훨씬 고액에 판매가 되고 있으니.’
그뿐 아니라 음악 관련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들도 몰려와 여기저기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현대 음악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악기들로 연주하는 악어가족 히트곡들.
재호는 악어가족을 잘 몰랐지만 노래 자체는 전부 들어 본 적 있는 것들이긴 했다.
당장 헬스장에서만 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노래들이니까.
‘조금 기괴하긴 하지만… 이렇게 거리가 조성되는 게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악어가족의 이름을 건 랜드마크가 생겨 나면 엘리시아 화원 전체의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악어새들에게도 훌륭한 수용소(?)가 될 수 있을 테고.
“앗?! 알시아다!”
때마침 재호를 발견한 악어새 한 명의 외침.
그러자 금세 우르르 몰려들어 재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막 쏟아 내기 시작했다.
“알시아 님?! 알시아 님! 응원봉 언제 또 풀리나요?!”
“알시아 님 저번에 번호표 받으신 거 봤어요! 알시아 님 최애는 누구예요?!”
“우리 치프 너무 굴리지 말아 주세요!”
“혹시 다른 굿즈는 없어요?!”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전 모릅니다! 좀 지나갈게요! 어허, 막지 마세요!”
이들과 말을 섞어 봐야 자신에게 득이 될 것도 없었기에 재호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잽싸게 통과했다.
그 순간, 무시할 수 없는 한마디가 재호의 귓구멍에 박혔다.
“‘민트파파괴 전차’를 알시아 님이 지원해 주고 있다고 들었어요! 역시 알시아 님도 악어가족 팬인 거 맞죠? 내 말 맞죠?!”
멈-칫.
재호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고 그 말을 한 상대를 찾았다.
“뭐라고 했죠?”
“네?”
무리에 섞여 소리 칠 때는 괜찮았지만, 단독으로 시선을 받으니 저절로 위축되는 상대.
“방금 저한테 하신 말…….”
“아, 악어가족 팬이시냐고… 물어봤는데… 요…….”
“아니, 그거 말고. 무슨 전차라고 하지 않았어요?”
“아, 민트파파괴요…….”
요상한 이름이 영 싸구려 느낌이 났지만, 재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줄칸이 걱정하던 게 저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 * *
악어가족 거리에 있던 악어새들에게서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다.
민트파파괴 전차.
풀어쓰면 민트파괴단을 파괴하는 전차라는 뜻.
“기이한 마차라는 건 보나마나 이거일 거 같네.”
“저도 다른 엘프들한테 듣긴 들었어요. 사막에 귀신 들린 마차가 돌아다닌다고요.”
“엘프도 귀신을 믿어?”
“안 믿죠.”
“그런데 왜 귀신 들린 마차라는 거야?”
“그래서 전 안 믿었어요.”
묘하게 설득력 있는 티나의 헛소리를 들으며 사막을 걷던 그때.
“잠깐!”
재호는 미세하게 들리는 묘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뭔가 들리지 않아?”
“네?”
“귀를 좀 써 봐. 분명 뭔가 들리는 것 같은데.”
재호의 말에 미간을 구긴 채 집중을 시작한 티나.
“끄응…….”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 치고는 상당히 힘들어 하는 듯한 티나의 모습에 재호는 순간 아차 싶었다.
‘혹시 엘프들의 청력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건 편견인가?’
지금까지 전혀 고려해 보지 않은 사실.
“혹시 먼 거리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고통을 수반하는 귀 내부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거나…….”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힘들어 하는 표정으로 소리를 들으려 할 리가 있을까?
“널… 부셔 버릴 거야… 프리포파이브… 내 삶의 진짜 가취…….”
자신의 속마음 읽은 듯한 티나의 중얼거림에 재호는 움찔했다.
“나, 나보고 하는 소리야?”
“네? 저 멀리서 소리가 그렇게 들리는데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소리 들을 때 아픈 거 아니고?”
“왜요?”
재호는 잠시나마 가졌던 걱정을 지워 버렸다.
그냥 집중하느라 얼굴을 찡그렸던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청력도 엄청 좋네.’
자신은 그저 잡음으로만 들리는 소리를 저 정도로 자세히 들은 걸 보면 엘프 청력은 단순 편견이 아니었다.
둥둥둥- 도로롱-
어느새 재호도 분명히 들을 정도로 가까워진 소리.
“이건……?”
왠지 귀에 익은 멜로디였다.
썩 어울리는 악기 구성은 아니었지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
그리고 곧 티나가 먼저 들었던 소리의 정체도 알게 되었다.
이 음악은 바로 악어가족의 노래!
그리고 그 노래가 원반 형태의 둥그런 마차에서 뿜뿜 터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