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21
320화
둥그런 형태의 마차는 창문 하나 없이 위아래가 모두 나무로 덮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투를 위한 디자인으로 보였다.
그 실용성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지만.
그나마 하나 확실히 알 것 같은 건 이 마차의 원산지가 도마뱀 시티라는 것이었다.
마차 아래에는 평범한 바퀴가 아닌 사막을 달리기 위한 무한궤도가 달려 있었으니까.
현재 재호가 알기로 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건 도마뱀 시티의 드워프들이 유일했다.
쿠르르-
서서히 속도를 늦추더니 재호 앞에 멈춘 마차.
덜컹-
마차 옆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행히 아는 얼굴이었다.
“랍 님?”
“알시아 님?”
서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듯한 표정.
“하하, 오랜만이네요.”
민망한 얼굴로 마차에서 내린 그녀.
그 뒤를 따라 9명이 더 따라 내려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사실 악어새도 본격적으로 전력 강화를 좀 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요.”
랍은 멋쩍게 웃으며 설명했다.
“그래서 도마뱀 시티의 장인들에게 의뢰 좀 했어요.”
역시나 예상한 원산지.
다만 의아한 점이라고 하면 드워프들이 그들의 의뢰를 받아 줬다는 점이었다.
도마뱀 시티에서 제대로 작업을 의뢰하는 건 플레이어 입장에서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재호와 친분이 있는 걸 증명해야 겨우 해 줄까 말까 한 수준.
피스앤러브 길드가 저질러 놓은 후폭풍은 여전히 플레이어들에게 큰 불편함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 맞아요. 드워프들은 저희를 상대도 안 해 주더라고요.”
“그럼 설마……?”
“고블린들에게 의뢰한 거예요.”
랍이 마차 내부를 보여 주며 말했다.
복잡한 기계 구조들이 가득 든 걸 보니 확실히 고블린의 작품이었다.
다만 무한궤도를 움직이는 엔진이 고잉헬 호와 달리 이 마차는 인력이었다.
가운데 나란히 네 개의 안장과 자전거 페달 같은 것이 설치되어 무한궤도와 이어져 있었다.
‘고문이 따로 없겠는데……?’
사막 아래, 이 폐쇄 공간 속에서 페달을 밟아 대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게… 그렇게 고생을 할 만큼 성능이 나오긴 해요?”
“하하, 물론이죠. 이 민트파파괴 전차의 기능을 아직 모르셔서 그리 말씀하시는 거죠.”
랍은 마차를 탕탕 두드리며 추가 설명을 보탰다.
“사실 보기에도 그렇지만 장갑판이 그리 뛰어나진 않아요. 다른 튼튼한 재료들은 단가가 워낙 비싸니까요. 많은 악어새들이 이걸 사용할 수 있으려면 제작 단가를 최대한 낮춰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전부 목재 재료를 이용했어요.”
그리고 그들이 고려한 건 어차피 방어력이 아니라 공격력과 단체 기동성이었다.
덜컥-
마차 안으로 들어간 랍이 장치를 조작하자 갑자기 위로 살짝 열린 지붕.
벌어진 틈으로 일곱 개의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돌리기 시작하자 빙글빙글 회전하는 대포들.
“……그건?”
재호는 작동 원리가 고잉헬 호의 다연장포와 흡사하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괜찮지 않나요?”
대포를 수납한 뒤 다시 밖으로 나온 랍이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
“응원봉으로 악어새 개개인의 전투력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충분하진 않아요. 게다가 사막에 장시간 노출되는 건 저레벨 입장에선 별로 좋지도 않고. 그래서 이 민트파파괴 전차를 구상하게 된 거예요.”
수송 마차로서의 역할도 하겠다는 것.
“그런데 이 안이 더 더울 거 같은데요?”
“땡볕에 노출된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더라고요.”
또한 적들에게 자신들의 상징성을 부여하기에도 훌륭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민트파파괴 전차는 적들에게 공포 대상으로 각인이 될 거예요.”
“옳소!”
“다 죽여 버리자!”
다른 악어새들도 환호하며 랍의 발언에 동조했다.
‘이미 확실히 각인이 된 것 같긴 한데…….’
그러니 줄칸이 그렇게 난리를 치며 자신에게 말했을 테니까.
그래도 줄칸의 걱정만큼 엘리시아 화원에 위험이 되는 이들은 아니니 다행이었다.
당장은 말이다.
“아, 그런데 노래는 어떻게 튼 거죠?”
사실 이 마차의 기능 자체는 이미 고잉헬 호에 있는 것들이라 크게 신기할 것 없었다.
오히려 궁금한 건 바로 사막에 쩌렁쩌렁 울려 퍼질 정도의 음향 시스템.
도대체 뉴월드 내에서 악어가족의 음악을 무슨 수로 재생시킨 것인가?
“오르골 마법으로 했어요.”
“네?”
“대충 비슷한 소리를 내는 뉴월드 내 악기들을 이용해 오르골 마법으로 녹음을 해 반복 재생을 시키는 거죠. 다행히 악어가족 거리에 음악가들이 몰려서 수월하게 제작이 가능했죠. 돈은 좀 깨졌지만…….”
모창 잘 하는 플레이어까지 구해 만든 마법 오르골.
단가로 따지면 민트파파괴 전차보다도 더 높을 정도로 그들이 신경 쓴 부분이었다.
“그래서 전차 지붕 가운데에도 가죽을 이용해 스피커처럼 만들었죠. 아래에선 안 보이지만.”
“…….”
일반인인 재호로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팬심이었다.
“어… 그, 그럼 수고들 하시고요. 전 공사 현장이나 돌아보고 갈게요.”
무서운 사람들에게서 얼른 벗어나려는 재호의 시도였으나 곧 벌어진 갑작스러운 사태에 걸음을 멈췄다.
피유우웅-
사막 너머 먼 하늘에 솟아오른 폭죽.
그것은 악어가족의 로고를 그리며 태양보다도 밝게 빛을 냈다.
“앗?! 지원 요청!”
“탑승! 탑승!”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딱딱 맞춰 탑승한 악어새들.
마지막으로 랍이 오르다 멈칫하더니 재호를 돌아보았다.
“기왕 이렇게 만난 거 알시아 님도 가 보실래요?”
“제가요?”
“네. 민트파파괴 전차에 대해서 관심이 좀 있으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재호와 악어새의 연관성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게 좋다고 한 사람이 다름 아닌 랍이었다.
“어차피 내리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내구성이 약하다곤 했지만 쉽게 부서질 정도는 아니에요. 지금까지 지호파괴단 놈들은 전차를 단 한 대밖에 파괴를 못 했거든요.”
“그래요?”
자신만만한 그녀의 반응을 보니 호기심이 조금 생기기도 했다.
과연 이 마차를 가지고서 어떻게 전투를 끌고 나갈지…….
* * *
민트파괴단과 악어새의 전쟁.
전세는 최근 들어선 확실히 악어새 쪽이 우세했다.
응원봉의 등장과 민트파파괴 전차의 등장은 악어새의 전력을 크게 증가시켰고, 200 초반의 플레이어들까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순수 마차 전력이라 할 순 없었다.
그 안에 탑승한 출동 인원들도 쏟아져 나와 응원봉을 휘둘러 댔으니까.
그래서 민트파괴단은 불도저 작전 실행 이후, 처음으로 현장에 간부진을 출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저것인가?”
286레벨의 민트파괴단 간부 스피어.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포대를 열고 대치 중인 민트파파괴 전차를 응시했다.
“맞습니다. 저 상태일 때 가까이 접근하면 무차별 포격을 쏟아 내는데 일반 길드원들론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흥, 저런 장난감을 상대로 쩔쩔매서 대업을 어떻게 수행하겠다는 거냐?”
“그, 그건…….”
넌 처음부터 고렙이었냐고 항의하고 싶은 속마음.
게다가 저 마차는 도마뱀 시티에서 생산되는 것이었다.
그곳에 있는 장인들이 어디 보통 인물이던가?
자신들과 같은 애매한 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쯧, 두 눈 똑똑히 뜨고 봐라. 내가 저런 장난감을 상대하는 법을 알려 줄 테니.”
말을 마침과 동시에 스피어는 양손에 두 개의 창을 쥔 채로 돌진했다.
쾅- 쾅-
스피어의 접근을 확인한 민트파파괴 전차 역시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콱-
창을 땅에 꽂더니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높이 솟아오른 스피어.
마차의 구조 상 위로 사격하는 건 불가능했고, 스피어는 이미 보자마자 그것을 간파했었다.
‘이렇게 하는 거다! 멍청한 것들아!’
하지만 누군들 그걸 몰라서 안 했을까?
드르르-
급히 후진하며 다시 거리를 벌리는 마차.
그리고 양쪽으로 문이 활짝 열리더니 안에 있던 대기 요원들이 스피어를 향해 응원봉을 휘둘렀다.
퍼버벙-!
자신을 노린 불덩이들을 가볍게 쳐 낸 스피어는 창 하나를 단단히 움켜쥔 뒤, 힘껏 내던졌다.
꽈앙!!
힘없이 박살 나는 마차.
뚜껑의 대형 스피커를 고집한 팬심 탓에 더 처참히 부서졌다.
“아악!”
“고레벨인가 봐!!”
민트파파괴 전차를 일격에 박살 낼 정도면 그들로선 대응이 불가능.
고레벨 악어새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내가 쏠게! 나 폭약 있어!”
삐이이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솟아오른 폭죽이 눈부시게 빛났다.
“지원이 오기 전까지 우린 최대한 상대 피를 깎는다!”
“죽더라도 적은 반 죽인다!!”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달려드는 악어새들.
보통 사람이라면 오한을 느낄 정도의 광기였으나 스피어에겐 별 감흥이 없었다.
“흥, 가소롭군.”
콧방귀를 뀐 스피어는 악어새들의 공격을 느긋하게 피했다.
“너희들을 죽인 뒤, 치프인지 지프인지 하는 놈도 죽여 주지.”
“뭐?! 이 *****!!”
“******!!!!”
그들의 분노와 광기는 더욱 타올랐으나, 현실은 냉정했다.
그들이 스피어를 잡아다 묻어 버리기엔 격차가 너무 컸기에.
“봐라! 이렇게 상대하면 되는 거다!”
의기양양한 스피어의 외침에 지켜보던 민트파괴단 길드원들은 생각했다.
‘재수 없는 새끼. 그냥 딜찍누잖아!’
별로 다를 거 없이 레벨 빨, 딜 빨로 찍어 누르는 스피어의 전략에 그들은 욕설을 간신히 삼켰다.
* * *
드르륵- 드르륵-
악어새들이 열심히 밟는 페달을 따라 돌아가는 복잡한 구조의 태엽들.
구석에 몸을 구긴 채로 앉아 구경하던 재호는 그 풍경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꼭 헬스장 같네.’
여성 전용 헬스장을 가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싶었다.
“곧 목적지 도착! 전투 대기!”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전방을 살피던 랍의 외침.
페달을 밟는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포신을 잡거나 양쪽의 출입문에서 응원봉을 꺼내 든 채로 대기했다.
“어?”
헌데 랍의 입에서 문득 불안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 다른 악어새들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재호의 물음에 랍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를 보낸 악어새들이 전멸했다네요.”
“네?”
신호를 받고 출발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전멸을 했을 정도라면 상대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
꺄아아악!!
“?!!”
그때 날카로운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재호와 티나는 두 눈이 똥그래져선 악어새들을 바라봤다.
“이, 이번엔 또 뭔데요?”
재호의 물음에 랍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치, 치프를 죽이겠다고… 상대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치프 씨? 어차피 지금 근무도 아니고 훈련장에… 아.”
문득 깨달은 사실에 재호도 덩달아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엘리시아 화원으로 쳐들어오겠다는 건가?!’
어차피 민트파괴단의 최종 목적은 엘리시아 화원.
치프를 언급하며 도발한 뒤, 악어새의 경계에 구멍을 만들어 침투해 오겠다는 뜻으로 재해석한 재호의 머리.
“적은 어디로 갔대요?!”
“현장에서 벗어나 동쪽으로 갔다고만 하는데…….”
“잠시 자리 좀 비켜 봐요! 티나!”
재호는 페달을 밟던 두 명을 끌어 내리곤 티나와 나란히 앉았다.
“당장 쫓는다!”
“네!”
슉슉슉-
남다른 재호와 티나의 페달링에 민트파파괴 전차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렸다.
“으아아악!”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와 진동에 다른 이들은 혼이 나갈 지경.
[기계공학 신 데우스의 힘을 빌려 광역 축복을 내립니다.] [범위 내 모든 기계공학 관련 대상의 안정성과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상승치 및 효과에는 랜덤성이 부여됩니다.] [고블린 대왕 고유 스킬입니다.]거기서 멈추지 않고 강력한 버프 스킬까지 사용했다.
인력으로 움직이는 장치라 하더라도 고블린의 손이 닿은 물건이니 엄연히 기계공학품.
뻑뻑하던 페달은 기름을 듬뿍 먹은 듯, 부드럽게 힘이 실리며 다시 한번 더 빨라졌다.
그렇게 3분 정도 달린 끝에 그들은 사막을 횡단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엇? 저쪽도 우릴 본다! 이, 인상착의 확인! 그 새끼다! 전투 준비!!”
랍은 곧장 포대를 개방했고 다른 이들도 포지션을 잡았다.
랍의 판단대로 상대는 민트파괴단이 맞았다.
스피어 역시 제 발로 죽으러 온 악어새들을 보며 비웃음을 머금은 채 창을 뽑았고.
“앞서 봤던 것하곤 뭔가 좀 다른데?”
뭔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긴 했으나 결과가 달라질 건 없었다.
어차피 저 어설픈 장난감은 자신의 일격에 박살이 날 테니까.
펑펑-!
빠르게 날아드는 대포를 스피어는 가볍게 쳐 내…….
따앙-
“컥?!”
창대를 타고 전해지는 얼얼함에 방심하고 있던 그는 순간 창을 놓칠 뻔했다.
그가 쉽게 막아 낼 수 없는 파괴력!
따아앙!
바로 이어 날아온 대포 역시 쳐 내는 순간, 손을 타고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다, 다르다! 뭐지?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전인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생긴 건 자신이 박살 냈던 것과 같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힘의 차이.
고블린 대왕의 축복을 받아 진짜 돌격전차가 된 상태라는 걸 스피어는 결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