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22
321화
재호의 힘찬 에너지와의 교감, 그리고 치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합쳐진 악어새들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땀은 머리 위 구름을 만들었고, 그 탓에 맺힌 천장의 물방울은 비가 되어 떨어졌다.
쾅- 쾅- 쾅-
게다가 쉴 새 없이 불을 뿜는 대포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중첩되며 내부는 한증막 그 자체가 되었다.
후욱- 후욱- 후욱-
일심동체인 네 명의 움직임 덕에 민트파파괴 전차는 한계를 넘은 성능을 보였다.
그걸 상대하는 스피어는 당황했고.
“저거 뭐야?! 저건 특수 마차야?!”
그리 물어도 다른 민트파괴단이 알 순 없었다.
애초에 저 병기가 사막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도 얼마 안 되었으니까.
“쳇! 어쨌든 부셔 버리면 되는 거잖아!”
잠시 당황했을 뿐, 어차피 저 마차가 자신의 민첩성보다 뛰어날 순 없었…….
콰드드드-
“헉?!”
자신의 투창 스킬을 과격한 코너링으로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마차.
어마어마한 추진력 때문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높이 도약한 스피어는 넓은 사막을 한눈에 담았다.
“제대로 해 주지!”
먼저 박살 냈던 것과는 뭔가 다른 것 같으니, 아주 특별한 스킬을 쓰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쓰기엔 좀 과하긴 하지만! 영광으로 알도록!”
파앗-
스피어의 시야가 광각 카메라처럼 넓게 늘어났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마차를 목표물로 설정한 뒤, 들고 있던 창을 허공으로 휙 던졌다.
촤르르-
공중에서 수십 개로 갈라진 창.
창을 주 무기로 쓰는 그가 캐스팅한 활 스킬.
바로 스피어가 개발한 스킬 연계기 의 마지막 기술이었다.
사실 이건 재호의 스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었다.
스피어는 그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지만.
‘무식하게 마구잡이로 내던지는 알시아와 달리, 이건 위력과 명중을 모두 잡은 결전기라고!’
…라는 게 스피어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사실은 시스템은 이걸 자체 개발한 단일 스킬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아직 숙련도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이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사아아-
스피어 머리 위에서 생겨난 반투명 거대 석궁.
화살 대신 창이 팽팽해진 시위에 걸렸고, 으로 지정해 놓은 목표물을 향해 빠르게 연사를 시작했다.
투쾅- 투쾅-!!
묵직하게 꽂히는 공격에 사막의 모래가 폭발하듯 높이 치솟았다.
하지만 자신만만해하던 것과 달리, 아직 마차에는 한 발도 명중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했던 ‘높은 명중률’과는 다소 거리가 먼 상황.
그럼에도 스피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호가 30개 중 10개를 원하는 대상에게 맞힌다면, 스피어는 10개 중 5개는 맞추니까!
콰직-!
마침내 아슬아슬하게 지붕을 훑고 지나간 창 하나.
민트파파괴 전차는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크게 덜컹거렸다.
가성비를 극대화해서 만든 만큼 충격 흡수율은 최악 그 자체.
“안 돼! 이러면 정체가 들통나잖아!”
지붕 한쪽이 훤히 날아간 걸 본 재호가 소리쳤다.
“상대가 생각보다 더 고레벨인 모양이에요! 민트파파괴 전차로만 상대하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랍은 열심히 조향 장치를 조종하며 소리쳤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합니까?!”
“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 으악!”
쾅-!!
명중률 50%의 공격이 또 한 번 마차에 명중했다.
콰지끈-
이번엔 페달 하나와 무한궤도까지 뚫어 버리며 기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더 이상 속도로 회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텅-
그 순간, 지붕 위로 누군가 내려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부서진 지붕 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손.
“아, 안 돼!”
재호의 외침.
“안 되긴 뭐가 안 돼?!”
상대의 비웃음과 함께.
콰드득-
힘껏 뜯어 낸 지붕 위, 스피어가 위풍당당하게 섰다.
“…어?”
하지만 곧 그의 얼굴은 파랗게 변했으니…….
한증막 안, 땀에 푹 절은 재호와 마주한 스피어.
이어 옆에 있는 티나도 발견했고.
‘아… 난 열지 말아야 할 걸 열었구나.’
마치 장의사의 관처럼.
하지만 이제 와서 도망치는 건 어려웠다.
저 멀리서 보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얼마나 허세를 부려 놓았는데?!
‘하지만 그냥 싸우면 무조건 죽는데? …아! 잠깐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스피어는 해결법을 알아챘다.
‘어차피 죽는 거면 최대한 멋있게 죽으면 되잖아?!’
재호와 엘프를 상대로 비등하게 싸우는 듯한 모습만 연출한다면 충분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재호의 존재를 알려야 했다.
“여기 알시… 아악!!”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날아든 재호의 모종삽이 그의 다리를 휘감고 안으로 끌어당겼다.
쿵- 뾱-
빠르게 찌르고 들어오는 모종삽.
“커헉?!”
쾅쾅쾅-!
재호는 일단 엎어 놓고 일단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티나도 빠르게 힘을 보탰다.
“고… 공격!! 우리도 줘 패!”
잠깐 당황했던 악어새들도 합세해 각자의 무기로 매 타작을 시작했다.
“컥! 자, 잠깐! 케헥! 기다려!!”
스피어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 죽을 순 없었다.
자신이 누구에게 당하는지 확실히 보여야 했다.
“크흑! !!”
창을 위로 찌르며 벌떡 일어난 스피어.
“이 새끼들아! 말 좀 하고 죽자고!!”
“안 돼! 잔말 말고 죽어!”
과정은 달라도 둘 모두가 바라는 건 같은 묘한 상황.
“젠장! 이 답답한 마차! 당장 부셔 버리겠어!!”
하지만 장소의 패널티를 받는 건 오히려 재호가 더 컸다.
특히나 남들보다 1.5배는 더 큰 재호의 몸뚱이였고, 또한 마차를 부수면 안 되기에 힘 조절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티나!”
“네!”
부웅-
놀라운 민첩성으로 몸을 날린 티나는 스피어에게 그대로 암바를 걸었다.
“커헉!”
뒤로 자빠진 그는 힘으로 벗어나고자 했으나 불가능했다.
비슷한 완력이라면 중요한 건 기술이지만, 그에겐 암바를 풀 기술이나 여유가 없었으니.
“켁… 케헥!! 탭! 탭!!”
반대 손으로 바닥을 두드렸지만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
[로 을 선택하였습니다.]퍽- 퍽- 퍽.
파이라의 화염창을 꺼낸 재호도 제압당한 스피어를 신나게 두들겼다.
점점 올라가는 수치에 비례해 역시 증가하는 화염창의 위력은 금방 스피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으아아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입장이 바뀐 대사를 주고받는 걸 끝으로.
[상대를 처치했습니다!]스피어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와! 이겼다!”
“남은 놈들은 어쩌죠?!”
랍의 물음에 재호는 다시 페달에 발을 올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 * *
스피어가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트파괴단 수뇌부는 크게 당황했다.
단순히 스피어가 죽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스피어를 죽인 상대가 알시아, 바로 황재호라는 점이 문제.
그들 입장에선 악어새 사이에 재호가 몰래 숨어 함정 사냥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소문대로 악어새와 엘리시아 화원이 동맹 관계인 모양입니다!
-젠장! 역시 뻔한 거짓말이었어! 추접하게 악어가족 팬들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난리가 난 단체 채팅방.
물론 반대 의견도 있긴 했다.
-확실한 건 맞습니까? 동행했던 길드원들은 죽기 직전까지도 알시아를 못 봤다고 하던데.
-맞아요. 스피어 그 자존심 강한 녀석이 창피하니까 둘러대는 거 아니에요? 전에도 ‘진짜 짱 센 대포’인가 이상한 스킬 만들었다고 엄청 거들먹거리더니.
바로 스피어와 함께 있던 다른 길드원들의 증언 때문.
반파된 민트파파괴 전차라 하더라도 남은 이들 상대론 충분했고, 금방 처리가 되었다.
죽은 이들이 전부 재호와 엘프는 못 봤다고 말하니 스피어의 진술 신빙성에 의심이 드는 게 당연했다.
“뭐… 이렇든 저렇든 중요한 건 하나겠지.”
대화를 묵묵히 지켜보던 길마 슈팅스타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더욱 강하게 몰아쳐야 한다는 것.”
나름 상위 전력인 스피어를 보냈는데도 당한 건 그들 입장에서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
게다가 불도저 작전을 시작했음에도 아직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니 더 이상은 이대로 끌려갈 순 없었다.
또한 얼마 전 투차르 항구에서 일어난 소란 이후, 라셀 왕국 내 반대파 귀족들도 내부적으로 일이 생긴 듯해 전 방위 압박도 느슨해졌다.
여러모로 골치 아프게 주변이 돌아가고 있었다.
“총 소집령을 내린다.”
결국 슈팅스타는 결정을 내렸다.
“거점은 구몰 공작 영지. 공작이 현재 실종 상태이긴 하나 라셀 왕국 내, 우리가 머무르기에 가장 안전한 곳인 건 사실이니.”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보죠.
그렇게 민트파괴단도 좀 더 적극적인 싸움을 준비했다.
자신들을 향해 불도저가 서서히 다가오는지도 모른 채로.
* * *
일단 사막을 돌아다니는 정체불명의 마차 문제는 대충 해결되었다.
그들은 위험했지만, 적어도 당장 엘리시아 화원에는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린 후, 재호는 원래 들려 보려던 운하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공사 진행은 전부 지안트에게 맡겨 놓았기에 이번 방문은 약 3주 만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와! 엄청 바뀌었네?”
멀리서부터 확연히 보이는 달라진 풍경.
시원하게 쭉 뻗어 나가는 거대한 수로는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 정도로 웅장했다.
새삼 자신이 어마어마한 일을 벌였다는 걸 깨달은 재호.
“저기가 현장 사무소인가?”
사막에 덩그러니 설치된 간이 오두막으로 향한 재호는 안으로 들어섰다.
“응? 패로우?”
안에는 패로우와 헬트리버가 있었다.
“음? 폐하?”
기사단장이 되며 공식적으로 재호를 받들기로 한 패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확실히 예를 갖추었다.
”왜 여기 있어? 기사 훈련은 어쩌고.”
“저 공사 책임자지 않습니까?”
“…아, 맞다. 그랬었지.”
서로 대장이 되겠다며 드워프와 마법사들이 싸우는 탓에 중립 인물이랍시고 대충 데려왔었던 패로우.
최근 워낙 바쁘게 다니다 보니 그가 중복 직책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시간엔 제가 아니라 로즈마리 교관이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아…….”
그녀가 기사단 훈련을 같이 봐 주기로 했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원래 일처리가 이런 식입니까?”
패로우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악마들도 이렇게 대충 하진 않습니다.”
“요즘 유난히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서 그래.”
우선순위를 매기기 힘들 정도로 굵직한 사건들의 연속.
“후… 어쨌든 요즘 어때? 공사는 잘 되어 가고 있어?”
“예. 아무 문제없이 순조롭습니다. 가끔 마법사들과 드워프들이 싸우긴 하는데, 다행히 누가 죽진 않으니.”
괜히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아! 헌데 최근 현장에서 동굴이 발견되어 약간 지체가 되고 있습니다. 그곳을 추가 보강할 것인지 우회를 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못 내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 동굴? 얼마나 크기에 고민을 할 정도인 거야?”
“규모만 보면 엘리시아 화원 전체가 자리할 수 있을 정도라곤 하더군요.”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재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브레잘이 대악마 칼리토와의 거래를 하며 왕국 전체가 모래에 파묻힌 저주 받은 지역이 바로 이 페르마 사막.
과거에는 부자 왕국이 자리했던 지역인 만큼 지하에서 어떤 시설물이 발견될지 모를 일이었다.
실제로 재호가 코페이 왕실 던전을 발견했던 것도 지하였고, 우스터와 전투 중에 발견한 황금 장원 역시 지하였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어쩌면 거기에 또 다른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지!’
브레잘의 황금 장원에 있는 어마어마한 보물들은 그 탐욕스러운 놈이 저주로 묶어 버린 탓에 똥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런 외곽이라면 방치되거나 누군가 몰래 숨겨 놓은 보물이 남아 있을지 모를 일!
‘황금 장원을 만들 정도로 부자 나라였다면 백성들 사이에서도 금은 쉽게 유통이 되었을 가능성도 높아.’
재호는 고개를 번쩍 들어 패로우를 쳐다봤다.
“가자! 안내해!”
“어딜 말입니까?”
“보물 창고로!”
“예?”
이미 의욕이 앞선 재호는 바깥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제대로 한탕해 사막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엘리시아 화원의 재정을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를 품은 채.
“보물 창고가 무슨 소리입니까?! 젠장! 불댕댕! 가자!”
패로우는 자고 있던 헬트리버를 다급하게 깨워선 재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