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25
324화
재호의 계획은 단순 명료했다.
일명 강 건너 불구경.
물론 그걸 곧이곧대로 말하기엔 어감이 너무 안 좋아 약간의 포장을 하긴 했다.
“대악마를 차례로 불러 토벌을 해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한참 약해진 상태로 마계로 돌아갈 테고, 그다음 방심한 칼리토를 다시 소환하는 거죠.”
이참에 마계의 대악마들을 깡그리 소탕해 버리려는 잔인한 계획.
조금 과한 대처이긴 했지만, 프티머스 입장에선 굉장히 달콤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나는 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신은 왜 굳이 세상의 균형을 논하며 천사와 악마를 만들었는지. 정말 악마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들인지, 마침내 그걸 확인해 볼 수 있겠군.”
프티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다, 정령화장이여. 나는 그대의 계획에 동참하여 악마들이 정녕 세상의 균형에 필요한 존재들인지 직접 확인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계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것일지니!”
상당히 과격한 발언에 재호는 살짝 움찔했다.
‘구, 굳이 마계까지 찾아가 조질 이유는 없는데?’
재호는 뒤늦게 자신의 선택에 의심이 들었다.
괜히 일을 더 키운 것은 아닐지…….
[*퀘스트*] [정의의 대천사 프티머스는 당신과 협력해 마계를 완정히 끝장내 버리고자 합니다.하지만 그 이전에, 칼리토를 제외한 다른 대악마들의 힘을 확실히 빼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악마들을 소환할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 프티머스는 기꺼이 힘을 보태어줄 것입니다.] [퀘스트 목표 : 대악마 토벌(0/7)] [보상 : 1. 천계와의 동맹
2. 칭호 획득]
‘…천사도 악마도 보상 상태 다 왜 이러냐?’
얼마나 본인들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실체 없는 명예만 보상으로 주는 것이란 말인가?
‘물론 상대가 상대인 만큼 대단한 거긴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재호가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게 중요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재호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음! 좋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게 필요하겠군.”
사아아-
프티머스의 손바닥 위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황금 장식이 된 자그마한 작은 오르골이 나타났다.
“받아라.”
“이건……?!”
[천상의 오르골] [등급 : 신화] [연주가 시작되면 천상으로 향하는 빛의 계단을 부를 수 있으며, 그곳을 통해 천계로 향할 수 있습니다.단, 출입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신성이 필요합니다.] [ : 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부분의 마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명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보유한 것만으로도 명성이 늘어날 정도로 희귀한 아이템.
허나 아직 프티머스가 왜 이걸 자신에게 주는지 재호는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매번 대륙으로 내려올 순 없지. 천과 덕분에 예전보다는 수월해졌다곤 하나 부담인 건 여전하다. 그러니 그대가 직접 천계로 오도록.”
‘어? 이건 꽤 좋은데?’
상시 천계 출입증이라니!
“그런데 출입하려면 신성이 필요하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그건… 흠흠.”
“아!”
재호는 바로 이해했다.
프티머스 자신에게 따로 천과를 공물로 바치라는 것.
“몇 개면 되겠습니까?”
“흠흠, 사실 인간에게 천상의 오르골을 준 건 나로서도 부담되는 일. 그러니… 한 8개 정도면 적당할 것 같군.”
“이런 양아…….”
“음?”
“아, 아닙니다.”
하지만 프티머스 한 명에게 출입할 때마다 8개를 바치는 건 너무 과했다.
재호가 천과를 올려 보낼 때마다 프티머스에게 따로 주는 것만 하더라도 10개는 되었으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프티머스 님.”
“말하라.”
“사실 지상에 직접 내려오신 것엔 다른 이유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조용한 곳으로 모신 것이기도 하지요. 혹시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정의의 대천사로서의 할 일을 위해 내려왔을 뿐이다.”
그리 말하는 프티머스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며 거짓말이 티 났다.
‘그래도 명색이 정의를 관장하는 천사라고, 거짓말은 아무래도 서툰 모양이군.’
재호는 노골적으로 흥정을 시작했다.
이대로 눈뜬 채로 코 베일 순 없었다.
“사실 제가 생각하기엔 처음부터 천과를 생각하고 오신 게 아닌가 싶은데 말입니다. 아니면 프티머스 님이 힘을 소모해 가며 일부러 오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 칼리토가 나타났는데 내가 직접 와 봐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라고 주장하기엔 프티머스는 애초에 재호가 이야기해 주기 전까지는 이곳이 누구의 제단인지도 전혀 몰랐다.
“프티머스 님…….”
재호는 이미 자신의 손에 들어온 오르골을 얼른 인벤토리로 넣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주제가 넘지만… 과한 욕심은 도리어 화를 부르는 법입니다.”
“…….”
“그리고 사실 제가 도움만 받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도움을 드리는 입장이니 그 점을 이해해 고려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대악마에겐 찍소리도 못하더니 대천사에겐 거침없는 재호.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칼리토와 달리, 프티머스는 확실히 아쉬운 입장이거든.’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화원을 밀어 버리겠다는 협박을 한 칼리토였기에 재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프티머스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오르골까지 내어주며 아쉬운 티를 잔뜩 드러내니, 재호는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프티머스 님? 저희 사이에 이러지 마시죠. 왜 좋던 분위기를 이렇게 어색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끙…….”
무례한 발언과 태도임에도 프티머스는 할 말이 없었다.
순간, 욕심에 눈이 멀어 자신이 무리수를 던졌음은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
“후… 미안하군.”
결국 프티머스는 인정했다.
[프티머스의 호감도가 소폭 하락합니다.]‘쪼잔한 양반.’
아무리 그래도 천과를 그렇게 무턱대고 퍼 줄 순 없었다.
한번 해 주면 다음엔 또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 올지 몰랐으니까.
“그대가 천계에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엄연히 내 힘을 이용하는 것. 그만한 신성력을 보충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보통 사람이 천계로 올라가는 건 어느 정도의 신성이 소모되는 겁니까?”
“사제가 아닌 이상, 천과 두… 개까지는 필요 없고……. 하나 정도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세 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채찍과 당근.
재호는 적당히 프티머스를 배려해 주어 그의 상한 기분을 달래 주었다.
“크흠, 고, 고맙군.”
한순간 눈이 돌아갔던 자신이 어지간히 민망했는지 그는 연신 헛기침을 해 댔다.
“아무튼 앞으로 논의할 것이 있다면 천계로 찾아오도록. 그대가 나의 인장이 찍한 오르골을 지닌 이상, 그 누구도 그대를 막지 못할 것이니.”
“알겠습니다. 그럼 후에 뵙겠습니다.”
화아아아-
찬란한 빛에 다시 휩싸인 채 하늘로 돌아가는…….
쿵-
“억!”
“앗?”
막혀 있는 동굴 천장에 머리를 박고 비틀거리는 프티머스.
“이, 이건 오해다! 위가 막혀 있다고 해서 내가 돌아갈 수 없다거나 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귀환 연출의 문제로…….”
다급하게 설명을 늘어놓지만 이미 무너진 위엄은 되살릴 수 없었다.
“거짓말이 아니다! 봐라! 난 이렇게도 돌아갈 수 있으니까!”
파앗-
섬광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프티머스.
“…천사도 노력파였구나.”
이렇게 쉬운 방식을 내버려두고 화려한 신성 연출과 에코를 사용하는 그들의 숨겨진 노력을 이제야 알게 된 재호였다.
* * *
아트리우스!
뉴월드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건 역시 심해 도시였다.
마침내 개방이 된 그곳은 비자를 가지고만 있다면 누구든 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
재호가 라셀 왕과 방문한 당일,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이후엔 별 탈 없이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야, 아트리우스 갔다 온 놈 있냐? 거기 진짜 좋음? 방송으로만 봤을 땐 주작할 수가 있으니 믿을 수가 없네.
└나 3일 차에 갔다 옴. 진짜 개 좋음. 방송에서 본 대로 인어들 친화력 장난 아님. 그냥 아무나 붙잡고 춤추는 거 아트리우스에선 흔한 일임.
└뭔 생선 놈들이 그렇게 춤 못 춰서 그렇게 안달이 났냐?
-초고속 터널 써 본 사람은 있음? 그건 진짜 바다 어디든 다 갈 수 있음?
└ㅇㅇ가능함. 근데 거리에 따라 운임이 좀 다름. 그리고 어차피 당장 바다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다른 데 가 볼 생각을 못 함.
-아트리우스에 스타팅홀 있음?
└ㄴㄴ없는 거 같음. 그리고 있어도 문제인 게, 잠영 세트 없으면 접속하자마자 바로 사망일걸. 수중 무호흡 상태라고 하면 캐릭터도 게임 내 남아 AI 컨트롤 상태일 텐데.
-아트리우스 비자 삽니다.
└그거 귀속이라 못 팜.
└망할. 나도 가고 싶다고!
└입장 컷 처음엔 되게 빡세다고 생각했는데, 어지간히 쓰레기짓 하면서 돌아다니지 않은 이상 레벨만 되면 발급 가능함.
└나 레벨 62인데 가능할까?
└미친놈아.
-아 **놈들아! 난 가지도 못하는 아트리우스 이야기 그만해라! 뭔 죄다 물고기 소리밖에 없어!
└응- 말하는 꼬라지 보니 악명 개 높쥬?
커뮤니티에는 온통 아트리우스 이야기로 도배가 되었다.
이미 간 자와 갈 예정인 자, 그리고 갈 수 없는 자들이 서로 뒤섞여 만들어 낸 난장판.
하지만 그들 모두가 품은 생각은 일치했다.
아트리우스 가고 싶다!
물론 반대의 생각을 품은 사람도 분명 있긴 했다.
‘빌어먹을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아트리우스가 나와서 귀찮게 하는 거야?’
그중 한 명인 빅썬더.
재호 등장 이전부터 손꼽히는 최정상 플레이어로, 마법사 클래스 쪽으론 독보적 원탑으로 평가받는 플레이어였다.
또한 천재들만 모인다는 백탑 소속으로, 가슴 위쪽에 달린 황금 배지는 그가 장로임을 나타내었다.
천재 중의 천재!
빅썬더를 요약하면 그리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는 자신을 요란하게 드러내거나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었다.
조용히 사냥만 즐기는 고전적인 RPG 플레이어.
오로지 사냥 외길이었던 그는 가장 먼저 400레벨대에 진입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트리우스가 등장하면서 그의 즐거움은 위태로워졌다.
대륙보다 상위의 사냥터가 나타났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건 자신 역시 환영할 만한 일.
문제는 마탑 연합이 추진하는 대륙 내 웨이포인트 연구였다.
장로인 자신은 그 연구의 핵심으로 참여해야 했으나 탑주의 배려로 지금까진 개인 사냥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호가 계속 마탑 연합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자 결국 백탑에선 특단의 조치를 꺼낸 것이다.
“같은 임모탈리언인 빅썬더 장로가 알시아 대왕과 논의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신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장로 NPC의 음흉한 제안에 무한 사냥은 끝이 나 버렸다.
이젠 그동안 외면했던 백탑의 업무를 자신도 보게 된 것이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알시아… 아니, 황재호라고 했던가?’
당연히 빅썬더도 재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재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지구인이 아니라도 해도 될 정도였으니.
‘그 자식은 왜 날 귀찮게 하는 거야?’
그냥 대충 마법사들의 비자를 허가해 주고 보내면 될 일 아닌가?
왜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키우는 것인지 이해가 불가능했다.
콰르릉-
벼락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로 텔레포트한 빅썬더.
몇 번의 텔레포트로 도착한 페르마 사막이었다.
“으… 엄청나게 뜨겁군.”
로브를 벗어 던지고 싶을 정도.
“엘리시아 화원이 어느 방향에……. 응?”
문득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모래폭풍을 발견했다.
“뭐지?”
자세히 보니 그 폭풍 아래에 움직이는 이상한 물체가 보였으니.
“마차?”
쾅- 쾅-
마차로 보이는 그것에서 섬광과 함께 폭음이 터져 나왔고, 대포알들이 연달아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우워어- 난 너무 멋져-]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은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