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37
336화
전투는 약 10분간 지속된 끝에 마무리가 되었다.
“오케이! 레벨업했다!”
본격적인 사냥 세 시간 만에 올린 쾌거.
본래의 레벨로 대륙에서 사냥을 할 경우, 1레벨을 올리려면 아무리 빨라도 최소 3일은 꼬박 채워야 가능했다.
이 정도는 노가다라 할 수준도 아니었다.
또한 촉부리 펭귄 두 무리를 한꺼번에 사냥하는 것도 다른 파티에 비해 경험치 획득량에 큰 차이가 있었다.
살려 보내는 녀석이 거의 없는 점과 파티 숫자가 적은 것까지 따지면 세 배 이상의 효율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가장 레벨이 낮은 재호는 레벨업을 못 했다.
‘기생충이 따로 없군.’
바로 자신의 안에 자리 잡은 알드리온과 경험치를 반으로 나누고 있었으니.
[봉인된 에이프 드래곤 알드리온의 정수] [현재 경험치 : 3%]심지어는 그렇게 먹어 놓고도 고작 2%만 오르는 대식가.
이쯤되니 평생 품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빅썬더! 이 정도면 다섯 시간마다 2레벨은 무조건 올릴 수 있겠는데?”
테일러는 신난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빅썬더는 이게 무한히 반복 가능하진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레벨을 일시적으로 낮추어 경험치 효율을 올리는 시스템의 구조상, 실제 레벨의 제약 없이 사냥이 가능하다면 말도 안 되는 불균형이었으니.
하지만 아직 시스템적으로 그런 사안에 대한 방지책은 확인되지 않았다.
마치 이 무한 레벨업이 가능할 것만 같은 섬에 사람들이 더 빠져들길 기다리는 것처럼…….
그건 재호나 다른 플레이어들도 아직 느끼지 못한 것으로, 오로지 사냥, 한 우물만 판 빅썬더만 느낀 위화감이었다.
과연 저 안개 너머, 섬 가운데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저, 저기요! 알시아 님! 빅썬더 님!”
그때 사냥이 끝난 걸 확인한 먼데이 파티가 우르르 몰려왔다.
“대, 대박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깔끔한 사냥을 할 수가 있는 거예요?”
“저기… 죄송하지만 혹시 레벨 몇으로 고정시키고 하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촉부리 펭귄 공략 팁 같은 거라도…….”
재호만 있었다면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겠으나, 빅썬더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자신의 브이튜브에 공략 영상들도 적극적으로 올리는 사람이었기에 더 적극적으로 물어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이었다.
오히려 그런 부탁은 재호나 들어주지, 빅썬더는 더 매정했다.
“제 브이튜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공과 사는 철저히 분리시키는 빅썬더는 딱 잘라 말했다.
어쨌든 자신의 돈벌이 수단 중 하나인 공략 영상을 위해서라도 미리 공개할 순 없었다.
* * *
먼데이 파티를 돌려보낸 뒤, 마지막 몰이사냥을 시작한 재호 일행.
사냥은 순조롭게 진행이 됐고 촉부리 펭귄들을 몰아넣어 가두는 것까지 완료했다.
이어 빅썬더의 스킬 폭격 후, 뒤처리를 위해 재호, 티나, 테일러가 뛰어들어 두들겨 팼다.
헌데 아무도 예상 못 한 사건이 터졌다.
으로 마나를 태운 후, 회복에 집중하던 빅썬더는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음?!”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날카로운 검.
꽈릉-
스걱-
반사적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해 피하긴 했으나 등을 살짝 베이고 말았다.
“빅썬더?!”
촉부리 펭귄을 신나게 잡던 재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빅썬더를 노린 상대의 모습도 확인했다.
“쯧, 그러게 내가 한다고 했잖아. 암살은 공격력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냐.”
거대화된 줄기 위에 선 두 사람.
그들은 히죽거리며 재호 일행을 내려다봤다.
“네가 바스락 소리를 내서 걸린 거야. 그거 아니었음 처리했다고!”
“그 소리 네가 낸 거 아니었냐?”
“너거든?”
서로 책임을 미루며 투닥거리는 두 사람.
길리슈트 같은 변장용 망토를 뒤집어쓴 그들의 목적은 듣지 않아도 뻔히 알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도 PK를 한다고?!’
안 될 건 없긴 했다.
다만 레벨업을 위한 섬에서 사람을 노리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은 조금도 못 했다.
끠이이-
두들겨 맞던 촉부리 펭귄들은 재호 일행을 피해 반대편으로 멀찍이 피신했다.
하지만 녀석들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 이제 어쩌지?”
계속 자기들끼리 대화를 이어 나가는 둘.
“어차피 저 녀석들은 중요 스킬은 다 쓴 상태야. 게다가 빅썬더는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하지만 알시아는 좀 부담스럽지 않나? 괜히 건드렸다가 아트리우스를 다시 이용 못 하면 어떡해?”
“어이! 알시아!”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이 재호를 불렀다.
“어차피 우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아트리우스 비자를 발급 받았다. 그리고 거기엔 아트리우스 내에서의 PK 행위가 금지되어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제한한다는 내용이 없지. 그렇다면 문제될 건 없겠지?”
물론 지나친 PK로 악명이 높아질 경우에도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그건 얼마든지 관리를 통해 조절할 수 있었다.
“혹시나 네 감정이 상한다고 우리 비자를 빼앗는 치사한 짓은 안 하리라고 믿는다. 이거 다 촬영되고 있거든.”
만일의 경우도 철저히 대비한 그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어차피 쟤들 얼굴 가리고 있어서 안 보이는데?’
확실하게 제압하지 않는 이상 재호는 그들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저들의 공격이 오해나 충동적인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재호 일행을 노린 것이었다.
‘굳이 왜 이런 낭비를… 아.’
그렇게 생각하던 재호는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경험치를 얻는 방법은… 딱히 사냥에만 국한되어 있진 않아!’
다른 플레이어들을 죽여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뉴월드!
즉, 저들이 자신들을 노리는 게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PVP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저 디노스 섬 안에 널린 수많은 경험치 중 하나일 뿐.
특히 빅썬더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제약 탓에 아주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발상의 전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데?’
PVP로 얻는 경험치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었다.
같은 레벨의 플레이어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보다 경험치 양은 적었으니까.
가성비가 썩 좋다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네임드 플레이어를 잡아 명성을 높이려는 건가? 아니면 아이템 드랍?’
여러 가능성을 점쳐 보았으나, 무엇하나 확실한 건 없었다.
그리고 재호의 의문스러운 표정을 읽은 것인지, 상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단 얼굴이군.”
“맞아. 그냥 시간 낭비 아냐?”
“시간 낭비라……. 알시아 네가 보기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모를 거다. 암살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슬픈 존재인지.”
“응?”
여기서 갑자기 왜 암살자가?
“파티 참가 신청할 때마다 배척받고, 암살자라는 이유로 근거 없는 인성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나날. 그 서러움을 과연 네가 알까?”
“…….”
갑자기 시작된 신세 한탄에 재호는 물론 빅썬더도 당황했다.
왜 그 이야기를 자신들에게 하는 것인지…….
“이 섬이 레벨업 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해서 와 봤지만,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은 대접이었다. 오히려 저 빌어먹을 촉부리 펭귄들은 무리로 다니기 때문에 암살자는 더 쓰레기 취급당했지. 경험치 도둑놈 취급만 받았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의 생존법을 만들어 냈지.”
그것이 바로 디노스 섬 PK 단체!
너희만 꿀 빨아? 그렇다면 그 꿀통을 깨트려 주지.
처음엔 그런 뒤틀린 생각으로 시작된 분탕질이었으나, 막상 시작하니 썩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고레벨 플레이어들밖에 못 오는 섬의 특성상, 그들을 처리하고 얻는 경험치도 썩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촉부리 펭귄을 제대로 사냥해서 얻는 경험치가 더 크긴 했다.
하지만 단일 대상에게 폭딜을 가하는 암살자로는 무리 몬스터 사냥이 거의 불가능했으니…….
결국 그들은 플레이어 사냥을 시작하면서 이곳 디노스 섬이 희망의 사냥터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은 재호는 테일러가 그간 느꼈을 설움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응? 테일러?’
그러고 보니 테일러가 안 보였다.
방금까지 함께 신나게 촉부리 펭귄을 패던 이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니 이만 죽어 줘야겠어.”
하지만 할 말을 모두 마친 암살자들이 다시 공격을 준비하자 사라진 테일러를 계속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암살자는 명실상부 대인전 최강 클래스 중 하나.
그런 이들을 앞에 두고 있으니 재호는 물론 빅썬도도 긴장했다.
‘저 두 사람이 다가 아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또한 첫 공격을 실패했다고 해서 모습을 드러낸 채 태연히 있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암살자답지 않아.’
그런 모습에서 저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단 걸 재호는 직감했다.
“빅썬더.”
재호는 나지막하게 그를 불렀다.
“보통 이런 경우에 넌 어떻게 해? 이런 상황도 많이 경험해 봤을 거 아냐.”
사람과 싸우지 않는 빅썬더는 이런 상황을 벗어날 나름대로의 방법을 갖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당연하지. 방법은 간단하다.”
척-
대답과 함께 빅썬더는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텔레포트로 탈출하면 된다.”
“아! 그런 방법이?!”
번-쩍.
섬광과 함께 몸이 솟구치는 느낌이 드는 순간.
꿍-
“커헉?!”
“켁!”
“악!”
재호, 빅썬더, 티나의 비명이 차례로 터져 나오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뭐, 뭐야?!”
정수리로 느낀 둔탁한 충격은 꼭 단단한 천장에 박은 듯한 느낌.
“젠장! 어느 틈에 이런 걸!”
그리고 빅썬더는 뭔가 아는 게 있는 모양인지, 얼굴을 잔뜩 구기며 소리쳤다.
빅썬더에게 뜬 경고 알림의 내용은 그러했다.
이 일대에 저들이 뭔가 수상쩍은 짓을 했다는 뜻.
“으하하하! 우리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시간을 끌었을 거라고 생각했나?”
“아주 꼴좋군, 빅썬더! 넌 모르겠지만 난 예전에도 네게 파티 거부를 당한 적이 있지. 즉, 개인적인 복수의 감정도 있다 이거야!”
파바밧-
순식간에 주변에서 수 명의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내 그들을 포위했다.
‘큰일이네.’
사실상 당장 전투가 가능한 건 재호와 티나.
그리고 테일러는 어디로 간 건지 전혀 모르겠는 상황.
‘설마하니 도망친 건 아닐 테고.’
자신과의 관계가 있는데 냅다 꽁무니를 빼진 않았을 터였다.
“빅썬더. 이 지경인데도 싸울 생각은 전혀 없는 거야?!”
재호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너 여기서 죽으면 피해가 장난 아니라고!”
죽으면 담보로 잡힌 레벨이 몽땅 날아가 버리게 된다.
그럼 레벨 랭킹 1위의 빅썬더는 한순간에 300레벨이 되어 버리는 것.
[평화주의자] 칭호는 그런 피해를 감내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칭호가 절대 아니었다.또한 여기서 패배해 재호 자신이 죽는 건 별문제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티나는 아니었다.
‘탈출을 목표로 하면 어지간해서 죽진 않겠지만…….’
변수는 적들이 전원 암살자인데다 티나가 몰래 담보 레벨을 높게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도 안 돼.”
하지만 고민 끝에 들은 빅썬더의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이 정신 나간 놈이 이 와중에도?!”
도대체 무엇이 빅썬더의 대인 공격성을 저토록 깎아 먹은 것인가?
“야, 그럼 우리가 튀어도 아무 말 하면 안 된다?!”
재호의 1순위 목표는 티나의 안전.
싸움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이런 환경에선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알았다.”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빅썬더.
그 속 터지는 모습에 재호는 새삼 충격을 받았다.
‘진짜 죽더라도 칭호는 지키려는 거구나.’
이해할 수 없는 집착은 뒤로하고 전투를 대비하는 재호.
적당히 대응하다 틈이 보이면 바로 도망갈 생각이었다.
“후후,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너흰 여기서 다 죽는… 커헉?!”
푸욱-
그 순간, 그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시커먼 칼날.
“감히 그림자의 왕 앞에서 암살을 논하는 것이냐?”
그리고 그 칼을 뒤에서 박아 넣은 존재, 테일러가 나지막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