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39
338화
휘몰아치는 후폭풍.
폭음 사이로 간간히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오긴 했으나, 놀랍게도 가장 앞에서 맞은 빅썬더는 멀쩡했다.
“타격 대상 뒤쪽을 공격하는 스킬인가?”
역시 빅썬더는 스킬 속성을 바로 파악했다.
“보면 볼수록 이상한 스킬들을 많이 가지고 있군.”
하지만 이건 재호 고유 스킬이 아니라 아이템 귀속 스킬이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빅썬더는 재호의 다재다능함에 감탄했다.
“야! 이쪽 좀 도와줘!”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테일러의 다급한 외침.
티나는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 있지만 테일러는 상당히 궁지에 몰린 듯한 모습이었다.
“뭐야? 온갖 허세는 다 부리더니.”
“죽이려면 진작 죽였지! 한 놈 정도는 붙잡아 둬야 할 거 아냐!”
나름 머리를 굴린 테일러의 대응이었다.
재호는 저들이 비자 발급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뭔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지만, 테일러는 아니었다.
아트리우스와 연결된 곳은 라셀 왕국의 투차르 영지.
자신이 속한 왕국의 영토인 것은 물론, 그 짜증 나는 투차레아 백작과도 손잡고 투자를 한 곳이었다.
헌데 이런 약아빠진 암살자 놈들이 작정하고 허튼짓을 하기 시작한다면, 자신에게 어떤 식의 피해가 올지 몰랐다.
“이런 남 뒤통수나 노리는 비열한 놈들은 뿌리를 뽑아야 해!”
“…….”
암살자 수괴 중 한 명의 입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쨌건 테일러의 입장이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아직 재호가 상대하던 암살자들도 완전히 정리된 게 아닌 상황.
“후… 죽을 뻔했네.”
“비장의 수를 아껴 두고 있었군. 그냥 당하진 않는다 이거구만?”
먼지 속에서 킬킬거리며 일어난 암살자들.
하지만 그런 허세를 부리기엔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포션병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젠 끝이다. 똑같은 수에 또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어차피 곧 있으면 먼저 죽은 녀석들이 올 거다. 괜히 여럿한테 경험치 나눠 줄 바에 우리한테 내놓는 게 어때?”
음흉한 미소를 띠며 공세를 준비하는 그들.
“…어? 잠깐만. 야! 뭔가 이상하잖아.”
문득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다 깨달은 재호가 불쑥 말했다.
“죽으면 부활 대기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그리 빨리 와?”
간과했던 뉴월드 세계의 규칙.
자신이 이곳에 왔을 당시, 전원 고잉헬 호의 선원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즉시 부활이 가능했었던 것 때문에 잠시 착각했었다.
하지만 저들은 그런 장치가 전혀 없을 테고.
“뭐……?”
“너 진짜 엄청 무관심하구나.”
재호의 반응에 도리어 당황한 그들.
“알시아 이 자식아! 이미 인터넷엔 쫙 깔린 정보를 왜 너만 모르는 거냐?!”
재호의 의문을 용케 들은 테일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디노스 섬에서의 사망은 던전 퇴장과 비슷하다고! 자기가 등록해 놓은 부활 거점에서 즉시 부활이 가능하다고!!”
“뭐? 그런 게 있었어?”
전혀 몰랐던 재호.
“저런 멍청…….”
본능적으로 나오려던 비난은 바로 옆에서 싸우는 티나의 눈이 자신을 향하자 쏙 들어갔다.
“아, 아무튼 그렇다고! 아까 내가 말할 땐 아무 말 없다가 뒤늦게…….”
테일러는 투덜거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애초에 다시 덤빌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어 버릴 계획이었으니까.’
재호가 가진 대부분의 스킬이나 능력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 업데이트 되지 않은 최신 스킬 하나가 있었고, 이제 그걸 쓰려던 참이었다.
[알드리온의 정수 해방] [현재 경험치는 3%입니다.] [가능한 해방 단계는 1단계로 제한됩니다.]“가라! 알드리온!”
재호가 팔을 쭉 뻗으며 소리쳤다.
사실 3%밖에 회복되지 않은 알드리온이 나와서 뭘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으나, 일단 압도적인 위용만 뿜어내도 적들을 위축시키기엔 충분할 것이다.
쿠우웅-
디노스 섬을 뒤흔드는 거체.
몸뚱이만큼이나 거대하고 묵직한 두 팔.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만드는 유인원 얼굴.
“헉?!”
“저, 저거 뭐야?!”
[에이프 드래곤 알드리온이 소환되었습니다.] [공포에 빠져 모든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드, 드래곤?!”
“미친! 드래곤을 왜 소환해!!”
전쟁과 알드리온의 등장, 그리고 디노스 섬까지 오기까지 워낙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일이다 보니 암살자들은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 탓에 알드리온을 마주한 그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으으…….”
그냥 싸워도 힘든데 드래곤까지 상대해야 한다고?
“…….”
“…….”
이어지는 전장의 침묵.
“…뭐지?”
뭔가 이상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알드리온과 재호 일행.
‘빈틈을 보는 건가?’
‘뭐지? 기만? 도발?’
‘하긴 드래곤이 체통 없이 대뜸 달려드는 건 이상하지.’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서로 교환하는 눈빛 속에서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한 명이 슬그머니 엉덩이를 뒤로 빼자 약속이라도 한 듯, 나머지도 일제히 몸을 돌려 튀어 버렸다.
“갔나?”
1분 정도 지켜보던 재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러면 된 것이냐?
피곤에 절은 목소리로 알드리온이 물었다.
소환되는 순간, 재호와 이어진 단말을 통해 무슨 계획인지 눈치챈 그는 가슴에 힘을 빡 준 채 위엄을 뿜어냈다.
사실 그것 말곤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휴, 고생했어. 들어가서 쉬어.”
-그래……. 가능하면 이런 식으로 불러내진 말아 줬으면 좋겠군.
소환 해제되며 다시 봉인된 알드리온.
그리고 그의 경험치량은 3%에서 1%로 줄어들었다.
“…연비 최악인데.”
잠시 나와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한 걸로 2%가 감소해 버리면 주먹질 한 번은 얼마나 소모한다는 소리인가?
“후아- 어쨌든 정리는 됐네. 생포를 못 한 건 아쉽지만.”
테일러는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말했다.
“저 자식들 하는 거 보니까 꽤 조직적인 것 같던데, 어떻게 뿌리 뽑을 방법 없나?”
테일러가 툴툴거렸다.
“제지할 방법이 없잖아. 아트리우스 내에서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섬이나 대륙에서까지 PK 금지를 조건으로 걸 순 없으니까.”
“젠장! 저런 구린 놈들을 왕국 내에 두는 건 불안한데.”
“별일이야 있겠어?”
재호는 싱겁게 말했지만 테일러는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이제 반대파도 정리가 되고 자신의 비상만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거늘, 괜한 혼란이 일어나 방해받는 건 원치 않았다.
“그쪽은 네가 알아서 하고, 나랑은 별로 상관없는 문제니까.”
재호는 선을 분명하게 그으며 자신이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걸 드러냈다.
“그건 그렇고, 빅썬더!”
이번엔 근처에서 회복 중인 그를 불렀다.
“이런 식이면 너랑 사냥 못 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디노스 섬에서 플레이어들을 사냥하는 경우는 점점 늘어날지도 모른다 싶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부득이하게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었고.
헌데 그때마다 빅썬더가 손 놓고 얻어맞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지만 굳이 높은 확률의 험로를 택하고 싶진 않았다.
“미안하다. 할 말이 없군.”
빅썬더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내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이라는 게 대체 뭐기에?”
재호의 물음에 빅썬더는 주춤했다.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머뭇거리는 모습.
“야! 그걸 말해야 줘야 우리가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든, 손절하든 할 거 아냐!”
테일러도 발끈하며 나서자 결국 그는 입을 열었다.
“나는 어머니와 약속을 했다. 절대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고 착하게 살겠다고.”
“뭐? 고작 그걸로? 너 마마보이냐?”
어처구니없는 이유에 테일러는 헛웃음을 흘렸다.
“학창시절 문제아였던 내게 남긴 어머니의 유언이지.”
“컥!”
목구멍이 턱 막힌 테일러.
“알시아 님. 저 녀석 암살자답네요. 아무리 그래도 부모 욕은 좀…….”
티나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맞아, 테일러. 그건 좀 심한 말인 거 같다. 누가 불곰 길드 아니랄까 봐.”
재호도 동감했고.
“아, 아니……! 그게…….”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던 테일러는 결국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미안하다. 내가 실언을 했어.”
“괜찮다. 다들 하는 오해니까. 그리고 다행히 어머니는 위기를 넘기시고 15년째 건강하게 계신다.”
“이 미친놈아! 그걸 빨리 말하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잖아!”
“어쨌든 그때의 충격으로 난 더 이상 사람과 싸우지 않는다. 그건 게임 내에서도 지켜야 할 어머니와의 약속이지.”
“그래…….”
어쨌든 어머니를 언급한 이상, 이걸 가지고 왈가왈부할 순 없었다.
부모님을 건드리는 건 엘프조차 하지 않는 짓이니.
‘아닌가? 왠지 한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인간을 향한 적개심이 최고치였을 때라면 하고도 남았을지도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원래라면 빠르게 반응해 탈출할 수 있었을 거다.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마나 동결 아이템을 준비한 놈들과 만날 줄은 몰랐다.”
빅썬더의 말대로 텔레포트만 늦지 않게 썼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전투이긴 했다.
“후……. 알았어. 일단은 계속해 보자.”
결국 재호는 받아들였다.
한 번의 사례로 내치기에는 빅썬더와 함께하는 사냥의 효율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단, 조건이 있어.”
“뭐지?”
“사람하고 싸움이 나면 어차피 네가 하는 건 하나도 없잖아. 그러니까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굉장히 위험한 조건처럼 느껴지는군.”
“방금하고 크게 다를 건 없을 거야. 그저 널 방패로만 쓰겠다는 거니까.”
“…….”
상당히 불쾌한 대우였으나 빅썬더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방금 상황은 재호가 아니었다면 게임을 접어도 할 말이 없는 피해를 입었을 테니까.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결국 빅썬더는 자신의 입으로 승낙했고, 그걸 지켜보던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나름 재호에게 험한 꼴을 많이 당해 본 선배로서, 그가 지옥에 발을 담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
섬 외곽으로 도망친 암살자들은 먼저 죽고 돌아온 동료들과 합류했다.
“뭐야? 너희 왜 여기 있어?”
“알시아랑 빅썬더는? 설마 도망친 거야?!”
얼굴을 찡그리며 묻는 그들을 향해 살아남은 암살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알시아는 건드리지 말자.”
“뭐? 야 인마! 거의 다 잡은 상황이었잖아!”
“이 새끼들! 설마 알시아한테 뭐 받아먹기로 했냐?”
“너 말을 왜 그렇게 하냐! 사정이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는 그들에게 자신들이 만난 드래곤을 설명했다.
그리고 돌아온 반응은…….
“이거 완전 미친놈들이네?”
“지금 그걸 핑계라고 하냐? 뭐? 드래곤? 드래곤을 소환했다고?”
“아, 진짜라고! 리얼 드래곤이라니까?!”
“닥쳐. 아오, 이 등신들. 뭔가 다른 수작을 부린 거겠지. 드래곤을 소환수로 데리고 다니는 게 말이 되냐?”
“야, 됐어. 저것들 이제 껴 주지 마. 어차피 널린 게 암살자들인데.”
그렇게 디노스 섬 암살자 파티는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근데 다른 것보다 테일러가 문제 아니냐?”
아직 포기하지 못한 이들 간의 대화.
“어. 괜히 초네임드 암살자가 아니더라. 움직임이나 상황 판단 능력, 스킬 구성까지 완벽하던데?”
“쳇……. 우리가 테일러의 반만이라도 했으면 다 잡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더 분발하자고…….”
동종업계에 몸담고 있기에 느낄 수 있었던 테일러의 위대함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자존감 떨어진 테일러에게 닿지는 못했다.
* * *
투차르 항구, 샥스컬을 보호하는 바다 위의 요새.
그 가운데 우두커니 선 채로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멋지게 기른 수염이 나부끼는 그는 바로 이 요새의 제작자 조우조.
“후후, 다시 봐도 걸작이야.”
뼈아픈 실패에서 깨달음을 얻어 완성한 세기의 걸작.
커뮤니티 내에서도 투차르의 해상 요새를 자신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덕분에 바다 사나이를 꿈꾸는 이들의 배 건조 문의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고.
‘돈을 탈탈 털어 여기 투자한 게 정답이었어!’
비록 자신의 모든 노력을 송두리째 박살 낼 뻔한 재호를 위한 일이 되어 버렸지만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복구시키면 되니까!
‘그리고 투차레아 백작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
그가 먼저 재호를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할 정도로 친해진 사이.
그러나 과거의 인연 탓에 조우조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알시아 모르게, 단물을 쪽쪽 빨며 비상한다!’
어차피 아트리우스와 그곳의 특수한 이동 기술이 등장한 이상 바다의 로망은 허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두가 손절할 때 자신은 역베팅을 걸었다.
‘모두가 물러설 때 한 걸음 나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부사!’
촤아-
파도와 함께 멋짐에 심취한 순간.
“구우욱- 좀생이 수염!”
갑자기 머리 위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든 조우조.
“헉?”
말하는 커다란 부엉이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