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0
339화
아트리우스를 경유해 투차르 항구로 돌아온 재호 일행.
“오늘 좀 위험하긴 했어도 재밌었다! 다음에 갈 때 또 끼워 줘!”
오랜만에 피 말리는 싸움을 한 탓에 잔뜩 흥이 오른 테일러.
“파티 자리 비면 초대해 주지.”
그리고 돌아온 빅썬더의 매정한 대답에 테일러는 얼굴을 구겼다.
“야, 솔직히 오늘 너 우리 중에 제일 쓸모없었던 건 인정해야 한다. 우리 아니었음 너 지금 레벨 300이었어!”
“그건…….”
둥- 둥- 둥-
그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북소리.
“응? 이 소리 왠지 귀에 익은데?”
고개를 갸웃하는 재호와 달리, 급속도로 창백해진 테일러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야?! 설마 또 전쟁이야?!”
최근 신물이 날 정도로 들었던 전쟁 북 소리.
“아, 어쩐지 귀에 익더라.”
“그게 문제가 아니지! 망할! 설마 나 디노스 섬에 간 동안에 반대파 놈들이 다시 역전한 건 아니겠지?!”
테일러는 당연히 왕정파의 승리로 끝이 난 전쟁이라 생각하고 재호에게 들러붙었었다.
헌데 만약 그사이에도 상황이 역전되어 여기까지 밀려왔다면?
“안 돼! 절대 그러면 안 돼!!”
코앞까지 다가왔던 승리를 자신의 안일함으로 놓쳤다는 가정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병사들이 움직이는 건 항구 쪽인데?”
항구로 향하는 배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재호가 말했다.
영지의 병력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해상 요새로 향하고 있었다.
“어? 그러게? 바다에 적이 나타난 건가?”
걱정 반, 안도 반 상태의 테일러는 항구에 다다르자 빠르게 내려 병사 하나를 잡았다.
“이봐! 잠깐 멈춰라! 물어볼 게 있다!”
“이 자식이 바쁜 상황에…….”
“뭐? 이 자식? 난 테일러 백작이다!”
“헉?! 백작님!”
일반 병사들에겐 잘 먹히는 테일러의 작위.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고새 또 전쟁이 벌어진 건 아니지? 여기 영주 아직 그 뚱땡이 맞아?”
“뚱땡이 맞습니다! 헉?! 뚜, 뚱댕이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주님은 투차레아 백작님이 맞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우르르 움직이는 건 무슨 난리야?”
“아, 현재 바다 쪽에서 정체불명의 거대한 배가 접근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해서 만일을 대비해 전 병력이 해상 요새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설마 반대파 놈들, 남겨 둔 비장의 수라도 있었던 건가?!”
테일러는 이를 바득 갈며 자신의 검을 꺼내 들었다.
“알시아! 너도 도와줄 거지?!”
“일단은.”
어쨌든 이곳은 재호에게도 중요 거점.
적이 공격해 왔다면 일단 막아야 했다.
“가자!”
재호와 테일러, 그리고 티나는 항구를 달렸고 빅썬더는 반대로 달렸다.
“저, 저……!”
“내버려둬! 어차피 있어 봐야 도움도 안 되는데.”
욕을 한 바가지 퍼부으려는 테일러를 말리며 재호는 해상 요새 끝까지 달렸다.
이 난리가 나게 만든 대상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거대한 쓰레기더미 같은 배가 보였던 것이다.
색깔이나 크기가 제각각인 나무판자들을 덧대 억지로 만든 듯 조악한 디자인.
헌데 다른 것보다 특이한 점은, 배를 움직일 때 가장 중요한 돛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생긴 걸 보면 기계공학이 접목된 건 절대 아닌 것 같고…….’
떠 내려온 난파선은 아닌가 싶었으나, 분명 배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배를 움직일 만한 요인는 하나뿐이었다.
‘인력!’
도대체 얼마나 악독한 놈이 선장이면 저런 거대 쓰레기를 인력으로 움직일 생각을 한단 말인가!
뿌우우-
구구구-
나팔소리와 함께 해상 요새의 갑판 아래의 포문이 일제히 열렸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발포하겠다는 명백한 제스처.
재호는 망원경을 꺼내 접근하는 배를 살폈다.
‘해적이라면 보란 듯이 커다란 깃발을 걸었을 텐데. 그렇다고 반대파 귀족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기엔 너무 엉망이고. 대체… 음?!’
그때 재호의 눈에 무언가 잡혔다.
그리고 해상 요새 지휘관 또한 재호가 본 것과 같은 걸 발견해 사색이 되었고.
“괴, 괴물이다! 바다 괴물들의 공격이다!”
그건 바로 코끼리 머리의 괴수!
“공격!”
그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공격 명령을 내렸다.
콰과광-!
폭음과 함께 허공을 나는 대포알들은 적들에게 닿지도 못하고 바다 아래로 사라졌다.
군비 절약을 이유로 해상 대포 훈련을 거의 하지 않은 탓에 나온 결과였다.
출렁이는 파도,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바다 위인 탓에 지상의 포만 다루어 본 병사들이 제대로 쏠 리 없었다.
그래도 운 좋게 몇 발 정도는 배에 도달하는 듯싶었으나,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코끼리 인간이 손을 뻗어 잡아 버렸다.
“뭐, 뭐냐? 대포알을 잡아?!”
공격이 무력하게 막혔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지휘관.
텅- 텅-
이어 날아드는 대포알들도 가볍게 잡으며 배는 계속 다가왔다.
“왜 저 대포알들 폭발 안 해?!”
상황을 지켜보던 테일러는 당황했다.
“대포알이 왜 폭발해?”
“네가 쏘는 건 폭발하더만!”
“그건 고블린들이 만든 고급 대포알이야.”
일반적으로 뉴월드에서 쓰이는 포탄들은 쇳덩이에 불과했다.
재호가 쓰던 게 특이했을 뿐.
“그보다 저 코끼리 말이야… 수인 아니냐?”
“뭔 소리야? 수인이 왜 여기 있어?”
“난들 알아? 근데 동물 머리에 사람 몸을 가지고 있으면 보통 수인이라고 하지 않냐?”
“그렇지?”
재호는 망원경을 건네주었고 테일러도 갑판 위에서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으로 포탄을 막는 코끼리 수인을 발견했다.
“헉?! 지, 진짜 수인이네?!”
재호는 팔짱을 낀 채 다가오는 배를 응시했다.
‘근데 느낌이 영 좋지 않은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저 허름하고 이상한 배가 낯이 익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거기에 탄 수인까지.
‘내부가 보이질 않으니 확인이 어렵…….’
“야! 다른 수인들도 갑판 위로 올라오는데? 고양이, 개, 새… 어? 사람이다!”
“뭐?!”
“저쪽 배에 사람도 타고 있… 아니다. 뭐지? 고릴라 수인인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커진 재호의 불안감.
테일러에게 다시 망원경을 받아 살핀 재호는 그가 말한 고릴라 수인을 발견하고는 다리가 휘청거렸다.
수인들 사이에 늠름하게 선 근육질 남자.
고릴라라고 오해를 할 정도로 커진 상체는 재호가 익히 알던 모습보다 두 배는 되어 보였다.
‘아, 아버지……!’
그는 바로 지존우람, 황우람이었다.
* * *
“큰형님! 저 건방진 놈들이 다짜고짜 대포를 쏴 대는데 참고만 있어야 합니까?”
퍽-
기다란 코로 날아오는 대포를 잡은 코끼리 수인이 우람에게 물었다.
옆에는 잡은 대포알을 수북이 쌓아 놓았고 언제든 다시 돌려줄 용의가 있었다.
“흠,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군. 우리가 손님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야.”
우람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킁, 인간들은 원래 저렇게 예민하나? 고양이도 아니고.”
“뭐? 이 개새끼가 뭐라고 했어?!”
개 수인의 말에 발톱을 세운 고양이 수인.
“다들 진정해라! 우리끼리 싸워서 어쩌려는 거냐?”
우람은 그들을 꾸짖곤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너무 예민한 반응이긴 하군.’
혹시 이 배에 탄 게 수인들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새로운 종족이 나타나면 오히려 호기심을 보이고 일단 환영하는 게 국룰 아니었던가?
우람은 이렇게 격렬히 배척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NPC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군.’
투차르 영지 쪽은 막 전쟁을 치른 탓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는 걸 알 수 없었으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일부러 조심하다고 거리를 좀 두고 정박하려 했거늘, 이렇게 발작을 일으키듯 대포를 쏘아 대니 방법이 없군. 일단 멈춰라!”
우람이 이곳에 온 건 싸움이 목적이 아니었다.
엄연히 방문 목적이 있었고, 이곳에서 큰 거래가 약속되어 있었다.
다만 그 약속을 잡은 게 자신이 아닌 사번타자.
아직 접속을 하지 않은 탓에 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쓸데없는 싸움을 할 필요는 없으니 일단은 잠시 물러나도록 하지. 괜히 저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해적들을 열심히 때려잡긴 했지만 저들은 평범한 사람들.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음?”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내려가려던 우람은 불현듯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해상 요새 위, 사람들 사이로 불쑥 솟아 나온 거구.
게다가 등 뒤로 느껴지는 특유의 오오라에 그는 눈을 부릅떴다.
“저 녀석은?!”
얼굴은 구별이 안 되었지만 아버지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아들이 분명하다고.
재호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쳐 보지만 바다 건너 닿을 리가 만무했다.
귓속말 코드도 서로 모르는 부자지간이라 소통할 방법이라곤 바디랭귀지뿐.
휘적휘적-
열심히 두 팔을 흔드는 우람을 재호도 망원경으로 똑똑히 보았다.
“뭐냐 저거? 왜 팔을 흔들어 대?”
어느새 근처의 지휘관에게 남는 망원경을 빌린 테일러.
“와… 면상 살벌하다. 야, 저 인간 너보다 빡세게 생겼는데? 고릴라인 줄 알았더니 사람이었어!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냐? 문득 든 생각인데 진화 덜된 인간도 수인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나 싶네.”
“…너 내 방송은 다 챙겨 본다고 하지 않았어?”
“나? 다 보지.”
그러면 대회장에서 요란하게 응원하는 우람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터.
“좀 낯이 익은 거 같지 않아?”
“누구? 저 고릴라 수인? 헉?!”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재호를 본 테일러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낯익은 ‘조금 더 진화한 수인’이 바로 옆에도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저 고릴라 수인의 정체를 깨달은 테일러.
“야, 야, 야. 나 진짜 몰랐다? 알지? 너희 아버지인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거라고!”
딱히 몰랐다고 해서 테일러가 뱉은 패드립이 무마되는 건 아니었다.
“이래서 불곰 길드의 악명이 그만큼 높았던 거군.”
“헉?”
난데없이 뒤에서 불쑥 나타나 한마디 뱉는 빅썬더.
“부모욕은 기본 패시브인 모양이야.”
“아, 아니라고! 오해야! 아니, 그보다 직접 봐! 오해 안 하게 생겼는지! 실제보다 덩치가 두 배는 더 큰 거 같다고! 저게 사람이냐?!”
결국 테일러는 자폭했다.
“뭐 그건 됐고. 너는 도망가더니 왜 지금 다시 나타난 건데?”
재호의 물음에 빅썬더가 바다 건너 우람의 배를 가리켰다.
“저기 수인이 있다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와 봤지. 새로운 몬스터와의 싸움은 늘 환영이니까.”
역시나 사냥귀다운 이야기.
다만 하나 의문인 점이 있었다.
“수인이면 몬스터로 봐야 해, 아니면 사람으로 봐야 해?”
“과거 대륙의 늑대인간을 잡았을 땐 몬스터였지만… 솔직히 새로이 발견된 수인들은 어떨지 모르겠군. 영상으로 봤을 땐 확신이 들지 않았거든. 늑대인간은 멍청한 게 완전 몬스터 같았고.”
그래서 빅썬더는 이참에 확실히 판단을 내릴 참이었다.
“뭘 기준으로?”
“간단한 방법이 있지. 일단 그걸 확인하기 위해선 저들과 접촉할 필요가 있는데……. 같이 갈 건가? 마침 네 아버지도 저곳에 있다면 무턱대고 공격을 받진 않겠지.”
“좋아. 가 보자.”
어차피 저 배에 탄 사람이 우람이라는 걸 확인한 이상, 재호가 직접 가는 게 여러모로 나았다.
일단 쉬지 않고 대포를 쏘아 대는 병사들을 진정시킨 후, 빅썬더와 함께 텔레포트로 바다를 가로질렀다.
꽈릉-
천둥소리와 함께 갑판 한가운데 도착했다.
“윽? 이거 무슨 냄새야?”
도착하자마자 코를 틀어막는 테일러.
바다 특유의 냄새보다 더 진하고 탁한, 그리고 지독하게 시큼하고 꾸릿꾸릿 한 냄새…….
“우욱……. 아… 알시아 님……. 꼬, 꽃을…….”
나름 바다에 익숙해졌다고 자신하던 티나마저 현기증에 비틀거렸다.
팟-
재호는 얼른 심해 탐사용 엘프 전용 화환을 두 개나 꺼내 양어깨에 걸어 주었다.
“으윽… 야! 냄새 섞이니까 더 역겹다고!”
“지독하군…….”
편안해진 티나와 달리 두 배로 괴로워진 테일러와 빅썬더.
“으… 알시아 넌… 냄새를 못 맡는 거냐?”
테일러는 아무렇지도 않은 재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재호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건 익숙한 냄새기 때문이었다.
‘갑판 위엔 별다른 게 보이진 않지만 이 퀴퀴한 냄새는 분명 땀냄새!’
이어 시선은 발 아래로 향했다.
‘이 아래에 헬스장이 있을 거다.’
쿵-
그때 주변을 포위하듯 둘러싼 거구의 수인들.
그리고 그들 사이로 큰형님이자 헬스함의 선장 우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엔 커다란 부엉이를 얹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