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1
340화
게임 속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재호와 우람.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살벌한 긴장감은 빅썬더나 테일러는 물론, 티나와 수인들까지 긴장시킬 정도였다.
정작 당사자들은 이렇게 만나게 된 상황에 민망해 미쳐 버리기 직전이었지만.
“아, 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먼저 입을 뗀 재호.
“흠흠,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 말이다.”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그 볼일이라는 게 전쟁은 아니죠?”
“전쟁이라니?! 나는 그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짓은 하지 않는다!”
아들을 격투기 선수로 만들겠다고 발악하던 아버지와 참 잘 어울리는 대답이었다.
“이곳에서 누굴 만나기로 했는데 누군지를 몰라 일이 조금 꼬인 거다. 우리 항해사 친구가 지금 로그아웃 중이라서 말이다.”
“항해사? 여기에 아버지 말고 다른 플레이어도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지만 당장 사람이라곤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 그 친구 하나니 말이다. 나머지는 모두 수인들이야.”
우람이 재호에게 사정을 대충 설명하는 사이, 빅썬더와 티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수인들을 쳐다봤다.
수인들 역시 그들을 신기하게 살피는 건 마찬가지.
“이 녀석들은 그 바다 뼈다귀와 같은 종류의 인간인 모양이군.”
“저쪽은 큰형님과 같은 종족 같고.”
“이야기 못 들었어? 아들이라잖어.”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던데? 본능적으로 꼬리가 가랑이로 들어가더라. 꼭 포식자 같은 것이…….”
재호가 품은 드래곤의 힘을 본능적으로 느낀 그들.
“근데 이건 다른 뼈다귀와 모습이 좀 다른데? 귀가 툭 튀어나와 있잖아.”
티나의 뾰족한 귀를 신기하게 보는 그들.
“흠… 내가 볼 땐 토인족의 먼 후손이 아닐까 싶군.”
수인들이 저들끼리 쑥덕이는 걸 들은 빅썬더는 결론을 내렸다.
‘싸워선 안 될 것 같군.’
자신이 싸웠던 늑대인간과는 확실히 달랐다.
지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순 없으나, 일단 확실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등 생명체라는 건 확인했다.
건드렸다간 자신의 평화주의자 칭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에 절대 건드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와… 진짜…….”
한편 수인을 실제로 마주하고 충격을 받은 테일러.
뭔가 묘하게 느껴지는 불쾌한 골짜기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일어났다.
‘그 아들에 그 아버지가 따로 없네. 어떻게 이런 괴물들을 끌고 다닐 수 있는 거지? 게임한 지 오래된 분인가?’
이쯤 되니 재호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당장에라도 어머니 근황을 묻고 싶었으나, 재호는 한쪽에서 우람과 대화 중이었기에 호기심은 접어 두어야 했다.
“어이, 인간들!”
쿵-
캐치볼로 얻은 대포알을 정리하고 뒤늦게 돌아온 코끼리 수인.
“너희는 삼대 몇이지?”
“응?”
당황한 테일러.
“삼대 몇이냐니…….”
“음? 뭐지? 모르는 거냐?”
도리어 크게 당황한 수인들이 웅성거렸다.
“큰형님이 인간 세계의 강함의 척도는 삼대 측정이라고 했거늘.”
“그게 무슨… 아! 설마 그걸 말하는 거냐?”
뒤늦게 그들이 말하는 게 뭔지 이해한 테일러가 대충 바벨을 들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래! 그거다!”
“어… 진짜 맞다고?”
맞춰 놓고도 당황한 테일러.
“아 그래서 몇이여?”
“뭘 물어봐? 척 봐도 힘도 못 쓰게 생겼는데.”
“어… 모르겠는데.”
대체 게임 속에서 누가 삼대 중량 운동을 한단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너희 모두 따라와라. 이참에 측정해 자신의 힘을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그러곤 수인들은 다 같이 갑판 아래로 향했다.
“어어… 어쩌지?”
어찌할 줄 모르던 테일러는 빅썬더와 티나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
“뭐, 가 보면 되지.”
“그래서 삼대가 뭔데?”
“…….”
두 사람의 반응을 본 테일러는 괜히 억울해졌다.
어쩐지 자신만 이 사태에 심각해하는 것 같았기에…….
* * *
“그러니까 조우조라는 사람을 찾아왔다는 거죠? 배를 만들려고?”
우람에게 대충 설명을 들은 재호.
“그래, 네가 봐도 지금 이게 어디 배라고 할 수 있겠냐? 그래서 한 척 그럴싸하게 만들려고. 안에 기구들도 좀 제대로 만들고.”
“예?”
“그래서 우리 항해사 친구가 조우조라는 녀석을 추천하더군. 요즘 제일 핫하다고. 물론 기구는 대장장이에게 의뢰해야 하겠지만.”
“그, 그렇군요.”
새삼 우람도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 재호.
“어쨌든 찾는 사람은 조우조라고요?”
“그래. 혹시 아는 양반이냐?”
처음 들었을 땐 낯선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투차레아 백작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저 해상 요새를 만든 사람이라고 했었지. 근데 저것도 배라고 봐야 하나?’
베이스는 분명 배긴 하지만 과연 선박 건조 능력도 뛰어날진 의문이었다.
하지만 사번타자가 조우조를 추천한 것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재호에게 의문이 들게 만든 저 거대 구조물을 띄울 수 있는 능력!
우람이 원하는 새로운 배의 컨셉을 고려해 선택한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아,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그냥 건너 이름만 들은 정도? 근데 그럴 거면 조용히 오지 갑자기 싸움은 왜 벌였어요?”
“뭐? 이 자식아. 우린 공격할 생각 조금도 없었어! 오히려 저 녀석들이 냅다 대포를 쏴 대서 놀랐구먼.”
“조우조한테 미리 말 안 했어요?”
“항해사 친구가 전담해서 진행 중이었거든. 아마 곧 올 때가 되긴 했는데… 쯧!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냅다 공격을 해도 되는 거냐?”
“아무래도 예민한 상태라서 그럴 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지전을 치르고 있었거든요.”
“응? 정말로 전쟁 중이었다고?”
혹시나 했던 가정 중 하나가 정답이었다.
“끙……. 그러면 놀라서 공격을 해 댄 것도 이해가 되긴 하는군.”
수인을 처음 봤을 때, 자신도 얼마나 놀랐던가?
“거참, 뉴월드에선 정말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사건이 벌어지는군. 확실히 옛날 게임과는 달라. 나 때는 레벨업하고 아이템 파밍, 레이드의 반복이었는데. 이러니 나처럼 올드 게이머들이 뉴월드를 두려워하는 거야.”
“…적어도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안 어울리는데요?”
재호도 온갖 이상한 경험은 많이 해 봤다.
그럼에도 우람이 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다닌 건진 예상이 어려웠다.
위스트넌 대륙에서 최초 발견된 줄 알았던 수인들과 배 위에서 쇠질을 하고 있는 상황.
대체 뭘 어떻게 게임을 해 왔으면 이 상태까지 온 걸까?
“그리고 아버지가 말한 올드 스타일을 고수하는 젊은이도 아예 없진 않아요. 심지어 그것만으로 정점에 선.”
그건 바로 빅썬더.
“그래? 그 친구가 그렇게 대단했어? 하지만 딱 봐도 마법사 아니냐?”
우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혀를 찼다.
“마법사는 옛날부터 얍삽한 놈들이나 하던 거야.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녀석도 마찬가지야. 시커멓게 입은 꼴을 보니 아주 어둠의 자식이 따로 없어. 완식이처럼 좀 듬직한 친구도 같이 다니지 그랬어?”
“겉으로만 듬직한 친구 둬서 뭐하게요? 완식이 걔 힐러인 건 알고 있어요?”
“뭐, 뭐라고?!”
크게 충격을 받은 우람.
대회에서 이미 완식의 클래스나 포지션은 공개되었으나, 오로지 재호의 플레이만 봤던 우람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몰라서 그렇지, 영지에 가면 아버지가 환장할 듬직한 동료들 많아요. 나중에 한번 놀러 와요.”
우람과 정말 딱 어울리는 이들이 한 트럭 있었다.
“흠, 어쨌든 말이다. 너는 다른 녀석들보다 좀 더 배웠으면(?) 친구들 벌크업 좀 시켜 주고 해야지. 특히 너 옆에 졸졸 따라다니는 그 엘프는 더더욱…….”
오오오-!
하지만 갑작스레 터져 나온 함성에 우람은 말을 멈췄다.
“음? 무슨 소란이지?”
“갑판 아래 같은데요? 거기 헬스장 있는 거 맞죠?”
이미 냄새로 짐작하고 있던 재호.
“아까 우르르 내려가더니 설마 뭔 짓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녀석들이 조금 험하게 생기긴 했어도 나쁜 녀석들은 아니야. 그리고 이 함성은… 아무래도 환호성 같은데.”
두 사람은 서둘러 갑판 아래로 향했다.
더 진해지는 지독한 땀 냄새와 자욱해지는 수증기.
그리고 그 가운데 모인 수인들은 연신 기합과 함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 큰형님!”
코끼리 수인이 우람에게 코를 들었다.
“큰형님! 이 토인족 녀석 제법 힘 좀 쓰는데요?”
“응? 토인족?”
덩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두 사람은 토인족이라 불린 이가 티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이를 꽉 물고 삼대 측정 중이라는 것도.
“오오! 대단하군! 자그마해서 힘도 제대로 못 쓸 줄 알았더니!”
“이 정도면 견인족 수준은 될 것 같은데?”
“구욱! 귀쟁이 강하다!”
수인들이 연신 티나의 완력에 감탄을 터뜨리자 우람은 할 말이 없어졌다.
“흠흠! 히, 힘이 저렇게 좋은데 어찌 근육 모양이 하나도 안 잡힐 수가 있는 건지 의문이군.”
자신의 오해를 정당화 하며 우람은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다른 두 놈은 영 상태가 별로입니다.”
“그 바다 뼈다귀 녀석과 별로 다를 게 없던데요?”
칭찬뿐인 티나와 달리, 비웃음만 들은 테일러와 빅썬더.
“아, 억울하다고! 내가 할 땐 저 커다란 부엉이가 봉에 앉았었잖아!”
“구욱- 내가 들어준 거다-”
부댕이의 비웃음에 테일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야! 너 몇 키로야? 아니, 애초에 이게 어떻게 강함의 기준이 되냐고! 난 민첩캐라니까?! 얘는 지능캐고!!”
“난 빼. 굳이 이 쓸데없는 말싸움에 끼고 싶지 않다.”
빅썬더는 테일러와 같이 취급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었다.
덕분에 더 모양 빠지는 테일러의 항의.
“흥, 그러니 만날 도망만 다니지.”
거기다 수인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일어난 티나가 기름을 부었다.
“젠장! 야! 그럼 달리기로 해! 나보다 빠른 놈 있어?! 어?! 나와 보라고!”
“야야, 진정해. 너 이미 뇌절이야.”
재호가 뜯어말렸지만 이미 오늘 하루 종일 자존심에 상처 받은 테일러는 폭주해 버렸다.
“오호라? 달리기에 자신이 있다고?”
테일러의 발언에 반응을 보인 한 수인.
척-
늘씬하고 날렵하게 생긴 체형.
헌데 머리를 보니 아무래도 가젤과 닮아 있었다.
“얼마나 빠른지 한번 구경해 볼까? 나는 너무 빨라서 물 위도 달릴 수 있는데 말이야.”
“…….”
말문이 막힌 테일러.
자신이 스피드광임을 전신에서 뿜어내는 상대.
결국 테일러는 휘청거리며 무너지고 말았다.
짝짝-
“자자, 다들 이쯤 하도록 하지!”
달아오른 분위기를 우람이 능숙하게 진정시켰다.
“이미 알겠지만 이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또한 저쪽에서 대포를 쏘아 대는 이들 역시. 내 아들에게 들어 보니 사소한 오해가 있는 모양이더군.”
“그렇습니까? 뭐, 그럼 좋게 생각하죠. 쇳덩이들이 제법 생겼으니 더 크게 증량할 수 있을 겁니다.”
코끼리 수인의 말에 재호는 혀를 내둘렀다.
‘원래 이런 거야, 아니면 아버지가 정신 개조를 시킨 거야?’
어쨌든 어느 정도 통하는 점이 있었으니 함께한 것이겠지만 이건 좀 과하다 싶었다.
팟-
그때 구석에서 접속한 항해사.
“오, 드디어 왔군.”
“네?”
갑자기 잔뜩 모여 있는 사람들과 수인의 모습에 당황한 그.
우람은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한 그를 재호에게 소개했다.
“소개하지. 이 친구는 우리 헬스함의 항해사, 일번타자다.”
하지만 소개를 들은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주 익숙한 얼굴을 보면 분명 자신이 아는 사람이었으니.
“아- 일번타자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엄청 닮았네요?”
“어?”
두 배에 이중취업을 한 항해사 사번타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름이 의미심장하네요. 꼭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튈 준비를 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 알시아?!”
이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