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3
342화
재호와 우람의 다툼이 끝난 건 5분 정도 지나서였다.
“흠흠, 그래. 일번… 아니, 사번타자. 조우조인가 하는 양반하고 이야기는 잘 된 건가?”
우람이 사번타자에게 물었다.
“네, 다행히 저희 쪽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역시 비용이 문제인데, 해적들에게서 빼앗은 보석들로는 모자랍니다. 선금은 충분히 치렀으나 잔금을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랍니다.”
배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한 달.
그사이에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 했다.
힐끔-
“저한테 달라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어허! 이 아버지는 아들에게 손 벌리고 하는 사람 아니다!”
하지만 뒤로 작게 혀 차는 소리가 들리는 걸 재호는 분명 들었다.
“혹시 단기간에 돈 많이 벌 수 있을 만한 곳 모르냐?”
“글쎄요?”
재호야 이래저래 돈을 지속적으로 벌고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꽃집 수익.
게다가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일확천금이라…….”
그걸 알 만한 고수들이라고 하면…….
“사냥과 파밍 아닐까? 나는 그렇게만 했는데도 충분히 돈이 모였다.”
“에이, 그건 효율이 나빠. 교역 마차를 터는 게 크게 한탕 치기에 최고지.”
두 고수 빅썬더와 테일러의 제안.
“흠……. 마차를 터는 건 솔직히 취향이 아니군.”
테일러의 제안은 바로 기각되었다.
“아니, 아버님?! 어째서 그만한 전력을 낭비하시려는 겁니까? 제게 수인들 다섯 명만 붙여 주시면 확실하게…….”
“어허! 그런 위험한 짓을 자처할 필요는 없어. 나 때는 말이야, 사람을 함부로 건드리면 바로 경비병들이 나타나서…….”
시대에 뒤떨어진 게임론을 한참 설파한 뒤, 우람의 시선은 빅썬더를 향했다.
“사냥과 파밍이라. 친구는 꽤 괜찮은 게이머 같군. 혹시 돈 잘 벌리는 던전이라도 알고 있나?”
“있습니다. 클리어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약 10분으로, 내부의 광물까지 모두 채집하면 20분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호, 나쁘지 않군. 그러면 얼마 정도 벌리지?”
“대략 500골드 정도입니다.”
“뭐? 그런 곳이 있어?!”
듣고 있던 테일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20분에 500골드를 벌 수 있는 방법은 듣도 보도 못했다.
그런 곳이 있었다면 진작 소문이 다 퍼졌을 테니까.
“있다. [어리석은 자들의 황동 골짜기]라고.”
“뭐? 거기? 거기 무슨 돈이 벌린다고?”
의외로 테일러도 아는 곳.
하지만 결코 돈 잘 벌리는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거길 10분 클리어를 어떻게 해? 보스까지 쭉 달리기만 해도 최소 30분은 걸리……. 아. 너 설마……?”
테일러는 빅썬더가 말한 평균의 함정을 깨달았다.
“너 사냥충이잖아! 게다가 텔레포트도 있고!!”
위 아래로 뺑뺑이를 돌게 만드는 던전 구조 탓에 효율 나쁜 곳으로 유명한 던전.
하지만 텔레포트가 있으면 그런 건 깡그리 무시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흠흠, 지존우람 님.”
그때 잠자코 있던 사번타자가 그를 불렀다.
“저희가 지불해야 할 남은 잔금이 85만 골드입니다. 던전 뺑뺑이를 돈다고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닙니다…….”
택도 없는 금액.
“할 거라면 저는 테일러 님이 추천한 교역 마차를 터는 게 베스트 같습니다.”
“끄응… 나더러 도둑놈이 되라고? 이 덩치에 수인들을 끌고 털었다간 바로 정체가 들통날 거다.”
그건 맞는 말.
수인이라는 존재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대륙에서 함부로 범죄를 저질렀다간 바로 수배령이 떨어질 게 분명했다.
“변장을 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시간도 걸리고, 변장을 위한 준비를 하다 보면 자연히 이상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테고…….”
그러나 우람이 말하는 걸 묵묵히 듣고만 있는 재호는 악마의 속삭임에 귀가 팔랑이고 있었으니.
‘생각해 보면 나도 금전적으로 많이 쪼들리는데…….’
힐끔-
재호의 시선이 우람을 향했고, 마침 우람의 시선도 재호를 향했다.
“아버지…….”
“?”
“마차 터시죠?”
재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 * *
도둑질을 한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우람이었으나, 다행히 재호는 그의 부담을 덜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침 털어도 뒤탈 없을 녀석들이 있거든요.”
그건 바로 전쟁에 패배한 반대파 귀족들.
라셀 왕국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든 이상, 그들이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도망을 가야 할 텐데, 욕심 많은 귀족들이 과연 쓸 만한 것들을 남겨 두고 갈까?
“박박 긁어서 도망가겠죠. 우리는 그걸 터는 겁니다.”
“흠, 그래서 그 귀족이 몇 명이지?”
“그건 왕국군 ‘총사령관이나 다름없었던’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테일러가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커다란 종이도 준비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의 입장에선 당장 족쳐야 할 상대들이었으며, 동시에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반대파로 전쟁에 참여했던 가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거대 가문의 압박에 못 이겨 참여한 군소 귀족들을 제외하면 다섯 가문 정도가 남습니다. 구몰 공작가와 나머지 백작가.”
하지만 구몰 공작가는 가주를 잃었고 영지는 악어새들에게 점령당해 버렸기에 끝장난 상태.
“남은 건 네 개의 백작 가문입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도망갈 준비를 한참 하고 있거나, 왕국군에게 포위당한 상태일 겁니다. 하지만 만약 포위를 당했다면 저희가 그들의 보물을 터는 건 어렵습니다.”
“왜지?”
“왕국군이 보는 앞에서 보물을 훔치는 건 자칫 왕실을 무시하는 행위가 될 위험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도망을 쳐야 우리가 털 수 있다는 소리군. 헌데 그렇다면 더 골치 아파지는 것 아닌가? 작정하고 도망가는 녀석을 어떻게 잡으려는 거지?”
우람의 의문에 테일러는 훗-하고 웃음을 흘렸다.
“도망을 가려면 라셀 왕국을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지정학적으로 봤을 때 탈출하기엔 최악의 조건입니다. 알시아가 구축해 놓은 동대륙 삼각 동맹이 그들의 탈출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기 때문이죠. 결국 그들은 위험하고 느린 길로 힘들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추격은 수월할 거란 소리군.”
하지만 곧 전달된 레드벌룬의 정보를 확인한 재호는 표정이 굳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부터 듣자.”
“이미 네 백작가가 손을 잡고 도주 중이래.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털 필요가 없어.”
“그럼 생각보다 빠르게 도주를 시작했다는 게 나쁜 소식이구나.”
테일러는 지레짐작했다.
“아니. 벌써 왕국 국경을 벗어났대. 그게 나쁜 소식이야.”
“뭐?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가?!”
하루 만에 왕국군의 눈을 피해 국경을 넘는다고?
절대 불가능했다.
“아니, 텔레포트라면 가능하지.”
재호가 내려놓은 자료들을 차례로 살핀 사람들.
“…얘들 정보 믿을 만한 거 맞아?”
테일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뜬금없이 텔레포트가 웬 말이야. 그만한 사람들을 이동시키려면 어쭙잖은 마법사 한두 명의 능력으론 턱도 없을 거 아냐? 아냐?”
테일러는 빅썬더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아. 이동할 대상의 숫자나 크기, 거리에 따라 마나 소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귀족 가문이 가솔과 보물을 가지고 대피하려면 마탑의 장로가 최소 두 명은 나서야 할 거다.”
하지만 마탑은 왕국 내의 정치 문제에 관여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도움을 줄 수야 있겠지만 이 경우엔 단순히 친분으로 나설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반란에 실패한 귀족들의 도주를 돕는다?
중립을 지키지 못한 마탑의 후폭풍은 대륙을 흔들지도 몰랐다.
“텔레포트로 도망갔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어때? 그게 제일 그럴싸해 보이는데.”
테일러는 여전히 믿지 않았으나, 재호는 레드벌룬을 신뢰했다.
대륙 전체를 기준으로 본다면 몰라도 라셀 왕국 내에서 만큼은 최고의 정보 단체였으니까.
‘내가 이 정보를 구하고 있다는 게 뤼니오르 씨 귀에도 들어갔을 거야.’
그리고 뤼니오르는 여러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 후 재호에게 보냈을 테고.
하지만 이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겐 말할 수 없었다.
뤼니오르와 레드벌룬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은 재호만 아는 것이었으니.
“그럼 준비하자고!”
그냥 밀어붙여서 끌고 갈 수밖에.
“왕국군 쪽이 진짜면 우린 손해만 보는 거잖아.”
“거참, 눈 딱 감고 믿어 봐. 언제 나랑 같이 움직여서 손해 본 적 있어?”
“있는 거 같은데.”
“그럼 그만큼 이득도 봤겠지! 그럼 가자, 빅썬더!”
“…알았다.”
재호에게 빚져 놓은 게 있다 보니 그는 묵묵히 텔레포트를 준비했다.
* * *
재호가 뤼니오르를 믿은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살아남은 귀족들은 텔레포트로 라셀 왕국을 탈출했으니까.
그렇게 탈출한 그들이 향한 곳은 룬가 왕국.
라셀 왕국의 서쪽에 자리한 나라로, 재호와는 악연으로 이어진 곳이었다.
과거 룬가 왕국 내에서 블랙 드래곤 오기크와의 혈전을 벌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 추궁도 가볍게 무시해 버렸고, 그로 인해 관계는 끝장났다고 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오. 룬가 왕실에서 기꺼이 우리를 받아 주기로 했다니.”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지니고 있으니 이해해 준 것 아니겠소? 알시아 그 작자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었으니.”
커다란 마차에 함께 탄 네 백작.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가솔과 보물을 실은 마차들, 그리고 기사들이 룬가 왕국을 나서 벌판을 횡단하는 중이었다.
목적지는 구 불곰국 터.
재호의 폭탄에 머리가 터져 죽은 오기크.
그때 발생한 광범위한 영역의 마나 오염으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장소.
그들이 향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던 것이다.
“헌데 정말 괜찮겠소?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들 역시 당시의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죽음의 땅이라고도 불리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되는 게 당연한 일.
“껄껄, 걱정들 마십시오.”
그들의 우려에 마차 끝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대답했다.
“모두가 그곳이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지만, 룬가 왕실 마법회는 불가능을 극복해 냈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장담해 드리지요.”
자신 있게 말하는 노인의 이름은 무무만.
룬가 왕실 마법회 회장인 그는 마탑 연합조차 포기해 버린 마나 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 냈다.
“그곳의 넘치는 마나를 활용하는 데 성공했으며, 여러분들을 룬가 왕국까지 한번에 이동시킨 것도 그 덕분이지요. 그 정도면 저희가 통제할 수 있다는 증거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하루 만에 라셀 왕국에서 탈출을 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그것.
이미 라셀 왕국 내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을 한참 전부터 예의 주시하던 룬가 왕국은 내전이 일어나자마자 곧장 반대파 쪽과 접촉했었다.
표면상으론 그들과의 비밀스러운 협력 관계 형성이었으나, 룬가 왕국 내부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었다.
반대파는 패배할 것이라고.
그럼에도 굳이 그들과 접촉한 것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마차에 탄 귀족들은 절대 알 수 없을 이유가.
덜컹-
크게 들썩이는 마차.
“어이쿠.”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절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헌데 텔레포트로도 가능한데 굳이 마차로 이동할 필요가 있는 거요?”
라셀 왕국에서 탈출에 성공했다는 실감이 들자 슬그머니 나오기 시작하는 볼멘소리.
룬가 왕국에서 파괴된 불곰국까지 가려면 반나절은 꼬박 가야 했기에 아무리 고급 마차라도 불편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허허,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해졌다고 하더라도, 공간을 뛰어넘는 대규모 마법이 그곳에서 어떤 오작동을 일으킬지 모르니 말입니다.”
“끄응……. 그리 말하니 할 말은 없소이다.”
“이거 참, 가문 전용 마차였다면 체면은 잠시 잊고 드러눕기라도 할 텐데 말입니다. 하하!”
그렇게 30분가량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진 그들은 결국 허리를 구긴 채 잠을 청했다.
“…….”
잠든 귀족들을 쳐다보는 무무만.
이어 햇살을 막기 위해 가려 놓은 마차의 커튼을 살짝 들어 올렸다.
저 멀리 보이는 시커먼 하늘.
그 아래가 바로 이 행렬의 목적지였다.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음에도 선명히 보이는 불길한 풍경을 보며 무무만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