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5
344화
관리자 앞에 떡하니 선 재호.
갑옷을 입은 재호의 분위기는 상당히 살벌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맨몸으로 있을 때보다는 덜 위협적이었다.
본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갖 위압적인 칭호 효과들이 정체를 숨겨 준 갑옷 덕에 조금은 가려진 것이다.
대신 그만큼 재호의 대화(?)는 힘을 쓰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갑옷과 상관없이 상대와의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 훌륭한 스킬이 하나 있었다.
[당신의 몸에선 언제나 향긋함이 느껴집니다.] [효과 : 악마를 제외한 NPC를 대상으로 호감도 버프를 받습니다.]갑옷으로도 막을 수 없는 강렬한 향기가 관리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흐읍?!”
무섭지만… 막 싫지는 않은 그런 느낌.
계속 보다 보니…….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평소보다 더 극적인 효과.
재호의 칭호나 악명 탓에 억눌려 있던 아로마 효과의 진정한 힘이었다.
[상대가 당신에게 호감을 보입니다.]‘됐군.’
마침내 긍정적인 알림이 떠올랐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아니, 괜찮습니다.”
허둥지둥하는 상대에게 재호가 부드럽게 예를 갖춰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 외모 때문에 오해를 하신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앞서 말한 대로 대륙 각지의 몬스터 사각 지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모험가들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왜 굳이 그런 일을…….”
또 말꼬리를 잡는 관리자였으나 어조는 확실히 바뀌었다.
빅썬더가 말할 땐 의심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경탄이 담겨 있었으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말입니다. 그것이 나 자신과의 약속이니 말입니다.”
“아!”
그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재호의 말에 크게 감동한 모습.
‘저 자식은 참… 볼 때마다 게임 편하게 한다 싶네.’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는 테일러는 툴툴거렸다.
그간 재호가 말로 상황을 대충 넘기는 걸 자주 보긴 했다.
대부분 외모 빨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으나, 정체를 숨긴 지금도 먹히니 이해가 불가능했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말 몇 마디가 어떻게 저렇게 먹히지? 혹시 최면 스킬 같은 거라도 있나?’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가졌으나, 반은 맞췄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그와 말을 섞은 순간부터 재호는 최면이나 다름없는 스킬을 몰래 쓰고 있었으니까.
상대가 별 볼 일 없는 일반 NPC이기 때문에 효과는 직방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단한 분들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시간을 빼앗았군요. 얼른 처리를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허무하게 해결되어 버린 상황에 빅썬더와 우람은 말문이 막혔다.
테일러와 달리 그들은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걸 본 적이 없었으니.
“그럼 룬가 왕국에서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관리자의 배웅을 받으며 학회를 나선 일행.
방금 발생한 일차적인 난관은 잘 넘어가긴 했으나, 사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현재 재호 일행은 비주얼만으로도 최상의 어그로.
멀리서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들은 그들을 확실히 기억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몇몇 마법사들은 재호가 지나갈 때 흘러나온 은은한 향기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까지.
‘이… 이 익숙한 냄새……. 어디서 맡아 봤더라?’
기억은 안 나는데 몸은 반응을 보이는 두려운 향기.
과거 불곰국에서 재호를 만나 본 적 있는 사람들은 희미하게 남은 기억의 잔향에 몸을 떨었다.
* * *
룬가 왕국의 뒷골목 정보상 황금매.
황금매의 핵심 거점인 황고 도박장은 오늘도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희망으로 만든 최고급 객실에선 황금매 주인이자 황고의 사장인 레트니가 중요한 손님과 만나는 중이었다.
“드시… 오랜만이로구만. 자네가 풋내기일 때 마지막으로 본 것 같은데 어느새 나와 마주할 정도로 커졌군.”
상대는 바로 레드벌룬 라셀 왕국 3지부 대장이었던 드시.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모르는 보스 레드벌룬을 제외한 최고 권력자로 대우 받았다.
명실상부 레드벌룬의 2인자.
“아닙니다. 아직 레트니 님에 비하면 풋내기일 뿐입니다.”
“후후, 겸손 떠는군. 레드벌룬 그자가 처음으로 2인자라고 내세운 인물이 자네이거늘.”
하지만 실제로 2인자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조직 내에서의 대우나 결정권을 많이 가지긴 했으나, 이건 오로지 알시아라는 거물과의 거래를 자신이 전담하면서 생긴 일이었으니.
하지만 그런 자세한 내부 사정까지는 레트니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 탓에 조금 다른 오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조직임에도 정체를 꽁꽁 숨긴 레드벌룬이 이전에 없던 2인자를 내세웠다라……. 그렇다는 건 레드벌룬에게 뭔가 일이 생겼다는 뜻이려나.”
레트니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드시를 떠보았다.
라셀 왕국 뒷골목의 제왕 레드벌룬에 대한 정보는 오래전부터 정보상들이 얻고 싶어 안달이 났다.
당연히 레트니도 예외는 아니었고.
이웃 왕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보니 레드벌룬과 과거부터 협력을 하는 사이인 황금매.
허나 그렇다고 영원한 동맹이냐면 절대 아니었다.
대가만 충분하면 동맹의 정보도 팔아 버리는 게 뒷골목 정보상들.
언제 황금매와 레드벌룬이 척을 지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황금매가 먼저 뒤통수를 칠 순 없었다.
이유인즉, 레드벌룬은 황금매의 두목 레트니를 알지만, 레트니는 레드벌룬의 정체를 모른다.
이미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싸움이라 할 수 있었다.
최근 전 대륙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액스페이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이후, 모든 정보상들이 새로운 거대 정보 조직의 중심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레트니도 그런 꿈을 품고 있었지만, 상기의 위험성과 더불어 레드벌룬과 가장 가까이 있단 점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자… 어디 한번 반응을 보여라.’
레트니 역시 황금매의 수장으로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눈이 드시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분석했다.
미세한 틈이라도 보이는 순간, 그는 레드벌룬에 대한 새로운 힌트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허허, 대단하군.”
레트니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예? 갑자기 무슨……?”
레트니의 의미심장한 질문에 당황하고 있다 난데없이 칭찬에 받은 드시.
“왜 자네가 레드벌룬의 2인자가 된 것인지 알겠군. 대단한 연기야. 마치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어.
그야 당연했다.
실제로 드시는 전혀 아는 게 없었으니까.
“알았네, 알았어. 내가 졌네. 돌아가면 부디 이 레트니는 여전히 레드벌룬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고나 전해 주게나.”
“아,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넘긴 위기.
“그래서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마침내 레트니가 드시의 방문 목적을 물었다.
“그건… 라셀 왕국에서 도망친 귀족들 때문입니다.”
“흠, 반란 귀족들 일부가 룬가 왕국으로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헌데 레드벌룬에선 그것을 왜 궁금해하는 거지? 라셀 왕국의 의뢰인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도와줄 수가 없어. 황금매가 룬가 왕국과 정보 조약이 맺어진 것을 그대도 알 텐데?”
“그렇습니까?”
순간 드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던 열혈 사나이는 과거의 그.
재호를 상대하며 노련해진 드시는 레트니의 이야기에서 약점을 발견했다.
“룬가 왕국과의 정보 조약으로 인해 귀족들의 정보를 알려 주실 수 없다는 건, 다시 말해 룬가 왕국이 라셀 왕국의 반란과 연관이 있다고도 들립니다만…….”
“으음?!”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의 레트니.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라셀 왕국의 의뢰가 아닌, 황금매와 레드벌룬 사이의 정보 거래이니 말입니다.”
“거래라……. 그렇다면 레드벌룬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가져왔겠지?”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드시는 먼저 말하지 않았다.
레트니의 요구에 따라 자신이 준비해 온 조건을 적절히 조절할 생각이었으니.
그러나 레트니의 요구사항은 생각보다 더 큼직하고 단도직입적이었다.
“알시아 대왕에 대해서 알고 싶군.”
“?!”
“레드벌룬이 알시아 대왕과 아주 친밀한 관계라는 건 알고 있다네. 애초에 임모탈리언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수집 난이도가 무척 높다는 건 자네도 알겠지. 하물며 알시아 대왕의 근처로 접근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야.”
“알시아 대왕의 정보를 원하시는 건…….”
“후후, 물어 뭐하나? 황금매 최대 고객이 지난번 드래곤 사태 이후로 계속 원하는 것이니.”
“…룬가 왕국이군요.”
오기크 레이드 당시 제대로 빈정 상한 룬가 왕국은 아직 재호에게 복수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영토 일부는 박살이 났고, 그 정도 피해를 입혔음에도 어떠한 보상도 없이 드래곤 사체는 꿀꺽해 버렸다.
불곰국의 영토를 얻었다곤 하나, 마나 오염이 심각해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
하지만 드시는 알시아에 대한 정보를 넘길 수 없었다.
“정보상은 값만 충분히 지불한다면 무엇이든 파는 곳 아니던가?”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알시아 대왕에 대한 정보는 제 권한으로 다룰 수 없습니다. 레드벌룬 님의 직권으로 절대 금지 지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재호는 결코 알 수 없을 뤼니오르의 배려였다.
“흠, 재미없군. 내가 자네에게 원하는 건 그뿐인데 이래서야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똑똑-
그때 두 사람이 있는 곳의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누구냐?”
“점주님. 아래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찾아온 이는 도박장을 관리인.
“분명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니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최소 황고 세 달 치에 달하는 벌이가 피해를 입게 생겼습니다!”
“뭐? 그게 말이 돼?”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도, 도신! 도신 앵글러라는 자가 나타나 도박장을 휩쓸고 있습니다!”
“쿨럭?!”
그 이름을 들은 드시의 거친 기침.
“음? 왜 그러나?”
“아, 아닙니다. 요즘 몸이 조금 으슬으슬한 것이 건강에…….”
말은 그리했지만 머릿속에선 ‘앵글러’라는 이름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대, 대체 그 이름이 왜 여기서?’
분명 과거 재호에게 탈탈 털리고 죽은 악마의 이름.
그러나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에 절대 우연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불안감도…….
* * *
룬가 왕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황고 도박장.
총 5층 건물에 3층까지 도박장을 만들어 놓았으며, 규모만큼이나 큰돈이 오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도박장의 돈은 한 사람에게만 모이고 있었다.
“저, 저자입니다!”
3층 난간에 선 레트니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 거구의 기사를 바라봤다.
그 옆에 수북하게 쌓인 칩들은 관리인이 야단을 떠는 이유를 알려 주고 있었다.
“흠, 도박꾼이라고 하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군.”
“하지만 벌써 두 시간째 모든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며 무패 행진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주변에선 도신이라고 웅성이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샤샤샥-
카드를 돌리는 날렵한 손놀림.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 무서운 녀석이군. 저런 불편한 복장으로 해 봐야 본인한테 손해일 텐데도, 그 이상으로 얻는 것이 많다고 판단했군.”
레트니는 냉정한 시선으로 그를 분석했다.
“투구를 씀으로써 자신의 표정을 가렸고 위압감 조성으로 상대를 위축시켰어. 물론 저렇게 하더라도 자신의 기술이 모자란다면 말짱 꽝이겠지. 허나 저자에겐 그런 게 의미가 없어 보이는군.”
레트니의 높은 평가를 받은 중갑 도신 앵글러.
하지만 옆에서 보는 드시는 목구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저 분위기… 덩치… 손놀림…….’
절대 못 알아볼 수 없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자신이 저자에게 지금 하고 있는 카드 게임의 룰을 가르쳐 준 스승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