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6
345화
예상 못한 곳에서 예상 못한 짓을 하고 있는 재호의 모습에 드시는 경악했다.
게다가 하필 재호의 정보를 내놓으라던 레트니 코앞에 떡하니 나타났으니 저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드시가 애초에 여기까지 온 이유는 바로 저기 앉아 태연히 카드를 돌리고 있는 재호 때문이었다.
도망친 귀족들의 정보를 구해 주기로 해 놓았기에 미리 레트니와 마주한 것.
‘그런데 왜 여기서… 아, 아니지. 애초에 우리가 룬가 왕국으로 가면 된다고 했었지. 그럼 대체 무슨 수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드시는 재호가 귀족을 쫓아 출발하더라도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관련 정보를 얻자마자 잠도 자지 않고 밤새 말을 달려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레트니와의 만남에서 정보를 얻은 이후, 재호에게 전달하는 게 원래 계획.
‘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 설마 저기 구석에 있는 사람 빅썬더인가?!’
시커먼 인간들 투성이인 곳에 새하얀 로브를 입고 있어 눈에 확 띄는 빅썬더.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대놓고 룬가 왕국으로 텔레포트 해 왔다고?’
텔레포트로 오려면 무조건 왕실 마법회를 통해야 한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변장을 했다곤 하지만 어떻게 저런 간덩이 나간 짓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사이가 안 좋은 걸 넘어 적대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심장부로 당당히 들어오는 패기는 제정신이라 할 수 없었다.
‘아, 아니겠지. 미치지 않은 이상 그러진 않았을 거야. 마침 빅썬더가 룬가 왕국 인근에 텔레포트 좌표를 가지고 있었던 거겠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드시는 진실을 외면했다.
‘어쨌든 문제는 이제부터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의 영업장을 사정없이 박살 내는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 테니.
스으-
아니라 다를까, 레트니의 오른손이 올라가더니 세 손가락을 펼쳤다.
‘엄지… 검지… 중지……. 젠장!’
드시는 그 의미를 이해하곤 욕지거리를 삼켰다.
‘레트니의 열 손가락 중, 오른손 3형제를 보내라는 수신호!’
그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호를 붙잡겠다는 뜻이었다.
‘안 돼! 절대 붙잡혀선 안 된다!’
속도 모르고 도박 삼매경이 재호와 달리, 드시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재호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니.
레트니와 황고 도박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저 인간 걱정은 조금도 안 해!’
재호를 알기에 주변 사람도 그는 볼 수 있었다.
재호 등 뒤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싸구려 로브의 마법사는 딱 봐도 엘프.
그리고 재호 못지않은 살벌한 등빨을 자랑하는 정체불명의 두 사람도 일행일 것이다.
레트니의 손가락 형제는 꽤 유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뒷골목 기준이었다.
용도 잡고, 마왕도 잡고, 다 한 재호를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여기가 개판이 되면 레드벌룬 입장에서도 골치 아프……. 어? 아니지, 잠깐만…….’
문득 든 생각에 드시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황금매 쪽이 약화되면 정보 교류가 빈약해지겠지만, 그만큼 이곳에 제대로 진출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레트니는 상대가 재호라는 걸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도박장에 흔히 보이는 기괴한 컨셉의 도박꾼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이대로 정체만 들키지 않고 깽판을 치면 되는 것 아닌가?’
레트니가 결심했고, 거기다 상대가 재호라면 분명 여기서 대형 사건이 터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사이에서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이득은 확실히 챙기는 게 레드벌룬의 2인자답다 할 수 있었다.
‘계획을 바꾸자.’
드시는 곧 일어날 난장판을 대비해 내부 구조물들과 도박장 가드들의 위치를 살폈다.
지금 입고 있는, 어렵게 구한 고블린제 호신용 폭탄 조끼(?)를 만지작거리면서.
* * *
재호가 황고 도박장을 찾아온 건 드시의 말대로, 레드벌룬 조직원에게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접선자가 재호를 찾아 접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시간이 좀 걸리는데……. 계속 기다리면 되려나?’
타이밍이 꼬여 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재호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쓸데없이 사람들의 이목만 계속 끌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고 존재감 넘치는 복장으로 멍하게 서 있었더니 의심하는 게 당연한 일.
“…한 게임 하고 올게.”
결국 조금이라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도박판에 끼어들었다.
다행히 라셀 왕국에서 과거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카드 게임도 있었다.
[당신의 손에 들린 패를 빠르게 바꿔치기 합니다.] [ 칭호 효과로 모든 랜덤 확률이 증가합니다.]“넌 스페이드4를 들고 있을 거야.”
“흥, 헛소리하는군.”
[상대는 거짓말을…….]녹슬지 않은 재호의 실력(?).
-녹슬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사기잖아.
재호의 오른쪽 어깨 갑옷 안쪽에 숨은 꼰대가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어어, 그게 아니라 저걸 가져와야 하는 거 아냐? 어? 아니네? 뭐야, 넌 어떻게 다 알고 하는 거야?
반대편 어깨에선 재호의 도박을 처음 본 징징이가 쓸모없는 훈수와 감탄을 번갈아 가며 쏟아 냈다.
그렇게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쓸어 담고 있다 보니 재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륙을 돌며 도박장만 털어도 돈을 꽤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지금 긁어모은 칩들을 도박장 쪽에서 순순히 전표로 바꿔 준다면.
쾅-!
“젠장! 네놈 정체가 뭐야?! 이 동네에서 이 정도 실력자가 어디 있다고?!”
재호와 계속해서 접전을 펼치다 연패한 상대가 결국 테이블을 부술 듯이 내려치며 소리쳤다.
“어이, 저것 봐! 룬가의 도왕 산토도 결국 다 털렸어!”
“대, 대단하군. 도왕을 저렇게 압도적으로 농락한다고?”
충격을 받은 구경꾼들.
하지만 도왕 산토는 인정할 수 없었다.
“사기 아냐? 뭔가 이상하다고!!”
노련한 실력자인 만큼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증거로 잡을 게 전혀 없는 상황.
“정체를 밝혀라! 이 정도 실력이라면 칭호 정도는 있을 테지?!”
“그게 중요해?”
“밝히지 않으면 나는 이 승부를 인정할 수 없다!”
주변 분위기도 재호에게 그리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고인물들을 싹 다 털어먹고 있으니 반감이 드는 게 당연했다.
“…도신 앵글러.”
괜히 시끄러워지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재호는 적당히 유명세 있는 이름으로 둘러 대었다.
허나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주변엔 일순간 침묵이 찾아왔으니.
“도… 도신… 앵글러……?”
“설마 라셀 왕국의 그… 악마?”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듣는 순간, 재호는 아차 싶었다.
‘설마 악마였던 것까지 알고 있어?’
재호는 얼른 말을 덧붙여 넘기려고 했으나 사람들의 반응이 더 빨랐다.
“이 친구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믿어? 악마 같은 실력이라고 해서 붙은 별명이지.”
“맞아. 소문엔 죽었다고 하잖아? 죽은 양반이 어떻게 살아 있겠어? 게다가 도왕을 탈탈 털었잖아? 분명 도신이야!”
“뭐? 누굴 바보로 아나? 내가 그런 것도 몰라서 악마라고 한 줄 알아?!”
다행히 앵글러에 대해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들어 봤다. 도신 앵글러……. 라셀 왕국의 제왕.”
좀 전까지만 해도 잔뜩 흥분하던 도왕 산토도 어느새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실례를 범했군. 우리 꾼들의 전설을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았으니.”
다시 자리를 잡고 앉은 산토는 자신이 가진 모든 칩을 걸었다.
“내가 진지하지 못했어. 이 한 판으로 감히 그대의 위명에 도전해 볼 기회를 주시오.”
“도왕이라……. 좋다. 한번 날 꺾어 보도록.”
적당히 상황이 넘어갈 조짐이 보이자 재호도 적당히 받아 주었고, 그렇게 세기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끝이 났다.
털-썩.
머리가 새하얗게 세어 쓰러진 도왕 산토.
“져… 졌다…….”
결국 패배를 인정했고 주변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멋진 승부였다.”
재호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크흐흐……. 놀라운 실력이오. 과연 도신은 도신이다 이건가…….”
재호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그는 가슴을 쫙 폈다.
“비록 이번엔 패배했지만… 더 높은 곳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이상, 다시금 수련을 위해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기개로군. 기다리고 있지.”
주먹까지 불끈 쥐어 주며 완벽하게 마무리한 재호.
이젠 칩을 교환하기만 하면 주머니엔 떼돈이…….
턱-
하지만 재호의 어깨를 붙잡은 누군가의 두툼한 손.
“음?”
고개를 돌리자 재호 못지않게 거대한 사내들이 떡하니 서 있었다.
맨살이 드러난 부분엔 온통 문신이 그려진 그들은 레트니의 오른손 3형제!
“실례합니다.”
어울리지 않는 정중한 말투.
“혹시 괜찮으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드디어 레드벌룬에서 날 찾나 보군.’
하지만 확인 절차는 필수.
“불타는 시궁창은 가장 안전한 도비처이지.”
“?”
뭔 미친 소리냐는 듯한 표정의 그들.
“음?”
접선 암호를 읊었던 재호도 덩달아 당황했다.
“아, 아냐?”
“…황고의 주인님께서 귀인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뭐?”
전혀 다른 목적이라는 걸 깨달은 재호는 어느새 자신을 포위하듯 둘러싼 세 덩치를 살폈다.
척 봐도 좋은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일단은 따라가야겠네.’
참교육을 하더라도 사람들 눈이 없는 곳이어야 했으니.
“좋아. 안내해.”
재호는 그들을 따라나섰고, 그 뒤로 티나와 우람, 맘브도 움직였다.
흠칫-
갑자기 늘어난 재호 일행에 당황한 손가락 형제들.
척 봐도 보통이 아닌 분위기에 가장 서열이 높은 오른 검지가 은밀하게 수신호를 보냈다.
‘비번인 형제들 모두 작업장으로 집합.’
많은 놈들을 손봐 준 경험이 있기에 알 수 있었다.
뒤를 따라오는 이들은 고작 자신들 세 명으로 어찌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 * *
손가락 형제가 안내한 곳은 화려한 도박장 내부와 달리 칙칙하고 허름한 뒷마당.
사실 마당이라 하기에도 애매했다.
불빛 하나 없는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으니.
재호는 앞에 선 세 사람과 어느새 뒤에 나타난 두 명까지, 총 다섯 명이 포위한 상태라는 걸 확인했다.
‘뭐, 상황은 뻔히 알 것 같군.’
재호가 도박장의 칩들을 싹싹 긁어모으고 있으니 힘센 친구들이 나선 것.
“흐아암- 갑자기 뭔 일입니까? 비번까지 이렇게 다 불러내고 말이오.”
뒤쪽에 서 있던 한 사람이 길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자다 나온 것인지 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모습을 통해 이들이 작정하고 모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정신 차려라. 왼 약지. 주인님께서 특별히 명령하셨다. 이자들을 손봐 준 뒤, 칩을 회수한 뒤 탈진감옥에 넣으라고 하셨다.”
이젠 더 이상 자신들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는 그들.
“꼭 싸워야 하겠어?”
재호는 일단 대화를 시도했다.
최선은 역시 룬가 왕국 내에서 소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었으니.
“싸움을 원하지 않았으면 그냥 적당히 게임을 즐기고 가시지 그러셨습니까?”
오른 검지가 콧방귀를 뀌며 되물었다.
“도박장에서 돈을 딴 걸 두고 깽판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아?”
“그건 문제될 게 없죠. 하지만 도박판에서도 상도덕이 있는 법입니다. 갑자기 나타나 한탕 크게 털어먹고 도망가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 업장 입장에서 가만 지켜볼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어허, 누가 들으면 내가 사기도박이라도 한 줄 알겠어? 아니면 회수를 해야 했는데 실패해서 부랴부랴 나선 거려나?”
“…….”
상대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미 재호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음침한 녀석들에게 정정당당한 승부란 절대 없지.’
재호만 하더라도 앵글러를 상대할 당시, 드시의 제안에 따라 사기도박에 참여했었다.
‘애초에 불카도 그 탓에 탈탈 털려먹혔지.’
이들이라고 다르진 않을 게 분명했다.
“아이고, 형씨.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때 다시 왼 약지가 건들거리며 나섰다.
“보아하니 알 거 다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러면 더 눈치껏 해야 했던 것 아니요? 적당히 먹을 만큼만 먹고 가셔야지 뭔 욕심을 그렇게 부리셨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냐? 너희끼리만 먹지 말고 좋은 건 좀 나누자고.”
“크, 크흠… 재호야.”
가만 지켜보던 우람은 결국 헛기침과 함께 끼어들었다.
도박판에 끼는 것까진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영락없는 뒷골목 불량배 같은 아들의 모습은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네가 강하게 자라길 원했지만 그 방향이 이런 식은 아니었다.”
“…게, 게임이잖아요?”
갑자기 몰입감을 확 깨트리는 우람의 진지한 말에 재호는 얼굴이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