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49
348화
재호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레트니와 손가락 형제들.
“크흑! 어쩐지 이 저주가 먹히지 않는다 싶었어!”
그 외침에서 재호는 힌트를 또 하나 얻었다.
‘악마와 관련된 저주인가 보군.’
그 말대로라면 황고 도박장은 악마와 모종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
왠지 일이 또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테일러 백작! 아무리 라셀 왕국과 룬가 왕국이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찌 악마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오?! 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오?! 이 쓰레기 같은!”
“뭐?! 말을 심하게 하네!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방금까지 친근하게 불렀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심지어 ‘앙글러’라고 애칭까지 쓰지 않았소!”
“이 미친! 그런 거 아니라고! 아까부터 왜 멋대로 이야기하는 건데?!”
“침착해, 테일러!”
재호는 과하게 흥분하는 테일러를 지정시켰다.
“레트니라고 했나?”
“으으…….”
악마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공포에 빠진 레트니.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악마에게 가지는 인식은 이 정도였다.
특히나 칼자루를 빼앗긴 상황이라면 더더욱.
“원래라면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만 구하고 떠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어렵게 되었군. 내 정체를 알아 버린 이상 너희 모두는 죽어 줘야겠다.”
지켜보던 테일러는 저 앞뒤 안 맞는 말이 먹힐 리 없다고 생각했다.
‘정체를 숨긴 컨셉이면 처음부터 앵글러라는 이름도 쓰지 말아야 했던 거잖아.’
털썩-
하지만 레트니나 손가락 형제들에겐 그런 냉정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그들의 눈엔 이미 죽음의 공포에 요동치고 있었으니까.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 저, 정보 말입니까? 잘 오셨습니다! 제가 또 룬가 왕국의 최고 정보상 아니겠습니까? 화, 황금매! 못 들어 보셨습니까?”
“?”
뒷걸음치다 쥐 잡은 꼴.
재호는 일단 한번 튕겼다.
“아니, 당장은 이 위기를 넘기려는 생각뿐이겠지. 내가 나가는 순간, 너희들은 룬가 왕국에 악마인 나를 고발하려는 것 아닌가?”
“그,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황금매의 주인인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정보가 있다면 제게 물어보십시오!!”
“어?”
쥐 잡은 줄 알았더니 소였다.
“크, 크흠. 그렇다면 황고 도박장과 황금매 둘 다 네 소유라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예상 못 한 사실이었다.
‘잘 됐네.’
공포에 빠진 상대에게서 정보를 뽑아내는 게 훨씬 수월할 테니.
“그렇다면 기회를 주지. 얼마나 성실하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너희들의 처분이 달라질 것이다.”
“무, 물론입니다! 다만 저희들도 서고에서 정보 찾아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지라……. 올라가서 편하게 대화를 하시는 편이 어떠실……?”
“바로 수작질이군.”
“헙?!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체면도 잊은 채 자신의 고급 옷을 더럽히며 철푸덕 엎드린 레트니.
재호는 슬슬 한번 분위기를 풀어 줄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좋아. 어디 한번 믿어 보도록 하지.”
“가… 감사합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격해하는 레트니의 모습을 보니 재호는 문득 이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어지간한 NPC를 상대로는 그냥 악마인 척해도 될 것 같은데?’
통나무 뒤에 숨어 있던 꼰대가 재호의 생각을 읽곤 뒷목을 잡고 휘청거렸고 징징이는 이해한다는 듯, 그를 부축해 주었다.
* * *
지하에서 빠져나와 최상층의 레트니 집무실에 도착한 그들.
온갖 화려한 치장이 된 그곳은 귀족의 집무실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여, 여기 앉으시죠!”
가장 상석을 내준 레트니는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살폈다.
“저… 그… 갑옷 안 불편하십니까?”
다름 아닌 재호의 거구 때문에 소파의 쿠션이 죽을까 걱정이 된 것.
갑옷을 입은 탓에 평소보다도 커 보였으니 그가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대단하군. 그 와중에도 재물을 걱정하다니.”
“헉?!”
“나도 이 갑옷이 답답하긴 하지. 하지만 과연 내 얼굴을 보고도 네가 맨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 아닙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쿠욱- 부욱-
재호가 앉으며 뭔가 뚫리고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레트니의 가슴도 함께 찢어졌다.
“좋아, 이제 대화를 좀 해 볼 수 있겠군. 레트니. 확실히 네가 황금매의 보스가 맞겠지?”
“물론입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흠…….”
일단 가장 먼저 궁금한 건 역시 최초의 목적.
“라셀 왕국의 귀족들은 어디 갔지?”
“예? 앵글러 님도 그들을 찾으시는 것입니까?”
레트니의 시선이 잠시 반대편에 여전히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드시를 향했다.
‘빌어먹을! 그럼 애초에 날 노린 게 아니었던 거야?!’
혼자 요란 떨다 스스로 목을 죈 꼴에 레트니는 눈물을 삼켰다.
“그런데 실례가 아니라면 그들을 찾는 이유가……. 아, 정보를 전해 드리는 데 있어 불필요한 건 제외해 앵글러 님의 시간을 절약시켜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들은 내게 빚을 졌다. 이번에 그 빚을 받으러 왔는데 도망가고 없더군.”
재호는 적당한 거짓말로 그럴싸하게 설명했다.
“아……. 그랬군요. 도신에게 빚을 졌다니… 상상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 물론 이건 칭찬의 의미입니다! 그나저나 드시 또한 앵글러 님의 의뢰를 받고 온 것이겠군요. 이해가 됩니다. 앵글러 님은 라셀 왕국의 도박판을 완전 뒤집어 놓으셨으니, 드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겠지요. 아, 이것도 칭찬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겁에 질린 레트니가 알아서 이해하고 넘어갈 테니까.
‘게임 XX 날로 먹네.’
그리고 괜히 나섰다가 온갖 험한 꼴은 다 당한 테일러는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중얼중얼하며 합리화를 마친 레트니.
그리고 마침내 재호가 원하는 정보가 꺼냈다.
“라셀 왕국에서 도망쳐 온 귀족들은… 패망한 불곰국으로 향했습니다.”
“…….”
재호의 침묵에 레트니의 식은땀은 점점 늘어났다.
“왜, 왜 그러십니까?”
레트니가 조심스레 물었다.
“흠, 테일러 넌 어떻게 생각해?”
“뭐… 솔직히 너무 날로 먹는다고 생각하지.”
“?”
“응?”
“아냐, 됐어.”
재호는 다시 레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네가 한 말이 너무 어처구니없게 들리거든. 불곰국이 있던 곳이 지금 어떤 상태인데 거길 가? 왜? 나 거기 보내서 죽이려고? 악마라서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헉? 아닙니다! 정말로 그들은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과거 알시아 대왕이 테러를 가한 직후, 누구도 살 수 없는 폐허가 되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뭐? 사람이 살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실제로 룬가 왕실 마법회에서 그곳을 직접 통제하며 일대를 오염시킨 드래곤의 마나를 직접 활용도 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시 현장에 함께 갔었던 키노가 그곳은 평범한 생명체는 살 수 없으며, 머지않아 괴물들의 땅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대마법사와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추측되는 키노조차 고개를 가로저을 정도로 심각했던 곳이 괜찮아졌다?
재호로선 믿기 어려운 게 당연했다.
‘룬가 왕실 마법회에 대마법사 수준의 뛰어난 NPC가 있다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재호는 레트니에게 그 부분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가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한 가지 정보는 들었습니다. 얼마 전, 무무만이 큰 깨달음을 얻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고…….”
“무무만?”
“룬가 왕실 마법회 학회장입니다. 과거 백탑의 장로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파면을 당했다는 소문을 가진 자로, 조금은 뒤틀린 탐구욕을 지닌 자입니다. 또한 이번에 귀족들을 이끌고 간 것 역시 무무만입니다.”
“진짜로 거길 들락거린다고?”
“확실합니다!”
“그 안에서 뭘 하는지는 몰라?”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저희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곳에 갈 수도 없습니다. 마법회의 경고도 있었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까 지하 감옥에서 멀쩡히 서 있는 것도 불가능했겠지.”
“그, 그건…….”
고레벨 플레이어는 물론 엘프까지 무력화시키는 저주.
“저주가 마나랑 관련이 있는 걸 보니 혹시 불곰국 폐허랑 연관되어 있는 건가?”
“그… 아까까진 귀족들에 대해서 궁금해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거기에 대한 정보를 물으시면…….”
“시키는 건 다 한다며?”
“…….”
당장 목숨의 위협을 느껴 뱉어 놓은 말이 있으니 다른 말을 하기도 어려운 레트니.
하지만 지금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신의 목숨을 두고서 저울질이 가능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였다.
만약 대답을 하게 되면 당장 살아남을지 몰라도 결국엔 죽게 될 테니까.
“어지간히 비밀스러운 정보인 모양이야?”
“이건…….”
“잘 생각해 봐. 입 다물고 이대로 네 생사가 비밀에 부쳐지고 싶은지.”
가진 자일수록 죽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일.
지금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 선택하라면 당연히 후자이지만, 레트니는 결국 죽는다는 사실은 똑같다는 진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때?”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레트니가 입을 열지 않자 재호는 접근법을 살짝 바꾸기로 했다.
“네가 말 못하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위험으로부터 내가 지켜 주도록 하지.”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모르겠으나, 일단 도와주겠다고 말부터 뱉고 보았다.
“예? 하지만…….”
“어허! 나 앵글러야! 마계 최고의 승부사인 나는 승부에선 절대 지지 않아.”
“하지만 알시아 대왕에겐 지지 않았습니까?”
“그, 그건 그 자식이 사기도박을 했으니까. 나는 인간 놈들의 추악한 음모에 휘말렸던 거다. 게다가 엘프들에게 두들겨 맞았으니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습니다만…….”
여전히 말 못하고 끙끙거리는 레트니의 모습에 결국 티나가 나섰다.
“화염 펀치!”
쾅-!
가벼운 마법 주먹질에 구멍이 뻥 뚫린 벽.
레트니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앵글러 님이 이야기하신 대로… 지하의 감옥은 악마와 관련이 있습니다.”
“역시…….”
“그리고 자세한 것은 확인이 안 되었으나 황금매 쪽에서는 무무만이 악마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 아닌가 추측 중입니다.”
“음? 왕실 마법회 학회장이라는 사람이?”
“예. 어떻게 된 거냐면…….”
레트니는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무무만의 독단인지, 왕실도 관련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무만이 직접 저를 찾아왔었던 건 사실입니다.”
레트니를 찾아온 무무만은 거래를 제안했다.
향후 황금매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의 공유와 불곰국 옛 폐허를 염탐하지 말 것에 대한 요청.
대신 그들이 대가로 내놓은 것은 특별한 힘.
“무슨 힘?”
“아까 지하의 그 감옥 있지 않습니까? 그거입니다. 기이한 물건을 이용해 저희들의 빚쟁이용 감옥에 웬 마법을 걸었습니다.”
“…겨우?”
“야, 무슨 겨우야! 너 빼고 나머지는 뒤질 뻔했다고!”
테일러가 발끈하며 끼어들었다.
“아, 효과는 대단하긴 한데 실질적으로 별로 쓸모가 없잖아. 거기 가둬 넣어야 효과가 있는 건데.”
“그… 사실 하나 더 있긴 합니다.”
바로 레트니나 손가락 형제들이 그곳에서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
“저희는 무무만과 함께 온 웬 정체불명의 마법사에게 축복 마법을 받았습니다. 나중에야 그것이 악마의 저주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무슨 효과인데?”
“잔병이 사라지고 약간의 힘을 얻게 되며, 감옥의 저주에도 통하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강해진 상태에서도 재호 일행에게 털린 입장이라 별로 밝히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조금은 창피한 진실이었으니.
“건강과 힘이라……. 딱 봐도 악마들이나 할 만한 달콤한 제안이네.”
물론 NPC의 입장에서야 건강을 보장받는 것만큼 솔깃한 게 없긴 했다.
하지만 딱 봐도 수상쩍은 요구를 정보상인 레트니가 그대로 받아들였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말이 거래지 사실 협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마치 지금처럼 말입니다. …어?”
“번개 주먹!”
쾅-!
다시 한번 벽에 구멍을 낸 티나.
“죄, 죄송합니다! 생각해 보니 그땐 아예 제 목에 칼을 들이밀었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는 건 애초에 무리가 있었군요!”
레트니는 또 한 번 눈물을 삼키며 진실을 덮어야 했다.
‘이 자식들아! 그놈들도 너희들처럼 무식하게 하진 않았다!’
그런 말은 결코 뱉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