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5
34화
전럭협 사람들은 다 아는 네 사람.
‘에…… 엘리시아의 사천왕……!’
아쉽게도 브리즈는 유명했지만 사천왕이라고 언급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정작 그는 재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니까.
“후카님.”
“헙?!”
마침내 열린 재호의 입.
처음 들어본 재호의 목소리는 후카 입장에선 생긴 대로(?)였다.
쿵―!!
본능적으로 지면과 가까워진 무릎.
“죄, 죄송합니다!!”
“????”
갑자기 무릎을 꿇어 버린 후카의 행동에 재호가 당황했다.
“제, 제가 한순간 눈이 멀어 멋대로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그걸로 얻은 모든 수익은 드릴 테니…… 크흑……. 부디 선처를……!!”
“…….”
―생각보다 쉽게 되겠는데?
완식의 귓속말이었다.
―이, 이게 뭐야? 이 사람 왜 이래?
―어쩌겠냐? 네 면상 자체가 무기인 걸.”
뼈마디를 후려치는 완식의 말에 재호는 가슴이 쓰라렸다.
―하지만 아직 두고 봐야 해.”
완식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이 사람도 ‘그 시련’을 통과해야 하니까.
* * *
재호는 본의 아니게 협박을 해 버린 상황에 미안함을 느꼈지만, 정작 후카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기회를 잡은 것에 기뻐하는 상황.
노예 생활을 벗어난 것은 물론, 재호에 대한 독점 방송 권한을 얻었으니까!
“하핫! 반갑습니다, 여러분! 아까는 갑작스럽게 방송을 종료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여러분들에게 대박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군요!!”
―Eldyd : 뭐야? 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상태가 이렇게 바뀜?
―ham6787 : 복권 됐냐?
―nomind : 어? 뭐냐? 주변 풍경이 숲이 아닌데?
―4_day : 헐? 설마 엘리시아 화원 내부로 들어간 거?!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후후, 놀라지 마십시오. 잠시 방송이 꺼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어이, 거기!”
그때, 지나가던 엘프가 후카를 불렀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조건 반사처럼 숙여진 후카의 허리.
하지만 잔뜩 굳은 엘프의 시선은 후카의 손가락에 끼워진 꽃반지를 향했다.
“역시 너도 받았군. 하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네? 무, 무슨…… 어? 자, 잠깐만요? 지금 어디로…… 어어?”
후카가 끌려간 곳은 거름터!
“자, 잠깐만…… 으아아아악!!!!!”
―nomind : 헐 스캇…….
―ham6787 : ㅗㅜㅑ
―Eldyd : ㅗㅜㅑ
―danpat : ㅗㅜㅑ
‘ㅗㅜㅑ’로 도배되는 채팅창.
그 어느 때보다 채팅이 활발해진 방송이었다.
* * *
재호가 엘리시아 화원을 선포한 일은 뉴월드 세계 전체에 퍼져나갔다.
당연히 게임 내, 수많은 왕국에서도 예의주시했고 그중에서도 라셀 왕국이 특히나 예민했다.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난데없이 신생 국가를 선포했으니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다.
라셀 왕국의 귀족 회의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는 중이었다.
“이참에 그들을 라셀 왕국의 속국으로 받아들입시다. 애초에 엘프들은 라셀 왕국의 영지인 럭시 숲을 무단 점거하고 있었던 것.”
“다들 잊으신 것 같은데, 그곳은 라셀리우스 대왕께서 정령화장 틴라이트와의 약조에 따라, 대대로 엘프들의 보금자리로 인정해 준 곳입니다.”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구려. 게다가 지금까지 라셀 왕국이 베풀어온 결과가 저들의 막무가내 국가 건설이지 않소?”
“애초에 페르마 사막은 저주받은 대지로 라셀 왕국에서도 방치한 곳이 아니었지 않나? 혹시나 그곳에서 발생할 돌발 사태에 대비해 엘프들에게 넘겨주었던 곳이지.”
“아니, 그래서 지금 라셀 왕국을 무시한 저들의 행동을 눈감아 주자는 것이오?!! 난 당장이라도 군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오!!”
점점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할 무렵, 잠자코 있던 한 귀족이 입을 열었다.
“마탑이 그들을 지지하고 있소.”
단 한마디로 사람들을 침묵에 빠트린 이는 라셀 왕국의 최고 권력가로 꼽히는 ‘아리프 대공’.
“마탑 경비대의 증언에 의하면 마탑이 공식적으로 마법사를 지원해 주었다고 하오.”
[적색 마탑]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무게감이었다.
분명 라셀 왕국 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왕국의 간섭에선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단체.
심지어 하스퍼 대륙의 미드스트 제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곳이 바로 마탑들이었다.
“……젠장! 그 작자들은 왜 나서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지!!”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했다.
“대화를 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오. 마탑이 국가 간 분쟁에 간섭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니.”
아리프 대공의 주름진 눈매가 예리하게 빛났다.
“폐하께서도 상당히 불쾌하셨으나, 그들을 어느 정도 배려해 주기를 부탁하셨소. 그러니 우선은 사절을 보내 우리들의 입장을 전하는 게 좋지 않겠소?”
“뭐……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국왕의 지시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다른 귀족들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 * *
“음? 라셀 왕국에서?”
크루와상의 주문을 받아 포션을 제작 중이던 재호가 의외의 방문자 소식에 고개를 들었다.
“쯧, 이번에도 또 싸워야 하나.”
“아, 싸울 생각으로 찾아온 건 아닙니다.”
재호가 무기를 챙기자 사만다가 급히 추가했다.
“사절단으로 온 것 같았습니다.”
“아, 그런 거야? 그럼 뭐, 만나 보지.”
재호의 허락에 사만다는 곧장 라셀 왕국의 사절을 꽃집 안으로 들였다.
흠칫―
안으로 들어온 사절단 대표와 호위 기사는 재호를 보고는 멈칫했다.
하지만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주변 풍경에 더 당황했다.
“라셀 왕국이라…….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군.”
구구구구―
재호가 몸을 일으키자, 상대의 귓가에는 그런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일어났다.
꿀꺽―
솔직히 처음 엘리시아에 도착했던 사절단은 모두가 비웃었다.
제대로 된 성채도 없었으며, 도시 내는 제멋대로 지어진 통나무집이나 꽃밭밖에 없었으니까.
심지어 왕이 머물고 있다는 곳도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재호를 마주한 순간, 그런 생각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고난 강자의 아우라는 NPC도 느낄 수 있었다.
“크, 크흠……!”
슬그머니 재호에게서 두 걸음 물러선 사절은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
“대 라셀 왕국의 국왕폐하 ‘라셀리우스 7세’의 전언을 가지고 왔으니 엘리시아 화원 공국은 예를 갖추시오!”
두루마리를 높이 든 채, 사절이 외쳤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라셀 왕국의 국왕이라 할 수 있었다.
“…….”
“…….”
“……?”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
“뭐야? 뭐 어쩌라는 건데?”
[를 모욕하였습니다.] [악명이 크게 증가합니다.] [명성이 소폭 증가합니다.]“응???”
[라셀 왕국의 당신을 향한 평가가 하락합니다.] [다른 국가들의 당신을 향한 평가가 하락합니다.]―뭐야 이거?
재호가 억울한 표정으로 사만다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 글쎄요?
하지만 역시나 이런 경험은 해 본 적 없는 그녀였기에 답은 해 줄 수 없었다.
“무, 무엄하도다! 얼른 무릎을 꿇어 국왕폐하께 예를 갖추시오!”
“아, 무릎 꿇으라고?”
“…….”
“거참…….”
재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헛웃음을 흘렸다.
왜냐?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내가 왜?”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해야 하는지.
“감히 라셀 왕국을 무시하는 것이냐?!!”
“내가 언제 라셀 왕국을 무시했어?”
어디까지나 황재호라는 인간은 현실의 인물로, 이 세계의 룰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게다가 뉴월드 경력도 그리 길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관의 속, 최상류층에 발을 담가 버렸으니 이해도가 더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그런 꽉 막힌 인간에게 웬 종이 쪼가리를 내밀곤 무릎을 꿇으라고 한다?
“당신이 왕이야?”
이런 소리가 튀어나오는 게 당연했다.
“내, 내가 아니라 라셀리우스 국왕 폐하께 예를 갖추라는 것이오!”
“아, 그래? 그런데 당신은 왜 나한테 예를 안 갖춰? 나도 왕인데?”
“……?”
현실에서야 그런 항의가 먹히겠지만, 이 세계가 전부인 NPC한테 아무리 떠들어 봐야 알아들을 리 없었다.
“아, 됐고. 그거나 내놔.”
팍―
“?!!”
아예 재호는 사절이 들고 있던 친서를 빼앗아 직접 펼쳤다.
그 경악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으나, 차마 행동에 나서는 이는 없었다.
무서웠으니까…….
“흠…….”
친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던 재호는 신음을 흘렸다.
‘……겉멋 장난 아니네.’
거의 언어 영역 시험을 보는 듯한 느낌.
왕의 문체가 원래 이런 것인지, 한 번 읽어선 도저히 이해가 하기 어려웠다.
“……지금 이 복잡한 내용을 대충 말로만 전달하려고 했던 거야?”
“구, 국왕 폐하의 친서는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오!! 허락된 자만 볼 수 있는 것! 당신의 이 무례한 행동들은 반드시 폐하께 말씀을 드릴 것이오!!”
“그러든가. 사기꾼 놈들.”
“뭐, 뭐라……!!!!”
“잠시 기다려 봐. 이거 제대로 해석 좀 해야 할 거 같으니까.”
아예 테이블에 올려 펼친 친서를 재호는 집중해서 살피기 시작했다.
[라셀 왕국의 당신을 향한 평가가 크게 하락합니다.]그런 경고가 뜨거나 말거나, 친서를 살피는 재호의 기분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이 미친놈들. 이걸 진심으로 써 놓은 건가?’
그 안에 담긴 내용의 핵심은 이러했다.
[과거 라셀 왕국의 영토였던 페르마 사막과 럭시 숲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엘리시아 화원은 사실상, 라셀 왕국에 속해 있다. 허나 엘프들의 통합이라는 대단한 일을 해낸 만큼, 공국으로서 인정을 해 주겠다.단, 엘리시아 화원의 왕을 자처한 알시아는 정해진 날짜에 라셀 왕국을 방문하여 대공의 작위를 수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
즉, 재호를 라셀 왕국의 대공으로 임명해, 엘리시아 화원을 공국으로서 인정을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공국이란 게 그 뜻이었어?’
재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사절을 바라보았다.
“으어어어……?!”
쿠당탕―
재호의 살벌한 기세에 뒷걸음질 치던 사절은 결국 바닥을 굴렀다.
“누굴 호구로 아나……. 그냥 날로 먹겠단 소리를 거창하게도 써놓으셨어?”
“나, 난 모르는 일이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사절이 황급히 소리쳤다.
“뭐, 이걸 보낸 양반들은 알겠지.”
재호는 친서를 대충 구겨 한쪽에 던져 버렸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전해.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라고.”
이미 럭시 숲과 페르마 사막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다.
라셀 왕국은 자신들에게 계륵과 같던 이 땅을 정령화장의 거래를 통해 넘긴 것임을.
그리고 이제 와서 배알이 꼴리니 라셀 왕국으로 귀속시키겠다는 소리였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은근슬쩍 꿀꺽을 시도한 것이리라.
재호 입장에선 그런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소리를 하고 싶었으면 불곰 놈들이 왔을 때 손이라도 좀 거들어 주고 하던가. 뭔 개소리를 하고 있어.”
“후, 후회할 거요!!!! 이 일을 폐하께서 알게 된다면 이따위 거지소굴은 단번에 불태워 버릴…… 컥?!”
재호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도망치던 사절의 뒤통수로 지나가던 엘프의 주먹이 날아 꽂혔다.
“감히 알시아님을 모욕하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야야, 잠깐, 잠깐!”
아무리 그래도 다른 나라의 사절단을 두들겨 팰 순 없지 않은가?
[이 ‘본인이 이미 저질러 놓은 짓으로도 과하다.’고 말합니다.]그래서 더 안 됐다.
사절단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졌고, 그것을 지켜보던 재호가 사만다에게 슬쩍 물었다.
“근데 엘프들이 정확하게 어느 정도로 강한 거야?”
“……뭐, 일단 제가 본 NPC들 중엔 가장 강하긴 합니다만…….”
“혹시나 라셀 왕국이 전쟁을 걸어와도 이길 수 있을까?”
“그…… 글쎄요…….”
그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 * *
정치란 말 한 마디, 제스처 하나마다 의미가 담겨 있는 법.
엘리시아 화원이라는 요상한 나라의 왕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가에 대해 라셀 왕국에선 다시금 회의가 소집되었다.
“우릴 능멸한 것이오!! 당장이라도 내 군사들을 끌고 그곳을 다시 사막으로 만들어 버리겠소!!”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시죠! 저들이 무언가 믿는 게 있으니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명심해야 합니다. 상대는 엘프들. 게다가 불곰국이 압도적 전멸을 당했었습니다.”
“흥! 그따위 근본 없는 버러지들이 반란을 일으킨 나라 따위!”
“실은 엘리시아 화원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오……. 그들을 공국으로 인정한다면 불곰국의 영토 침범 또한 방조했던 것이 되니.”
“문제는 그뿐 아니오. 엘리시아 화원……, 빌어먹을! 이름이 해괴해서 말하기가 불편하군! 아무튼 엘리시아 측에서 페르마 사막과 얽힌 비밀을 알고 있는 것 같단 점도 문제오.”
“그게 무슨 상관이오?! 그깟 이종족 따위…….”
“자, 거기까지.”
이번에도 그들을 제지하고 나선 건 아리프 대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