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55
354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재호는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헷갈렸다.
‘일단 죽지는 않았고.’
계산 밖의 강력한 폭발의 충격파로 무무만과 전투를 벌이던 공간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것을 피해 안쪽으로 향하는 통로로 무작정 달린 재호.
‘그리고 무무만이 죽었다는 알림도 뜨지 않았지.’
일단 재호는 동료들의 생존 여부부터 확인했다.
“죽은 사람?”
-산 사람이라고 물으면 안 되냐?
가장 먼저 테일러에게서 온 답변.
-난 살았다.
-재호야……. 아버지를 네 손으로 죽일 생각이냐?
일단 귓속말이 가능한 이들은 모두 살아 있는 게 확인이 되었다.
“티나랑 맘브는?”
-티나는 있어. 맘브는 안 보이고.
그렇다면 아직 이 안에…….
화아-
그때 재호에게서 빠져나온 꼰대가 어둠을 밝히는 순간, 눈앞에 커다란 털북숭이 머리통이 불쑥 나타났다.
“으아악!”
“히히! 나 찾았어?”
다행히 상대는 맘브였다.
“헉… 헉……. 까, 깜짝이야. 너 투구는 어쨌는데?”
“답답하고 앞도 잘 안 보여서 벗었지!”
이런 상황이니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후… 맘브 여기 있어.”
재호는 맘브의 생존 소식을 보내 주었고 우람은 안도했다.
-근데 너희 둘은 어디인데? 주변에 안 보이는데?
테일러의 물음에 재호는 주변을 살폈다.
좁은 통로 가운데 있는 걸 보니 재호는 안으로 향하는 방향으로 무사히 들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응? 아직 안이야? 우린 다 밖인데?
“뭐? 왜?”
-왜는 무슨 왜야? 딱 봐도 다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인데 미쳤다고 더 들어가?
-그럼 맘브도 그 아래에 있는 거냐?
도리어 재호를 타박하는 그들.
가만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 무너지는 곳으로 뛰어 들어가겠는가?
본능적으로라도 출구를 향해 달리는 게 보통의 인간이었다.
“뭐, 이렇게 된 이상 둘이서 조사해 볼 테니까 거기도 조심해. 무무만 아직 안 죽었으니까.”
-알았… 어어? 야야! 잠깐만! 티나 발작한다!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발작 원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다.
“…맡겨 둘게.”
테일러의 다급한 귓속말은 뒤로한 채, 재호는 몸을 일으켰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꼰대가 앞장서고……. 잠깐만. 한 놈은 어디 갔어?”
그러고 보니 보이지 않는 징징이.
“설마…….”
재호는 다시 귓속말을 보냈고 곧 답을 들었다.
-어, 네 까만 정령 여기 있다.
보통 날랜 게 아니었다.
* * *
재호가 제대로 왔다면 이 통로는 오기크의 레어와 이어지는 곳이었다.
과거보다 많이 좁아진 느낌이었는데 폭발 충격으로 다시 무너지면서 변형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그렇게 엉망이 된 통로를 이동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지체되는 상황.
“갑옷 때문에 더 불편하네.”
이제 그만 벗어도 되지 않을까 유혹도 들었지만 끝까지 조심하는 게 좋았다.
‘아마 그 정도 폭발이면 룬가 왕국 쪽에서 알아채는 것도 시간문제일지 모르니.’
여기서 나간 이후에 발생할지도 모를 전투도 염두에 둬야 했다.
그래서 맘브에게도 다시 투구를 씌워 준 상태였고.
‘그나저나 내가 없으면 다른 사람들은 회복 버프 못 받을 텐데. 다들 레벨이 높으니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간단한 꽃템이라도 만들어 줄 걸이라며 재호는 생각했다.
-야! 알시아! 큰일 났다.
그때 그런 우려가 결국 실제 문제로 이어진 것인지 테일러의 귓속말이 또다시 다급하게 도착했다.
-모, 몬스터 웨이브야!
“몬스터 웨이브?”
헌데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 미쳤다! 진짜 미친 듯이 몰려온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벤트.
“설마 폭음에 어그로가 끌린 건가?”
-그럴 수도 있는데… 아마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들어오기 전에 봤던 마나 폭풍 때문인 것 같은데?
재호를 향해 점점 좁아지고 있던 마나 폭풍.
그것에 등 떠밀린 몬스터들이 생존을 위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안으로 뛰는 건데!
“뭐래. 걱정할 일도 아니구먼.”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거기 빅썬더 있잖아.”
사냥귀가 있는데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이 자식 쓸모없는 건 여전하다고! 여기서 스킬 못 쓰잖아!
“아……. 수고해.”
-야!
“좀 더 빨리 움직여야겠는데.”
자신이 안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은 하나였다.
빨리 알드리온이 말한 진원지를 찾아 오기크 마나의 통제권을 차지하는 것.
“맘브. 잠시 갑옷 좀 벗자.”
빠른 이동을 위해 재호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갑옷과 맘브의 투구를 받아 인벤토리에 넣은 재호.
“후! 몸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나?”
훨훨 날 것 같은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타다닷-
손발을 이용해 마치 정글짐을 통과하듯, 날렵하게 몸을 날리는 재호.
“와! 알시아 너 정말 빠르구나?”
뒤를 따라 움직이는 맘브는 재호의 놀라운 움직임에 감탄을 터뜨렸다.
자신들의 동료인 고양이 수인 캐스터네츠만큼이나 날쌔 보였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약 10분간 달린 끝에 도착한 곳.
휘익- 텅!
[ 칭호 효과로 낙하 충격이 감소합니다.]무너지면서 생겨난 구멍으로 뛰어내리자 또 다른 공동에 도착했다.
“여기군.”
주변이 무너져 내렸지만 낯이 익은 장소였다.
하지만 그곳엔 전에 없던 이상한 마법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운데 놓인 징그러운 의자.
그리고 그 의자와 연결된 기절한 건지 죽었는지 모를 사람들.
무무만이 여과기라고 말했던 게 떠오른 재호는 이게 그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조사해 보는 건 이따가 하고.”
지금은 먼저 할 일을 해야 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의문의 스킬.
일단 냅다 발동시키고 보았고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오기크의 힘의 정수를 해방합니다.] [오기크의 원념이 당신의 정신을 침식합니다.] [ 스테이지로 이동합니다.]“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
재호의 눈앞에 빛이 번쩍이더니 주변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광야.
꼰대도, 맘브도 보이지 않는 곳에 재호 혼자 서 있었다.
[에 입장했습니다.] [*퀘스트*] [오기크의 힘의 정수를 해방한 당신은 대지에 퍼진 오기크의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마나가 아닙니다.
바로 죽기 직전에 남긴 오기크의 사념이 서려 있기 때문입니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오기크는 마지막 복수를 위해 당신을 이곳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당신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오기크의 사념과 싸워서 이기거나, 아니면 죽거나.] [퀘스트 목표 : 오기크의 사념에게서 승리.] [보상 : 칭호 획득.] [실패 시 붕괴.]
“뭐야?! 이런 소리는 없었잖아!”
재호는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알드리온의 불친절한 설명에 이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스킬 사용만 하면 알아서 뚝딱 되겠거니 했더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쿠우웅-!!
낯익은 시커먼 거구가 재호 맞은편에 내려섰다.
-알시아……. 감히 이 몸을 이렇게 만든 것도 모자라 미물 주제에 드래곤의 힘을 탐내?!
“오기크!!”
블랙드래곤 오기크가 생전의 모습 그대로의 위용을 뿜어내며 재호 앞에 섰다.
하지만 분노에 찬 그의 외침을 들었음에도 어떤 시스템 패널티나 디버프도 없었다.
이미 본체는 죽고 껍데기만 남아서 그런 모양.
“죽을 거면 곱게 죽지 이게 뭐야?! 드래곤들은 원래 이렇게 구질구질하냐!”
-뭐, 뭣이?! 네놈이 죽고 사념만 남은 날 또다시 능멸하는구나!
크아아아아-!!
거칠게 내지르는 포효에 세상이 흔들렸다.
분명 시스템 경고는 안 뜨는데 저절로 몸이 위축될 정도.
‘젠장. 그렇다고 해도 육탄전은 말이 안 되는데?’
체급부터가 비교 불가였다.
저 단단한 비늘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뚫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재호.
오죽했으면 오기크의 귓구멍에다 폭탄을 들이부을 생각을 했을까?
‘알드리온 그 자식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을 거 아냐!’
재호는 알드리온을 원망했으나, 위대한 드래곤은 이미 이 상황을 대비해 놓았다.
[알드리온이 깨어납니다.]“또?!”
이번에도 멋대로 깨어난 알드리온.
쿠웅-!
커다란 두 주먹을 맞부딪힌 그는 몸을 일으키며 알드리온을 오연하게 내려다보았다.
-헉?! 너, 너는?!!
알드리온의 등장에 주춤거리면서 물러나는 오기크.
드래곤의 뒷걸음질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모습이었다.
“알드리온!!”
보아하니 한바탕 할 것 같았으니 어쩌면 -300%까지 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보다는 타이밍 좋게 나타난 것에 대한 반가움이 더 컸다.
-걱정 말아라. 어차피 이곳은 기존의 세계와는 분리된 죽은 세계. 그곳의 법칙은 이곳에서 통용되지 않으니.
그 말인즉, 알드리온의 패널티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걸 진작 좀 말해 줄 순 없었던 거야?”
-나 또한 저 속까지 시커먼 녀석이 이렇게까지 해 놓았을 줄은 몰랐다. 아니, 가능성 중 하나이긴 했으나 왕국 수호신으로서의 마지막 책임감이 있다면 이렇게까진 안 할 거라 생각했지.
알드리온의 시선이 다시 오기크를 향했다.
-오기크. 마지막으로 본 것이 수백 년 전이건만……. 한참 창창할 시절을 보내야 할 널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구나.
-여… 영감! 댁이 왜 거기서 나와?!
-알시아 대왕은 내가 수호하던 코페이 왕국의 정식 후계자다. 비록 오랜 시간 대악마의 저주에 당해 임무를 다하지 못했으나, 이젠 아니다.
“쟤는 이데란 왕국도 못 지키고 불곰국도 못 지켰어.”
재호가 잽싸게 상기시켜 주었다.
-쯧! 수호신이라는 이름이 아깝군. 너는 그저 탐욕스러운 한 마리의 도마뱀일 뿐이다.
-크윽! 빌어먹을 꼰대! 내 또래 젊은이들은 다 즐길 거 즐기면서 사는데 나만 인생 조지고 레어에 갇혀 있다 뒤졌다고!
-그것 또한 네 탐욕의 선택이자 결과 아닌가? 이참에 내가 네 녀석에게 마지막 교육을 해 주마.
쿠웅- 쿠웅-
알드리온이 자신의 주먹을 위협적으로 두드리며 몸을 풀었다.
“알드리온! 난 뭘 하면 되지?!”
-그대는 나서지 않아도 된다. 잘못 휩쓸려 죽기라도 하면 안 되니.
쿠과광!!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른 알드리온이 입을 쩍 벌리며 브레스를 쏘았다.
-크아아아!
그에 지지 않고 입을 쩍 벌린 오기크도 새까만 브레스를 뿜었다.
콰과과광-!!!
가운데서 일어난 폭발을 뚫고 들어오는 알드리온의 주먹을 피해 날아오른 오기크.
꾸웅-!!
주먹이 땅에 꽂히자 마치 지면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재호를 붕 띄웠다.
‘와…….’
재호는 힘의 제약을 받지 않는 두 드래곤의 전투에 입을 쩍 벌렸다.
자신에게 걸핏하면 붙는 세계관 최강자의 싸움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창피한 소리인지, 알드리온과 오기크의 싸움에서 알 수 있었다.
또한 굳이 수호신이니 재물이니, 드래곤들에게 이상한 시스템 핸디캡이 붙은 이유도…….
‘저런 괴물들이 마구잡이로 날뛰면 플레이어들이 대응할 수 없긴 하겠군.’
동시에 다시금 키노의 전투력이 말도 안 된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쾅-! 꽈르르릉-
이 세계를 몽땅 부셔 버릴 것 같은 드래곤들의 전투.
약 5분쯤 흘렀을 때, 슬슬 그 격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알드리온의 고대 왕국 코페이의 수호신이었고 그만큼 오랜 세월 살아온 베테랑.
하지만 오기크는 훨씬 어린 드래곤으로 심지어는 키노보다 어렸으니 경험도, 힘도 많이 모자랐다.
꽈앙-!
-크헉!
결국 복부에 알드리온의 커다란 주먹을 허용한 오기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쯧쯧,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네가 그 모양 그 꼴인 게다. 애초에 자신이 만들어 낸 세계에서 네가 지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으으……. 닥쳐! 이 꼰대 영감탱이!!
콰앙-!!
그렇게 외친 오기크는 갑자기 재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헉?! 저 자식……!”
넋 놓고 구경하고 있던 재호는 오기크의 돌발 행동에 정신을 차렸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달려드는지 뻔했다.
-절대 혼자 못 죽는다!!
오기크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