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59
358화
재호는 알드리온의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보물을 찾아다녔다.
지상에 있던 마차에서 찾지 못한 걸 보면 어딘가로 옮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짐마차의 숫자와 그 안에 들어 있었을 보물의 양을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이 지하까지 가져왔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안 돼!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가면 개손해라고!’
[알드리온의 아바타가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그때 알드리온의 아바타 구성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아바타가 유지되는 동안, 당신에게 깃든 알드리온의 정수에서 경험치가 지속적으로 극소량 하락합니다.]파앗-
일렁거리던 검은 빛이 완벽히 형체를 구성하더니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 안에서 나타난 건 팔뚝만 한 미니 알드리온.
하지만 머리가 몸통의 반은 되어 보이는데다 그나마 드래곤이라고 우길 수 있도록 도와주던 웅장한 날개들도 사라졌다.
“…….”
그 모습에 말문이 막힌 재호.
‘그냥 원숭이 아냐?’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영락없는 원숭이였다.
“후, 최대한 불필요한 힘을 빼느라 힘들었군.”
재호의 어깨에 턱 걸터앉은 알드리온이 이마에 맺힌 땀을 슥 닦으며 말했다.
이젠 목소리에 담겨 있던 위엄마저 싹 사라지고 없었다.
그냥 평범한(?) 말하는 원숭이!
“…제대로 된 거 맞아?”
재호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리 봐도 이 상태에선 전혀 힘을 쓸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완벽하다. 비록 이 아바타를 구성한 힘은 오기크 녀석에게서 빌려온 것이라 찝찝하긴 하지만, 덕분에 최대한의 효율로 만들 수 있었지.”
알드리온은 자신이 가진 권능, 힘, 위압 등등, 현실에 미칠 수 있는 모든 영향력을 제외시켜 오롯이 껍데기만을 남겼다.
그 덕분에 최소한의 경험치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아바타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재호는 그 행동의 이면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읽었다.
“그냥 옆에서 훈수나 하겠단 거잖아.”
“훈수라는 가벼운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을 경험한 드래곤의 지식으로 그대를 성장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별로 원하지 않는 도움이었다.
“그럼 증명해 봐.”
“무엇을 말이냐?”
“보물이 어디 있을 것 같아?”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것이지?”
당황한 알드리온이 되물었다.
“경험이 많으면 보물이 어디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냐?”
“무슨 그런 억지를?!”
“여기서 탈출할 방법 없어?”
“으, 응?”
“모르면서 뭘 훈수를 두겠다는 거야?”
몰아붙이는 재호의 억지에 알드리온은 당황했다.
오랜 세월의 경험도 유치한 막무가내 우기기엔 답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로 여기서 어떻게 탈출하려는 거지?
꼰대의 물음에 재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텔레포트를 요청할 수도 없었다.
이 위치의 정확한 좌표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빅썬더.”
그래도 일단은 귓속말을 보내 본 재호.
[파티 구성원들은 현재 귓속말을 받을 수 없습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만 되던 귓속말이 막혔다.
‘죽어서 로그아웃이 된 건 아닐 거고…….’
그랬다면 진작 테일러가 재호 우는 소리를 하며 귓속말을 보냈을 것이다.
“이거 설마…….”
결국 가장 유력한 의심은 하나였다.
쿠구구-
이어 주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미세한 진동이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 주었다.
“알드리온! 설마 마나 폭풍이 아직 남은 거야?”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뭐가 당연해! 왜 그걸 말 안 해 주는데?!”
애초에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재호.
하지만 오기크의 설명은 전혀 아니었다.
“그대와 내가 오기크의 마나를 받아들이면서 약화되긴 했지만 폭풍을 일으킬 당시 마나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초 폭풍을 유발한 건 오기크의 마나와 원념.
하지만 그것이 사라진 지금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마나가 관성처럼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방법이 없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은가? 폭풍은 결국 잦아들 테고 그대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으니.”
“…….”
별로 기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쳇, 어쨌든 귓속말이 차단된 이유는 다들 폭풍 바깥으로 탈출한 것일 가능성이 높군.”
마법을 쓸 수 있으니 빅썬더의 텔레포트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재호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재호만 이곳에서 죽느냐?
그렇게 한다면 차라리 깔끔할 테지만 맘브가 문제였다.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면서 그를 죽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쳇……. 보물이라도 찾았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텐데.’
재호가 급히 생각해 놓은 탈출 방안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보물을 찾았을 때 실행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게 없으면 손해만 잔뜩 볼 수밖에 없는 탈출법.
구구구-
점점 더 거세지는 진동.
이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거란 경고였다.
“다들 떨어져! 탈출한다!”
“보통 그럴 땐 모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알드리온의 딴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호는 자세를 잡았다.
“후…….”
잔뜩 긴장한 채 재호는 카운트를 세었다.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 해.’
안 그러면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을 테니까.
파앗-
검은 섬광이 재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며 전신을 뒤덮었다.
이어 급속도로 팽창하는 빛은 순식간에 동굴을 가득 메웠고, 그것도 모자라 천장을 부수며 위로 솟구쳤다.
콰르르르-
무너져 내리는 천장.
“이, 이런!”
덩치가 작아진 알드리온은 커다란 바윗덩이들이 떨어지자 기겁하며 뛰어다녔다.
그 꼴만 보면 그의 정체가 드래곤일 것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히히! 망했다!”
맘브는 자포자기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지만 재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꼰대는 노림수를 확실히 파악했다.
-이쪽이다! 여긴 안전해!
꼰대가 고른 가장 안전한 곳은 서서히 빛이 사라지며 나타난 검은 거체의 아래.
[당신에게 귀속된 모든 능력치 및 스킬, 칭호 등의 효율이 10배 증가합니다.] [드래곤 변신 유지 시, 초당 1만 골드가 소모됩니다.(금고 보관 금액 포함)]재호가 다시 한번 드래곤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따지면 마침내 진짜 드래곤이 되었다.
그리고 이 힘의 원천이 오기크이기 때문에 그가 가졌던 여러 능력도 전해졌는데, 개중 하나가 마침 지금 재호에게 딱 필요한 것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많은 양의 보물이 감지되었습니다.]본능처럼 느껴지는 금 냄새.
생전 보물을 되찾겠다고 대륙을 가로지르던 미친 드래곤다웠다.
‘위치는 이곳보다 좀 더 위쪽의 장소!’
쿠구구-
천장에 머리를 박아 놓은 채 재호가 대충 손을 내밀었다.
-올라타! 이대로 뚫고 나간다!
그리고 가는 길에 보물도 챙기고!
콰아앙-!
두 손을 오므려 셋을 챙긴 재호가 힘껏 날개를 펼쳤다.
[비행이 가능해집니다.] [초당 1,000골드가 소모됩니다.]‘젠장! 움직이면 돈이네!’
변신하고 약 5초가 흐른 상황.
벌써 5만 골드가 날아가 버렸기에 재호는 바로 솟구쳐 올랐다.
콰과곽-!!
커다란 덩치로 막무가내로 뚫고 올라가기 시작한 재호.
브레스를 사용하면 더 쉽겠지만…….
[당신의 지능 수치의 8,000%에 달하는 강력한 숨결을 발사합니다.] [초당 5,000골드가 소모됩니다.]여기서 더한 지출을 할 순 없었다.
‘보물! 최대한 빨리 챙길 것들을 챙기고 탈출한다!’
오기크의 힘에 담긴 본능을 따라 재호가 거침없이 땅을 뚫었고.
쾅-!
그리고 마침내 번쩍이는 황금들이 쌓인 장소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었다.
[드래곤 변신 상태에선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뭣?!’
판단은 빨랐다.
[드래곤 변신 해제]파앗-
변신을 푼 재호는 바로 보물 앞에 내려섰다.
“최대한 챙긴다!”
…는 인벤토리를 쓸 수 있는 게 자신뿐이었다.
[무게 제한을 초과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묵-직.
온몸으로 느껴지는 무게감.
다행히 인벤토리에 다 넣을 순 있었지만 다시 자리를 뜨려고 드래곤으로 변신하는 순간, 또 문제가 발생했다.
[무게 제한을 초과한 탓에 비행 능력이 감소합니다.]‘아, 왜?!’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무게 제한도 높여 줘야 합리적이지 않은가?!
땅을 뚫고 솟아오르려던 재호가 영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드래곤이라면서 고작 주머니가 무거워 뜨지 못하는 꼴이란…….
바로 그 순간.
“히히! 내가 도와줄까?”
확연히 느려진 재호의 움직임에 문제를 바로 깨달은 맘브가 물었다.
-음? 뭘 도와준다는 거지?
“무거워서 그런 것 아냐? 내가 도와줄게.”
쩌-억.
갑자기 입을 쩍 벌린 맘브가 자신의 양 볼을 쭉쭉 당겨 보였다.
“나 입 안에 많이 들어가거든.”
“?!”
머리통이 크다지만 그 많은 보물이 들어갈 리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생기는 기대감은 그의 얼굴이 햄스터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팟-
재호가 다시 변신을 풀고 내려섰다.
그리곤 보물을 조금 덜어 내 보았다.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재호의 손에 들린 것을 쩍 벌린 입으로 집어넣은 맘브.
헌데 양 볼에 넣었음에도 뭔가 넣은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쑥- 쑥-
계속 집어넣는 맘브.
“헉?”
재호는 물론, 꼰대와 알드리온도 경이로운 표정으로 쇼를 구경했다.
“더 들어가? 이래도? 이래도 또 들어가?”
재호는 보물들을 계속 꺼냈고 맘브는 거침없이 볼에 저장시켰다.
아무래도 맘브의 양 볼이 인벤토리와 같은 기능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용량이 무한하진 않았다.
조금씩 부풀어 오른 양 볼은 어느새 터질 정도로 빵빵해졌고, 맘브도 동작을 멈췄다.
“흐흫! 끡츴드!”
“꽉 찼단 거지?”
놀라운 저장 용량.
덕분에 재호는 무게가 한계치 아래로 뚝 떨어졌다.
“좋아! 그럼 다시 간다!”
재호는 드래곤으로 변신해 비행을 시도했다.
콰아앙-!!
넘치는 힘!
‘망할! 결국 무게 총량은 똑같은데 내가 소지했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게 말이 돼?!’
납득하기 어려운 시스템 구조 탓에 시간이 지체된 게 너무 아까웠다.
어느새 주변의 머리 위의 지반이 무너지며 재호의 비행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쿠구구구-
꿍-
-윽?!
뚫고 나가던 중, 위쪽에서 무너져 내리는 두꺼운 지반에 머리를 맞은 재호가 휘청했다.
누가 봐도 완전히 붕괴되기 시작한 모양새.
‘어쩔 수 없나?!’
이걸 빠르게 뚫기 위해선 결단을 내려야 했다.
우우웅-
재호의 입으로 몰려드는 새카만 에너지.
‘딱 3초만 쓰자! 아니, 1.5초!’
입을 쩍 벌리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리는 광선.
쿠과과광-!!
재호도 깜짝 놀랄 정도의 파괴적인 공격이 지반을 일직선으로 뚫었다.
그리고 브레스로 만들어진 틈으로 커다란 몸뚱이를 억지로 비집어 넣었고…….
콰아앙-!!!
마침내 지상으로 솟아올랐다.
분명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먹구름이 잔뜩 껴 있던 하늘.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걸 알려 주기라도 하는 듯, 눈부신 햇살이 재호를 반겼다.
-으아아악! 내 돈 살살 녹는다!!
물론 그런 감상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지상으로 내려가 드래곤 변신을 풀어야 했다.
번-쩍.
하지만 아래쪽에서 일어난 마나 폭풍의 폭발을 피해 재호는 5초 정도 더 날아야 했다.
* * *
불곰국 폐허는 이제 더 지독하게 파괴되었다.
하지만 따지고 본다면 전보다 더 깔끔해졌다고도 할 수 있었다.
마나 오염이 사라진 것은 물론, 마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덕에 지상이 매끈해졌으니까.
“…라고 말해 봐야 룬가 왕국에선 콧방귀를 뀌겠지?”
일행과 다시 합류한 재호가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테일러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말했다.
“쯧, 그럼 절대 모르게 해야겠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대체 뭐야?! 또 드래곤으로 변신이 돼? 대체 안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온 거야?!”
궁금해 미칠 지경인 건 테일러뿐만이 아니었다.
우람은 물론, 빅썬더조차 재호가 안에서 한 일을 궁금해했다.
“뭐… 나중에 방송으로 봐. 어차피 녹화해 놨으니까.”
그리고 재호 역시 그들이 바깥에서 뭘 했는지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왜냐면…….
“대체 뭔 일이 있었기에 엄마가 여기 있는 거예요?”
재호는 우람 옆에 나란히 선 은혜를 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