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63
362화
헬저트 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조직의 수장들이 비밀스러운 만나는 사이, 재호는 동료들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었다.
“뭐야?! 진짜 다른 보상 있었던 거야?”
테일러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재호를 바라봤다.
티나가 입은 하얀 로브의 정체를 빅썬더가 알아보면서 들통이 나 버린 것.
“야! 너무한 거 아니냐? 아까 그렇게 뻔뻔하게 말해 놓고선!”
“뭐, 보상이 나한테만 들어온 거 보면 기여도가 많이 낮았나 보네.”
섭섭해하는 테일러를 향해 재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너 아까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었냐?”
돌변한 태도에 도리어 당황한 테일러.
“무슨 날 도둑놈처럼 몰아가는 것 같으니까 그러지!”
“아니… 도둑놈처럼 몰아가는 게 아니라 도둑놈 같은…….”
“됐어. 그건 알시아의 말이 맞다.”
그때 빅썬더가 끼어들며 재호 편을 들었다.
“뭐? 야! 너는 그런 말할 자격 없어!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런데도 똑같이 아무 보상을 얻지 못했다면 넌 대체 뭘 한 거지? 가만있던 나나 그렇게 날뛰던 너나 기여도가 비슷하다는 건…….”
“?!”
예리한 논리에 테일러는 말문이 막혔다.
인정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빅썬더의 지적.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결국 우린 무무만에게 무의미한 공격만 했단 뜻이겠지.”
빅썬더의 말은 정확했다.
실질적으로 대미지를 입혔던 건 무무만을 보호하던 정체불명의 힘이 사라진 뒤였으니까.
“뭐, 그게 아니더라도 그 폭발의 위력만 보면 애초에 알시아의 딜 지분이 높을 것 같긴 하지만, 알시아가 얻은 정당한 보상이니 우리가 할 말은 없지.”
그러면서도 빅썬더 역시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자기가 변호해 줬으니 적당히 공개해 달라는 거구나.’
그 속내를 읽은 재호는 어쩔 수 없이 보상 내역을 공개했다.
“스태프랑 로브? 아, 로브는 쟤가 입고 있는 거구나.”
테일러는 티나가 입은 새하얀 로브를 보며 말했다.
“성능 좋아?”
“좋은 거 같더라.”
재호의 말에 빅썬더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 출신이 쓰던 거라면 마법사한테는 최상의 아이템이라고 해도 될 거다.”
“옵션 좀 볼… 악!”
찰싹-
로브의 정보를 보려던 테일러는 티나에게 손바닥으로 손등을 맞았다.
“함부로 손대지 마.”
‘좀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면서.’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속내.
“쳐다보지도 마. 닳으니까.”
“…….”
하지만 티나는 그보다 한술 더 뜬 반응을 보여 주었다.
“흠흠, 그래서 다른 건 뭐야? 그건 스태프 같은데?”
“맞아. 부러져서 쓸 순 없지만.”
헌데 이번에는 빅썬더가 눈을 빛내며 그것을 요리조리 살폈다.
“대단하군.”
“응? 이게?”
“그래. 여기에 담긴 마력은 평범한 스태프 이상이다.”
물론 망가져 버려서 빅썬더도 스태프 자체의 기능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다.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건 그저 스태프에 담긴 마력의 크기.
스태프의 마력은 곧 사용자의 마법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핵심 옵션이었다.
“수리해 봤으면 좋겠는데.”
“스태프도 수리가 가능해?”
“일반적인 무기 수리 기술로는 당연히 안 된다. 마법 도구는 마법사가 다루어야 하지.”
그러면서 빅썬더는 다시 부러진 스태프를 살폈다.
“궁금하군. 여기에 얼마나 대단한 기능들이 있었을지.”
“너는 못 고쳐?”
“나는 마법을 쓰는 사람이지 장인이 아니니 말이다.”
“그럼 화원으로 돌아가면 적탑 거리로 가 봐야겠다.”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는데 빅썬더가 화들짝 놀라며 반대했다.
“백탑 장로가 쓰던 걸 왜 적탑으로 가져간다는 거냐?”
“왜? 문제 있는 거야?”
“당연하지. 제조사가 다른데!”
하지만 백탑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재호가 이걸 들고 찾아갈 순 없었다.
그렇다고 빅썬더에게 맡길 수도 없었고.
‘같이 다니곤 있지만 기본적으로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상대니까.’
일단은 부서진 스태프를 다시 집어넣었다.
“이건 어차피 급한 게 아니니 내버려두지 뭐.”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뤼니오르한테 물어보자.’
대마법사인 그라면 딱히 특성을 가리지 않고 다 잘 알 것이란 게 재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일기장.
[등급 : 일반] [사용 조건 : 없음] [무무만의 일기장입니다.]간단한 설명.
하지만 모두가 앞선 두 아이템보다 이게 핵심이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무무만에 대한 비밀이 들어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대륙력 000년 00월 00일] [나는 평범한 마법사였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나…….]자신의 출생부터 시작하는 장황한 서두에 재호는 하마터면 일기장을 덮을 뻔했다.
“이거… 읽는 데 한참 걸리겠는데…….”
한편으론 돌아가는 동안의 무료함을 조금 덜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요세프와 벨튀마가 있는 한,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싸움을 걸어오지 않을 테니까.
* * *
일기장엔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후반부의 극소수였다.
앞쪽은 그저 평범한 일상이 담긴 일기였으나 뒤쪽에 가서는 노골적인 심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마법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런 진보적인 발상과 미래를 백탑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새로운 변화에 겁을 먹고 있다. 애초에 이것 또한 마법의 연장이거늘, 왜 받아들이지 못한단 말인가.] [이대로라면 마법사는 대륙에서 점점 도태되어 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 낸 이 ‘초월체’ 이론은 마법사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줄 궁극의 마법…….] [젠장! 백탑에서 몰래 진행하던 초월체 연구를 알아챘다. 그들은 당장 연구를 중단하고 모든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놈들은 겁쟁이라는 것을.] [나는 백탑을 떠났다. 그 과정이 결코 좋았다곤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내가 백탑에서 헌신하고 얻어낸 모든 것을 없애 버렸다. 아마 누군가 내 연구를 이을까 두려웠던 것이겠지. 하지만 이미 모든 이론은 내 머릿속에 확실히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장소에서 초월체 연구를 완성할 것이다.] [룬가 왕실 마법회에 자리를 잡은 나는 제법 괜찮은 대우를 받았다. 이곳의 수준 낮은 마법사들에 비하면 내 실력은 비현실적이니 당연한 일.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초월체 연구에는 진전이 없다. 분명 이론은 완벽한데…….] [매번 실험에서 실패한 이유를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건 내 마나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걸 달성하려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강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룬가 왕실의 수호신이었으나, 애초에 내가 접근할 수조차 없다. 답답한 상황이다.] [동대륙의 미치광이 알시아. 그 인간은 룬가 왕국의 영토 내에서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다. 하지만 나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환호성을 내지를 뻔했다. 내 골머리를 썩게 만들던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니까.] [제기랄! 완벽하다 생각했던 이론에 문제가 생겼다. 드래곤의 마나는 생각보다 더 과격했고 인간의 몸으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눈앞에 답이 있는데 닿지 않는 상황이라니…….] [방법을 알아냈다. 다만… 이 방법은 온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악독한 일이었다. 이 방법을 제안해 준 자가 악마라는 걸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정말… 이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오늘 두려움에 떠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멈출 순 없다.] [마침내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감싼 초월체의 힘……. 그리고 머지않아 이 강대한 힘을 통한 마법의 발현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리라.]그것이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음…….”
이것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여과기의 용도야 이미 짐작하던 부분이었고.’
여러 방법으로 공수한 인간들을 오기크의 마나를 중화시키기 위한 필터로 사용했다.
그다음 그 마나를 자신이 받아들인 것.
아무래도 그 과정을 통해 얻은 능력이 재호 일행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보이지 않는 힘이리라.
‘이 일기장을 보면 다행히 초월체란 게 완성되기 전에 토벌이 이루어진 모양이네.’
마법을 쓸 수 없던 것은 아마 그런 이유였던 모양.
‘그런데 좀 아쉽네.’
일기장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정보가 없었다.
초월체란 것의 정의.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무무만에게 도움을 준 악마의 정체.
특히 후자의 경우엔 상당히 민감했다.
재호의 경험상 악마가 끼어든 사건에서 뭐 하나 조용히 지나간 게 없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되니 나는 스태프가 신경 쓰이는군.”
일기장 내용을 공유 받아 확인한 빅썬더의 의견.
“부러진 스태프?”
재호의 의문에 빅썬더가 자신의 추측을 설명했다.
“마법사에게 있어 스태프란 기사의 검과 같은 것. 그런 물건이 부러졌다는 점은 결코 쉽게 볼 것이 아니지. 어쩌면… 무무만 그는 내심 자신이 추구하던 ‘초월체’라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던 마법사로서의 긍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느꼈을지도 모르겠군.”
재호나 테일러는 전혀 생각도 못 한 방향으로 분석하는 빅썬더.
과연 정점에 선 마법사라고 할 만했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더 이상 알 수 있는 게 없네.”
아무래도 스태프를 복원해 보면 뭔가 나올 듯싶었다.
“재호야!”
그때, 은혜와 나란히 앞서 이동하던 우람이 재호를 불렀다.
“저기가 네 꽃집 맞냐?”
멀리 사막 위로 보이는 푸른 초목.
그렇게 재호 일행은 룬가 왕국에서 무사히 엘리시아 화원으로 복귀했다.
* * *
엘리시아 화원에선 늘 예상 못한 이벤트들이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발생한 이벤트에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저거 요세프 맞지?”
“뭐냐? 왜 요세프가 여기에…….”
“그 뒤에는 알시아네. 알시아랑 같이 온 것 같은데?”
“혹시 알시아 뭐 한다고 이야기 있었나? 어디 갔다 온 거지?”
“전혀. 커뮤 쪽에도 조용했음.”
재호의 일거수일투족은 플레이어들의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퍼지곤 했는데 이번은 예외였다.
아무도 재호가 어딜 다녀온 것인지, 그리고 뭘 하고 왔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이번 역시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든 초대형 사건이었으리라.
머지않아 소문이 퍼져 나올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은 재호 곁에 선 이들을 향해 부러움을 드러냈다.
“나도… 나도 알시아 코인 타고 싶다!”
그런 부러움의 시선을 만끽하며 테일러는 재호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아마 다음에 만날 땐 테일러 공작일 거다! 기대해!”
“어어, 그래.”
시큰둥한 대답을 해 준 재호는 슬슬 정리하고 쉴 겸 꽃집으로 향했다.
“알시아 님!”
그때 재호를 찾는 브리즈가 다급한 외침.
“브리즈 씨?”
“하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
최근에도 보았던 그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수상쩍었다.
“혹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예?!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겟습니까?”
뭔가 있었다.
“뭔가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 주셔야 합니다. 괜히 숨겨 두시다 더 심각해지면…….”
“저, 정말 아닙니다. 그저 저희들이 이번에 준비한 것이 있는데……. 혹시 알시아 님이 그것에 공증을 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공증?”
“예. 바로 헬저트 연합에 대한 공증을 요청드립니다.”
재호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져갔다.
이미 이름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니…….
“헬저트 연합이 뭐죠?”
“엘리시아 화원에 거점을 둔 네 개의 길드 연합체입니다. 향후 엘리시아 화원의 발전과 안전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죠.”
의도는 좋았으나 그 구성원이 누구인지가 중요했다.
“하하, 물론 알시아 님의 공증을 받으려는 것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곳들이 모였습니다.”
“어디 어디인데요?”
“전럭협, 시바, 악어새, 프라임. 이렇게 네 개 길드입니다.”
“…….”
도대체 어떤 점에서 신뢰할 수 있단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