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66
365화
패로우와 헤어진 재호는 엠베이 숲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지난번에 만들어 놓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악마초 화원이었다.
그런데 방치해 놓았던 것치고는 무성하게 자라난 악마초들.
“이것들은 어째 그냥 버려둬도 잘만 자라냐?”
괜히 악마초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허나 악마초 때문에 이곳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키노!”
바로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여왕 키노였다.
인간과 악마, 정확하게는 서큐버스 혼혈인 그녀라면 이 아이템에서 새로운 걸 발견할지도 몰랐다.
“키노! 어디 있냐?! 나와라-!”
독사과 흑마법사단의 성소가 어디에 자리 잡은 줄 모르니 일단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는 재호.
일장로 기오스에게 도움을 받을까도 싶었으나 지금도 묵묵히 건설 현장에서 일해 주고 있는 그를 이런 사소한 것으로 또 부려 먹으려니 조금 겁이 나 참았다.
‘일단 직접 찾아보고 안 되면 부르자.’
그리고 다행히 금방 반응이 돌아왔다.
“아주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려는 모양이로구나.”
특유의 여유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나타난 키노.
악마초 화원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재호를 향해 손짓했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게 좋겠구나. 그대가 날 찾아온다는 건 결코 평범한 일로 찾은 게 아닐 테니까.”
눈치껏 먼저 숲 안쪽으로 안내하는 키노를 따라 재호는 걸음을 옮겼다.
“헌데 그 잠깐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재호를 바라보는 키노의 의미심장한 눈빛.
“아, 이 녀석 때문에?”
재호는 키노가 말하는 게 알드리온이라 생각해 앞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힘과 권능을 쫙 빼놓았다고 해도 정체성은 드래곤이니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키노는 알드리온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재호를 응시했다.
“그 원숭이가 아니니라. 내가 말하는 건 그대이니라.”
“응? 나?”
무슨 소리인가 갸웃하던 재호는 금방 아- 하고 이해했다.
“오기크의 정수?”
자신이 완전히 흡수해 버린 오기크의 힘.
그 덕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고, 그것을 키노는 곧장 꿰뚫어 본 것이다.
“흥미롭구나. 그걸 지금까지 빼앗기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것도 대단한데 완전히 흡수해 버리기까지 하다니. 허나…….”
그제야 키노는 재호의 주머니에서 몸을 반쯤 꺼낸 알드리온을 쳐다봤다.
“역시나 인간의 몸으로 드래곤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무리였던 모양이구나. 그 원숭이와 나눠 가진 것을 보아하니.”
“대단하네.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거야?”
“후후, 오래 살면 누구나 하나쯤은 쓸 만한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마련이지.”
한편 알드리온 또한 키노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긴장한 상태였다.
“알시아 대왕. 어찌 이런 위험한 존재와도 가까이 지내는 것인가? 게다가 이 주변에 넘치는 마기는 대체…….”
“어? 너도 키노 알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구시대의 괴물 마녀. 대륙 구석구석을 불태우고 다니는 미치광이 방화광. 설마 지금까지도 살아 있을 줄이야.”
아마 딸 스노우와 한참 사이가 안 좋았던 시절을 말하는 모양.
‘뭐, 거기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짓궂은 미소를 띤 채 알드리온을 바라보는 키노의 태도를 봐도 그 발언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고.
그래도 하나는 확실히 해 두어야 했다.
“키노랑 난 동맹이야. 오기크를 잡는 것도 키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허어! 악마의 손아귀로부터 코페이가 벗어났나 싶었더니…….”
알드리온은 진심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싫든 좋든 그는 코페이의 정식 후계자인 재호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호들갑이 심하구나. 알드리온.”
역시나 그를 알고 있는 키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네가 지금처럼 아기자기한 상태일 때 콱 죽여 버리고 싶지만 알시아를 보아 참는 것이니.”
“흥! 오기크 그 어설픈 녀석을 상대한 경험만 가지고서 나를 도발하는 것인가?”
“글쎄? 과연 어떨까?”
서로 기싸움이 심해지는 것 같아 재호가 중간에서 말렸다.
“둘이 싸워서 나한테 피해가 오는 건 사절이야. 안 그래도 요즘 머리 아픈 일들 너무 많은데.”
“후후, 운이 좋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끝까지 뒤끝은 남겨 둔 채 둘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른 무력 충돌이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재호는 생각했다.
* * *
키노의 독사과 마법사단 성소로 들어온 재호.
이번 역시 지하에 숨겨져 있었는데 대체 이만한 규모의 시설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어쩌면 황탑 마법사들이 아니라 흑마법사들이 진짜 건축 장인일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키노와 마주 앉은 재호.
“그래. 이제 이야기를 들어 보자꾸나.”
재호는 바로 정체불명의 장치를 꺼내 가운데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음?”
눈을 가늘게 뜬 키노는 그것을 살폈다.
“우리 쪽 악마한테 들었는데 이 물건이 로두카 쪽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네? 근데 다른 걸 전혀 알 수 없어서 가져와 봤어.”
“로두카라……. 날 찾아온 이유를 뻔히 알겠구나.”
절반은 서큐버스인 그녀.
그리고 색욕의 대공인 로두카이니 서큐버스와 분명 어떠한 관련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추측은 정확했다.
“악마들에게 강한 자극을 일으키는 장치로구나.”
단번에 알아본 키노는 가볍게 손짓하더니 그것을 둥둥 띄워 코앞까지 가져왔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분명 서큐버스의 것이야. 다만 여기에 실린 권능의 농도는 그리 높진 않구나.”
“권능의 농도?”
“간단히 말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굴 정도라는 뜻이지.”
“…음?”
당황한 재호가 멍청한 소리를 내며 의문을 드러냈다.
“후훗, 뭘 모른 척 하는 게냐? 다 알 것처럼 생겨선.”
“아, 아니. 대충 짐작은 하긴 했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들으니 당황스러워서.”
다시금 뉴월드가 성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쨌든… 그것 말고 다른 효과는 없어?”
키노가 말한 것과 달리, 인간들은 이 장치로 인해 강력한 디버프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그 디버프의 효과는 아무리 봐도 그런 쪽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흐음- 이건 내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어진 키노의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애초에 그런 목적일 가능성도 있느니라.”
“원래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사람을 노린 물건이란 뜻이야?”
“그런 뜻이 아니니라. 농밀한 에너지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장치라는 뜻이란다. 단, 악마에겐 극소량에 불과한 서큐버스의 마력이 인간에겐 치명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일 뿐.”
즉, 키노가 보기에 이건 대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힘을 빨아들이는 장치라는 것.
“서큐버스들은 다른 이들의 생명력을 먹고사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그걸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아닐까 싶구나.”
생각해 보면 키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면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다른 생명체의 생명력을 빨아먹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더 깊은 지하에선 재호의 유치원 친구 한 명이 피를 빨리고 있었고.
“아…….”
그 점을 상기하자 재호는 단번에 이 장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띠링-
[를 알게 되었습니다.]“?!”
키노의 추측이 정확했던 것인지, 숨겨져 있던 아이템 정보가 마침내 업데이트되었다.
[] [마계의 연인 혹은 부부에게 유행하는 큐브입니다.이제는 무덤덤해진 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이 큐브로 흡수한 여러분들의 뜨거운 생명력은 어렵고 힘든 서큐버스들을 위해 쓰입니다.]
의외로 상당히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물건이었다.
‘정말 안 어울리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분명 소외되어 어려움을 겪는 서큐버스들도 많긴 할 것이다.
그런 이들이 많을수록 대악마 로두카의 영향력도 약해질 테니 아마 이런 방법을 떠올린 게 아닐까 싶었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을…….
“그런데 참 재미있구나. 혹시 그대는 대체 이걸 어디 쓰려는 것인 게야? 혹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는…….”
“뭔 미친 소리야? 내가 이걸 왜 써!”
재호는 발끈하며 항의했다.
악마와 관련된 물건이니 혹시나 싶어 챙겨왔을 뿐이지, 처음부터 용도를 알았더라면…….
‘…그래도 챙기긴 했겠구나.’
이런 희귀한 물건을 내버려두고 오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을 것이다.
“오호라? 그렇다면 그대에겐 이것이 쓸모가 없다는 뜻이로구나.”
“…어?”
어쩐지 뒤늦게 함정에 빠진 듯한 느낌.
“그렇다면 이걸 내게 주는 게 어떻겠느냐?”
키노는 진심으로 탐을 내고 있었다.
“이건 내가 쓰기에도 상당히 좋을 것 같구나. 매번 내 마력을 소모하는 것도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니 말이야.”
하지만 달라고 덜컥 줄 순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재호는 이것 말고도 그녀에게 따져야 할 것이 있었다.
“그 전에 일단 물어볼 게 있어. 솔직히 알고 있었지?”
“음? 갑자기 무슨 소리이냐?”
“오기크가 죽기 직전에 저주를 남겨 놓았던 거 말이야! 너 정도 되는 마법사가 그걸 몰랐을 리 없는데?”
“…후훗.”
순간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더니 음흉하게 웃기 시작한 키노.
“그래서였구나. 그대가 오기크의 힘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
역시나 알고 있었던 키노!
“야, 웃고 끝날 일이야? 그런 게 있었으면 말을 해 줬어야 할 거 아냐!”
“결과적으로 잘된 일 아니겠느냐? 그대는 한층 더 강해졌으니.”
당연히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다.
“이번에도 그냥 날로 먹을 생각은 하지 마. 기오스를 우리한테 보내 줬다는 걸로 퉁치고 넘어가는 것도 안 돼.”
재호는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이 없단 점을 확실히 말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대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면 이것을 얼마든지 주겠다는 뜻이로구나.”
제대로 알아들은 키노는 팔짱을 낀 채 고민에 빠졌다.
딱-!
“옳지! 좋은 생각이 났구나.”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리들이 정식으로 악마초들을 관리해 주마. 그리고 그 연구 결과들을 그대와 공유하도록 하겠느니라.”
“응? 악마초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제안이었다.
“지상의 악마초들이 저렇게 쑥쑥 자란 것이 저절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너희가 키운 거라고?”
“당연하지 않겠느냐.”
지난번 만남에서 말했던 대로 키노는 악마초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마침 흑마법과 상성이 좋아 곧 괜찮은 마도구들도 나올 것 같구나. 우리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낼 순 없으니 그 물건들의 판매를 그대에게 맡기겠노라.”
“?!”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키노의 손에서 나온 물건들이라면 그 성능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괜찮은 것 같은데…….’
사실 재호는 잘 모르지만 이 제안은 단순히 파격적이라고만 할 수준이 아니었다.
뉴월드 세계관에서 흑마법의 인식은 좋지 않지만 플레이어들에겐 정반대였다.
딜, 서폿, 디버퍼 다 가능한 하이브리드 포지션이 바로 흑마법사 클래스였기 때문에 인기가 굉장히 높았던 것이다.
그러니 대마법사 수준의 흑마법사가 만든 아이템이라면 그 가치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흠……. 뭐, 나쁘지 않네.”
그런 자세한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재호는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어차피 자신의 입장에서 악마초는 계륵이나 다름없었는데, 마침 키노가 대신 관리해 주는 것도 모자라 관련 아이템의 독점 판매권도 준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후후, 잘 생각했느니라.”
[독사과 흑마법사단이 악마초 화원의 관리자로 임명되었습니다.]계약이 성립되며 엠베이 숲에 대충 만들어 놓은 악마초 화원이 정식으로 명명되었다.
[앞으로 매달, 독사과 흑마법사단이 당신에게 판매를 위한 거래품을 제공할 것입니다.] [판매 대금의 20%가 당신의 소유로 들어옵니다.]“좀 짠데? 45%는 해 주면 안 돼?”
“내가 이런 말은 잘 안 하지만 판매 대행으로 절반을 떼어 가는 건 미친 것이 아니냐?”
“그건… 그렇지…….”
현실 기준으로 욕심을 내 보았던 재호는 키노의 냉정한 일침에 정신을 차렸다.
“후후,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하마.”
키노는 흡족한 얼굴로 흡성 큐브를 쓰다듬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