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74
373화
꽃꽂이 스킬은 충분히 확인했고 이젠 계속 견습에 머물러 있던 [꽃꽂이 아티스트] 칭호가 바뀐 걸 확인할 차례.
‘꽃꽂이 시, 추가 효과를 받는다’라는 애매한 옵션을 가지고 있어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던 칭호.
[꽃꽂이 시, 받을 수 있는 추가 효과가 좀 더 증가합니다.] [당신이 만들어 내는 모든 꽃 관련 아이템들에 추가 옵션이 부여됩니다.]기존 옵션이 상향되었지만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려운 건 여전했다.
반면 새로 생긴 두 번째 옵션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확정적으로 추가 옵션이 생성된다고?”
100% 확률이라면 아주 좋은 옵션은 부여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기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빡세게 작업을 한 것이 이제야 보답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간 스킬 레벨이 올라도 체감되는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던 차였으니…….
“좋아. 그럼 다시 시작해 보자!”
완전히 바뀐 듯한 느낌에 재호가 힘차게 각오를 다졌다.
* * *
이후 몇 번이고 작업을 반복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재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집중했고, 처음엔 꽃만 보고 있겠다며 투덜대던 알드리온조차 숨을 죽였다.
‘처음엔 미친 소리라고만 생각했었건만, 대체 꽃이 무어라고 저토록…….’
손가락 한 마디 겨우 되는 꽃을 잡고 끙끙거리는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지만, 그것이 진심이라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슥슥-
손수건 하나를 들고서 재호의 턱을 따라 흐르는 땀을 닦아 주는 꼰대.
그리고 그것이 걸레인지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몰입한 재호.
마치 수술 현장이라도 되는 듯한 터질 듯한 긴장감이 꽃집에 가득했다.
“엇? 안녕하세요, 알시아 님! 좋은… 앗!”
막 접속해 꽃집에 나타난 메이는 흠칫하곤 얼른 밖으로 나가 버렸지만 역시나 재호는 알아채지 못했다.
[이 스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뚝-뚝-
더 많이 흐르기 시작한 땀방울.
내가 꽃인가, 꽃이 나인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섬세하게 꽃의 섬유질 하나하나를 땋는 재호.
그리고 마침내, 그로우 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를 완성했습니다.] [대성공했습니다!]“후……!”
마침내 원하는 알림을 띄운 재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단순히 전설 등급을 원했다면 진작 끝을 냈을 것이다.
“진짜배기는 대성공 아이템이지.”
이걸 위해 무려 32번의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어디 그 결과물을 한번 확인해 볼까?”
퐁퐁화와 바람꽃을 섞어 만든 꽃템.
산불을 내기에 딱 좋습니다.] [1. 폭발형 공격의 위력이 250%로 증가합니다.] [2. 이동속도가 150% 증가합니다.] [3. : 반경 10미터 이내에 꽃가루를 흩날려 작은 불씨에도 폭발합니다. 꽃가루는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밀집될수록 위력이 증가합니다.] [4. : 매 걸음 민첩 및 이동속도가 1.2%씩 증가하여 최대 20회 중첩됩니다. (제자리에 멈출 경우 초기화)] [전설 추가 효과 : 최대 중첩 시, 의 범위가 두 배 증가합니다.] [대성공 추가 효과 : 폭발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량의 일부를 자신의 이동속도로 전환합니다.(사용자의 스킬 혹은 아이템으로 발생한 경우,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칭호 효과 : 아이템에서 빛이 납니다.]
아래로 갈수록 눈이 뒤집히는 효과에 펄떡거리던 심장이 마지막에 와선 팍 꺼졌다.
“칭호 버프가… 고작 이거야?”
당황스러울 정도로 보잘것없는 효과.
“어쩐지 유난히 빛이 난다 싶더라니…….”
완성하자마자 보석처럼 반짝이는 게 칭호 효과 때문으로 보였다.
“뭐… 어쨌건 이 정도면 사만다가 쓰기에 괜찮겠지.”
근거리 딜러인 사만다는 별다른 방어구 없이 민첩한 움직임으로 적을 상대하는 타입.
이 목걸이를 사용하면 훨씬 높은 전투력을 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럼 다음은… 아, 맞다!”
좀 전, 재호가 집중하고 있을 때 발생한 스킬 업그레이드.
“…과몰입?”
왠지 거부감 드는 스킬명이었다.
“하긴 이건 99레벨 상태였었지.”
딱 타이밍 좋게 스킬 레벨이 올라 주었다.
덕분에 반짝이 효과도 얻을 수 있었으니…….
[ lv.1] [몰입을 넘어 과몰입 상태에 진입합니다.] [과몰입 상태가 적용된 스킬의 경험치를 20% 추가 획득합니다.] [몰입 상태에서의 작업 대성공률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1분당 15씩 감소합니다.]크게 새로울 것은 없으나 세부 옵션의 버프가 있었다.
“체력 감소량은 도리어 늘었네.”
다행히 지금 재호의 체력으론 충분히 버티고 남을 정도였으니 크게 문제될 건 아니었다.
“참… 뭔가 얻을 땐 늘 한꺼번에 오는구나.”
아무래도 서로 함께 쓰이는 스킬들이 일정한 탓인 듯싶었다.
“후, 그럼 다시 시작해 볼……. 잠깐만. 꼰대 너 손에 든 그 걸레 뭐야?”
-응? 이게 걸레야? 수건인 줄 알았지. 아니지. 네 땀을 닦았으니 확실히 걸레가 되었겠군.
“…….”
뒤늦게 얼굴에서 느껴지는 시큼한 냄새에 재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고마운데 고맙지 않은 이 기분.
똑-똑-
“폐하.”
그때 바깥에서 줄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사과 흑마법사단 쪽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응? 키노가?”
의외의 방문자에 재호는 바로 시작하려던 작업을 중단하고 몸을 일으켰다.
* * *
키노 측에서 찾아올 이유라고 해 봐야 하나밖에 없었다.
“대왕님을 뵙습니다. 5장로 힌토바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 여왕님과 말씀하셨던 건 때문에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말했던 거라면 역시 흑마법 아이템들?”
“맞습니다. 내부적으로 허가가 난 몇몇 물건들을 드리고자 합니다.”
힌토바는 허공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 재호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것이 그 물건들입니다.”
“흠…….”
달칵-
잠금을 풀고 긴장한 채 연 재호.
흑마법 관련 아이템들이라고 하니 끔찍한 것들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응?”
의외의 것들에 재호는 당황했다.
사람을 홀리는 고급스러운 장신구들이 들어 있었는데 전문 세공사가 만든 것에 굴하지 않을 정도였다.
귀부인들이 보면 너무나 좋아할 것 같았으나, 하나를 집어 들어 살펴본 재호는 절대 일반인 손에 가선 안 되는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 [등급 : 고급] [사용 조건 : 흑마법사 클래스] [악마초 중 하나인 크로커스의 마기를 빚은 귀걸이입니다.일정 수준의 마기 저항력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이 사용할 경우, 서서히 미쳐 갈 것입니다.] [ : 흑마법 사용 시, 대상의 정신에 균열을 만들어 내 마법 저항력을 10% 감소시킵니다.] [ :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극소량의 마기가 당신을 중독시켜 마법 공격력을 20% 증가시킵니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흑마법사 클래스] [악마초 혼바라기를…….]
전부 악마초를 연구해 만들어 낸 장신구들.
결코 정상적인 물건들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일반인이 사용할 수 없는 건 그렇다고 치고……. 흑마법사들만 사용해야 하는 이유라도 따로 있는 건가?”
“예. 흑마법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 자가 사용할 경우, 장신구가 정력을 빼앗아 버리는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
누가 그런 짓을 했을진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흠흠, 어쨌든 이걸 팔면 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여기서 하나 정도는 내가 좀 가져도 될까?”
재호의 물음에 힌토바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왕님께서도 흑마법을 익히셨습니까?”
“아니, 내가 쓸 건 아니고 다키스트한테 하나 줄까 싶어서.”
대회를 대비해 팀 내 흑마법사인 그녀를 위해 하나 챙겨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턱을 가만히 쓰다듬던 힌토바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마 7장로가 가진 것이 이미 이보다 좋을 것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중하급 수준의 장신구이니 말입니다.”
“아… 그래?”
“그렇습니다. 보통 임모탈리언들은 극도의 기능성을 추구하지 않습니까?”
평범한 아이템 자체를 별로 써 본 적이 없으니 전혀 알지 못했던 재호.
‘기능성이라고 하고 보니 나는…….’
불현듯 깨달은 새삼스러운 사실.
스으-
재호의 시선이 현재 자신의 패션 상태를 살폈다.
‘앞치마, 신발, 장갑……. 뭔가 자잘하게 좋은 것들은 입고 있으면서도 옷은 게임 시작할 때 받은 것 그대로구나.’
참 변함없는 패션이었다.
하지만 더 재밌는 점은 재호가 뉴비 패션인 것을 그 누구도 딱히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워낙 강렬한 인상에다 실력을 보여 주다 보니 패션 따위엔 눈에 가지 않기도 했었고, 혹자는 일부러 고인물 컨셉을 잡으려고 초기 패션을 유지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딱히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었지만…….
물론 제대로 된 방어구를 갖추지 않고 잘만 싸울 수 있었던 것엔 뉴월드 시스템의 특성 덕이 컸다.
방어구에 특수한 마법 옵션이 들어갈 순 있지만, 기본적으론 방어력과 급소 보호를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RPG 게임들처럼 방어구를 입는다고 해서 캐릭터 능력치 자체가 대폭 증가하는 경우가 뉴월드엔 없었다.
말 그대로 ‘방어’를 위한 방어구.
물론 그렇다고 해도 뉴비 옷은 심하긴 했다.
이건 그저 천 쪼가리에 불과했으니.
‘음……. 대회도 있으니 이참에 한 번 변화를 줘 볼까?’
“대왕님?”
“아!”
갑자기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자 의아해진 힌토바가 재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흠흠, 아무 일도 아냐. 어쨌든 이 물건들의 판매는 우리 쪽에 맡겨 둬.”
“예. 바쁘시겠지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바쁜 게 사실이지만 어차피 재호가 직접 할 것도 아니었다.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
* * *
“와! 알시아 님은 대체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예요?! 흑마법사 전용 장신구들이라니. 옵션이 아무리 중하급 수준에 머무른다고 하더라도 마법 장신구 자체가 워낙 고가치 아이템이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크루와상 상단으로 물건을 가지고 찾아온 재호.
그리고 물건을 보자마자 크루와상은 그 진가를 바로 알아보았다.
“게다가 마기가 깃든 물건이라니! 사실 통설적으로 악마와 관련된 거라면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플레이어들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 희귀성을 더 높게 칠 거예요.”
“그래요? 어쩐지 내 생각보다 가치가 더 높게 쳐 주는 느낌인데…….”
“하하, 빈말이 아니에요!”
가격을 후려칠지언정, 물건 자체의 가치를 매기는 데 있어선 절대 허언을 하지 않는 크루와상이었다.
“이것들과 비슷한 물건들을 정기적으로 가져오게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저희야 완전 감사하죠! 후후……. 이런 건 프리미엄도 잔뜩 붙여서 팔 수 있다고요.”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그녀는 재호와 계약서를 작성한 뒤 대기하고 있던 보좌인에게 물건을 넘겼다.
“아, 그리고 크루와상 씨. 혹시 전에 잠깐 도움을 받았던 뤼노 씨랑 연락이 되나요?”
“뤼노 씨요?”
재호가 제국의 황제를 만나기 전 예복 제작을 의뢰했었던 패션 디자이너 플레이어.
“네. 당시엔 임시 코드로만 귓속말을 나누어서 제 쪽에서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그때 이후로 가끔 안부 정도는 나누곤 있어요. 제가 알기론 뤼노 씨도 워낙 바쁘게 지내고 있어서요.”
재호와 짧게나마 함께 교단을 상대로 천사복을 만드는 일(사기)을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최근 뉴월드 내에서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뤼노 씨는 갑자기 무슨 일로 찾으세요?”
“곧 대회도 앞두고 있고 해서 옷이나 한 벌 할까 싶어서요.”
“아! 곧 리그 개막식이 있으니 그때 입을 옷이 필요한 거군요?”
“네? 아뇨. 뉴월드에서 입을 옷이요.”
“……?”
크루와상은 재호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회를 하는데… 왜 게임 속 옷을 바꾸려는 거지?’
아무리 되뇌어 봐도 이해되지 않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