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76
375화
뤼노는 단순히 옷만 잘 만드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실제로 코르크라는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 출신으로 단순히 재봉사 클래스를 얻은 이들보다 기본기나 감각이 훌륭했다.
그는 재호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그리고 필요한 옷을 바로 만들어 낼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여타 제작 및 생산 클래스들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이 필요했기에 시간이 걸렸다.
그가 재호를 다시 찾은 건 약 일주일 뒤.
“바로 여기 있습니다! 뤼필드 3종 세트!”
세 벌의 서로 다른 옷들.
“먼저 알시아 씨가 화원에서 일할 때 입을 옷을 소개해 드리지요.”
뤼노는 가장 왼쪽에 걸려 있는 옷을 소개했다.
통풍이 잘될 것으로 보이는 얇은 천으로 된 칠부 셔츠와 날카로운 풀잎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죽 멜빵바지.
게다가 평소 화원을 돌볼 때면 정령들이 들러붙어 마구 뜯어 대며 노는 것을 고려해 바지에는 수많은 주머니와 공작새 꼬리처럼 펼쳐진 깃이 달려 있었다.
아예 대놓고 정령들의 장난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기본적으론 지금 입고 있으신 기본 옷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애초에 뉴비 옷 역시 구르기 좋도록 디자인이 된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 기능성 작업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뤼노가 주절주절 디자인의 디테일과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늘어놓는 사이, 재호는 옵션을 살폈다.
[]‘??’
아이템 이름조차 짝퉁 느낌이 나는 것이 오묘했다.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방어도 : 55] [뛰어난 장인의 고뇌 끝에 탄생한 완벽에 가까운 작업복입니다.이것을 입은 당신은 작업 귀신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작고 귀여운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이 될 것입니다. ] [ : 허리가 앞으로 20도 이상 숙어질 경우, 10초 동안 민첩성이 10% 증가합니다.] [ : 바지가 무거워질수록 당신의 스태미나 감소율이 최대 20%까지 감소합니다.] [ : 당신이 주로 행하는 노동을 등록합니다. 향후 해당 작업을 실행할 경우,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스킬 및 버프의 효율이 12% 증가합니다. (등록 변경 쿨타임 : 50시간)] [전설 추가 효과 : 땀을 닦으면 의 쿨타임이 1분 감소합니다.]
“…….”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긴 했다.
그저 그 난해한 옵션 탓에 당황한 것일 뿐.
“어떻습니까?”
다소 긴장한 듯한 뤼노의 물음에 재호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대단한데요? 화원에서 일할 때 정말 좋을 것 같네요.”
“하하! 그렇지요? 평소 알시아 씨의 노동 영상도 찾아보며 연구한 끝에 완성했습니다!”
확실히 수많은 주머니나 꽁지깃 같은 것들은 재호의 작업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아이디어였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일할 때보다 전투할 때 써먹으면 더 좋을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일까?
“그럼 다음은 이것입니다.”
뤼노는 바로 다음 옷을 소개했다.
앞선 것보다는 좀 더 평범한 디자인이었는데, 활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린 경량 여행복 같았다.
“맞습니다. 이건 원정을 많이 다니시는 알시아 씨를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건빵 바지와 낚시꾼 같은 조끼.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힘 180] [방어도 : 235] [언제 어디서 칼을 맞을지 모르는 모험가를 위한 최적의 옷입니다.언뜻 평범해 보이는 천 옷이지만 빈틈없이, 그리고 여러 층으로 겹쳐진 뤼필드만의 특수한 기술, 고탄력 극세사 천이 의외의 방어력을 제공해 줍니다. ] [ : 걸림 없이 부드러운 활동성 덕분에 당신의 이동속도가 13% 증가합니다.] [ : 당신을 공격한 적은 생각 이상의 방어력에 당황해 1.3초 간 경직이 발생합니다.] [전설 추가 효과 : 에 당한 적에게 반격 성공 시, 피해량이 15% 증가합니다.]
“오!”
이번에는 진심으로 나온 감탄.
옵션이나 방어도가 옷의 형태나 재질보다 상당히 훌륭했다.
게다가 반격에 대해 추가 피해도 줄 수 있단 점은 재호에게 최고의 옵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낚시 조끼가 아니라 방검복이었네.’
재호가 흡족해하며 옷을 바라보자 뤼노도 뿌듯해했다.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네! 진짜 괜찮은데요?”
더욱이 지금 재호가 입고 있는 천 쪼가리와 비교하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후후, 그렇다면 이다음 것을 보신다면 더 마음에 드시겠군요.”
“그래요?”
마지막 물건은 새하얀 롱코트.
“뤼필드 3종 세트의 마지막은 항해 혹은 아트리우스에서 활동할 경우를 대비한 옷입니다.”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방어도 : 120] [평상시에는 간편하게 입고 다니는 패션 코트지만, 물을 머금는 순간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물을 머금은 이 제품은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강철만큼 단단해져 당신을 보호합니다. ] [ : 액체 종류와 접촉할 경우, 코트는 부풀어 오르며 단단해집니다. 방어도가 450으로 증가하나 민첩성이 절반으로 하락합니다. 치명적인 공격을 1회 막을 수 있습니다.] [ : 흡수한 액체를 단숨에 방출하며 코트를 말립니다. 흡수한 액체량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달라집니다. (최대 10초)] [전설 추가 효과 : 코트 내부는 특수 방수 처리가 되어 착용자는 절대 젖지 않습니다.]
‘난해하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그러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 걸까 의심이 드는 옵션들.
특히 상태가 되면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게 치명적이었다.
“코트가 대체 얼마나 부풀어 오르기에… 민첩성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거죠?”
“한번 테스트해 보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인벤토리에서 물이 든 커다란 양동이를 꺼내며 웃는 뤼노.
그 성의와 준비성을 거절할 수 없어 재호는 요술 코트를 입었다.
‘으음?!’
그 순간, 재호는 깜짝 놀랐다.
“뽀, 뽀송해!”
전설 추가 효과 덕분에 입는 순간 모든 습기가 사라져 버리며 상쾌해졌다.
“자,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흐읍!”
촤앗-
재호를 향해 양동이의 물을 부은 뤼노.
“헉?!”
놀랍게도 물을 흠뻑 맞았음에도 재호는 전혀 젖지 않았다.
기적 같은 요술 코트의 효과.
‘이, 이건 생각보다 더 대단……?!’
하지만 이어진 기현상에 당황했다.
[이 발동됩니다.]부우욱-
갑자기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코트가 재호의 덩치를 두 배는 더 커 보이도록 만들었다.
단추로 앞을 잠가 놓은 부분을 따라 층이 생기니, 언뜻 모 타이어 회사의 캐릭터 같아 보이기도.
그리고 동시에 재호는 이것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현실의 물건을 떠올렸다.
‘이거 요술 손수건이잖아!!’
물먹으면 뿜뿜 자라는 기적의 손수건!
아무리 봐도 그것과 비슷했다.
그래도 방어력이 오른 만큼, 확실히 탄탄한 느낌은 느껴졌다.
그만큼 몸이 둔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물을 잔뜩 머금고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습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요술 코트의 장점은 아이템 분류가 망토로 되어 있다는 점이지요. 기본 방어구와 중복 착용이 가능합니다.”
“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걸 단독으로 착용해야 했다면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외투로 쓸 수 있다면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겠지.’
효과를 확인한 재호는 그만 벗으려고 했지만 [를 착용 해제할 수 없습니다.]라는 알림이 떠올랐다.
“인벤토리로 돌려보내려면 무조건 탈수를 해야 합니다.”
“…….”
쓸데없이 디테일한 기능이었다.
쫘아아-
코트 아래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물.
“…….”
그 꼴이 마치 선 채로 실수를 한 듯했으니, 재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후후, 어떻습니까?”
“조… 좋네요. 하하.”
공짜로 만들어 준 옷이니 어찌 쓴 소리를 하겠는가?
‘솔직히 세 개 다 성능은 대단하잖아?’
뤼노는 요술 코트에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것 같았으나, 재호는 앞에 두 개가 더 마음에 들었다.
“감사합니다. 잘 입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소리를 할 순 없으니 덮어 놓고 감사를 표한 재호.
“아닙니다. 그래도 알시아 씨의 명성 때문인지, 작업을 준비하다 보니 저도 퀘스트가 뜨더군요.”
“네? 퀘스트요?”
재호는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후후,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저 역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재밌는 제안해 볼까 합니다.”
“제안이라 함은…….”
재호는 만약 이상한 것이라면 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까 걱정했지만, 뤼노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가능하다면 자신이 먼저 요청해 보고도 싶은 일이었으니.
“제가 이번에 아바타 제작 스킬을 얻었는데… 혹시 일성 플라워즈 인게임 대회용 유니폼을 한번 제작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 * *
아바타.
많이 사용되진 않으나 원래 뉴월드에 있는 기능이긴 했다.
게임 내에 영향을 미치는 부가 옵션 없이 겉으로 보이는 패션만 바꿀 수 있게 해 주는 것.
즉, 외모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닌 입고 있는 옷에 한정해서였다.
재호가 가진 앵글러의 안대처럼, 온오프 형식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치장용 아이템.
뛰어난 재봉사들의 경우에 그런 아바타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 뉴월드에선 그다지 많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룩덕질(캐릭터의 패션이나 외형을 꾸미는 행위)이 MMORPG 장르의 유구한 전통이란 걸 생각하면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었다.
단,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어들이 룩덕질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남들과 다르게, 혹은 더 멋지거나 아름답게 꾸미는 건 모든 플레이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니까.
그리고 뉴월드는 굳이 아바타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룩덕질을 할 수 있었다.
빠르게 겉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시스템 보정 덕분에 전투용, 룩덕질용 아이템의 빠른 전환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바타를 착용한다면 자신이 바라는 패션으로 고정된 채로 전투도 치를 수 있을 테지만, 그런 편의성에도 외면받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무 비싸서!
아바타 제작 기술 자체가 상당히 고급 기술인 데다 그걸 익힌 플레이어도 흔하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기술을 싼값에 마구 팔아 댈 생각은 없었고, 그만큼 비싼 아바타를 매번 제작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기분에 따라, 컨셉에 따라, 그날 운수에 따라 패션을 바꾸는 것이 바로 룩덕들!
그걸 모두 감당하려고 아바타를 만들다간 알거지가 될 터였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킨 무옵션 룩덕용 장비를 싸게 제작하는 방향으로 발달한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사정이 뉴월드 내에서 아바타 제작이 성행하지 못한 이유였다.
이젠 아예 없는 기능으로 취급될 정도.
그런데 뤼노가 그 아바타 기술을 이용해 일성 플라워즈의 대회용 유니폼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재호는 그 제안을 팀 연습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꺼냈다.
“나 할래! 하고 싶어!!”
다키스트의 적극적인 찬성.
찬성의 이유는 조금 불순했다.
“아바타 개 비싸잖아! 디자인 완전 이쁘게 해서 평소에도 입고 다닐 수 있게 하자!”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취향의 옷을 만드는 게 아니라 대회용 유니폼이야.”
재호는 다키스트의 망상을 얼른 저지했다.
“근데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게임 내에서 유니폼을 착용하는 팀은 한 곳도 없잖아.”
다키스트와 달리 순수하게 흥미를 보이는 완식의 동의.
“맞아. 솔직히 최강의 팀이네 뭐네 하는데 그 정도 차별성은 둬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팀원 진아 역시 찬성했다.
“그래. 의도는 좋긴 한데……. 아바타 제작 비용 비싸지 않아?”
두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 뤼노 씨가 자기도 처음 제작해 보는 거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면서 공짜…….”
“하자!”
공짜까지만 들은 두표는 바로 찬성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