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78
377화
재호의 걱정과 달리, 뤼노는 정말로 괜찮고 멀쩡한(?) 유니폼을 만들어 주었다.
옵션 부가가 안 되기 때문인 것 같았지만… 어쨌든 다행이었다.
“근데 꼭 색을 이런 식으로 뽑아야 했냐?”
완식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파스텔 톤의 연분홍을 베이스 색상으로 한 아바타는 뼛속까지 근육인 완식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이 정도면 화이트에 가깝잖아.”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리고 어차피 싸움이 벌어지면 전혀 신경 안 쓰게 될 텐데 뭐.”
재호의 시선은 저 멀리 반대편 절벽에 있는 아이온의 선수들을 향했다.
첫 전장은 일성 플라워즈에서 선택한 뫼비우스.
새로운 선수를 뽑기 위해 몇 번이나 반복했던 탓에 가장 익숙한 곳이었다.
상대 마차를 먼저 파괴하는 쪽이 승리하는 지극히 간단한 목표지만, 뫼비우스 전장의 특수성 탓에 절대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적들의 마차를 향해 역행으로 이동하면 약 5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거리.
그러나 뫼비우스에서 역행이 금지였는데, 유일하게 가능한 순간은 마차보다 앞서 나갔을 때 복귀하는 경우뿐이었다.
앞으로 나섰다가 마차를 지키기 위해 돌아올 수 있는 건 다행이나, 곤란하게도 마차를 지켜야 할 대상은 상대 팀만이 아니었다.
이 뒤틀린 무한의 공간엔 몬스터들도 있었고, 녀석들 역시 마차를 노렸다.
그리 강한 적들이 아니라곤 하지만 전원 공격 같은 과감한 전략을 사용하기엔 거슬리는 건 사실.
혹시라도 상대 팀에서도 같은 생각으로 급습을 해 온다면 엘리전의 양상이 될 테고, 그런 상황은 보통 강팀 입장에서 손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는 시간을 끌어 두 번째 교차 지점을 노리는 것이었다.
서로 어긋난 면에 위치하는 첫 번째 교차와 달리, 머리 위로 서로 마주하게 되는 두 번째 교차.
그리고 그것이 상대 팀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전략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재호가 있는 일성 플라워즈와 전력으로 맞붙는 건 승산이 너무 낮았으니…….
‘하지만 그럴 순 없지.’
사람들이 일성 플라워즈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는 걸 재호도, 다른 팀원과 감독 두표도 잘 알고 있었다.
전장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분인데, 두 번째 교차 지점에 마차가 도달하려면 적어도 15분은 걸렸다.
그런 식으로 지루하게 시간만 끄는 전략을 기대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팬들과 관중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첫 경기 스쿼드를 구성했다.
황재호, 함완식, 김진아, 사만다, 레드.
우현 없이 현재 일성 플라워즈 내에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력 조합.
드르륵-
그리고 마차의 움직임에 맞춰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마침내 모두가 고대하던 일성 플라워즈의 경기가 시작되었는데요. 김정수 해설은 일성 플라워즈의 스쿼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아주 공격적인 스쿼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실 함완식 선수가 빠지고 그 자리에 엠마(다키스트) 선수가 들어가게 된다면 더욱 저돌적인 스쿼드가 될 수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한국 선수 최소 조건이 있으니 말이죠.
-맞습니다. 무조건 세 명 이상이 출전해야 하는 규정이죠. 그런데 공격적인 스쿼드라고 하면 일성 플라워즈가 먼저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요?
-사실 냉정히 본다면 일성 플라워즈가 먼저 움직일수록 승패의 변수가 커집니다. 일성 플라워즈 쪽에 불리한 방향으로 말이죠.
-아! 그렇습니까? 역시 지키고 버티는 게 일성의 장점을 살리기에 최적이라고 보고 계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많은 전문가나 이 경기를 보시는 분들이 같은 생각일 거라고 봅니다. 황재호 선수가 포함된 일성 플라워즈의 스쿼드는 모든 팀이 꺼리는 상대라는 것을……. 그러니 전략적으로 냉정하게 본다면 자신들의 마차를 지키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만약에 말입니다…….
-어어? 잠시 만요? 지금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움직임이 보이는데요?
그 순간, 다급한 캐스터의 외침에 해설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저겁니다! 쇼맨십이 뛰어난 일성 플라워즈는 결코 그런 흔한 방식으로 플레이하지 않을 거란 말이죠!
-이건…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긴 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움직이는 걸까요? 가장 하지 않을 것 같은 극단적 선택을 일성 플라워즈가!
화면 속 일성 플라워즈는 마차를 방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전원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상당히 과감합니다! 저러다가 아이온에서 방치된 마차를 먼저 발견하기라도 하면 허무하게 탈락하고 말 텐데요?!
-쉽게 이해되는 상황은 아니군요. 역순환 방향으로 달린다면 거리상 가까운 거리이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충돌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뫼비우스 전장은 역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금지되어 있죠. 즉, 이건 일성 플라워즈가 아이온 쪽에게 문을 활짝 열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예요. 아니, 그 전에 몬스터의 손에 파괴를 당할지도 모르죠!
-아! 그렇겠군요! 결국 똑같이 이동한다면 비슷한 시기에 상대 팀의 마차를 발견하게 될 텐데, 지키는 인원이 없는 일성 플라워즈라면 무조건 아이온 쪽이 유리해요!
흥분한 캐스터와 해설자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관중들 역시 일성 플라워즈의 과감한 선택에 웅성거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온도 뭔가 움직임을 보이는데……. 아아……! 이게 무슨…….
-아이온은… 정석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군요.
마차를 지키는 두 명과 전방 공격에 나선 두 명,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양쪽 모두 빠르게 합류할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한 명까지.
뫼비우스에서 보일 수 있는 가장 정석 작전이었다.
-이렇게 되면 일성 플라워즈의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요?
-아이온이 일성 플라워즈 전원이 공격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끝장입니다! 자신들의 마차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려요!
-애초에 마차 방어팀도 있으므로 일성 플라워즈 입장에선 공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딱 반 바퀴입니다! 반 바퀴를 돌아 뫼비우스의 반대 마루에 도착하게 되는 순간, 잠깐 상대 마차는 노출이 될 텐데, 아이온이 일성 플라워즈의 마차 상태를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거든요?
일성 플라워즈 팬들은 충격적인 전개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어떻게 저런 개돌을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어어, 이대로 가면 큰일 나죠!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에요!
-아아, 이거 망했습니다……! 아이온이 알게 되는 순간, 일성 플라워즈 마차로 쭉쭉 밀고 들어가……! 게다가 곧 마차는 몬스터 구간에 진입을……!!!
하지만 뫼비우스 전장의 바깥쪽 교차 지점에 일성 플라워즈가 도착하는 순간.
-헉?!
-미, 미친!
일성 플라워즈가 보인 또 한 번의 놀라운 행동에 중계란 것도 잊은 그들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 * *
프로게임단 아이온.
MK와 더불어 역시와 전통이 있는 명문 게임단.
단, MK가 프로 판의 영원한 강자 같은 느낌이라면 아이온은 기복이 좀 있는 편이었다.
이따금 성적을 잘 뽑아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중하위권을 맴도는, 왠지 모르게 불쌍한 팀.
그래도 묘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그런 팀이었다.
이번 NLK 역시 그 기대감은 유효했다.
상당한 실력자들을 섭외하며 제대로 전력을 대폭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첫 경기부터 일성 플라워즈가 상대로 걸린 건 운이 나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야.”
주장 럭키세븐의 말에 함께 마차 호위조로 남은 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일성 플라워즈는 어느 팀이든 공평하게 한 번은 만날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팀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일성을 만나 찬물을 끼얹는 것보단 이게 나았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법.
그렇게 액땜한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경기에 나선 아이온이었다.
물론 팬들을 위해 명경기를 펼쳐 보여야 하는 법.
아이온은 중계진이 파악한 대로 정석 작전을 세워 왔다.
그리고 막 마차가 첫 번째 뫼비우스 띠의 교차점을 막 지났다.
이제 온 만큼 더 가면 일성 플라워즈의 시작 지점을 지나게 될 것이다.
“아직은 조용하네.”
“아직은 적들이 나타날 타이밍이 아니… 음?”
그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스으-
그들의 진행 방향 앞에서 나타난 일성 플라워즈 전원.
“어, 어떻게……?”
역주행이 불가능한 뫼비우스인데 어떻게 일성 플라워즈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역주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빠르게 나타날 순 없었다.
게다가 앞서 나갔던 팀원들은 어떻게 된 거고?
“가자!”
천둥처럼 들리는 재호의 한 마디.
일성 플라워즈의 다섯 명이 총공격에 나선만큼 결과는 금방 나왔다.
* * *
-아아! 말도 안 됩니다! 처음 일성 플라워즈가 움직일 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이야… 이건 정말 충격적인데요? 첫 경기부터 일성 플라워즈가 자신들의 이름값을 톡톡히 보여 줬습니다.
일성 플라워즈가 또다시 보여 준 룰 파괴 전략.
첫 교차 지점에서 두 팀의 마차는 서로 위아래로 엇갈린 길을 가게 된다.
쉽게 말해 아이온은 1층, 일성 플라워즈는 2층인 것이다.
여기서 일성 플라워즈의 돌발 행동이 일어났다.
2층에 있던 일성 플라워즈가 아이온이 움직이는 경로를 향해 뛰어내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뫼비우스 전장에서 가능한 시나리오이긴 하죠?
-그렇긴 합니다. 맵이 공개되었을 당시, 저런 상상은 누구든 한 번은 해 봤을 거든요? 물론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죠. 또한 그걸 방지하기 위해 전장은 낙하 충격이 기존 뉴월드보다 다섯 배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원래라면 교차 지점에서 반대편을 향해 직접 몸을 던지려면 극심한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일성 플라워즈의 체력 상태는 멀쩡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설마 저기서 행글라이더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미 이전에 황재호 선수의 방송을 통해 그것이 공개된 적이 있었죠?
바로 탄탄보의 도움을 받아 행글라이더를 준비한 것이다.
그것을 타고 안전하게 내려선 재호 일행은 적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완벽한 기습을 해냈다.
마차 쪽에 두 명밖에 없었던 아이온은 다른 팀원들이 합류할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버렸다.
그 말도 안 되는 작전에 당해 버린 아이온은 넋이 나가 버렸고, 이후의 경기에서도 잔뜩 긴장해야 했다.
또 무슨 짓거리로 자신들을 노릴지 몰랐으니…….
하지만 그런 식으로 위축되자 오히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할 수가 없었고, 결국은 더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그 결과 일성 플라워즈 4연승으로 경기 종료.
그야말로 파괴적인 경기력이었고, 공식 리그에서도 일성 플라워즈는 여전히 끝판왕이란 걸 증명했다.
[NKL은 이미 우승자가 등장했다!] [일성 플라워즈. 그 거침없는 진격을 누가 막을 것인가?] [“적수가 없다!” 외신도 연달아 일성 플라워즈의 경기를 보도.]-일성 플라워즈는 진짜다……. 레벨 보정도 없는데 황재호는 대체…….
└이번에 사만다도 유니크 클래스 얻으면서 더 강해짐.
└애초에 모래주머니 함완식 데리고 저 정도인 게 말이 안 됨.
└ㄹㅇㅋㅋㅋ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힐러일 듯. 가만 서서 힐만 하면 됨.
-일성 플라워즈는 서폿 쪽이 다 약하네. 함완식, 서우현. 심지어 서우현은 레벨도 낮아서 지금 출전 안 하는 거라며?
└그건 핑계고 루머 때문임.
└근데 그거 진짜 걍 헛소문 아님? 어느 순간 갑자기 서우현 관련 글들 잠잠해졌는데.
└지금 시험 기간이라서 악플러들 다 바쁨.
-근데 플라워즈가 입고 나온 유니폼 있잖아. 그거 사실 아바타 아님?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함. 첫 경기에 이벤트성으로 입고 나온 건가 생각했는데, 이후 경기에서도 계속 입었잖아.
└엌ㅋㅋ아바타란다. 뉴알못이 여기 있네. 대체 뉴월드에 아바타가 어디 있냐?
└얘 뭐냐?
-아무래도 아바타 같음. 그렇지 않고서야 아이온을 상대로 그렇게 압도적으로 이기는 게 말이 안 됨.
└ㅇㅇ암만 봐도 아바타 같음. 그게 아니라 진짜 일반 장비라면 솔직히 아이온 게임단 접어야 한다.
다행히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아바타 유니폼을 입었음을 공식 발표하면서 아이온 게임단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근데 님들. 저 플라워즈 인게임 유니폼 어디서 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