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83
382화
1.3초.
듣기에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고수들 사이에선 최적의 공격 수단을 떠올리고 반격하기에 넉넉한 시간이었다.
하물며 재호는 없던 시간도 만들어 내는 초인이거늘, 수민으로선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푹-
온갖 버프로 뻥튀기시켜 놓은 일격.
거기다 전설 추가 효과까지 적용되니 평소보다 훨씬 대미지가 들어갔다.
[전설 추가 효과 : 에 당한 적에게 반격 성공 시, 피해량이 15% 증가합니다.]“커헉?!!”
중갑을 입고 있음에도 비집고 들어오는 살벌한 공격력.
비틀거리는 수민의 가슴팍을 재호가 힘껏 걷어찼다.
퍽-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곳은 성벽 바깥에 깊게 파 놓은 해자였다.
풍덩-!!
중갑을 입은 수민으로선 수중 전투는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 헤엄을 치는 건 아무리 높은 능력치 보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관련 칭호나 스킬이라도 없지 않은 한…….
“꼬로로?!”
발버둥을 쳐 보지만 천천히 가라앉는 수민.
그리고 수면 너머로 거대하고 검은 것들이 빠르게 휙휙 지나갔다.
‘수, 수인들!!’
요세프의 벨튀마가 해자를 뛰어넘는 순간,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쉽게 지나가는 그들.
이대로라면 어렵사리 준비한 황재호 엿 먹이기가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로 끝날 것이다.
‘안 돼!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당하는 건 더는……!’
투웅-!
바닥을 향해 방패를 겨냥한 뒤 힘껏 튕긴 수민.
방패에서 뿜어져 나온 강한 충격파가 수면을 향해 그를 올려 보냈다.
‘절대로! 이번엔 그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푸확!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 그가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해 뭍으로 가려던 순간.
후웅-
꾸득!
“꿕?!”
저항 불가능한 엄청난 힘에 짓눌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음? 뭐지?”
무거운 몸 탓에 뛰어넘을 수 없어 해자에 발을 담근 코끼리 수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아래를 바라봤다.
방금 발아래 뭔가 밟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형님! 빨리 안 오고 뭐 합니까?!”
“어어? 아무것도 아냐.”
하지만 먼저 넘어간 다른 수인의 부름에 그는 확인하지 않고 해자를 건넜다.
* * *
구몰 공작령 반대편에서 대치 중이던 라셀 왕국군.
그곳을 방어하는 주축 전력은 어둠의 악어새로, 상대적으로 불곰국보다 전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그쪽으로 전력 일부를 차출해 나간 탓에 사실상 제대로 수성이 불가능한 수준.
하지만 어차피 왕국군의 지휘관이 불곰 길드원이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리라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이상했다.
미리 합의되었던 것과 달리, 굉장히 거센 공세를 펼치는 왕국군.
“이 자식들 이상한데?”
“원래 적당히 공격하다 빠지기로 한 거 아니었어?”
어둠의 악어새 사이에서 그런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자 그들 중, 리더가 꽃매미단 쪽에 귓속말을 보냈다.
-아, 몰라!! 이쪽도 급하다고!! 으악!
저쪽은 뭔가 더 난리가 난 듯한 느낌.
‘뭔가 꼬였다!’
자신들만으로는 힘이 모자라기에 외부의 거대 세력인 꽃매미단을 끌어들였던 것인데, 왠지 제 몫을 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큰일이네. 계속 이러면 이쪽이 쓸데없는 피해가 너무 커지는데…….’
테일러에게 무슨 의도인지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해도 무조건 불곰 길드를 통해야만 연락이 가능한 상황.
“야! 이제 우리 어떡해?”
“꽃매미단 그 자식들한테 속은 거 아냐?! 걔들 본판은 불곰 길드라며?”
불안감은 점점 퍼져 나갔고, 그건 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대로 싸워도 기사단과 왕국 정예 병사들을 이기기 힘든데, 불안감까지 커지니 답도 없는 상황.
“망할 랍!! 왜 일을 이따위로 골치 아프게 만들어선!”
결국, 쌓인 불만은 악어새 길드, 이젠 악어단이 된 그곳의 우두머리 랍을 향했다.
“치프를 향한 마음은 우리나 자기들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왜 몰라…….”
푹-
“악?!”
그때, 그녀의 등 뒤로 꽂힌 찌릿한 통증에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얼굴을 가린 검은 복장은 낯선 이는 영락없는 암살자!
“후후, 이런 어설픈 녀석들로 왕실군을 막으려 한 거였나? 불곰이 아니었으면 진작 무너졌겠군.”
혼잣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상대.
“넌… 테일러……?!”
어둠의 악어새 간부는 본능적으로 그의 정체를 간파했다.
“내, 내가 하는 말을 못 들었나? 난 그런 덜떨어지지만 멋진 녀석이 아니다!”
“무, 무슨 미친 소리야?! 너 테일러잖아!!!”
“아니다! 난… 너희들을 처단하기 위해 온 라셀 왕국 어둠의 수호자다!!”
“…….”
이유는 모르겠지만 테일러가 앞에서 쌩쇼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곧 한 가지 가능성으로 생각은 좁혀졌다.
“망할 놈들!! 설마 배신한 거냐?!!”
“역시 불곰 놈들은 믿을 게 아니었어!!”
“시끄럽다! 죽어!!”
푸욱-!
“으아아…….”
대응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약점 공격에 그녀는 물론, 함께 있던 다른 한 명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여, 역시… 믿거 불곰이었어…….”
역시 불곰 놈들은 믿는 게 아니었단 후회와 함께 두 사람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젠장. 어떻게 난 줄 알았던 거지?”
테일러는 자신의 완벽한 연기를 간파한 어둠의 악어새들 탓에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을 목소리만으로도 알 만한 불곰 주요 간부들은 전부 반대편 성벽에 있었기에 맘 놓고 왔다 난처해진 상황.
“그래도 뭐… 그냥 의심만 해 본 거겠지.”
그렇게 믿으며 테일러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지휘부가 사라진 어둠의 악어새는 수비 세력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왕실군이 공작령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일러의 암살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으니…….
* * *
왕국군이 어둠의 악어새가 지키던 곳을 막 뚫고 들어오던 때 꽃매미단 쪽도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수민은 해자로 빠져선 소식도 없었고 내부로 진입한 수인과 요세프는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재호와 대면하고 있는 크로킹은 다른 쪽을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는 상당히 지친 모습.
그리고 맞은편에는 재호와 티나가 우뚝 서 있었다.
“치사한 새끼……. 2대1로 싸우는 게 어딨냐?”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에 재호는 콧방귀를 꼈다.
“스스로 그런 말 하기 안 민망하냐? 그리고 대체 언제까지 이 짓거리 계속하려는 거야?”
재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단 얼굴로 물었다.
“뭐… 뭐라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크로킹.
“위대한 불곰국이 누구 때문에 대륙에서 사라지고 이 거지꼴이 됐는지 몰라서 물어?!!!”
“야! 그게 왜 내 책임이야? 가만있는 나를 너희가 계속 툭툭 건드렸잖아.”
“크크……. 그야 하늘 아래 두 왕이 있을 순 없으니까.”
“…….”
마을 이장급으로 많은 게 뉴월드의 왕이었다.
물론 크로킹이 말하는 건 플레이어 왕이겠지만…….
“아무튼 난 더는 너희들의 시비에 장단 맞춰 줄 생각 없어.”
“하하하!! 웃기는 소리! 넌 뉴월드를 하는 이상, 영원히 우리들의 견제를 받고 고통받을 거다!!”
“아아, 그건 걱정하지 마. 어차피 너희들을 위한 적당한 곳이 있거든.”
콰앙-!!
그 순간, 저 멀리서 먼지가 치솟더니 공작성의 깃발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꽃매미단의 복수는 다시금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티나.”
전투가 종료된 걸 확인한 재호는 티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즉결 심판원으로 인계해.”
“?!!”
그 말을 들은 크로킹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네놈… 적당한 곳이란 게 설마…….”
엘리시아 화원의 즉결 심판원은 악명 높았다.
꽃매미단의 일원인 하우스 또한 반년 넘게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 그만둬라! 그런 비인간적인 장소에 우리를 가둬 두려는 것이냐?!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다!!!”
크로킹은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불곰 길드가 할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렇게 발버둥 치는 크로킹이었지만…….
‘흥. 우리 정도 되는 정상급 플레이어들을 한곳에 묶어 둔다고 해서 될 것 같으냐?’
그 속내는 전혀 예상 못 한 것이었다.
‘크큭……. 우리가 준비한 비밀 계획이 이것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을 거다!’
크로킹이 꾸민 무서운 음모!
물론 최선은 이 전투에서 재호를 완벽히 박살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 비상 작전을 세워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즉결 심판원으로 끌려가는 것!
‘계속 도발을 하다 보면 언젠가 우릴 붙잡아 갈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상관없는 일. 이제 망국의 아픔을 네놈이 느껴 볼 차례다!’
그렇게 노렸던 엘리시아 화원이지만 접근조차 불가능했던 지난날들.
하지만 이젠 재호가 직접 크로킹과 그 일당을 끌고 가겠다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런데 알시아 님. 아까 물에 떨어진 그 녀석은요?”
“아, 맞다.”
재호가 아는 척하며 대화를 나누던 걸 보았던 티나가 중요한 인물이라고 기억해 뒀던 것이다.
“이수민 어디로 갔냐?”
한꺼번에 수민과 크로킹 둘을 상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해 아래로 보내 버렸던 재호.
한데 이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흥! 내가 말할 것 같으냐?”
크로킹은 대답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실은 그도 이수민이 도망가 버렸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 있었다.
‘약아빠진 녀석……. 사사건건 불만을 품더니 결국 도망친 모양이군.’
하우스를 쫓아내자니 뭐니 하더니 결국은 본인이 진짜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쉐이크……. 이 일은 후에 제대로 따지겠다.’
우선은 알시아가 먼저.
하지만 수민으로선 억울할 따름이었다.
전투에 복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올라오다 코끼리 발에 밟혔다고…….
다시 올라오려고 하는 찰나, 갑자기 무너져 내린 성벽이 하필 자신의 위로 쏟아져 버렸다고…….
창피해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특히… 아직도 수면 아래에서 체력만 야금야금 갉아 먹히고 있다는 건 더더욱…….
* * *
되찾은 구몰 공작령에서 전투에 참여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 테일러는 이후, 재호와 은밀하게 만났다.
앞으로의 일 처리와 어둠의 악어새 지도부를 암살하는 과정에서 생긴 작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걸 걸리냐?”
“무, 무슨 소리야? 그냥 딱 보자마자 알아보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테일러는 자신이 쓸데없이 입을 놀렸단 사실은 싹 숨겼다.
“근데 걔들은 크로킹이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응?”
그 이야기에 재호는 솔깃했다.
“배신이라……. 하긴 불곰 길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흠흠, 난 사실상 불곰 길드는 아니니까. 맞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은근슬쩍 변명하는 모습에 재호는 왜 테일러가 들통이 났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의외로 나쁘지 않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투에서 참여했던 어둠의 악어새 문제는 악어단 쪽이 알아서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심 이들도 꽃매미단과 한 몸이 되어 자신을 귀찮게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던 차, 그런 오해가 생겨나면 이용하기에도 딱 좋았다.
“그거야 그렇지. 나만 문제니까.”
테일러는 구시렁거렸다.
동맹 관계였던 어둠의 악어새를 공격했다는 걸 크로킹이 알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이민 가라니까?”
“야 이 씨…….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근데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 애들은 불곰 탈퇴하고 잘만 겜 하던데 넌 왜 그러냐?”
“걔들이야 현실에선 별로 연관이 안 되어 있었겠지……. 불곰 길드 놈들이 날 잘 안 챙겨서 그렇지, 사실 난 길드 내에서도 엄청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불곰국 건국에 혁혁한 전과를 세웠던 테일러.
암중의 칼이라는 이유 탓에 공개적으로 대우를 못 받았을 뿐, 불곰 길드 내 공격력으로 따지면 절대적 최상위였다.
‘걍 적당히 이용해 먹기 좋았다는 소리겠지.’
테일러를 알게 된 이후로 본 그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그러했다.
크로킹 또한 테일러의 그 호구 기질을 알아채고 이용한 것이리라.
물론 진짜 무서운 건… 크로킹 또한 테일러의 어설픈 거짓말에 넘어가는 호구라는 사실이지만…….
“아무튼 이민은 무슨 이민이야! 아는 사람도 없는데 외딴곳에서 어떻게 살라고.”
“그럼 한국으로 와.”
테일러의 씁쓸하고 불쌍한 중얼거림에 재호는 불쑥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