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84
383화
재호는 학창 시절, 아주 잠깐(?) 일진들에게 시달린 적이 있었지만, 지독한 괴롭힘이라고 할 만한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테일러가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다소 무딜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그가 겪는 위험이 정확히 어떤 유의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난번에도 지나가며 말한 적 있는 한국 이민 추천.
“…그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너도 이야기했잖아. 이민 가려고 해도 정착할 곳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에 오면 그래도 아는 사람 꽤 있으니 괜찮지 않아?”
메이나 완식 등등, 몇몇 이들과 나름의 안면이 있지만, 따로 뭔가를 한 적은 없었다.
‘그나마… 알시아 이 녀석이…….’
그 목적이나 과정이 어떻든 게임 내에서 테일러가 불곰 길드 외에 가장 많이 어울린 건 재호였다.
매번 부려 먹기만 하던 불곰 녀석들과 달리 재호는…….
‘똑같이 부려 먹었지.’
그렇긴 하지만… 이상하게 테일러는 재호가 더 편했다.
‘더럽게 생겼는데 실제로 더러운 놈이랑… 무섭게 생겼으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닌 녀석의 비교니 당연한 건가?’
어쨌든 테일러는 한 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재호의 툭 내뱉은 한 마디에 자신의 마음이 잔뜩 들떴다는 것을…….
* * *
구몰 공작령을 되찾은 다음 날, 일행은 투차르 항구로 가기 전에 라셀 왕국 수도성부터 들렀다.
이번 공략전에 참가한 요세프 탓에 라셀 국왕이 정식으로 초청한 것이었다.
그냥 보내는 건 라셀 왕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무례하고 눈치 보이는 일이었기에 당연한 결정이었다.
라셀 국왕은 큰 행사를 준비해 왕국 내 반역자들을 완전히 소탕했음과 재호 일행에 대한 사의를 표현했다.
하지만 이 요란한 행사는 단순히 승전과 왕국의 영웅들을 칭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바로 왕국의 다른 귀족들에게 경고하기 위함도 있었다.
라셀 국왕의 권력은 그저 핏줄에서 비롯된 허상이 아닌, 실재하는 것임을 보여 주기 위한…….
특히 재호와 요세프, 그리고 대륙에서 볼 수 없는 수인족, 엘프들까지.
그런 이들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건 부와 권력을 좇는 귀족들에겐 달콤한 유혹처럼 보였으리라.
라셀 국왕은 야밤에 몰래 잠입했다 마주쳤던 그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자신의 실익 계산을 철저히 따질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이틀간 이어지는 행사를 마친 뒤 재호는 영지로 돌아갔고 우람과 은혜는 투차르 항구로 향했다.
우람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투차레아 백작의 환대와 대접을 받고 조우조를 만나러 왔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배는 저쪽 선착장에 있습니다.”
조우조는 선착장을 가리키기만 했으나, 우람과 수인들은 자신들의 배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대단한 위용을 뽐내는 거대한 돛대가 단번에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온통 새카만 색으로 칠해 놓은 탓에 칙칙한 분위기도 풀풀 풍겨 댔다.
“저… 저게 뭐야? 왜 저렇게 음산하게 만든 거야?”
은혜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우람을 흘겨봤다.
“이름값을 하려면 강해 보여야 하니까.”
슈퍼돌탱크.
그것이 바로 바다 위,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날 우람과 수인들의 배였다.
“대… 대단하군……!”
한편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거대한 규모의 배에 요세프는 감탄했다.
사막 출신이라 배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게 결코 평범한 크기는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저렇게 미련하게 만든 거야?”
은혜는 이해할 수 없단 듯 말했지만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우리가 쾌적하게 생활하려면 저 정도 크기는 되어야지.”
우람이 아담해 보일 정도로 수인들의 덩치는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지난번까지 타고 다녔던 누더기 배도 그들에겐 조금 비좁았다.
더군다나 갑판 아래 헬스장에서 운동이라도 했다간 습기로 가득 차 배가 침수된 거로 착각했을 정도.
“말씀하신 대로 모든 옵션을 맞춰 놓았고, 바로 출항도 가능합니다.”
“음! 고생했네.”
“아닙니다. 저도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잔금은…….”
다행히 구몰 공작령 토벌 과정에서 슬쩍(?)한 보물과 라셀 왕실에서 받은 보상을 보태 간신히 채울 수 있었다.
사번타자가 모든 대금을 치렀고, 마침내 인계받은 슈퍼돌탱크호.
“오오……!”
거함, 거포에 로망을 품고 있던 사번타자는 자신이 오르게 될 배를 바라보며 탄성을 흘렸다.
비록 운슬라 시절, 자신이 진두지휘해 건조했던 초거함 대왕고래보다는 작았지만, 슈퍼돌탱크도 대단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휩쓸려 오게 됐지만, 다시 제대로 시작하는 거다! 그리고 절대해도를 얻어 운슬라로 당당히 되돌아가겠어!’
이미 그러기에는 멀리 와 버린 느낌이 있었지만, 사번타자는 애써 외면했다.
“좋아! 그럼 출발해 보자고!”
잔뜩 기합이 들어간 우람의 외침과 함께, 마침내 닻을 올린 슈퍼돌탱크.
“한데 이 항해의 구체적인 목적은 무엇이지?”
문득 물어보는 요세프의 말에 우람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우리는 바다에 흩어진 이 녀석들의 동족을 찾는 게 목적이다!”
우람이 수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 최종 목표지.”
현재 우람이 받은 퀘스트 중 가장 굵직한 것이 그러했다.
“오호라……. 고향이라고 하면 위스트넌인가?”
신대륙에 대한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던 요세프도 금세 들뜬 얼굴이 되었다.
“재밌겠군!”
“하지만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 되겠지. 그때까지 우리는 이 배에서 육체를 단련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
덜컹-
갑판 아래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내려간 우람이 슈퍼돌탱크의 백미를 보여 주었다.
화려한 헬스장!
종류별로 마련된 다양한 무게의 원반들과 재호가 특별히 주문해서 마련한 다양한 기구들.
근육 밀도를 꽉꽉 채우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 그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배를 움직이기 위한 노가 각종 기구와 연결이 되어 운동과 노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보통 이만한 배를 움직이려면 무조건 돛 아냐?”
은혜는 그런 의문을 드러냈지만.
“이거 대단하군. 아주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발상이야!”
요세프는 슈퍼돌탱크의 첨단(?) 기능에 감격해 연신 박수를 쳤다.
‘…왠지 괜히 같이 가겠다고 한 것 같은데.’
은혜는 이 배에서 평범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는 것 같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그나마(?) 말이 통할 만한 이들이 나타났다.
“형님! 형니임!!! 저희도 같이 데려가 주십시오!!!”
“음?”
막 항구를 빠져나가던 슈퍼돌탱크호 바깥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
우람에 대한 소식을 쫓아 간신히 투차르 항구까지 온 와띠스와 그 일당이 나룻배를 탄 채로 다급하게 노를 젓고 있었다.
* * *
라셀 국왕은 구몰 공작령을 무단 점거한 일당을 엘리시아 화원 쪽에서 처리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들 전부가 플레이어, 즉 NPC 입장에서 임모탈리언이기에 관리가 힘들었고, 재호와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있단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와 즉결 심판원으로 보내진 크로킹.
“죄질이 심히 괘씸하기에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영원히 강제노역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심판원장 로즈마리의 냉혹한 판결에 크로킹과 불곰 길드원들은 절망했다.
아직 이곳에서 탈출에 성공한 이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절망감은 곧 타오르는 분노와 사전에 계획한 은밀한 작전에 대한 열의로 바뀌었다.
‘반드시 성공시켜 최초의 탈출은 물론, 알시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겠다!’
그런 각오를 감춘 채로 끌려간 곳은 사막 어딘가의 지하 동굴.
‘음? 여긴 뭐야?’
예상하지 못한 장소로 끌려온 크로킹이 당황했다.
‘분명 강제 노역소는 꽃집 근처라고 들었는데…….’
처음부터 조금 삐걱하고 시작하는 상황.
‘설마 감옥인 건가?’
하지만 감옥이 진작 있었다면 잡혀 왔던 수많은 플레이어가 탈출을 전혀 못 한 게 말이 안 되었다.
시스템상 플레이어들은 장시간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막혀 있었으니까.
‘최근 갑자기 생긴 건가? 아니지. 그러면 영원히 가둬 놓는다는 판결을 지킬 수가 없을 텐데?’
좀 더 깊이 내려온 크로킹은 곧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뭐지 여긴?”
아래에는 여러 통로가 나 있었는데, 그 통로들 너머에선 무언가 단단한 걸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자, 저기 있는 연장들을 하나씩 들어라.”
엘프들이 가리키는 건 곡괭이들.
“지금부터 너희들은 이곳에서 사막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하 수로를 개발해야 한다.”
“…뭐?”
순간 잘못 들었나 싶은 크로킹.
최근 엘리시아 화원에서 대운하 공사에 맞춰 시작한 사막 수로 공사.
훗날 사막을 가득 메울 영지들을 위한 준비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로라고……?”
피식-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은 크로킹.
‘이거… 오히려 상황이 더 좋아졌는데?’
사막 아래, 지하에 뚫어 놓은 거미줄 같은 수로.
이곳을 날려 버린다면 과연 그 재수 없는 알시아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
‘하지만 보아하니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안쪽에서 먼저 작업 중이던 꽃매미단의 일원, 하우스를 만나게 되면서 들을 수 있었다.
“계획을 미루는 것에 나도 찬성이다. 이 위는 그저 허허벌판일 뿐이라 터뜨려 봐야 아무 의미도 없어.”
즉결 심판원 최고참답게 하우스는 엘리시아 화원의 사업 현황을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원래 상대에게 가장 큰 절망감을 안겨 주는 방법은 공든 탑을 무너트릴 때 아니겠어?”
“크크크. 맞는 말이야. 지금 당장 만족감을 위해 일을 저지르는 건 용납 못 해.”
늘 경솔한 행동으로 일을 그르쳐 왔던 크로킹이지만 이번만큼은 인내하기로 했다.
“아주 완벽하게 땅굴을 뚫어 주지. 그래야 알시아 네놈이 더 괴로워할 테니까.”
지금 자신이 고분고분한 건 더 화려하고 눈부신 복수를 위해서라는 걸……!
“저기, 길마… 아니, 폐하.”
그때, 뒤에 서 있던 불곰 길드원 하나가 당황한 목소리로 크로킹을 불렀다.
“왜?”
“저… 걔들 있잖아요. 악어새 쪽에서 방금 귓속말이 왔는데……. 이것들 하는 소리가 뭔가 이상합니다.”
그가 말하는 악어새는 동맹 관계였던 어둠의 악어새를 말했다.
“됐어. 무시해. 어차피 이제는 그 녀석들은 쓸모가 없을 것 같으니까.”
크로킹은 무시하고 넘기려 했으나 이어진 말에 더 모른 척할 수 없게 되었다.
“테일러가 자기들을 죽였다고 항의를 하는데요?”
* * *
크로킹이 테일러에 관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는 사이, 작업장으로 돌아간 하우스는 누군가에게 은밀한 귓속말을 보냈다.
-일단 불곰 놈들에게 작업을 완벽히 진행한 뒤에 작전을 시작하자고 말해 놨다. 완벽히 믿는 것 같더군.
그 귓속말을 받은 이는 바로 재호!
-아마 당분간은 잠잠하겠지. 아니,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할 거다. 너한테는 잘된 일 아닌가?
“뭐, 사고가 터지지 않고 무사히 끝이 난다면야 그렇겠죠.”
-아무튼 난 약속을 지켰다! 그러니 제발… 이젠 날 놓아 줘…….
크로킹은 전혀 의심도 하지 못하고 있는 하우스의 배신!
재호는 크로킹이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구몰 공작령에서의 전투 당시, 수민이 사라져 버린 것에서 의심이 생겼던 것이다.
진실은 전혀 달랐지만, 어쨌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재호는 은근슬쩍 하우스에게 미끼를 던져 보았다.
그리고 하우스는 그것을 덥석 물었다.
기약 없이 붙잡혀 매일매일 노동만 하던 하우스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오만과 자존심 탓에 지금까지 고집스레 버티긴 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젠… 자신도 게임을 즐기고 싶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당장 놓아 주는 건 안 됩니다. 그랬다간 크로킹이 의심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옥한돌 회장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어쨌건 친척인 하우스였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 말했다.
“한 달 뒤에 풀어 드리겠습니다. 단, 조건은 아시겠죠?”
“당연하지!”
약속은 꽃매미단 소속으로서 재호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
또한, 수로 공사를 무사히 마친 후, 크로킹 일당이 테러를 못 일으키게 막는 것까지 거래 조건에 포함되어 있었다.
“한데… 그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모든 상황을 전해 들은 줄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만……. 뭐, 어지간해서 그러진 않을 거야.”
이미 지옥(?)을 맛본 이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