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86
385화
드미트리는 칼을 위협적으로 탁탁 두드리며 다가왔다.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 칼은 비교도 안 되는 위험한 무기.
“테일러……. 참 실망이 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가 있지? 그간 쌓아 온 우리의 우정은 다 무엇이었던 거냐?”
“…우정?”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테일러의 얼굴이 두려움을 이기고 와락 구겨졌다.
“웃기지 마! 너희들은 그저 날 호구로만 취급했던 거잖아!”
“그건 알시아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넌 알시아의 충실한 개가 되어 간이며 쓸개며 다 내어줄 것처럼 굴었지.”
“윽…….”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긴 했다.
호구처럼 이용한 건 둘 다 마찬가지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 하나가 있었다.
“알시아와 어울리는 게 더 재밌었다고!”
“고작 그런 이유인가?”
“아니, 그럼 게임을 재밌자고 하는 거지 너희들한테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 해야 해?! 그게 게임이야?!”
“그런 게 불만이었다면 진작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으응?”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한 드미트리의 반응에 테일러가 당황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말에 절대 휩쓸려선 안 된다는 걸 상기했다.
“러시아로 돌아가지. 아직 기회는 있다. 테일러와의 오해를 풀고 다시 불곰 길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웃기는 소리! 난 이곳에서 정착할 생각으로 온 거다! 너희들이 있는 그곳엔 절대 돌아갈 생각이 없어.”
“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강제로라도 끌고 가겠다.”
덥석-
“컥?!”
순식간에 테일러의 목을 틀어쥐고 제압한 드미트리.
그리곤 등 뒤로 작은 단검을 들이댔다.
“다치기 싫으면 얌전히 따라오는 게 좋을…….”
쏴아아아-
그 순간, 안쪽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쯧.”
설마 안에 사람이 있을 거라 미처 생각 못 했던 드미트리는 재빨리 친구처럼 보이도록 자세를 바꿨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을 보는 순간, 그 연기가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난데없이 이런 상황이…….”
두 사람만큼이나 당황한 재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알시아! 똥 싸고 있던 거야?!!”
테일러의 외침에 재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야!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마!”
한편 드미트리는 긴장한 채로 재호를 가만히 살폈다.
‘어떻게 하지?’
조용히 테일러를 데리고 사라지려던 그의 계획은 완전히 글렀다.
그렇다고 이대로 도망가 버리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재호와 테일러가 위험성을 인지한 이상, 안전을 위해 단단히 준비해 놓을 게 분명했으니까.
‘알시아도 제압해야 하나?’
그러면 일이 너무 커졌다.
자신은 그저 러시아의 양아치에 불과했다.
크로킹의 지시를 받아서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재호까지 해코지할 정도로 간이 크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상대할 수 있긴 할까?
과거 불곰국에서 재호에게 털려 본 적도 경험도 있는데다가…….
‘알시아는 현실에서도 괴물인데?’
드미트리도 재호의 스타트 드림팀 영상을 보았었다.
그 비현실적인 움직임들은 절대 인간이 보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대체 왜 게임을 하고, 심지어 게임 속에서 꽃집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인간 병기.
꾸욱-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봤던 재호의 괴물 같은 능력들을 애써 외면했다.
‘이대로 그냥 물러서면 크로킹에게 어떤 꼴을 당할지 몰라!’
그는 테일러 등에 대고 있던 칼을 슬그머니 앞으로 내밀었다.
‘게임과 달라! 네놈이 아무리 단련된 근육을 가지고 있더라도 칼 앞에선 평등하다!’
“헉?!”
칼을 내밀자 역시나 당황하는 재호.
“알시아! 나는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나와 테일러를 얌전히 보내 줬으면 좋겠군.”
패기로 가득 찬 속마음과 달리, 다툼은 피하고 싶은 티를 팍팍 내는 드미트리.
“…그래. 알시아. 무리하지 마라.”
일그러진 얼굴의 테일러 또한 재호가 나서는 걸 말렸다.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남은 경기는 어쩌려는 거냐?”
테일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내 잘못이다.’
과거 외로움에 사무쳐 불곰 길드 같은 곳에 들어가 버렸던 자신의 결정이 지금의 일을 불러왔다.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걸 지금에라도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했다.
‘게임 속의 나는 겁날 게 없지만……. 현실은 너무나 무력하구나.’
너무나 짧은 순간이지만… 행복했다…….
“뭐하냐 너?”
“…응?”
퉁명스러운 재호의 말에 테일러가 움찔하며 눈을 떴다.
“뭔 비련의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서, 설마 너……!”
테일러는 재호의 결정에 당황했다.
“안 돼! 경기는 어쩌려는 거냐?!”
“경기는 경기고, 눈앞에 흉기를 든 납치범이 있는데 그냥 보라고?”
“미쳤어?! 칼이라고 칼!!”
물론 칼을 든 상대는 위험했다.
하지만 재호도 무기를 든다면?
우당탕-
청소 도구함에서 커다란 물통과 대걸레를 방패와 검처럼 든 재호.
“?!”
“!!!”
분명 우스운 꼴인데 웃음이 나지 않는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으윽! 무, 무기를 내려놔라!”
드미트리는 재호를 겨눴던 칼을 다시 테일러를 향해 겨눴다.
왠지 싸우면 질 것 같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에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3자 입장에서 본다면 헛웃음만 나오는 상황.
하지만 당사자들은 심각했으니…….
‘쳇. 저러면 어떡하지?’
재호는 침착하게 드미트리의 칼끝의 움직임을 살폈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테일러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방법이… 어?’
그 순간, 테일러의 눈을 본 재호는 흠칫했다.
그 눈빛에 담긴 무언의 결심을 느낀 것이다.
‘내가 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재호를 본 테일러는 깨달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결정과 행동이라는 것을……!
퍽-!
“?!”
떨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자신의 목에 겨눈 칼을 쳐 낸 테일러.
드미트리와 비교하면 완력이 세진 않지만, 기습적인 반격을 전혀 예상 못 하고 있던 탓에 그의 팔이 크게 튕겨 나갔다.
“이, 이 자식!!”
드미트리가 다시 테일러를 압박하려는 순간.
쑤우욱-
철퍽!
빠르게 찌르고 들어온 밀대가 드미트리의 얼굴에 명중했다.
축축하고 꾸릿꾸릿한 냄새가 얼굴을 뒤덮자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그.
“이 자식아! 냄새나는 걸레 치워…… 헙?!”
밀대를 거칠게 떨쳐 내자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재호.
눈이 딱 마주친 그는 오싹함에 몸을 떨었다.
게임 속에서 느껴 본 익숙한 공포가 그를 집어삼켰다.
“으아아악!!”
그리고 본능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알시아!!!”
테일러가 다급하게 그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아직 드미트리에게 잡혀 있어 느렸다.
재호의 얼굴로 향하는 칼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안 돼!’
테일러가 절규했다.
터엉-!
한데 칼보다 빠르게 나타난 재호의 왼팔.
그리고 들고 있던 물통이 칼을 쳐 냈다.
퍽-!!
동시에 복부를 찌른 대걸레.
“커헉?!”
참을 수 없는 통증에 결국 고꾸라진 드미트리의 머리에다 재호가 물통을 뒤집어씌웠다.
콰앙!!
그대로 바닥으로 자빠트린 재호가 드미트리의 손에 들린 칼을 발로 찼다.
“테일러 칼 치워!”
“어, 어!!”
주춤하며 칼을 들어 올린 테일러.
끼익-
한데 하필이면 이 묘한 타이밍에 화장실 문이 열렸다.
“어……?”
바지 지퍼를 내리면서 들어오던 남자.
그의 눈에는 웬 남자를 바닥에 처박은 재호와 칼을 든 테일러가 보였다.
* * *
대회장 화장실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탓에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 재개되었다.
하지만 재호와 테일러, 그리고 드미트리는 경찰서로 가야만 했고, 인원이 모자라진 일성 플라워즈는 결국 기권패가 되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했고, 이상한 소문들을 마구 만들어졌다.
뉴월드 쪽 최고 유명인인 재호가 관련되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가십거리라면 죽고 못 사는 기자들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월척이라며 잔뜩 흥이 올랐으니…….
[충격! 황재호 폭행 사건 연루!] [대회장에서 일어난 무차별 폭행! 황재호는 무엇을 했나?] [경찰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안.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으나 황재호가 연루된 건 사실.”] [팬들 충격 “황재호가 그럴 줄은…….”]이런 기자들이 마구 쏟아졌다.
-뭐, 근데 황재호 게임 내에서 하는 짓만 봐도 충분히 예상되지 않음? 미화되어서 그렇지 깡패가 따로 없음.
└찐이냐? 게임이랑 현실도 구분 못 함?
└겜이랑 현실 구분 못 하는 건 황재호였고요~
└ㅋㅋㅋ맞네. 겜에서 다 패고 다니니 현실에서도 패 버린 거 아니냐?
-애초에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도 하나 없는데 왜들 난리냐?
└그치. 황재호가 화장실 바닥에 사람 처박아 놓고 테일러가 칼 들고 있던 것 말곤 아직 밝혀진 게 없지.
└ㅋㅋㅋ멕이는 거 보소.
-난 황재호 믿는다!
└믿을 걸 믿어라. 저 얼굴이 사람 안 팰 얼굴이냐?
└참다 참다 밝힌다. 나 황재호랑 같은 중학교 출신인데, 꽃밭 밟았다고 개 처맞음.
└엌ㅋㅋㅋㅋ 그때도 꽃충이었냐?
└그러게. 꽃을 왜 밟았냐?
└윗댓 반박한다. 그때 양아치 새끼 하나가 그냥 싸움 걸었다가 혼자 바닥 구르고 난리 났던 거임. 그 학교 출신이면 다 아는 유명한 사건ㅇㅇ
-야, 그래서 조사 결과는 언제 나오냐?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임?
└일성 쪽에서 경찰이 원하는 만큼 현찰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
└미친놈아. 몇 시간 만에 결과가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외모에 대한 지독한 편견은 재호가 사람을 때렸다는 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난리가 나는 것과 달리, 조사는 별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CCTV에 세 사람의 행동이 고스란히 찍혔기 때문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급똥 신호가 온 표정으로 급히 달려가는 재호.
이후 눈물을 훔치며 화장실로 향하는 테일러.
마지막으로 관중석에서 나와 테일러를 똑바로 응시한 채, 쫓아가는 드미트리까지.
심지어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기 전 칼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나왔다.
화장실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소문처럼 재호와 테일러가 불쌍한 외국인을 폭행한 상황은 아니었단 게 충분히 확인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추가 조사에서 좀 더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
경찰은 그 사실을 공식 발표했는데,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핵심은 드미트리가 불곰 길드 소속이며, 테일러를 노리고 한국까지 쫓아왔다는 것.
그리고 테일러는 불곰 길드의 위협에서 도망쳐 한국으로 왔다는 사실.
-그게 말이 돼? 게임 때문에 사람 죽이려고 든다고?
└혹시 테일러가 불곰 길드 망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거 아냐?
└만약 그렇다면 나라도 죽이고 싶을 듯. 세계에서 가장 큰 길드로 잘나가고 있었는데.
└위에 놈 미쳤네. 너 같은 놈들이 게임 물 흐리는 거임.
-지금까지 황재호 깡패라고 물타기 하는 놈들 다 어디 감?
└알고 보니 불곰이 리얼 깡패였죠?
└야. 경찰 말을 믿음? 내가 볼 때 황재호 명성 때문에 정부에서 불쌍한 외국인 하나 바보 만든 거임.
└에라이 미친놈아. 아무리 황재호가 한국 이미지 많이 높여 준다고 하더라도 그건 아니다. CCTV도 다 공개됐는데 더 말해서 뭐하냐?
└CCTV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넌 그냥 알시아를 싫어하는 거 같은데?
-근데 저거 되게 큰 문제 아니냐? 이젠 게임할 때 살인 청부 당할 것도 걱정해야 하냐?
└그냥 불곰놈들이 미친 거지.
진실은 밝혀졌지만, 이 사건은 새로운 논란을 남겼다.
과연 크로킹처럼 저런 위험한 행위까지 일삼는 이들이 계속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가?
하지만 아무리 극악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막는 법은 없었다.
게다가 어디까지나 한국 경찰 쪽 조사의 발표일 뿐이었고, 실제로 이것이 크로킹의 살인 청부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크로킹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편, 이 사건은 또 재호에게 괴소문 하나를 추가해 주었다.
[황재호 죽이려면 총 정도는 들어야 한다.]“무서운 소리를 다 하네.”
그 이야기를 들은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행여나 그런 걸 확인해 보려는 미친놈이 없길 간절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