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87
386화
과몰입한 게이머의 미친 짓으로만 끝나고 지나갈 줄 알았던 칼부림 사건.
하지만 전 세계의 일성 플라워즈와 재호 팬들은 결코 그냥 넘길 생각이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칼을 들고 재호를 노린 사건.
그런 일을 꾸민 게 불곰 길드라는 사실에 게임사는 물론, 심지어는 해당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러시아를 향한 비난도 거세졌다.
게다가 평소 크로킹이 쌓아 온 많은 업보 탓에 굳이 재호 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분노를 보탰다.
하지만 크로킹을 조사하기 위해선 러시아 경찰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게임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은원 관계에 한 나라 눈치를 보고 움직이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태도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아냈다.
-크로킹 러시아 레드건이라는 갱단 보스 아들이라는데?
└아, 그래서 러시아에서도 내버려두나 보네. 괜히 건드려 봐야 자기들만 피곤해질 것 같다 싶으니까.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이 따로 크로킹을 응징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게임 내에서 불곰 놈들만 보면 무조건 척살이다!
└근데 불곰 출신이었던 애들은?
└다 죽여야지.
└그럼 테일러랑 시바 놈들도 죽여야 하는데? 걔들은 알시아 편에 붙었잖아.
└어… 그렇네. 그럼 사상 검증한 뒤에 죽이지 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전 불곰 길드 출신 플레이어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법 얼굴을 알렸던 이들은 더 조심해야 했으니…….
그나마 일찍이 불곰 길드를 손절하고 노선을 갈아탄 이들은 이 흉흉한 기류에도 안도할 수 있었다.
“…절대 허튼짓해선 안 되겠네.”
그리고 재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강력히 보여 주어 인정받으려던 버팔로의 계획도 사전에 저지되어 버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아무래도 게임을 접어야 할 것 같았으니까.
* * *
일련의 사건으로 일성 플라워즈가 기권할 수밖에 없었던 5라운드, 6라운드 경기.
재호의 누명이 벗겨지고 다시 경기 참가가 가능해진 건 7라운드부터였다.
한 리그는 총 24라운드로 진행이 되었으니, 벌써 3분의 1 정도 진행된 상황.
리그 1위 독주 중이던 일성 플라워즈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큰 손해를 보았다.
그 결과, 현재 일성 플라워즈와 MK가 4승 2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동률일 경우 적용되는 승수 계산법 방식 덕분에 일성 플라워즈는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총 승수란 말 그대로 각 라운드에서 얻은 승수의 총합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4선승으로 승리한 라운드의 경우엔 치르지 않은 경기 또한 승리 팀의 승으로 인정해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일성 플라워즈를 예시로 들었을 때.
1라운드 4승 0패 – 7점
2라운드 4승 0패 – 7점
3라운드 4승 1패 – 6점
4라운드 4승 0패 – 7점
5라운드 기권 – 0점
6라운드 기권 – 0점
하여 총 27점이라 할 수 있었다.
반면 MK의 경우엔 24점으로 일성 플라워즈에게 밀려 2위였다.
그래도 이번 리그에서 MK는 시범 리그에서 보였던 불명예는 완벽히 씻어 내고 있었다.
대단한 경기력으로 활약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일성이 너무 뛰어난 탓에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을 뿐.
5, 6라운드 기권을 했음에도 일성 플라워즈가 1위를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말도 안 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오늘 열리는 7라운드에서 두 팀은 두 번째로 맞붙을 예정이었다.
먼저 맞붙었던 3라운드에서 일성 플라워즈를 상대로 1승 4패로 패배했던 MK.
그나마 1승을 하긴 했었지만, 절대적인 열세인 건 분명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경기 역시 1승, 운이 좋으면 2승 정도가 MK의 한계일 것이라고 보았고…….
“아니! 그건 편견일 뿐이다!”
하지만 MK의 감독 백재진은 선수 대기실에서 소리쳤다.
“현재 우리는 기세가 제대로 올랐다! 그 어떤 팀을 상대로도 지지 않을 만큼!”
그건 재진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MK의 선수들 역시 잔뜩 고무된 상태였고,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2위 수성을 목표로 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3라운드 때는 모르고 당했지만, 이젠 일성 플라워즈 경기력 분석도 많이 이루어졌기에 이야기가 달랐다.
“일단 첫 경기가 중요하다! 거기서 확실히 기선제압을 하는 거다!”
마침 첫 경기는 현재 MK가 전승을 기록한 ‘망자의 골짜기’ 전장이 무대였다.
3라운드에서 만난 일성 플라워즈에게 승리를 거둔 곳도 그곳이었고.
일성 플라워즈까지 패배하는 걸 본 다른 팀들은 이후, MK와의 경기에서 망자의 골짜기를 필수 금지 전장으로 골랐다.
그런데 일성 플라워즈는 이번에도 그곳을 열어 뒀던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한 의도는 명백했다.
자존심 회복과 MK의 기세를 완전히 무너트려 버리겠다는 것!
하지만 MK는 그냥 당할 생각이 없었다.
“놈들의 오만함에 한 방 제대로 먹여 주는 거다!”
“아자!!”
“가자!! 이길 수 있다!!!”
힘찬 기합과 함께 그들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 * *
망자의 골짜기.
사방이 눈과 얼음밖에 없는 혹한의 대지 위에서 벌어지는 경기장으로, 승리 조건은 상대 팀의 전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죽는다고 해서 게임 오버가 아니었다.
사망한 팀원은 망자 상태가 되며, 그 상태에서 전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아직 살아 있는 선수들은 망자를 볼 수도, 어떤 간섭도 할 수 없지만, 망자들은 아니었다.
망자의 모든 스킬과 공격은 산 자들에게 허용이 되었으니까.
단, 그 피해량이나 효과가 10분의 1 수준으로, 적을 괴롭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상급 선수들의 공격이라 무시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 방해를 극복하고 상대팀 전원을 망자로 만드는 것이 망자의 골짜기 승리 조건이었다.
결국, 유리한 전투를 위해서는 산 자와 망자의 균형이 중요했다.
망자만이 같은 망자의 공격을 방해할 수 있었으니까.
또한 전장 곳곳에 숨겨진 부활석을 확보한다면 이미 죽은 팀원을 부활시킬 수도 있었으니, 그것을 많이 확보한다면 좀 더 유기적인 대응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MK가 이곳에서 특히나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청탑 소속 마법사와 네크로맨서가 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청탑 소속 마법사의 경우, 빙결 계통 마법이 주력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비록 대륙에선 환경 탓에 화염이나 전격 마법보다 푸대접을 받고 있지만, 대회의 전장인 망자의 골짜기에선 달랐다.
주변이 온통 얼어붙어 있으며,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어 대는 이곳에선 빙결 마법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네크로맨서는 망자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특수 클래스.
선수들이 망자가 되어 넘어가게 되는 세계엔 전장을 떠도는 중립 망령들도 떠돌고 있었는데, MK의 네크로맨서는 그런 망령들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선수와 전장의 사기적인 시너지 덕분에 MK는 망자의 골짜기 승률 100%를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만하게도 일성 플라워즈가 그 100%에 재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사실 일성 플라워즈 입장에선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겁니다.
해설자는 일성 플라워즈가 망자의 골짜기를 어쩔 수 없이 골랐다고 분석했다.
-명실상부 현 리그 최강자는 일성 플라워즈죠. 그건 망자의 골짜기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야 할 겁니다.
-아! 최강자의 자존심 같은 것이군요!
-그렇죠. 더 안전한 길이 있겠지만, 진짜 최강자는 그런 것조차 회피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을 테니 말이죠. 겁쟁이라는 조롱은 듣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과연 그 대담한 결정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되는데요. 오만일지 자신감일지! 그럼 일성 플라워즈 대 MK! MK 대 일성 플라워즈의 리그 7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 *
마침내 시작된 경기.
일성 플라워즈 출전 선수는 재호, 완식, 진아, 다키스트, 그리고 레드 구성했다.
사만다가 제외된 이유는 망자 상태가 되었을 경우, 현실의 적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전투 능력만큼은 팀 내 최상급이었으나, 아무래도 육탄전이 주이다 보니 범용성이 떨어졌던 것.
“일단 MK의 전략은 별다른 게 없으면 기존과 같을 거야.”
지금까지 망자의 골짜기에서 매번 같은 작전으로 경기를 치른 MK.
그럼에도 알면서도 당하는 전략이라 굳이 다른 시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괜히 변수를 만들어 내겠다고 일성 플라워즈를 상대로 작전을 바꾸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으니까.
그런 MK의 전략은 초반 러시.
자신들의 전장 장악력을 초반부터 활용하기 위해 상대팀이 부활석을 확보하기 전에 몰아치는 것이다.
어차피 전장 자체가 자신들에게 너무 유리하다 보니 부활석이라는 변수를 아예 없애 버리는 게 MK 입장에선 베스트.
그래서 재호 일행도 그것에 대비해 작전을 준비했다.
맞불 작전.
일단 전장 곳곳에 숨겨진 부활석을 찾아다녔다.
맞불이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지만, 어쨌든 불리한 건 명백히 자신들.
부딪히기 전, 조금이라도 그 격차를 줄이려면 부활석을 최대한 챙겨 여유 목숨을 준비해야 했다.
경기 시작 약 7분이 흐른 시점.
일성 플라워즈는 부활석 세 개를 확보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들을 추적해 온 MK와 첫 충돌이 발생했다.
‘역시 지금까지 해 온 작전 그대로 가나 보군.’
마주한 MK는 4명밖에 없었다.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네크로맨서 한 명이 고의로 죽어 망자가 되는 걸 택했으리라.
[보이지 않는 힘이 당신에게 피해를 입힙니다!]아니라 다를까, 곧 일성 플라워즈를 향해 네크로맨서와 망령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당장 피해량은 미미했지만, 망자 상태의 공격이 무서운 이유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전혀 보이질 않으니 피지컬이 좋은 재호조차 반응할 수 없었던 것.
“!”
MK의 망자의 골짜기 승률 100%의 또 다른 주역인 청탑 마법사 김바다의 스킬.
쩌저적-!!
본섭에선 경험해 본 적 없는 압도적인 힘에 그는 취했다.
‘여기서 난 신이다!’
마치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스킬 위력.
거기에 대항해 성기사 진아가 방패를 내세우며 스킬을 시전했다.
“!”
[아군의 피해를 30% 감소시키며 회복력을 1.2배 증가시킵니다.]성기사라 신성 스킬 위주다 보니 이런 속성 마법에 대항하기엔 조금 어려웠다.
게다가 김바다의 공격이 너무 강력하기도 했고…….
‘역시.’
그 가공할 만한 위력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련 없이 자신들이 세운 작전을 그대로 실행하기로 했다.
[로 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동속도가 증가합니다.] [민첩 및 이동속도가 최대 20%까지 증가하며, 멈출 경우 초기화됩니다.] [이동속도가 최대치에 도달할 경우, 모습이 반투명해집니다.]거기다 현재 입고 있는 새로운 일상복 [활기찬 오후의 태양]의 옵션 덕분에 기본 이동속도도 13% 추가 증가했다.
이런 미친 이동속도를 가지고서 뭘 하려는 것일까?
지켜보는 모두가 기대하는 순간…….
쌔앵-
냅다 반대편으로 도망가 버린 재호.
“?!!”
“뭐야?”
뒤도 보지 않고 혼자 도망가 버리는 재호의 모습에 MK는 물론, 관중과 시청자들도 당황했다.
-아, 이게 뭔가요?! 갑자기 황재호 선수가 전장을 이탈해 도망가 버리는데요?
-엄청난 속도긴 하네요. 현재 MK 내에는 민첩 주력 클래스가 없어서 저 정도 속도는 쫓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역시 팀원들을 버리고 가 버리는 이유는 조금도 짐작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부활석을 찾으려는 걸까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동속도 버프를 최대로 해서 찾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만…….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망자의 골짜기 최강자 MK를 상대로 네 명만으로 버티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어어? 잠시 만요. 저건 뭐죠?
그때, 화면 너머 전장에서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짜악- 짜악-
갑자기 팀원들의 등을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치는 완식.
그런데 그 한 방에 팀원들의 체력이 무려 10%씩이나 툭툭 까였다.
언뜻 보기엔 팀킬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재호에게 받은 꽃템 [힐탱크 브로치]의 귀속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 : 시전 대상의 현재 체력 10%를 소모한 후, 2분간 회복 효율을 10배로 증가시킵니다.]그렇게 일성 플라워즈는 목적을 알 수 없는 버티기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