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89
388화
화염 계열 스킬이 주력일 경우, 망자의 골짜기는 완벽한 카운터 전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일성 플라워즈가 이곳에서 유달리 약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력 딜러라 할 수 있는 사만다와 레드, 두 사람이 모두 화염 계통이었으니까.
실제로 MK와의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레드는 이전과 같은 위용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가 카운터라 할 수 있는 화염과 빙결 마법의 충돌.
하지만 주변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레드의 공격들이 완전히 먹혀 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그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철저히 상성에서 밀린다는 걸 알면서도 한 명은 나올 수밖에 없는 팀 사정이 있었으니…….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팀 내에서 누구보다 굳은 의지(꾸준한 광기)를 가진 이가 레드.
그런 사람이 아무리 난관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무기력하게 맞고만 있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침내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흐아압!!”
괴성과 함께 레드는 허공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파앙-!
작은 불씨들이 마치 꽃가루처럼 사방으로 흩날리며 흩어졌다.
“헉?! 저건!!”
“불지옥의 똥가루!!”
이미 앞선 경기들에서 공개된 바 있는 레드의 신기술.
꽃템 [불꽃 화관]에 귀속된 옵션이었다.
[ : 반경 10미터 이내에 꽃가루를 흩날려 작은 불씨에도 폭발합니다. 꽃가루는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밀집될수록 위력이 증가합니다.]이어서 레드는 다른 스킬도 추가로 사용했다.
자신을 살아 있는 불덩이 그 자체로 만드는 명불허전 최강의 스킬… 이지만, 어쩐지 평소보다는 아주 초라해 보이는 모습.
역시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은 탓이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그는 자신의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온다! 특이점이 온다!!
[ : 화염 피해가 전체 체력의 1.5배 이상 누적되는 순간, 주변의 열을 급속도로 흡수하여 얼려 버립니다.]역시나 꽃템 옵션.
전신이 불타오르며 모든 체력을 갉아먹는 스킬이었기에 피해를 입는 것과 같은 판정으로 인정이 되었다.
또한 5초라는 짧은 시간은 전체 체력의 1.5배 이상의 피해를 충분히 넘고도 남았기에 이 발동된 것.
단, 그 옵션의 효과는 살짝 미묘했다.
주변의 열을 급속도로 흡수해 버리면 스스로 힘을 갉아먹는 것이었으니…….
쩌저적-
냉기가 폴폴 흐르는 대지에 남아 있던 일말의 온기가 모조리 흡수되며 빙하기가 닥쳤다.
[지독한 한기가 주변을 모두 얼어붙도록 만듭니다!] [움직임이 제한됩니다!]엄청난 추위가 선수 전원에게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파스스스-
주삿바늘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일대를 사정없이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불지옥의 똥가루가 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던 불꽃 가루가 갑자기 미세 눈보라가 되어 흩날리니 MK 선수들은 당황했다.
적탑 마법사가 웬 빙결 마법?
물론 다른 탑 소속이라고 해서 다른 속성의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 대규모 빙결 마법은 중상위 마법 수준은 될 것 같은데?!’
김바다는 당혹감과 동시에 자존심이 상했다.
설마 일성 플라워즈에서 준비한 비장의 수가 이런 것이라면… 자신을 우습게 본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설프게 배워 온 빙결 마법으로 우릴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콰드드드-
“내가 이 전장의 진정한 지배자야!!”
날아들던 얼음 조각들은 김바다가 만들어 낸 모든 것이 얼어붙는 끔찍한 공간에 집어삼켜졌다.
“그런 흉내 내기에 내 마법은 지지… 어?”
하지만 호기롭게 외치던 김바다는 갑자기 피시식 꺼지기 시작한 레드의 모습에 흠칫했다.
그 모습은 세상 사람 모두가 아는 레드식 엔딩.
-레드가 탈락해 망자가 되었습니다!
-뭐죠?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보여 주는 것 같더니 갑자기 죽어 버렸습니다!
중계진도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몰라 서로 눈치를 살폈다.
정말로 뭔가 다른 것 같았는데… 어째서 5초 만에 푸시식 식어 버리는 건 똑같은 걸까.
척-
하지만 전장에 한 사람이 나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저, 저기!”
“헉!”
한참 싸움이 벌어지던 골짜기 위, 태양을 등지고 선 재호.
잘 싸우긴 했지만 이젠 완벽히 궁지에 몰렸던 일성 플라워즈를 구원해 줄 한 존재.
또한, 일성 플라워즈 입장에선 두려움이자 언젠가는 이겨 내야 할 상대…….
‘대체 뭘 하고 온 거지?’
‘역시 부활석 아닐까?’
‘몇 번을 부활시켜도 우리 전력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 텐데?’
자신감과 불안감이 공전하는 그 상태에서 재호는 모두의 예상대로 부활석을 들어 올렸다.
“레드!”
방금 죽은 레드를 또 부활시키는 재호.
끼이이이-
손에 들린 작은 돌덩이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나더니 새파란 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방금까지 레드가 있던 자리로 빠르게 날아가더니 망자가 된 그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쳇! 살리면 다시 제거한다!”
어차피 이 일대는 MK가 장악한 상태.
변하는 건 없을…….
“으아아! 간다!!!”
하지만 그 생각은 부활하자마자 또다시 자폭해 버리는 레드를 본 뒤,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가 있다……!
* * *
[] [1. 모든 종류의 화염에 면역이 됩니다.] [2. 주변에 강한 열원이 없을 경우, 냉기 관련 기술의 위력이 150% 증가합니다.] [3. 폭발형 공격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4. : 화염 피해가 전체 체력의 1.5배 이상 누적되는 순간, 주변의 열을 급속도로 흡수하여 얼려 버립니다.] [5. : 반경 10미터 이내에 꽃가루를 흩날려 작은 불씨에도 폭발합니다. 꽃가루는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밀집될수록 위력이 증가합니다.] [전설 추가 효과 : 꽃가루가 흩날리는 상태에서 이 발동될 경우, 폭발 시 얼음 조각 파편이 쏟아집니다.] [대성공 추가 효과 : 흡수한 열은 다음 공격 시에 방출됩니다.]재호에게 받은 레드의 꽃템 세부 옵션.
그리고 부활해서 다시 자폭하는 순간, 대성공 추가 효과의 충격적인 성능이 드러났다.
이전에 죽음 당시에 흡수한 열기의 재방출!
에 적용된 그 효과는 단숨에 주변의 냉기를 집어삼킬 레드의 힘을 강하게 만들었다.
“김바다! 어떻게 좀 해 봐!!”
이곳에서 레드의 공격을 전담 마크하던 김바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에 일어난 레드의 공격은 불안해 보였다.
‘그, 그래도 버티면 되니까!’
저 상태는 건 단 5초만 유지가 되었다.
그 정도만 버티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잠깐만!’
문득, 자신이 느끼던 이 위화감을 정체를 깨달은 김바다.
부활해서 사용하는 스킬의 위력이 종전보다 강해졌다.
꽃템의 대성공 추가 효과를 알 수 없었던 그는 당혹스러웠다.
‘죽고 부활하면 스킬 위력이 증폭되는 게 있는 건가?!’
그리고 재호는 혼자 떨어져 나간 사이, 부활석을 찾아다닌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
‘설마……!’
이런 식으로 계속 자폭 공격을 해 댄다면…….
“나와라! 레드!”
아니나 다를까, 사라진 레드를 또 부활시킨 재호.
그리곤 즉시 스킬을 사용했다.
“가라! 레드!”
“출동!”
“돌아와!”
“한 번 더!”
그렇게 반복하는 패턴에 레드의 공격력은 점점 중첩되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절대 못 쓸, 오직 망자의 골짜기에서만 가능한 미친 전략을 일성 플라워즈가 준비해 온 것이다.
-강… 강력하긴 한데 너무나 끔찍한 전략이네요.
-부활석을 모은 이유가 이제 드러나네요. 저런 식으로 슈타이저 선수를 서서히 강화해 일격에 끝장을 보는 게 일성 플라워즈의 작전이었습니다. 정말 무섭네요…….
-결국 MK는 가장 까다로운 적인 황재호 선수를 마지막에 처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게 실수가 되었습니다.
-그렇죠. 뭐, MK의 작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일성 플라워즈의 전력을 미리 줄여 놓는다면 아무리 부활석을 갖고 있더라도 승률을 많이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문제는 황재호 선수가 돌아오기 전까지 단 한 명의 선수도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결과론이기 하지만 MK는 황재호 선수를 그렇게 내버려둬선 안 됐었던 거군요.
그사이, 벌써 여섯 번째 부활을 마친 레드.
어마어마한 공격에 연속으로 당했음에도 용케 MK는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레드의 화염을 억누르기 위해 김바다가 공격을 중단하고 방어에 집중한 덕분이었다.
아마 망자의 골짜기의 특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
“허억… 허억…….”
상당히 지친 김바다였지만, 다행히 레드는 더는 스킬을 쓰지 않았다.
“저쪽 부활석이 다 떨어진 모양인데?”
“고생했어, 바다.”
그들은 독기 가득한 눈동자로 일성 플라워즈를 노려봤다.
“저 녀석들이 준비한 한 수를 이겨 냈으니… 이젠 우리 차례야!”
MK는 그렇게 승리를 자신했다.
-일성 플라워즈가 부활석을 다 썼는데요?! 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렇게 일을 저지르진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맞습니다! 황재호 선수의 저 여유로운 표정 좀 보세요! 분명 뭔가가 있는 거예요!!
중계진의 말대로 이건 계획된 것.
‘끝까지 레드의 스킬을 믿고 가는 건 너무 모험이지. 실패하면 뒤가 없으니까.’
재호는 이를 갈고 있는 MK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이곳에서 싸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김바다의 빙결 마법의 위력이 극대화된다는 것. 네크로맨서는 문제도 아니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괴롭히던 네크로맨서 오인혁이 듣는다면 눈물을 쏟을 소리였다.
‘가장 확실히 승기를 가져오려면 MK에게 몰빵된 이 전장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바꿔 버려야 해.’
그것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레드, 시작해!”
재호의 지시에 레드가 다시 힘을 끌어올렸다.
대회를 위해 준비한, 아직 세상에 보인 적 없는 마법.
원래 자신의 능력으로는 아직 사용하기 벅찬 마법이지만, 재호의 꽃템으로 힘이 몇 배는 증폭된 지금이라면 가능했다.
“!!”
쿠구구-
레드의 두 다리가 선 곳에서부터 시작된 격렬한 지축의 흔들림.
“레드를 지켜!!”
그렇게 외친 재호는 MK를 향해 단독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MK 역시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레드를 방해해! 뭔가 꿍꿍이가 있어!!”
하지만 아무리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한가운데로 돌진해 온 재호를 무시하고 레드의 수상쩍은 행동을 저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일성 플라워즈의 모두가 레드 한 명을 보호하는 상황이니 더더욱…….
구구구구-
점점 더 심해지는 지진.
그리고 MK의 초조함도 켜졌다.
앞서 보인 일성 플라워즈의 자폭 퍼레이드가 지금 일어나는 일을 위한 준비였단 걸 직감했다.
하지만 바로 저지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
결국…….
콰아앙!!!
레드의 발아래에서 땅이 갈라지더니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콰과광-!
꽈앙!!
주변에서 연이어 대폭발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고, 지상으로 끓는 용암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하늘에선 새빨간 구름이 만들어지며 불의 비를 내렸다.
그로 인해 일대는 폐허로 변해 갔지만, 중요한 점은 이게 단순한 공격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 망자의 골짜기가…….
해설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냉기와 칼바람만이 가득하던 망자의 골짜기가 화염으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모,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추측밖에 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저것으로 망자의 골짜기의 환경이 역전된다면……!
단순히 생각했을 때, 결론은 하나였다.
-김바다 선수의 힘은 약해지고 슈타이저 선수는 강해지겠죠. 또한 그 상태에서 MK는 4명이 5명을 상대해야 할 테고 말입니다.
망자의 골짜기 승률 100%의 MK에게 먹구름이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