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91
390화
치프를 따라 경기를 보러 왔던 다른 악어가족 멤버들.
치프가 뉴월드를 할 때도, 뭔 꽃집 경비원을 하겠다고 난리가 났을 때도 상대적으로 심드렁하던 멤버들이었다.
그들 역시 뉴월드를 이따금 즐기긴 했지만, 치프처럼 진지한 각오(?)를 품고 있진 않았었으니까.
하지만 NLK 리그가 시작되고 대회를 시청하면서 그 무덤덤함은 사라져 버렸다.
선수들의 화려하고 멋진 플레이들… 그중에서 특히 일성 플라워즈와 재호에게 매료되어 버렸다.
그들의 변화에 치프는 누구보다 뿌듯해했고, 마침내 오늘 다 같이 경기도 보러 왔던 것이다.
온 김에 재호와 인사도 나누고 싶었지만, 방해가 될까 싶어 자제하고 있던 차, 눈치를 보던 그는 우연히 근처에 앉아 있던 테일러를 발견했다.
“하하, 이거 참! 일성 플라워즈 뒤풀이라고? 내가 그런데 가도 되려나 모르겠네-”
어깨가 잔뜩 올라간 채 다 들리는 혼잣말을 해 대는 테일러의 헛웃음 나오는 행동 덕분에 알게 된 뒤풀이 정보.
‘왠지 뻔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네.’
그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재호는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테일러가 굉장히 허술하고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곤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악어가족이 합석한 건 일성 플라워즈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었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그룹이었기에 이것만으로도 일성 플라워즈의 긍정적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었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팀 관계자의 절반 이상은 그들의 팬이기도 했고…….
머-엉.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다키스트.
“고기 안 먹어?”
옆에 있던 레드는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다른 다키스트의 모습에 물었다.
“…이제야 부모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뜬금없는 다키스트의 대답.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는 게…….”
허공을 바라보는 줄 알았던 그녀의 시선은 사실 악어가족을 향해 있었다.
한 사람만을 바라볼 순 없으니 초점을 흐린 채 다섯 명 모두를 눈에 담는 묘수를 떠올린 것!
“…….”
저러다 사팔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헤헤헤…….”
변태 같은 웃음을 흘리는 다키스트는 결국 무시하기로 한 레드는 다른 팀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편, 그들은 악어가족은 재호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순수한 팬심으로 조잘조잘 떠들고 있었는데, 전부 게임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 게임을 너무 못해서 토끼도 못 잡는데… 어떻게 하면 황재호 선수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저 최근에 레벨업이 너무 느려서 고민인데 엘리시아 화원을 가면 더 나을까요?”
“마법사로 전직할까요? 아니면 격투가로 전직할까요?”
별 영양가 없는 소리에 참다못한 치프가 나섰다.
“그런 건 그냥 뉴월드 팁 글 보라고! 아니면 나한테 물어보든가!”
“아, 왜- 그럼 평소에 네가 우리 좀 가르쳐 주지!”
“맞아! 형은 물어봐도 알려 주지도 않잖아. ‘뉴월드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똥폼만 잡고!”
“트, 틀린 말은 아니라고! 황재호 선수가 꽃집을 하는 걸 보고도 드는 생각이 없단 말이야?”
누구보다 게임을 마음대로 즐겨 온 재호.
틀린 길이란 뉴월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 산증인이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해도 된다지만 우린 마음대로 하면 안 되는 처지이잖아.”
멤버 지호의 말에 재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아… 그건… 아무래도 저희는 이미지가 정말 중요하다 보니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함부로 행동할 순 없거든요.”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연예인이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
게다가 뉴월드는 외모 커스텀도 제한적이다 보니 어지간해선 사람들이 악어가족을 알아보았다.
결국, 게임에서도 그들은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 그래서 가면 쓰고 다녀요.”
“맞아. 나도 그렇게 함. 근데도 알아보는 사람은 알아보더라.”
얼굴을 가린 것 정도는 투시할 수 있는 능력들이 뉴월드엔 널리고 널렸으니 당연했다.
“어? 진짜로? 나 가면 쓰고 도둑질…… 으읍?!”
큰일 날 소리를 뱉는 멤버 지호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은 치프.
“아, 아무튼 게임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폰겜이나 구식 PC 게임은 노잼이고…….”
그래도 치프는 게임을 하는 게 공개적으로 알려진 덕에 그런 제약이 덜했다.
또한 악어가족만큼이나 만인의 호감을 받는 재호와 관련된 것이었으니 더더욱…….
“장군이 형은 게임 속에서도 아주 신났던데 말이야. 겜도 하고 팬이랑도 놀고.”
“맞아. 우리는 브이로그 아니면 팬들이랑 볼 일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악어새들이랑은 별로 마주칠 일도 없어!”
그건 치프도 특히 조심하는 문제였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팬들이랑 사적으로 연루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기에…….
“아- 차라리 휴식기 끝나고 활동 다시 들어갔으면 좋겠다!”
“맞아. 바쁘게 일할 땐 쉬고 싶었는데, 쉬니까 너무 심심해.”
역시 무대 위가 가장 편한 그들.
멤버들의 그런 투정이 나오는 순간…….
“무대를 서고 싶다고?!”
“헉?!
두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어느새 그들 사이로 불쑥 나타난 강원수 대표.
“대, 대표님?!”
“후후……. 무대라……. 나한테 일석이조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들어 볼래?”
강원수 대표의 수상쩍은 눈빛이 재호를 향했다.
* * *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황무지.
하지만 주변이 온통 사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곳은 단순한 황무지가 아닌 특별한 장소였다.
‘풀’이 있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사막 일대에 만들어진 특정 구역들에 사람들이 한둘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모두 엘리시아 화원의 귀족이었다.
다만 아직 영지민도, 제대로 된 건축물도 없는 빈 깡통 귀족들로 이제부터 채워 넣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귀족들 사이의 급이 나뉘었다.
진짜 부자들은 차근차근 영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돈을 싹싹 긁어모아 작위를 산 이들은 여전히 허허벌판이었다.
뤼노 역시 그런 귀족 중 하나였다.
인간 거주 구역 외곽의 2구역 구석에 천막 텐트를 세웠던 그는 제대로 된 사업을 위해 영지와 작위를 구매해 뤼노 남작이 되었다.
사막 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작은 영지.
있는 거라곤 자신의 작업 공방 달랑 하나.
하지만 현재 신규 귀족 영지 중, 가장 많은 방문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회를 통해 일성 플라워즈의 유니폼이 신드롬을 일으킨 덕분이었다.
지나친 고가와 고급 기술인 탓에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건 어려웠지만, 일성 플라워즈 팬들이나 악어새들에겐 꽤 많은 수요가 있었다.
“흠… 근데 생각보다 주문 의뢰가 너무 많은데.”
혼자 감당하기엔 슬슬 벅찬 수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건 좋지만, 독식을 꿈꾸다간 도리어 가진 것도 잃을지도 몰랐다.
최근 자신이 개척한 시장을 노린 재봉사들이 엘리시아 화원으로 슬금슬금 모여드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참에 더 큰 그림을 그려 볼까?”
문득 든 생각.
재호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사연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꽃집을 위해 시작했으나 어쩌다 보니 뉴월드 내 최대 규모의 플레이어 통치 왕국을 세운 위인!
처음부터 현재의 그림을 그리고 시작하진 않았었다.
아니, 아마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았으리라.
꽃으로 나라를 세우겠다는 이야기가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나도 이곳을 패션 영지로 만드는 거야.’
뉴월드 패션 1번가!
자신의 영지를 그런 상징적인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일단 그것을 위해서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
고객뿐 아니라 이곳에서 일할 장인을…….
띠링-
[*퀘스트*]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당신의 의지.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충분히 경지에 오른 당신이 깨달음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는 자신이 지나온 길과 과거의 경험을 되짚어 보는 것이 생각지도 못한 힌트를 줄지도 모릅니다.] [퀘스트 목표 : 1. 제자들을 받아들여 육성.
2. 제자들의 레어 클래스 획득(0/5)] [보상 : 으로 승급.]
뤼노의 의지에 따라 구성된 퀘스트.
“이, 이건……! 유니크 클래스 승급 퀘스트!!”
현재 뤼노의 클래스가 레어 등급이었고, 설명에서도 ‘승급’이라고 명시된 것을 보면 명백했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유니크 클래스 승급에 대한 단서를 얻을 거라곤 생각 못 한 뤼노는 기쁜 마음으로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뤼노 씨!”
“음?”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바깥에서 들려오는 재호의 목소리.
“알시아 씨? 여긴 어쩐 일로……?”
여긴 사막 오지 중의 오지.
가장 싼 위치의 남작령이었기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우연히 지나갈 만한 장소도 아니었다.
차륵-
작업 텐트를 열고 나온 그는 재호를 맞이했다.
“음? 한데 뒤에 있는 분들은……?”
재호 뒤에 선 다섯 명의 사람들.
모두 시꺼먼 천을 뒤집어쓴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재호가 앞에 있지 않았다면 뤼필드의 비상을 막기 위해 라이벌이 보낸 암살자라고 확신했을 꼴이었다.
“아, 이분들은…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재호는 뒤에 주변을 돌아다니는 다른 손님들을 힐끔 살피며 말했다.
다들 비슷한 패션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악어새들로 추측되었는데, 저들 앞에서 뒤에 선 다섯 명의 얼굴을 공개했다간 큰일이 날지도 몰랐다.
“왜… 왜 그러시죠? 대체 저들이 누구기에…….”
하지만 안에서 그들 면면을 확인한 뤼노는 그 이유를 바로 알았다.
“아… 악어가족!!”
패션계에 종사하는 그는 누구보다도 악어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저, 정말로 악어가족 분들인 겁니까?”
“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부시지?”
혹시 천막 위가 뚫렸나 싶어 고개를 들어 본 재호.
하지만 이 눈부심의 출처는 다름 아닌 악어가족이었다.
화아-
게임 내에서도 숨길 수 없는 슈퍼스타의 아우라.
치프 한 명만 있을 때와는 또 달랐다.
다섯 명이 모이자 뿜어져 나오는 광채는 그들이 확실히 5인 그룹이란 걸 알려 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악어가족 분들이 여길 찾아오신 겁니까?”
“그게 말이죠…….”
재호는 난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 악어가족 소속사 쪽에서 새 프로젝트를 시도해 본다고 하더라고요.”
“새 프로젝트? 그런데 왜 절… 헉! 설마?”
재호와 악어가족을 번갈아 보던 그는 무언가를 짐작하곤 입을 쩍 벌렸다.
“다섯 분이 게임 속에서 모두 모였다는 건… 무대를 준비하는 겁니까?!”
“맞아요.”
뤼노의 추측은 정확했다.
며칠 전, 리그 뒤풀이 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계획이었다.
세계 최초 뉴월드 인게임 콘서트.
강원수 대표가 먼저 그것을 제안했고, 의외로 멤버들 또한 그 계획에 흥미를 보였다.
치프는 자신의 기사 생활에 지장이 올까 조금 걱정하긴 했지만, 그 역시 천상 아이돌이었기에 순순히 받아들였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의 콘서트라는 신선한 시도는 확실히 가슴을 뛰게 했으니…….
하지만 정식 콘서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적당히 할 순 없었다.
세계 최고의 아이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제대로 준비를 하기로 했고, 그 이유로 지금 이 자리를 찾아온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악어가족입니다!”
아이돌식 우렁찬 인사와 함께 악어가족이 뤼노에게 인사했다.
“뤼노 님에게 저희 인게임 무대 의상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혹시 가능할까요?”
“그… 그런……!”
뤼노는 목이 멨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비록 게임이라고 하지만 세계 최고 그룹의 의상을 만들 기회가 어디 쉽게 오겠는가?!
아마 재호가 귓속말로 대충 물어봤어도 그는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악어가족 전원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고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감동에 취한 뤼노는 휘청거리다 결국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뤼노 님?!”
“괜찮으세요?”
놀란 멤버들에게 뤼노가 혼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이죠. 오히려 저야말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이 잘 풀리려니 이렇게까지 되는구나 싶은 뤼노.
주륵-
급기야는 눈물까지 흘리는 뤼노의 모습에 재호는 생각했다.
‘참… 저주받은 사막이라 그런지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네.’
그래도 다들 믿을 만한 실력은 갖추고 있으니 천만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