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93
392화
대왕의 칭호를 허락받은 뒤 이렇다 할 교류 없이 지내던 미드스트 제국.
원래라면 숨넘어가기 직전인 황제 뒤를 이어, 5황자 젠트르노의 황위 계승을 도와야 했다.
하지만 재호가 황제에게 불로장생초를 주며 그는 완벽하게 회춘했다.
이젠 독이라도 들이마시지 않는 한, 황제가 죽을 일은 없었다.
5황자 입장에선 조금은 아쉬울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사실 당시 사정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나았다.
그가 황제 자리를 노리기엔 조금 급하기도 했고, 황제가 건강을 되찾은 것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었으니까.
재호와 가장 두터운 친분을 가진 이는 명백히 젠트르노였으며, 그 점이 황제로부터 큰 호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확실한 황태자 후계자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던 그가 이 정도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또한 재호의 5황자 황제 만들기 퀘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었고…….
이번 루로아 황녀의 방문도 황제 경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정보에 따르면 그녀는 현 황자들의 후계자 다툼에서 아직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상태.
하지만 황실 내 권력만큼은 황자들 이상이라고 줄칸에게 들었다.
가장 맏이이자 오래전부터 국정에 참여해 온 탓에 황제의 신임이 두터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에게 밉보였다간 젠트르노의 입지에도 문제가 생길지 몰랐다.
‘부담스럽네.’
그런데 갑자기 황녀가 왜 엘리시아 화원을 찾아오기로 한 것인가?
[*퀘스트*] [루로아 황녀는 황제의 호감을 산 당신, 그리고 엘리시아 화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또한 황태자 경쟁에 뛰어든 5황자를 뒤에서 후원하고 있는 거대 세력의 수장인 당신에 대해 직접 만나 파악하고자 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녀의 호감을 얻는다면 향후 엘리시아 화원의 더 높은 곳을 향한 비상은 물론, 5황자 또한 그녀의 지원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퀘스트 목표 : 1황녀 루로아의 호감 얻기.] [보상 : 1황녀 루로아의 관심과 5황자의 황태자 경쟁 지원.]
아직 젠트르노의 후계자 퀘스트가 진행 중이었기에 성공만 한다면 무조건 이득이었다.
하지만 과거 왕실을 방문했을 때도 루로아는 만난 적이 없었고, 젠트르노 황자에게서도 전혀 듣지 못했었다.
그에게서 아무 이야기가 없는 걸 보면 이번 방문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닌 모양.
정보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 속에서 재호는 고민했다.
과연 그녀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꽃과 관련된 것밖에 없는데?
모든 여성이 꽃을 좋아할 거란 건 편견이었다.
‘하지만… 멋있는 사람에 대한 건 만국 공통이지.’
조금 이상하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린 재호는 악어가족의 공연을 이용하기로 했다.
엘리시아 화원은 평화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멋진 곳이다!
절대 뒤로 제국을 넘어서려거나 황자를 꼭두각시로 가지고 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라는 어필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루로아 황녀가 이곳을 찾는 이유도 그런 걱정 때문 아닐까, 재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불이 나 버리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스테이지 정도는 일정에 맞춰 복구할 수 있지만… 모래바람을 막아 줄 장벽이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기간 내에 다시 세우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소 일주일은 필요합니다.”
지안트의 말대로라면 악어가족의 공연을 루로아에게 선보이는 건 어려웠다.
그녀가 일주일씩이나 이곳에 머무를 가능성은 아주 낮았으니…….
‘내 욕심에 강행할 순 없지.’
아쉽지만 재호는 악어가족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공연을 사랑하는 그들인데, 이런 완벽하지 않은 무대를 제공해 줄 순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사고와 공연 연기 안을 미네랄워터 강원수 대표에게 전달하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일정대로 그냥 진행하죠!
전화 너머로 쿨하게 대답하는 그.
“네? 그냥 하자고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의심이 되었으나, 강원수 대표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절대 불가능한 사정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건 그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야죠. 더군다나 요즘 신이 나선 저희를 물어뜯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까? 여기서 한 발짝 물러서면 저들은 더 떠들어 댈 겁니다.
상당히 저돌적인 스타일인 강원수 대표.
하지만 걱정은 여전했다.
혹시라도 공연 당일, 모래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애써 준비한 것들이 엉망이 되어 버릴지도 몰랐다.
-후후……. 황 선수는 저희 악어가족을 너무 약하게만 보고 계신 것 같군요.
“예?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전 세계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완벽한 무대를 소화해 온 아이들입니다. 아무리 지독한 모래 폭풍이 불어도 녀석들은 완벽한 무대를 해낼 겁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그.
-그리고 팬들도 연기보다는 제날짜에 하길 바랄 겁니다. 생각해 보시죠. 그날을 위해 휴가도 내거나, 저금통을 뜯어 현질하는 팬들의 모습을! 우린 그들을 결코 배신해선 안 되는 겁니다!
강원수 대표의 열정적인 주장에 재호는 결국 고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잘됐군.”
재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재호에게 좋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니 잘된 일이었다.
* * *
악어가족의 뉴월드 내 공연이 준비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가며 [과연 정상적인 콘서트가 가능한 것인가?]라거나 [무모한 욕심의 결과]라는 등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행여나 일정이 변경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상적으로 공연을 추진할 거라는 발표가 나며 안도했다.
하지만 이 일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말이 나오긴 했다.
공연장에 불을 지르는 놈들이 있는데, 과연 본 공연 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냐며…….
그러한 걱정은 특히 어둠의 악어새 쪽에서 격렬한 반응으로 되돌아왔는데, 그들은 이 무모한 계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악어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게 그들의 핵심 주장.
그에 대해 미네랄워터는 엘리시아 화원과 안전에 대해 충분히 신경을 쓰겠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게 말로만 해결이 될 리 없었으니…….
“망할 놈들! 저것들은 예전부터 일 더럽게 안 해!”
“맞아. 소속사라면서 악어가족 바짓가랑이 잡는 짓밖에 안 한다고!”
“그냥 돈으로만 보는 거지. 멤버들 안전은 신경도 안 써.”
그런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폭발을 앞둔 그 순간…….
“이거 어때?”
어둠의 악어새들의 우두머리이자 크로킹과 손을 잡았다 뒤통수를 맞은(맞았다고 오해 중인) 구름구름.
그녀는 다소 과격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저번에 공연장에 불을 지른 놈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우리가 직접 나서는 거야. 미네랄워터가 강행한 공연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직접 보여 주는 거지.”
뒤틀린 애정은 결국 잘못된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악은 더 큰 악으로 잡는 거야.”
자신들의 숭고한 마음을 악어가족도 이해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어둠의 악어새는 물론, 재차 테러를 준비 중인 진범도… 자신들의 미래에 닥칠 일이 얼마나 험난할지 예상치 못했다.
* * *
사막을 가로지르는 한 무리의 말 탄 기사들.
그들 사이로는 열 마리의 말이 끄는 거대한 마차가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어지간한 저택 수준은 될 정도인 화려한 마차의 주인은 척 봐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
사막을 통과해 엘리시아 화원으로 곧장 진입한 마차와 기사들은 꽃집으로 향하는 대로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뭐지? 또 어디서 온 거야?”
“마차 크기를 보면 어마어마한 사람인 것 같긴 한데… 호위 기사들 숫자는 또 너무 적지 않아?”
“헉?! 잠깐만! 저 마크! 저거 미드스트 제국이잖아!!”
제국발 기사와 마차들.
한동안 잠잠한 것 같던 엘리시아 화원에 또다시 폭풍이 몰아치려는 것이라 확신했다.
한편 이미 그들의 방문을 알고 있던 재호.
마차의 주인은 바로 황녀 루로아였다.
드르르-
화원과 인간 거주 구역 경계 바로 앞에 있는 옥한돌 회장의 별장 앞에 멈추어 선 마차.
왕성도, 손님들이 머물 곳도 특별히 없는 장소였으니 이번에도 이곳을 빌린 참이었다.
‘그런데… 그냥 마차 안이 더 좋을지도 모를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마차 크기에 재호는 내심 그리 생각했다.
저벅- 저벅-
재호를 향해 먼저 다가온 기사 하나.
그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재호를 향해 먼저 예를 갖추었다.
제국의 기사답지 않은(?) 모습.
‘모시는 사람에 따라 성향을 다르긴 하겠지만…….’
황실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를 모시는 기사라면 콧대가 치솟을 법도 한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 라셀 왕국의 사절이 했던 것처럼 냅다 무릎을 꿇으라거나 하는 짓도 없었으니 놀라울 따름.
“사전에 연락을 받으셨겠지만, 알시아 대왕님을 뵙기 위해 루로와 황녀님께서 오셨습니다.”
기사의 소개와 함께 마차 문이 열렸다.
스으-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서는 붉은 드레스의 여인.
기품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은 재호가 만나 본 귀족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위엄이 느껴졌다.
[미드스트 제국의 1황녀 루로아를 만났습니다.] [명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어김없이 뜨는 알림이 그녀가 진짜 루로아 황녀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그녀의 무덤덤한 시선에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뉴월드를 하면서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구시대의 NPC 같은 느낌이 그녀에게서 들고 있었으니…….
[루로아의 이 당신을 꿰뚫어 봅니다.] [당신의 모든 업적이 상대에게 공개됩니다.]어지간한 전설 NPC나 황족들을 만났을 때, 모두 경험해 본 일이었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소문이 실제에 한참 못 미치는군요. 과연 대륙의 영웅이라 불릴 만한 분이십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재호는 루로아 황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정식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엘리시아 화원의 주인 알시아입니다.”
“루로아 프라푸치노입니다. 아시다시피 1황녀이자 모자란 동생들의 누님이죠.”
황자들에 대해 평가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걸 보면 평소에 어땠을지 뻔히 보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좋아요.”
한데 몇 발짝 걸음을 옮기던 재호는 또 하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통 이런 경우, 기사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대상 옆에 찰싹 붙어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루로아의 기사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차 쪽에만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1황녀 치고는 호위 기사도 너무 적고……. 혹시 황녀도 잘 싸우는 건가?’
자신의 무력에 자신이 있으니 저렇게 당당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혼자 안으로 들어온 루로아 황녀.
그리곤 안에 준비된 간단한 식사와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과거 제국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 그리고 테라스를 통해 보이는 엘리시아 화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결국엔 목적이 있으니 이곳을 찾은 것일 터.
이 좋은 분위기 끝에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몰랐다.
‘뭔가 부탁하려는 게 아니려나?’
퀘스트로 뜬 걸 보면 몇 마디 말로 호감을 얻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무조건 이상한 요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제가 대왕을 찾아온 이유가 많이 궁금한 모양이군요.”
재호의 속내를 읽은 그녀가 말했다.
“제국이 이유 없이 이곳을 찾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재호도 얼른 주제를 넘겼다.
“게다가 황녀께서 직접 오실 정도면 얼마나 중요한 일일지 궁금하네요.”
“대왕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 말을 얼마나 믿으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닙니다.”
“예? 그럼 왜…….”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된 일종의 유랑이라고 해 두지요. 황제 폐하께서 늘 칭찬을 아끼지 않는 대왕을 만나 보고 싶어서 온 것이랍니다.”
“…….”
그보다 더 무서운 이유가 있을까?
그녀의 호감을 얻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
차라리 퀘스트 목적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주는 게 백배 나았다.
‘이 세계 귀족들은 왜 이렇게 맘대로 놀러 다니는 거야?’
하지만 재호는 곧 이 상황이 자신의 처지에서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단순히 놀러 온 거로 생각한다면…….’
VIP들에게 해 주던 엘리시아 화원 관광 풀코스 체험을 시켜 주면 될 일 아닌가?!
거기다 악어가족 공연까지!
이곳 엘리시아 화원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만한 것들이 넘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