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96
395화
성공적인 난장판으로 마무리된 악어가족의 공연.
공연 중간에 약간의 소란이 있긴 했었지만, 이후 별 문제 없이 끝이 났다.
강렬한 악어가족의 무대가 어둠의 악어새를 감화시켜 버린 것이다.
놀랍게도 루로아 황녀 역시 자리를 지킨 채 공연을 끝까지 보았다.
나무처럼 꼿꼿이 앉아 미동도 없었던 그녀.
게다가 무대 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악어가족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 파악한 그녀의 성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반응.
‘의외로 취향에 맞았던 건가?’
플레이어 입장에서야 확실히 멋진 공연이지만, NPC 입장에선 너무나 생소했던 악어가족의 무대.
분명 뭔가 다르긴 했지만, 호감도 알림이 안 뜨는 걸 보면 아쉽게도 원하는 바는 달성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가 만족한 악어가족의 공연인 줄 알았으나, 아닌 이들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2% 모자랐던 악어가족의 뉴월드 공연] [모래 폭풍에 관객 난동까지. 최악의 공연 환경. 미네랄워터는 이것이 최선이었나?] [누구도 보장해 주지 못한 악어가족의 안전과 공연장 소란에 도망쳐 버린 황재호.]앞다투어 내보내는 악의적 기사들은 기자들의 불만이 듬뿍 담겨 있었다.
큰 사고를 기대했는데 고작 몇몇 팬들의 소란으로만 끝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둠의 악어새들이 일으킨 소란을 잔뜩 부풀려선 기사를 쏟아 냈다.
그러나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기자들이 얼마나 파렴치한지…….
소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공연은 완벽했다.
누구도 그것에 휩쓸리지 않았고 오히려 모래 폭풍으로 만들어진 세기말 분위기의 공연과 조화가 되어 버렸으니까.
-무대로 번개 떨어지는 게 제대로더라. 연출 개멋있던데.
└그거 우연이겠지? 진짜 너무 절묘하던데.
└준비한 거 아냐? 그렇지 않고서야 무대에 아무런 피해도 없을 수가 있나?
└번개를 떨어트리려면 백탑 마법사가 있어야 하는데? 백탑이 그런 공연에 손을 빌려주겠냐?
└황재호랑 빅썬더랑 친하잖아. 도와줄 수도 있지.
└ㄴㄴ말도 안 되는 소리. 빅썬더 걔 방송만 봐도 그런 거 극혐하는 거 뻔히 보이는데.
-악어가족은 역시 악어가족이더라. 난 황재호 때문에 한번 봐 봤는데, 왜 원탑 그룹인지 알겠더라.
└원탑이니 뭐니 하는 말은 자제요. 여기 다른 그룹 팬들도 많으니까.
└뭐래. 뉴월드 커뮤에서 뉴월드에서 있었던 사건 이야기하는데 왜 그딴 걸 신경 써야 하냐?
-나도 담엔 한번 직접 가 볼까 싶음. 현실에서 가는 건 솔직히 돈 아까울 거 같은데, 게임 골드면 뭐…….
└응, 못 가. 이번에 반응 터졌는데 티켓 값이 그대로 있겠냐?
└ㄹㅇ그지들은 못 갈 듯.
기존 재호의 팬들은 물론, 평범한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남긴 악어가족의 공연.
공식 SNS 계정에 미정의 2회 공연을 기대해 달라는 악어가족의 인사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 * *
엘프들에 의해 엘리시아 화원으로 압송되는 동욱 일당.
가장 앞에 선 동욱은 자존심이 크게 상한 상태였다.
‘날… 못 알아본다고……?’
야생화 서바이벌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그것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었다.
‘무려 두 번의 공격을 막았다고!’
프로 선수도 아닌 자신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그 정도 한 건 대단한 일 아닌가?
다른 사람도 아닌 황재호를 상대로!
하지만 그를 더 미치게 만드는 사실은 단순히 재호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자신의 우스운 꼴을 함께 왔던 후배들에게 보였다는 것.
그것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속으로 자신을 얼마나 비웃고 있을지…….
‘아니, 귓속말로 내 욕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상상을 하니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저기 동욱이 형.”
그때 뒤따라 걷던 후배 하나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음? 연경아, 왜?”
일그러졌던 표정을 싹 지운 동욱이 미소와 함께 돌아보았다.
“저… 이만 나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곧 약속 시각도 있고…….”
“아… 그래. 게임을 좀 오래하긴 했지.”
“아! 선배 저도요. 어차피 이 상태에선 가 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그럼 저도…….”
줄줄이 게임을 끄겠다고 말하는 그들.
“그래. 걱정하지 말고 다들 나가서 쉬어. 여긴 내가 따로 이야기해서 해결해 놓을 테니까.”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대로 게임을 나가겠다는 후배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우르르 나간다고?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동욱은 미소만 지었고, 곧 그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다.
구속을 당한 탓에 캐릭터까지 완전 로그아웃은 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이 접속하기 전에 해결해야 해.’
어떻게든 황재호를 설득해 이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학교 내, 자신의 위상이 곤두박질칠지도 몰랐다.
‘돈? 아냐……. 어차피 돈은 많을 거야. 현실에서야 남부러울 것 없을 거니… 결국 게임 안에서 해결을 봐야 해.’
하지만 그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임 내에서도 재호는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도 가진 게 많았으니까.
‘길드 독점 비밀 던전이라도 내놓으면 되려나?’
길드 쪽에서 알게 된다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자신이 말했다는 것만 비밀로 한다면 될 일이었다.
게다가 길드 쪽에서도 황재호 정도의 거물이면 비밀 던전을 찾아내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할 테고…….
‘그래. 200 중후반 던전 하나랑 300 초반 던전으로 거래를 해 보자. 이 게임에서 비밀 던전만큼 매력적인 정보는 없으니까.’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동욱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엘리시아 화원에 도착한 뒤, 동욱은 자기 생각과는 일이 조금 다르게 진행되자 당황했다.
“알시아 대왕님을 노린 6인을 강제 노역 100일 형을 내린다.”
땅땅땅-
즉결 심판원으로 보내지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려진 판결.
“자, 잠깐만! 변론의 기회를 주십시오!!”
“변론?”
로즈마리는 헛웃음을 흘렸지만 동욱은 급했다.
“황재호 선… 아니, 알시아 왕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다른 결정을 내리실 겁니다!”
“이건 대왕님의 결정이 아니다.”
로즈마리는 딱 잘라 말했다.
“즉결 심판원 고유의 권한. 알시아 대왕님이 널 이곳으로 보낸 이상, 더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암묵적 결정을 내리신 거다.”
“이, 일단 말이나 전해 줘요!”
지금이 아니면 재호와 접촉할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재호에게 자신의 거래 조건을 제시하고 이 위기를 탈출해야만 학과 내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더 들을 가치도 없군. 엘프분들은 저자를 끌고 가시죠.”
하지만 로즈마리는 칼 같이 잘라 냈다.
“젠장! 지랄하지 마!! 이 개 같은 게임!!!”
결국 화를 못 참은 동욱의 선택은 로그아웃.
더 이상의 수모를 눈 뻔히 뜨고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치이이- 벌컥!
신경질적으로 캡슐을 열고 나온 동욱은 먼저 접속 종료한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뭐라고든, 당장 핑계를 대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으니…….
“어?”
한데 낮에 왔던,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 하나가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 * *
늦은 밤, 일성 플라워즈 감독 김두표의 메시지를 받고 전화를 건 재호.
-경찰이 우현이 관련 악플 작성자들 신원을 확인했다네.
마침내 범인을 붙잡아 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다음 날 있을 팀 연습 때 이야기했어도 되었다.
굳이 늦은 시간에 두표가 전화를 건 것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하는 김에 다른 재호 너나 다른 애들 악플도 수사 의뢰를 했었거든.
요즘 시대에 악플을 잡는 건 어렵지도 않은 일.
그런데도 이토록 시간이 걸렸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호 너에 대한 루머 유포자도 몇 명 걸렸어.
“저요?”
애초에 재호는 커뮤니티에서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일부러 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어떤 이상한 소문이 도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뭐, 별로 심각한 건 아니고. 네가 학창 시절 깡패였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돌고 있었거든.
“…심각한 거 아니에요?”
-뭐, 반쯤은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이 악물고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녀석이 있어서 수사 의뢰를 했었거든. 근데 실제로 재호 너랑 같은 중학교 출신이 한 명 있더라. 그 사람이 네 소문의 진원지던데……. 채경윤이라고 혹시 알아?
“채경윤?”
기억에 전혀 없는 이름이었다.
“모르겠는데요?”
-왠지 그럴 거 같더라. 아무튼 경찰 쪽에서 어떻게 처리할 건지 물어보던데 어떻게 할래? 만나서 합의라도 해 볼래? 아니면 그냥 처벌 요청할까?
선처라는 선택지는 아예 빼 버린 두표.
그는 감독 이전에 자신이 아끼는 동생들인 일성 플라워즈 선수들을 향한 비난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기억도 안 나는 사람인데 만나 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보다 우현이는 루머가 확실한 거예요?”
중요한 건 그것이었다.
레벨업은 부지런히 하고 있었고, 루머만 해결된다면 슬슬 리그 출전을 검토해 봐도 될 상황이었다.
그래야만 휴식 없는 출전으로 개인적인 플레이도 제약받는 재호와 완식, 진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정황상 그래 보이긴 해. 우현이한테 확인해 보니 다 아는 사람들이라 하더라고. 학과 선배랑 동기라는데,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대. 게다가 한 명은 같이 테스트도 본 사람이었다네. 너도 알지? 우현이가 어쩌다 테스트를 보게 됐는지.
“…아!”
그 순간, 재호는 기억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
우현과 함께 테스트에 참가했던 탱커… 그리고 아까 전, 루로아 황녀를 노렸던 이의 얼굴이 비슷하다는 것을.
게다가 그는 스스로 야생화 서바이벌도 참가했었다고 말했었다.
“설마 그 사람인가?”
-응? 아는 사람이야?
“아, 아뇨. 아는 건 아니고……. 나중에 우현이한테 확인해 보죠 뭐.”
게임을 하는 내내 상시 녹화를 하고 있기에 상대 얼굴도 남아 있을 터였다.
그걸 찾아 우현에게 보여 주면 금방 알 수 있을 듯싶었다.
* * *
“…X발.”
페르마 사막 수로 공사 터널에서 작업 중이던 동욱은 무심결에 욕설을 뱉었다.
“네?”
“아, 아무것도 아냐.”
옆에서 곡괭이질을 하던 후배들이 깜짝 놀라 돌아보자 동욱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평소 젠틀한 이미지였던 그는 욕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쌍욕을 마구 내뱉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
‘내가 경찰이라니…….’
어쩔 수 없는 음주단속을 제외하면 평생 볼 일 없을 거로 생각했던 경찰을 만나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우현에 대해 남긴 악의적인 글들이 문제였다.
일성 플라워즈 쪽에서 한참 동안 반응이 없기도 했고, 자신도 시험 기간이 겹치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
도저히 발뺌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한 증거들이 동욱 눈앞에 펼쳐졌고, 결국은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성 플라워즈 쪽에선 합의 의사도 전혀 비추지 않았다.
꼼짝없이 전과를 남기게 된 것이다.
‘X발. 이러니 욕이 안 나와?!’
혹시라도 옆에 있는 후배들이 알게 된다면?
그리고 우현을 향한 자신의 열등의식이 학과에 퍼진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박동욱! 박동욱이란 놈 있나?!”
그때 수로 공사 현장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부름.
“어? 형 부르는데요?”
후배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동욱을 돌아보았다.
“뭐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오는 엘프.
“무슨… 일입니까?”
“네가 박동욱이냐? 따라 나와라. 즉결 심판원으로 간다.”
“?!”
“헉!”
후배들이 놀란 얼굴로 동욱을 바라봤다.
그들의 생각하는 건 하나였다.
‘알아서 해 놓는다고 하더니… 혹시 그것 때문인가?’
전날 로그아웃하기 전 동욱의 호언장담을 떠올린 것이다.
“형! 정말로 해냈군요!”
“역시……! 믿고 있었어요!!”
동욱은 애써 그들을 향해 웃어 주고는 엘프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후배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얼굴은 바로 굳었다.
‘저 멍청한 놈들! 엘프가 내 본명을 알 리가 없잖아!!’
닉네임이 아닌 본명을 부른다는 건 분명 재호가 따로 지시를 내렸다는 뜻이었다.
‘빌어먹을! 경찰서를 갔다 온 게 아니었으면 모르겠는데…….’
이런 상황에선 절대 좋은 일로 자신을 부른 게 아닐 거라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