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97
396화
재호를 만나면 어떤 식으로든 변명을 해 볼 생각으로 두뇌를 풀가동 했던 동욱.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재호를 만날 순 없었다.
“강제노역 200일!”
로즈마리의 일방적인 한마디를 듣기 위해 불려 온 것이다.
“자, 잠깐! 200일은 너무 심하잖아!!”
갑자기 두 배가 된 처벌에 동욱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불러내더니 갑자기 왜 뻥튀기를 시키는 건데?!”
“대왕님의 특별 지시다.”
로즈마리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류만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뭐? 하!”
코웃음 친 동욱.
“그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분명 어제는 고유 권한이니 뭐니 했으면서 이젠 명령한 대로 처벌을 바꾼다고?!”
스으-
눈을 치켜뜬 로즈마리가 동욱을 무표정으로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맞는 말이다. 분명 처벌 수위의 판단은 우리의 고유 권한이지.”
“그런데 왜…….”
“재판결의 필요성을 대왕님께서 말씀하셨으니까. 형벌의 수위는 전적으로 즉결 심판원의 판단이다.”
“…그게 뭔 개소리야!!”
결국 말장난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이 요즘 세상에 통할 거라고 생각해?!”
잘 통하는 세상이었다.
여기는 뉴월드였으니까.
질질질-
결국 엘프들에게 제압당해 끌려 나가는 동욱.
‘…끝이네.’
이미 어제 결론이 난 사안에 재호가 다시 개입한 의미를 모를 정도로 동욱은 바보가 아니었다.
‘모든 걸 알게 된 거야.’
동욱의 추측은 정확했다.
이제 재호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어 로즈마리에게 따로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우현은 재호의 영상을 보자마자 동욱을 알아보더니 이를 갈았다.
재호를 향한 위협이 실은 우현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아챘기 때문.
그래서 더 분노했다.
도대체 자신이 뭘 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이렇게 피해를 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동욱이 현실에서 저지른 일은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될 터.
그리고 재호는 게임 내에서도 동욱이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기 바랐다.
‘한 150일 정도로 늘이면 되겠지.’
끝없이 달려야 하는 뉴월드에서 150일이나 붙잡혀 있는 건, 게임을 접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이었다.
특히나 동욱처럼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재호는 모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로즈마리는 더 과감했다는 것을…….
그렇게 우현의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두표도 바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으니, 이제 머지않아 우현도 리그 출전이 가능해지리라.
‘그나저나 아직 소식이 없나?’
“폐하.”
그때, 때마침 재호를 찾아온 줄칸.
“전날 급히 의뢰하셨던 물건들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아! 왔구나!”
그는 들고 온 큼직하고 고급스러운 나무 상자를 재호에게 건넸다.
이게 바로 재호가 계속 기다리던 것이었다.
바로 루로아 황녀를 위한 선물.
오늘 떠날 예정이라 혹시나 물건이 제때 준비되지 않을까 계속 초조했었다.
다만 그녀의 취향이나 관심사 등,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하지만 며칠 동안 지켜본 황녀에게서 발견한 특이점은 단 하나.’
그 하나에 승부수를 던졌다.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재호.
그리곤 그 가운데 자신이 따로 준비한 선물도 하나도 넣은 뒤, 곧장 옥한돌 회장의 별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오셨습니까?”
별장 앞에 이미 나와 있던 루로아 황녀가 재호를 향해 인사했다.
“?”
별것 아닌 그 모습에 또 당황한 재호.
미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방문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 불안한 거지.’
화원을 떠나려던 차에 마주친 건가 싶었으나, 아직 마차가 준비되지 않은 걸 보니 아닌 것 같았다.
“들어오시죠.”
재호를 안으로 안내하며 확실히 올 것을 알고 기다렸음을 증명했다.
‘물어보고 싶다.’
정말로 미래를 볼 수 있는지…….
하지만 아무런 교감도 달성하지 못한 채 그런 질문을 대뜸 하는 것도 우스운 일.
게다가 지금은 선물까지 준비해 오지 않았는가?
일단은 선물부터 건넨 뒤, 반응을 보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리시아 화원을 방문한 모든 귀인에게 꽃을 선물로 드리곤 하는데, 아무래도 황녀님에겐 이게 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재호는 커다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건…….”
역시나 알고 있었던 것 같은 표정.
‘그런데… 뭔가 다르다!’
재호는 루로아 황녀의 무표정에 깃든 미세한 감정.
그걸 재호는 발견했다.
달… 칵…….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내용물은 확인하는 루로아 황녀.
안에는 고급스러운 천이 깔려 있었고, 몇 가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가장 가운데 있던 커다란 막대를 꺼냈으니…….
다름 아닌 악어가족 응원봉!
그리고 다른 물건들도 악어가족 유니폼 디자인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 굿즈와 마공학을 오르골 등등이 있었다.
재호가 시도한 도박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악어가족 공연을 집중해서 보던 그녀의 모습에 전날, 급히 굿즈들을 준비한 것.
게다가 시중에 판매되는 응원봉과는 달리, 특별한 공정을 거친 것.
‘…이라고 해도 기존 제품에 이름이 각인된 게 전부지만…….’
실제로 응원봉을 구매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런 식의 각인을 새겨 넣는 게 유행이었다.
[악어가족 영원해!] [얼굴 천재 박장군!] [치프 지호 엘리 하민 테일]같은 자기만족성 문구들.
거기서 착안한 재호는 완성되어 출하 대기 중이던 응원봉 하나를 챙겨 드렐리어에게 부탁했었다.
그렇게 해서 응원봉에 새겨진 그녀의 이름.
한데 단순 이름을 새기는 행위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의외의 결과를 불러왔다.
[악어가족 프레스티지 전투 응원봉 ]뜬금없이 아이템 명칭이 바뀌어 버렸다.
심지어는 ‘프레스티지’라는 고급 표현까지 붙어 버렸다.
디자인은 기성품과 같지만 전혀 다른 물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난 것인가 의문을 품었던 재호는 가설 하나를 세웠다.
‘사용자에 따라 명품이 될 수도, 평범한 물건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제품에 붙은 ‘루로아 프라푸치노’라는 이름의 무게는 보통의 플레이어와는 비교도 안 되었다.
현 세계관 최강국의 권력자 중 한 명.
그런 존재의 이름이 각인되자 그 자체로 특별한 명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같은 응원봉이라고 해도 팬들에게는 그 사소한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엄청났다.
아마 루로아 황녀가 가진 응원봉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어떻게든 자신들도 프레스티지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난리가 날 것이 확실했다.
한편, 응원봉을 든 루로아 황녀는 꽤 만족해했다.
아니, 재호는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꼈다.
‘공연 당시에도 응원봉에 대해서 궁금해했었거든.’
그래서 이 굿즈 박스를 생각할 수 있었다.
[루로아 황녀의 호감도가 소폭 증가합니다.]“오옼……!”
‘오, 오케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설마 정말로 악어가족이 답일 줄이야!!’
도대체 악어가족의 어떤 점이 이 로봇 황녀의 마음은 흔든 것일까?
‘물론 무대가 기가 막히긴 했지만…….’
응원봉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루로아 황녀는 다른 굿즈들 역시 살핀 후 상자를 덮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군요.”
“물론입니다.”
덤덤한 목소리지만 그것이 극상의 만족감을 담고 있단 게 느껴졌다.
‘로봇이 아니었어!’
수행원을 불러 상자를 챙기도록 지시를 내린 뒤, 다시 재호와 마주 앉은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 정리를 한 듯한 눈으로 재호를 똑바로 응시했다.
“대왕님도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재호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비밀을 말해 버린 그녀.
이것이 퀘스트 전조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능력이 있긴 할 거라고.”
재호도 순순히 인정했다.
골칫거리던 5황자 황제 만들기 퀘스트에 큰 도움이 될 테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되었다.
“하지만 정확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여러 가능성을 담은 단편적인 이미지만을 볼 수 있죠. 저와 관련된 것이면 비교적 선명하지만… 임모탈리언과 관련된 것일수록 부정확합니다.”
‘그렇겠지.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어도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 안 될 테니까.’
그제야 재호는 엘리시아 화원에 온 뒤, 루로아 황녀가 보였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뚜렷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건 알 수 있으므로 나온 태도들.
모든 걸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이라기엔 왠지 모르게 조금 어설픈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신다는 건 이유가 있어서겠죠?”
“…맞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오래전부터 대왕님 같은 분을 기다려 왔어요. 정의감 넘치지만… 마냥 온화하지만은 않은 존재. 거침없는 실행력과 어떤 어려움에도 멈추지 않는 저돌적인 성정……. 어쩌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애매한 이야기.
그런데 듣다 보니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사가 있어요. 제가 대왕님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선 그것을 먼저 말씀드려야 하겠지요.”
“?!”
이런 경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루로아 황녀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기에 이런 무시무시한 경고까지 뜬단 말인가?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뭘 말하는 거지?’
가장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그걸 알아야 듣든 말든 결정할 것 아닌가!
“저는…….”
그때,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루로아 황녀.
그녀의 입을 막아야 하나 고민을 찰나 했지만, 재호는 관두었다.
‘뭔 일이 터지든 간에, 어차피 난 5황자를 황제로 만들어야 하는 처지야. 지금의 제국과 문제가 생긴다고 한들, 막장까지 가진 않을 거야.’
게다가 현 황제에겐 불로장생초까지 먹여 놓았으니 말이다.
결국 루로아 황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다.
“저는 황실의 무녀입니다.”
대륙 최강국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신정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 * *
미드스트 제국이 대륙 최강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바로 먼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저주받은 핏줄이었다.
미드스트 제국이 아직 수많은 왕국 중 하나이던 먼 과거, 피루스 프라푸치노 왕은 자신을 최초의 황제로 명명한 뒤, 대륙 정벌에 나섰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잔인하고 파괴적이었다.
지나간 자리엔 화염과 핏물만이 남았으며, 오로지 천하통일을 위해서만 전진하던 공포의 패왕.
그랬던 피루스 황제를 멈춰 세운 건 또 다른 제왕 중 한 명인 이비우스 여왕이었다.
당시 이비우스 여왕과 그녀의 군세는 현재엔 전해지지 않는 정체불명의 힘을 다루었었는데, 그것을 이용해 피루스 황제의 진군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것은 고작 며칠.
당대 최강의 기사이기도 했던 피루스 황제가 직접 나서며 결국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비우스 여왕은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피루스 황제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너와 네 핏줄을 잇는 자들은 영원히 불확실성의 공포에 떨 것이니라.]그 저주를 받는 순간, 피루스 황제는 이 전쟁의 끝을 보았다.
모든 것이 불타고 재가 되어 사라져 가는 세상… 그 가운데서 미치광이가 되어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까지.
그렇게 이비우스 여왕은 그의 거침없던 전진을 멈춰 세웠다.
이후, 피루스 황제는 자신이 쌓아 올린 제국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쳤다.
미래를 보는 저주는 늘 불타 사라지는 제국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전처럼 무차별 정복 전쟁을 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이비우스의 저주는 후대의 황제들에게도 전승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주가 곧 황제의 자격을 상징하는 능력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이비우스의 저주가 이제는 제국의 영광을 위한 축복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상징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
“여성인 저에게 이비우스의 저주가 전승되었다는 것이 문제죠.”
역사상, 미드스트 제국에서 여황제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역린이었던 이비우스가 여성이었다는 점에서도 미드스트 황실은 여황제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치 치부와 같은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현 황실은 완전히 진퇴양난의 상태였다.
황제의 자격을 지닌 황녀가 태어나 버렸으니까.
물론 이런 일이 지난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때마다 제국이 택한 해결법은 하나였다.
“그래서 저는 황녀이자 무녀가 되었죠,”
외부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오직 황실 직계들만이 아는 제국의 은밀한 비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