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99
398화
이비우스에 대한 알드리온의 이야기는 루로아 황녀가 이야기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황실 내에서 전해진 이야기치고는 제법 객관적이라 생각했었는데, 알드리온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그게 약간의 미화가 된 것처럼 보였다.
“미드스트 제국 입장에선 차라리 그게 낫다고 판단한 것일 테다. 단순히 원한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저주보단, 대륙을 위협하는 압도적 강자를 막기 위한 희생이란 게 제국의 강함을 나타내기에 좋았겠지.”
게다가 이비우스의 존재에 지레 겁을 먹은 느낀 황제가 먼저 싸움을 걸었단 것도 제국 입장에선 감춰야 했고…….
“그런데 이비우스의 능력이 정확히 뭐야? 도대체 얼마나 대단했기에 대대손손 이어지는 저주를 남길 정도인 거야?”
“나도 잘 모른다.”
“…….”
“그것은 이비우스만의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그게 그녀의 혈족들 모두가 가지고 있던 능력이라고 보는 게 옳다. 또한 그 이후로 누구도 비슷한 능력을 쓰는 걸 못 보았으니 말이다.”
“그럼 그게 저주인지 아닌지도 사실 확실하지 않은 거네.”
“그런 셈이지. 하지만 교단들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다면 저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 오랜 시간이 흐르며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저주가 아니라면 이비우스가 가지고 있던 순수 능력이라는 뜻인데…….”
결국은 제자리걸음.
이비우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내야만 황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듯싶었다.
“추가로 이야기를 해 주자면 그 전쟁으로 인해 우리 드래곤들은 지금과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래? 너희들이 스스로 자처하고 나선 거야?”
“아니. 신들의 부탁을 받았다. 그 탓에 전쟁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지.”
드래곤들과 연관된 뒷이야기를 보면 확실히 당시 전쟁과 이비우스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알드리온 네가 아는 건 그 정도란 건가?”
“그렇다.”
그것만으로도 경험치는 8%나 떨어져 버려 26%가 되었다.
‘엄청 중요한 거긴 했던 모양이네.’
이젠 다른 사람을 찾아가 봐야 했다.
처음 떠올렸던 후보 중 하나는 젠트르노 황자였으나, 재호는 금방 제외했다.
한배를 탄 젠트르노 황자와 협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고 있는 정보량 자체가 황녀보다 많지는 않을 거야.’
당사자인 루로아 황녀만큼 자세히 알고 있진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다음 재호가 생각한 이는 키노.
알드리온보다 오래 세월 살지는 않았으나, 전쟁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그녀가 드래곤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키노를 찾아갔던 재호는 실망스러운 답을 들어야 했다.
“흐음, 이비우스라……. 나도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잘은 모르겠구나. 애초에 대부분의 역사서에는 그 시대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니 말이다.”
오랜 세월을 살며 수많은 지식을 탐구해 온 그녀조차 초기 제국의 시대에 대해선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고대의 비사를 궁금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갑자기 재호를 추궁하는 키노.
“응? 그냥 궁금해할 수도 있지.”
재호는 얼버무렸지만, 키노의 눈은 이미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비우스라는 이름은 요즘 사람들이 결코 알 수 있는 이름이 아니란다. 세상에서 잊힌 자의 이름이 다시 언급된다는 건,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뜻인데……. 재밌구나. 그대가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아무 일도 없어.”
키노가 만약 손을 보태 준다면 여러모로 편한 점이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제국과 관련된 일이었다.
아주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일이거늘, 키노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가 직접 개입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후후, 나도 궁금하긴 하구나. 그 시대에 대해 알게 된다면 내게도 알려 주면 좋겠구나.”
“뭐… 얻을 수만 있다면야…….”
그 정도야 하지 못할 약속도 아니었다.
하지만 키노에게서도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다면 굉장히 암담한 상황이었다.
재호가 아는 NPC 중, 가장 오래 산 이들인 알드리온과 키노.
그들이 아닌 다른 자들이 고대의 비사를 자세히 알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긴 힘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고 찾아간 뤼니오르도 역시 고개를 저었다.
“이후의 역사는 제국에 의해 다시 쓰였다네. 그 때문에 설혹 그 시대의 자료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확하다고 보긴 어려울 걸세.”
뤼니오르는 그리 말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건 엠베이 숲의 거인 자연인.
그 역시 오래 살아왔으니 어쩌면 아는 게 있을…….
“이비우스? 먹는 건가?”
“…….”
그리고 다음은 드워프들.
그들의 역사에도 어떤 정보가 숨겨져 있을지 몰랐다.
“음! 그 당시 우리 선조들의 기술은 아주 대단했다고 들었었지. 그때 만든 신화적 무기들이 전부 어딜 갔는지…….”
하지만 드워프답게(?) 자기네 역사에만 관심이 있었다.
점점 자신했던 인맥이 동나기 시작하자 초조해지기 시작한 재호.
이후 엘다를 비롯한 엘프 장로나 악마 패로우 등, 다른 이들에게도 확인해 보았지만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완벽히 베일에 싸인 고대의 기록…….
“이러면 뭐… 그때를 직접 경험한 이가 아니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없겠는데.”
그런 존재를 하나 더 알고 있긴 했다.
바로 라셀 왕국의 수호신 프란케어.
알드리온과 마찬가지로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드래곤인 그라면 다른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건 어려울 거다.”
“응?”
하지만 알드리온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라셀 왕국은 이미 몇 번의 세대교체가 있었다. 프란케어는 나보다 어린 녀석이야. 그런데다 보통 고리타분한 게 아니지. 자신의 힘은 오직 라셀 왕국을 지키는 데에만 써야 한다 생각하는 애늙은이야.”
“…….”
그럼 더는 정보를 얻을 곳이 없었다.
“후, 결국 ‘그곳’에서 알아봐야 하나?”
가장 후 순위에 두었던 부담스러운 만남을 준비해야 했다.
* * *
인적이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작은 오르골 하나를 든 채 선 재호.
[천상의 오르골] [등급 : 신화] [연주가 시작되면 천상으로 향하는 빛의 계단을 부를 수 있으며, 그곳을 통해 천계로 향할 수 있습니다.단, 출입을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신성이 필요합니다.] [ : 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대부분의 마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지난번에 정의의 대천사 프티머스에게 받은 천계 출입증.
이걸 이용해 천계로 넘어가 정보를 구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이템 설명을 살피던 재호는 멈칫했다.
“아… 황녀한테 이거나 한번 쥐여 줘 볼걸.”
옵션으로 그녀에게 걸린 저주를 확인해 볼 수 있었을 터.
알드리온은 그것이 저주가 아닐 거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확인해 보았으면 좋았을 터였다.
“아니다. 소용없었겠지. 이것도 만능이 아니니까.”
그렇게 신 포도로 치부하고서 오르골을 쥔 재호.
“후우…….”
크게 심호흡한 뒤, 태엽 손잡이를 잡았다.
“긴장되네.”
프티머스는 이걸 사용하면 천계의 어떤 존재도 재호를 함부로 할 수 없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자신이 저질러 놓고 온 짓을 생각한다면 그 말을 곧이 믿기엔 불안했다.
드르륵-
재호는 오르골 옆에 달린 태엽을 감았다가 놓았고, 가운데 장식은 천천히 회전을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오르골에선 소리 대신 찬란한 빛이 나오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화아아-
점점 더 강해지는 빛.
피이잉-
그리고 일순 한 점으로 모이더니 하늘을 향해 쏘아졌고, 하늘에선 화답하듯 거대한 빛의 기둥이 내려와 재호를 휘감았다.
[정의의 대천사 프티머스의 힘이 당신을 감쌉니다.] [천계로 이동합니다.]간단한 알림과 함께 재호의 시야가 빛으로 물들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재호가 선 곳은 지난번 천계를 왔을 때와는 다른 장소였다.
‘그때 부숴 버려서 새로 지은 건가?’
왠지 묘하게 눈에 익은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커 보였다.
쭉쭉-
갑자기 재호의 귀를 당기는 꼰대.
“왜… 어?”
꼰대의 손길을 따라 고개를 돌린 재호의 눈에 벽보 하나가 보였다.
재호의 얼굴이 그려진…….
“…….”
그곳에 적힌 글자를 알아볼 순 없었지만, 상당히 거친 필체인 걸 보면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지난번 방문 당시, 자신이 했던 짓이 천사들에겐 강렬했던 모양이었다.
-그걸 강렬하다고 할 수 있는 거냐?
꼰대의 핀잔은 가볍게 무시한 재호.
그리곤 멀지 않은 곳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천사에게 걸음을 옮겼다.
“머, 멈춰라!!”
사색이 된 천사가 무기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넌 알시아!! 왜 또 천계를 찾아온 거냐? 설마 전쟁?!”
“오해야. 난 정당한 자격을 갖고 방문한 거야.”
“웃기지 마라! 이 악의 사도!!”
슥-
재호는 프티머스에게 받은 오르골을 내밀었다.
“…어?”
순간 인지 부조화가 일어난 천사.
완벽한 악이라고 생각했던 자가 정의를 관장하는 존재의 인장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가, 가짜다!!”
하지만 그렇게 외치는 천사의 눈은 이게 진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허, 알 만한 천사가 왜 그러실까.”
떨리는 창끝에서 이미 공격 의사가 없음을 읽은 재호는 한층 여유로워졌다.
생각 이상으로 프티머스의 오르골이 강력한 증거인 모양이었다.
“그때는 사고였고, 이젠 다 좋은 관계가 되었잖아? 천과도 정기적으로 납품 중이고.”
“끄으…….”
“우린 이렇게 적대할 필요가 없는 사이라고.”
천사들의 최고 건강식인 천과를 독점 생산하는 재호를 그가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따라와라.”
결국은 현실을 받아들인 그는 재호를 프티머스에게 안내했다.
지난번 방문 때도 느꼈지만, 천계라고 해서 인간이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천사가 평범하게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고 있었으며, 화사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천국을 연상케 하는 풍경.
하지만 재호는 천사들이 생각처럼 그저 행복한 이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며 인간보다 높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인간과 참 닮았다는 것을…….
“저곳이 바로 정의의 탑. 대천사 프티머스 님께서 계신 곳이다.”
재호를 안내하던 천사가 멈춘 곳은 한 자루의 거대한 검과 같은 성채.
쿠궁-
재호가 앞에 서자 거의 5미터는 될법한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아마 대천사님께선 네가 방문한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니 바로 들어가면 된다.”
“아, 고마워.”
“흥. 네놈의 감사 따윈…….”
휙-
툭-
재호가 가볍게 툭 던진 천과 하나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천사가 헐레벌떡 받았다.
“감사의 뜻으로 주는 거니까 넣어 둬.”
“…하하! 내 이름은 초하나다! 프티머스 님을 만난 뒤, 돌아갈 때도 안내가 필요할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그는 재호가 정의의 탑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역시 인간이나 천사나 똑같아.’
다시금 확인한 사실이었다.
* * *
은은한 무지개 같은 빛이 사방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공간.
그 가운데 대륙으로 내려올 때와 달리, 간편한 복장의 프티머스가 그 아래 정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왔는가?”
“좋은데 사시네요. 내부도 간소하고.”
“대천사는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하지.”
그렇다고 하기엔 매번 천과를 몰래 받아먹는 꼴이 우스웠지만…….
“일단 대가부터 지급하도록 하죠.”
재호는 지난번에 약속한 대로 세 개의 천과를 건넸다.
“음! 한데 한참 동안 소식이 없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온 거지?”
천과를 크게 한입 베어 먹으며 재호를 위해 쓴 힘을 보충하는 프티머스.
“혹시 이비우스에 대해서 아는 게 있습니까?”
우뚝-
재호의 질문을 듣는 순간, 천과라면 정의도 뒷전이던 프티머스가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