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0
39화
재호가 페르마 사막을 벗어난 것은 라셀 왕국을 갔을 때를 제외하면 전혀 없었다.
이번이 첫 대륙 원정이었고, 현재 레벨치고는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엘프들의 철벽 호위와 케어를 받으며 편안하게 이동한 것과 달리, 완전 자력으로 이동하다 보니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사막을 벗어나, 시트라 대륙으로 접어들었다.
“완전히 다른 대륙이란 티가 나네.”
곳곳에 보이는 새로운 식생들을 관찰한 재호의 감상이었다.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재호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온통 새로운 녀석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사만다는 전혀 아니었다.
“채집 좀 하면서 가자고.”
럭시 숲에서 노가다를 할 때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이룬 재호.
팟팟팟―
아무리 처음 보는 꽃이라고 하더라도 이젠 능숙하게 도감 및 채집 작업이 가능해, 재호의 손길엔 망설임이 없었다.
“……혹시 알시아님은 실제로도 꽃집을 하시는 겁니까?”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사만다가 물었다.
“아니? 게임에서도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좋아서 하는 거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리였지만, 다행히 사만다는 지금까지 봐 온 것들이 있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
‘즐겜…….’
자신 역시 그런 재호의 영향을 받았고.
‘그러고 보니…… 묘하게 웃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야.’
꽃을 바라보는 어두컴컴한 재호의 얼굴에 꽁꽁 숨겨진 미소……인지 뭔지 모를 그런 것(?).
남들은 결코 볼 수 없을 그 차이를 발견한 순간, 사만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헙?!!!”
갑자기 일어난 자신의 반응에 사만다가 화들짝 놀랐다.
“음? 왜 그래?”
홱―!
잽싸게 고개를 반대로 돌린 사만다.
“아, 아닙니다. 뒤쪽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뒤에서도 충분히 알아챌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다행히 그녀의 화려한 패션 탓에 재호의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몬스터인가?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그,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가 확인을…….”
파앗―!
그 순간, 풀숲에서 뛰쳐나온 무언가?!
“헉?! 지, 진짜로 있었다고?!!”
깜짝 놀란 사만다의 외침.
그래도 준랭커답게 날쌘 움직임으로 단검을 뽑아 적을 향해 휘둘렀다.
푹푹―
“키힉!!! 사, 살려주세요!!!”
“?!!”
사만다의 칼빵에 납작 엎드려 버린 붉은 생명체.
“이, 이건…….”
과연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가시들이 잔뜩 달린 갑옷.
그런 주제에 팔다리는 맨살을 훤히 드러낸 상태였고, 심지어 머리에는 눈에 확 띄는 뿔이 달려 있었다.
“아, 악마?!!!”
재호가 기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아, 악마요?”
사만다도 악마는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재호의 말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는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 저는 나쁜 악마가 아닙니다!!! 착한 악마입니다!!!!”
“……?”
“…….”
앞뒤가 전혀 안 맞는 소리.
“애초에 나쁘니까 악마인 거 아닌가?”
“보, 보통은 그렇습니다만…….”
“키히익!!!!”
그러자 억울하다는 듯 비명을 질러대는 악마.
“우, 우리들은 그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악마의 외침이지만, 재호는 이미 온갖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어 본 베테랑이었다.
“내 경험상…… 이건 골치 아픈 사건의 도화선이야.”
“그 말씀은…….”
“어차피 악마잖아? 처리해 버리자고!”
척 보기에도 약해 보이는 모습.
게다가 살려달라며 나타난 것이나 여기저기 보이는 자잘한 상처들은 어디선가 봉변을 당한 모양이었다.
싸울 거라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
“자, 잠깐…… 커억!!!!!”
사만다의 단검은 날카롭게 악마를 찌르고 들어갔다.
비록 전직으로 인해 이전에 사용하던 대다수의 스킬은 사라졌으나, 주 무기였던 단검 숙련도는 여전했다.
푹푹푹―
“캬악!!!”
퍽퍽퍽!!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사람을 무안하게 했던 재호의 엘보 역시 이번엔 시원하게 꽂혔다.
[로 을 선택하였습니다.] [대상에게 강력한 추가 신성 피해를 입힙니다.]“캬아아악!!!”
악마 입장에선 마치 달궈진 철판으로 지지는 것과 같은 재호의 공격.
‘지, 진짜로 100레벨 맞아?’
그걸 보는 사만다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의 공격보다 재호의 공격에 악마는 더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실제 데미지가 들어가는 것은 명백히 사만다가 위였다.
재호의 공격은 사실, 죽이려고 한다기보단 고문에 가까운 것!
[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악마들이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낍니다.]시스템도 그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제, 제발……!! 일단 이야기를 좀……!”
바닥에 쓰러져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지만 죽지는 않는 악마의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질 때쯤.
퍼어엉―!!!!
“헉?!
“무, 무슨……!”
갑자기 악마의 주변에서 터져 나온 검은 연기에 재호와 사만다가 물러섰다.
서서히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갑자기 2미터로 자란 세기말 포스의 악마.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저는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악마를 올려다보던 재호는 사만다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크흠, 일단 들어나 볼까?”
* * *
“저는 악마 ‘시쿠드’입니다.”
자신을 소개한 악마 시쿠드.
외모는 처음의 만만한 꼬마 악마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리고 이 근처에 있는 엠베이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망할. 역시나 거기였어.’
재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일부러 엠베이 숲을 피하려고 동선을 낭비했건만, 시스템은 기어이 자신을 이리로 밀어 넣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 그런데 그 안대는 벗으시면 안 됩니까?”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 시쿠드.
“음? 이거?”
재호의 한쪽 눈을 덮은 것은 !
시쿠드가 진실을 말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경 끄고 그냥 말해.”
“너, 너무 무서운…… 아, 아닙니다!”
[악마 시쿠드가 당신에게 공포심을 느낍니다.]‘……짜증나는구만.’
악마한테까지 이런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저희는 엠베이 숲에서 작은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엘프들에 의해 지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
“…….”
복잡한 시선을 교환한 재호와 사만다.
왠지 알 것만 같은 악마의 입장이었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지?”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주변에 엘프 특유의 역한 냄새가 느껴져…… 킁킁? 그러고 보니 지금도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엘프한테 쫓기던 거 아냐? 근처에 엘프가 왔나 보지.”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형님을 미끼로 완벽히 따돌렸으니 못 쫓아왔을 겁니다!”
“그거 참…… 다행이네…….”
과연 악마였다.
“그렇다면 대체 이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왜…….”
“긴장해서 그런 거겠지.”
“음……. 역시 그런 거겠죠.”
[당신의 악명으로 인해 악마 시쿠드가 납득합니다.]그렇게 알아서 납득하고 넘어간 악마는 설명을 이었다.
“어쨌든…… 갑자기 나타난 엘프들이 공격을 해 왔고…… 저희들은 속수무책으로…… 크흑!”
“어…… 음…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엘프들한테 죽어도 할 말 없는 거 아닌가?”
“그, 그 무슨 잔인한 말씀을……!!!”
“아니, 그것도 그럴 게 저기 어디냐, 리젤란 숲에 살던 엘프들을 쫓아낸 게 너희들이잖아.”
“그, 그건…….”
확실히 부인할 수 없는 진실.
변명할 말을 찾는 것인지, 시쿠드의 샛노란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다, 다른 부족들입니다!!”
“음?”
“인간 세계도 수많은 왕과 귀족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악마들이라고 그렇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일리 있는 말.
“저, 저희들은 이미 오백 년 전에 중간계에 넘어왔다가 고립되었습니다. 그러곤 마계와 이어진 통로가 막히며 꼼짝없이 엠베이 숲에서 지낼 수밖에 없게 되었던 겁니다!”
“중간계에는 왜 넘어온 건데?”
“……인간 세계와의 교류를 위해…….”
[상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꽈악―
재호는 자신의 글러브를 다시금 조였다.
“자, 잠깐만요!! 사, 사실 침략을 위한 선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아주 선량한 악마가 되었단 말입니다!!!”
[상대는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흠…….”
재호는 시쿠드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분명 진실을 말하고 있기는 했으나, ‘선량한 악마’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잠깐만. 왜 고민하고 있는 거지?’
문득 재호는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바뀐 건 없잖아. 어차피 엘프들한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건 변하지 않는데.”
“?!!!”
당황한 시쿠드.
“하지만 나는 관대하니까.”
“가, 감사합니다!!!”
“???”
사만다는 재호를 향해 의문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아까 이 녀석 변신한 모습 봤잖아. 굳이 죽이려고 무리 말고 풀어 주자.
재호는 시쿠드에게 손을 휘휘 저었다.
“못 본 걸로 해 줄 테니까 빨리 사라져.”
“그, 그게…….”
헌데 주춤거리며 망설이는 시쿠드.
[*돌발 퀘스트*] [시쿠드는 잔악무도한 엘프들을 피해 도망친 불쌍한 악마입니다.그를 도와 악마들을 구해 준다면 악마들의 호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공 조건 : 시쿠드와 부족 악마들의 구조.] [보상 : 시쿠드 및 악마들의 호감도 상승.]
“미친!!!”
재호의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 욕설.
사만다 역시 눈앞에 떠오른 돌발 퀘스트를 확인하고 당황했다.
“이 미친 시스템은 눈치라곤 쥐뿔도 없냐?!”
엘프들의 추종을 받는 재호가 악마들을 구하라고?
아니, 애초에 엘프들을 상대로 싸워서 이기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의 강함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본 게 재호, 본인이었으니까!
“안 해! 아니, 못 해!! 자살할 생각 없어! 돌아가!!”
“제발 도와주십시오!!! 아까 두들겨 맞을 때, 확신했습니다! 당신은 비록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엘프와 비슷한 맛의 주먹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그들을 설득…… 우웁!!!!”
갑자기 구역질을 해대는 시쿠드.
“헉?! 이 역겨운 냄새의 출처가 당신이었습니까?!”
“여, 역겹다니!!!”
“하지만 이 익숙한 역겨움…… 게다가 아까 전의 주먹 맛까지……. 설마?!!”
시쿠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저, 정령화장?!!!!!”
“?!!!”
어떻게 이렇게 단번에 정체를 파악한 것인지 이해 불가능이었다.
게다가 정령화장과 악마들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을 게 뻔했으니…….
“젠장! 사만다! 조져!!!”
“넵!!”
푹푹푹―!!!
퍽퍽퍽퍽―!!
“캬아아아악!!!!”
이렇게 된 이상, 되든 안 되든 최대한 빠르게 두들겨 패서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 그마아안!!!!”
헌데 이번엔 시쿠드는 변신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얻어맞으면서 재호의 바짓가랑이를 놓지 않았으니.
“저, 정령화장은 우리들의 친구입니다!!!!”
“이 미친 자식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상대는 완벽하게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진실’의 압도적 존재감!
“티, 틴라이트!!! 틴라이트는 우리들이 엠베이 숲에서 숨어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입니다!!!!”
점점 상황이 꼬여가고 있었다.
‘틴라이트 그 인간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너 아는 거 없어?!’
질문의 대상은 당시의 사건을 알 법한 유일한 존재인 생기의 정령이었다.
[이 ‘기, 기억이 나지 않는…….’]‘말해! 말하라고!!!’
[…….]묵묵부답.
모르쇠로 대처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저, 정말 정령화장이구나!! 드디어 정령화장의 후예가 나타났어!!!!”
[*돌발 퀘스트*] [정령화장 틴라이트는 모든 존재와 친분을 쌓을 정도로 강력한 친화력의 소유자입니다.심지어는 엘프들의 고향을 불태운 악마들과도 말이지요.
생전의 그와 연이 이어져 있는 악마인 시쿠드.
그의 부족에는 틴라이트가 남겨 놓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이 갱신된 퀘스트는 아예 재호의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게다가 ‘무언가’라니!
인간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자극하는 ‘무언가’!
“으으……. 젠장!!! 알았어! 가자, 가자고!!!”
“지, 진심입니까, 알시아님?!”
사만다가 깜짝 놀라 물었다.
엘프들의 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재호가 엘프를 상대로 악마들을 구한다?
“그 엘프들은 엘리시아에 있는 엘프들과 다를지도 모릅니다!”
“나도 아는데…….”
이 엉망진창인 상황의 결말은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상상 이상으로 끔찍할 거란 건 분명했다.
“일단 가 보면 방법이 있겠지! 언제나 그랬듯이!”
정확히는 ‘재호만 그랬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