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00
399화
노골적으로 수상한 프티머스의 반응에 재호는 무언가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그걸 왜 궁금해하는 거지?”
프티머스도 자신의 반응이 숨기기 어려울 정도로 노골적이었단 걸 뒤늦게 알아채곤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알면 안 되는 겁니까?”
“보통은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니까. 애초에 임모탈리언들은 그 이름조차 알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 말대로 루로아 황녀가 아니었다면 재호도 절대 몰랐을 이름이었다.
어쩌면 게임이 서비스 종료하는 그 순간까지, 누구도 몰랐을지도 모를 이름…….
“개인적인 호기심이라고 하면 이해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굳이 그대가 천계까지 왔을 이유가 없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 아닌가?”
어느새 프티머스는 먹던 천과도 아래로 내린 상태.
그만큼 재호가 이비우스를 궁금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뜻이었다.
‘뭐라고 할까? 그냥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하지만 대천사를 상대로 있는 그대로 말해 봐야 이해해 줄 것 같진 않았다.
그가 저토록 민감해한다는 건 이비우스의 정보가 그만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
‘나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다곤 하지만 프티머스는 엄연히 정의를 관장하는 천사.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을 거야.’
손해 보는 것 같더라도, 때로는 모험을 걸어야 하는 법.
척-
재호가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바구니를 꺼냈다.
“음? 그, 그건……?”
“천과 20개! 정보료로 어떻습니까?!”
“?!!!”
심하게 요동치는 정의의 눈동자.
“날 시험하려는 것인가?”
“대체 누가 프티머스 님의 정의를 의심하겠습니까? 하지만 굳건한 정의를 위해선 그만큼 힘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한 성의로 이해하시죠!”
텁-!
프티머스가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정의를 생각하는 그대의 마음. 잘 알았다!”
“후후, 감사합니다.”
역시 천사나 인간이나 비슷…….
“하지만 마음은 고맙지만, 이비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 스스로 할 순 없다.”
“…….”
이 순간만큼은 천사가 더 얍삽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는 뜻이겠죠?”
어쨌든 여지를 남긴 프티머스.
“그렇다. 그대에게 무한서고의 출입증을 주겠다.”
“…그냥 알려 주면 안 됩니까?”
딱 듣기에도 어마어마하게 거대할 것으로 추측되는 도서관.
심지어 이름에 ‘무한’이 들어갔다.
그곳에서 이비우스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
“이비우스에 대해 내가 스스로 말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이 정보 또한 무한서고에서 얻은 것이며, 함부로 발설해선 안 된다며 맹세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오히려 그대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티머스의 배려에 숨겨진 함정을 재호는 놓치지 않았다.
“이비우스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이렇게 조심스러워하시는데, 그런 위험한 정보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겁니까?”
“쯧…….”
“어? 방금 혀 찬 겁니까?”
“무슨 소리인가? 천과가 맛있어 보여 입맛을 다신 것을.”
프티머스는 허공에서 작은 광구를 불러내더니 재호를 향해 내밀었다.
“받거라. 이거라면 금지 구역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화앗-
빛이 스며들더니 기다란 황금 티켓이 재호의 손에 쥐어졌다.
[무한서고 1회용 무제한 출입증] [천계의 무한서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남은 횟수 : 0/1] [사용 시, 24시간 동안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확실히 나아진 조건이긴 했지만 애매하게 쪼잔한 건 여전했다.
“그것도 대단한 혜택을 준 것이란 걸 명심해라. 또한 무한서고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곳이 아니니 각오하도록.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자칫 방심하다간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한 채, 쫓겨 나오게 되겠지.”
“그냥 도서관 아니에요? 안에 몬스터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멈칫-
순간, 설마 하는 표정으로 프티머스를 바라본 재호.
“제대로 짚었군.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그곳을 지키는 수문장들을 이겨야만 한다.”
“이 출입증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에요?”
“출입증은 출입만을 위한 것. 무한서고의 수문장은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세상의 비밀을 지켜 온 존재들이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
“…역시 계속 미련이 남는데, 그냥 알려 주면 안 됩니까? 천과 더 드릴게요.”
쉬운 길을 앞에 두고 왜 굳이 이래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후… 나도 마음 같아서는 시원하게 말해 주고 싶군. 하지만 대천사로서 맹약을 어길 순 없다. 그 출입증을 그대에게 준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확언할 수 있네.”
프티머스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계속 졸라 대기도 어려웠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아, 혹시 출입증은 여러 명이 사용할 수도 있는 겁니까?”
“아니, 한 명만 가능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재호의 어깨에 앉은 꼰대와 알드리온, 그리고 주머니 속의 징징이를 빠르게 훑어본 프티머스는 못 본 척했다.
모른 척해 주겠다는 암묵적 동의.
“그럼 가 보게. 무한서고까지 가는 건, 그대를 여기까지 안내해 준 천사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군.”
“네, 그럼…….”
“아! 한데 그 계획은 어찌 되고 있나?”
그가 말하는 계획이란 마계 청소.
“아, 그럭저럭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워낙 거대한 계획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는 거짓말이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였다는 건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없었다.
* * *
정의의 탑에서 나온 재호는 약속대로 기다리고 있던 초하나를 만났다.
“이야기는 잘 마친 모양이군. 조용했던 걸 보면.”
“말했잖아. 나 프티머스 님이랑 친하다고.”
“하하! 이젠 완전히 믿는다! 그건 그렇고 역시 돌아가는 것이겠지? 네가 천계로 올라왔던 곳으로 다시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아니, 아직 여기서 볼일이 있어.”
“그래? 혹시 천계를 구경하려는 거라면 조심스럽게 만류하고 싶군. 천계는 널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서.”
꽤 친절하게 잔인한 현실을 알려 주는 초하나.
“괜찮아. 그냥 무한서고까지만 안내해 줘.”
“뭐… 뭐?!”
소스라치게 놀란 초하나가 말도 하지 못하며 입만 뻐끔거렸다.
그 반응이 대충 뭘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던 재호는 말로 설득하기보단 행동으로 증명했다.
슥-
출입증을 꺼내 보이자 초하나의 턱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저, 정말로 무한서고 출입증이라고?! 어떻게 그걸 가지고 있는 거야?”
“프티머스 님이 허락했어. 그리고 1회용이니까 걱정하지 마.”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너 거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가려는 거냐?”
“대충 듣긴 들었어. 거기 수문장들이 지키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잘 모르는군.”
“…….”
프티머스가 곧이곧대로 말해 준 건 아닌 모양이었다.
“네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모르겠지만 그곳은 천계의 전사들도 함부로 갈 수 없는 곳이야. 아무런 ‘정보’도 없는 너라면 특히나 위험하겠지!”
‘정보’에 특히나 힘을 주어서 말하는 초하나의 말에 재호는 눈치를 챘다.
“괜찮은 게 있어야 할 거야.”
슬쩍-
재호가 천과 하나를 더 건네자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덥석 받았다.
“흠흠, 현명한 선택이야! 일단 움직이면서 이야기할까?”
초하나는 재호를 무한서고로 안내를 시작했다.
“사실 무한 서고는 일반적인 도서관이라 할 수 없어. 오히려 일종의 수련의 탑이라 할 수 있지.”
“수련의 탑?”
“그래! 천사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위대한 존재가 되기를 꿈꾸는 법. 그렇기에 한 번쯤은 도전하는 장소이지.”
“책 보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싸우러 들어간다는 거야?”
“지식은 투쟁 속에서 얻는 법! 거기서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라도 대천사가 될 수 있거든. 아! 물론 그건 쉽지 않은 일이야. 최소 70층에는 도달해야 그만한 자격을 얻는 것이니까.”
“그래? 넌 몇 층까지 갔었는데?”
“나? 난 19층.”
“뭐?! 그것밖에 못 갔다고?”
재호는 놀라서 물었다.
대천사를 기준으로 생각하니 19층은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싶었다.
“어허, 19층이면 엄청난 성과야. 천계 수호 기사들도 평균 18층 정도니까.”
“넌 기사 아냐?”
“난 관리자급으로 기사와는 조금 다르다. 굳이 따지면 한 단계 윗급이라고 할 수 있지.”
“수호 기사들이 18층 정도라…….”
평소 재호의 전투력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명백히 수호 기사들보다 떨어질 터.
그렇다면 자신이 오른다고 한들, 18층까지 가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그럼 내가 원하는 정보가 높은 층에 있으면 아예 기회조차 없는 거 아냐?”
“하하, 무한서고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공간이야. 네가 몇 층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무한서고는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 줄 거야.”
“보상이라고? 그건 무슨 뜻이야?”
“만약 네가 알고 싶은 게 있고, 10층까지 통과했다면, 무한서고는 그에 상응하는 지식을 주지. 네가 직접 정보를 찾아 헤매는 평범한 도서관이 아니야.”
“아…….”
재호는 왜 프티머스가 오히려 이게 낫다고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정보를 수색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적긴 할 테니.
다만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얻으려면 몇 층까지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
“혹시 무한서고는 들어갈 때마다 1층부터 올라야 하는 건가?”
“아니, 그렇진 않아. 자신의 최고치가 기록되어 언제든지 그곳부터 다시 도전할 수 있지.”
“그럼 19층까지 뚫어 놓은 넌 해당 층수만큼은 어떤 정보든 바로 얻을 수 있는 거야?”
“맞아. 제대로 이해했어. 사실 인간인 네게 재입장의 기회가 있을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아무리 일회성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준비를 해 최대한 높게 올라가는 게 좋긴 하겠지.”
그의 조언대로라면 섣부르게 도전하는 건 낭비가 될 수도 있었다.
자신의 무력이 탑 내에서 어느 정도까지 먹히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초하나. 넌 혹시 이비우스에 대해서 알고 있어?”
“이비우스? 잘 모르겠는데?”
궁금해하지 않았으니 무한서고에서 얻은 정보도 없을 게 당연했다.
“네가 궁금해하는 게 그거야?”
“응. 그럼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별로 어려운 건 아냐. 아마도…….”
“일단 들어나 보자고. 너한테 이미 받은 것도 제법 있으니까.”
재호의 부탁은 간단했다.
“19층까지에 해당하는 이비우스의 정보를 좀 알아봐 줘.”
“…내가?”
“어차피 정보는 바로 얻을 수 있다며?”
“그, 그렇긴 한데……. 그러면 무한서고의 의미가 없잖아.”
자신의 힘으로 쟁취해 내는 것이 아닌, 다른 이를 통해 얻는 건 무한서고의 룰이 아니었다.
그건 프티머스 또한 말했던 부분이었고.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무한서고가 직접 그렇게 하는 거 아니래?”
“응?”
“그냥 천사들이 정한 규칙 아냐? 프티머스 님이 말하기론 무한서고는 천계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라던데.”
“그, 그렇긴 하지.”
“그럼 굳이 그런 걸 하나하나 지킬 필요는 없지 않아?”
“이, 이런 경우는 전에 없었던지라…….”
“뭐, 닳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천과도 두 개나 받았잖아? 높은 분들이 아니면 구하기도 힘든 걸 두 개나 받았으니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
천과 두 개는 확실히 지금까지 자신이 한 것에 비해 과한 보상이긴 했기에 초하나는 할 말이 없었다.
“끄응- 좋다. 받아들이지.”
“그래! 잘 생각했어.”
이렇게 하면 자신의 출입증은 당장 쓰지 않고 아껴 둘 수 있을 터였다.
만약 19층 내에 이비우스에 대한 쓸 만한 정보가 없다면 현재 자신의 능력으론 얻을 수 없다는 뜻일 테니까.
‘오랜만에 걔도 만나 봐야겠다.’
재호와 인연이 있는 또 다른 천사이자 천과수 관리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을 천사 스피단.
어쩌면 그도 제법 높은 층수까지 올랐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