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07
406화
그는 재호가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자신이 있는 곳… 아니,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리 없었다.
‘서… 설마 이 풀린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우리 합격기는 그렇게 쉽게 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지! 보이는 것 같긴 하지만, 움직임까지 풀린 건 아냐. 움직임도 자유로웠다면 조금 전의 공격은 충분히 피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재호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
그럼 전매특허인 미친 피지컬은 봉쇄될 테니까.
“야! 장난치지 말고 빨리하라고!!”
그는 루로아 황녀를 노리고 있는 동료 암살자에게 소리쳤다.
“네가 해 봐! 저 여자 공격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정확히 날 노린다고! 전투 능력 없는 거 확실해?!”
“없다고 그랬잖아! 정보는 확실해!”
“아니, 그럼 대체 이게 뭔데?! 스킬 제대로 안 걸린 거 아냐?”
루로아 황녀가 가진 능력에 대해 알지 못하니 계속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오! 멍청한 놈아! 그거 한 대 좀 맞는다고 죽냐? 걍 개돌하라고!!”
시간이 더 지체되어 기사들이 진입한다면 자신들 정도는 순식간에 제압될 것이다.
‘어차피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상정해 놓았으니 망정이지.’
물론 그럴 땐 일이 조금 성가셔지긴 했다.
일단 그들의 목표는 재호의 예상과 정확히 들어맞았다.
1순위는 루로아 황녀 살해 혹은 회복이 어려운 중상.
그리고 그것을 재호에게 뒤집어씌워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임무에 성공하고 자신들이 빠져나가는 게 최선이나, 탈출할 수 없을 경우도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건 바로 자신들이 입을 맞춰 재호와 한패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조금 치졸하고 유치한 방식이긴 했지만, 의뢰자에 따르면 황제는 황녀를 지극히 아낀다고 하니 논리적인 판단을 못 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재호를 건드려선 안 되었다.
재호에게 자신들과의 전투 흔적이 남기라도 하면 주장의 설득력이 뚝 떨어질 테니 말이다.
슥-
몸을 천천히 일으킨 재호.
역시나 암살자 쪽을 향해 정확히 고개를 돌렸다.
‘보이는 게 확실하네.’
게다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게 영 불안했다.
마치 육체의 싱크로율을 맞춰보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어?”
그때, 재호의 어깨가 그을린 것을 본 암살자는 기발한 계획을 떠올렸다.
“야! 나도 그쪽으로 간다!”
그는 루로아 황녀를 노리던 다른 동료에게 바로 합류했다.
“응?! 왜? 알시아는?”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루로아 황녀와 그녀의 공격에 어깨가 그을린 재호를 번갈아 보았다.
* * *
“쯧…….”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이질감에 재호는 혀를 찼다.
게다가 루로아 황녀와 자신을 번갈아 보며 음흉하게 웃어 대는 암살자를 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슈우웅-
루로아 황녀에게 그가 달려드는 순간, 그녀는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암살자는 그 공격을 쉽게 피했고, 허공을 가른 불꽃이 반대편의 재호를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왔다.
“?!”
역시나 이번에도 얼굴이 굳은 루로아 황녀.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1초 뒤, 재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보았다.
쾅!!
그렇게 다시 튕겨 나간 재호.
‘치사하게 나오는군.’
저들의 목적은 자신에게 루로아 황녀의 공격으로 인한 흔적을 남기는 것.
그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마치 그녀가 재호에게 저항한 것처럼 보일 테니…….
슈웅- 슈웅-
자신의 공격이 의도치 않게 재호를 노린다는 사실에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 가는 루로아 황녀.
정확한 시야가 보이지 않으니 의식적으로 조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암살자들은 서서히 루로아 황녀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꾸민 영리한 계획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재호의 피지컬 수준은 단순 계산으론 측정할 수 없다는 것.
이 정도로 시간이 흐르고, 게다가 루로아 황녀의 반복적인 공격을 적당히(?) 맞다 보면…….
후웅-!!
지금과 같이, 완벽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뒤바뀐 감각에 익숙해져 버리는 것이다!
“헉?!”
그 모습에 암살자들 전원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 우연일 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공격도, 그다음 공격도 피해 버렸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시각을 회복했다 하더라도 반대로 움직이는 몸을 어떻게 컨트롤한단 말인가?!
심지어 이렇게 단시간 내에 해낸 걸 보면 정녕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이로웠다.
“야야… 저 괴물 어떡해?”
곁에 있던 다른 암살자도 재호의 충격적인 적응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평소보단 움직임이 둔하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을 품었지만, 어쨌든 정말로 급해지긴 했다.
이젠 재호가 을 유지 중인 여덟 명의 암살자를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젠장! 이렇게 된 이상 합체기로 한방에 끝장내자!!”
“뭐?! 여, 여기서 그걸 쓰자고?”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 뒷일이 어찌 되든, 목표물은 처리해야 한다고!”
크아아앙-!!
실제로 들리진 않았으나, 뒤에서 날뛰기 시작하는 재호에게서 그런 짐승의 포효가 들리는 것 같았다.
움직임도 투박하다 보니 공포감은 더 극대화되기까지…….
“젠장! 그래! 가자!!”
결국, 결정을 내린 두 암살자는 서로의 무기를 앞으로 내밀고 마주 섰다.
콰앙-!
“윽?!”
하지만 갑자기 꿀렁거리는 지반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게다가 그 충격에 호수에도 파도가 일어나더니 루로아 황녀는 더 멀어져 버렸다.
“젠장! 뭐야 또?!”
…라고 해 봐야 원인은 이번에도 재호.
[ : 반경 15미터 내의 땅을 크게 출렁이도록 만들어 적들의 움직임을 100% 봉쇄합니다.]갈고리 칼을 꺼내 땅을 내리찍으며 사용한 스킬 탓에 발생한 충격파였다.
게다가 을 유지하고 있던 암살자들도 그 스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잠시 균형이 흐트러졌다.
꿀렁-
일순간 출렁이는 검은 안개였지만 금방 정신을 다잡은 그들이 다시 스킬을 유지했다.
아무리 이 감각에 적응이 된 재호라 하더라도, 멀쩡한 상태일 때보다는 전투력이 떨어질 테니 무조건 버텨야 했다.
촤르르-
연이어 암살자를 향해 재호의 갈고리가 길게 늘어나며 휘감았다.
[ : 칼끝에 달린 갈고리를 날려 적을 100% 끌고 옵니다.]“으아악!!!”
그러나 안개는 약간 희미해지는 것에서 멈추었다.
‘사람이 한 명 빠진다고 해도 유지는 되는 모양이네.’
재호는 끌려온 암살자에게 모종삽을 꽂아 넣으며 계획을 세웠다.
‘전체 상태 이상 스킬을 썼을 때, 안개가 약화됐던 걸 보면 최대한 여러 명을 동시에 방해해야겠어.’
아쉽게도 을 사용했던 꽃들은 이미 시야가 가려져 있는 사이, 모두 처리가 된 모양.
척-
재호는 주먹을 꽉 쥐고 다른 스킬을 준비했다.
적들이 자신을 건드릴 생각이 없다면 재호도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스킬이 하나 있었으니…….
[매 초당, 공격력 10% 증가하며 공격력 250%~450%의 피해를 입힙니다.]쿠구구구-
재호 주변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한 거센 소용돌이에 암살자들은 눈을 찌푸렸다.
풍압이 대단하긴 했지만 좀 전의 지진만큼은 아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스킬을 저대로 내버려두었다간 큰일이 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거 어떡합니까?!”
“막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리가 난 그들.
“조금만 버텨! 어차피 충전 스킬이니까!!”
대회나 방송을 통해 충분히 분석된 재호의 스킬들이었고, 이번 임무를 위해 충분히 숙지해 왔다.
‘저게 터지기 전에 황녀를 처리하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호숫가에 서서 합격기를 준비하던 두 암살자가 도약했다.
암살용이라기엔 너무나 파괴적인 스킬로, 무조건 적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자폭 공격이었다.
‘어차피 우리 둘은 죽어도 남은 녀석들이 잘 해 줄 거다!’
자잘한 사정을 따지기에는 너무 급해진 상황.
게다가 루로아 황녀도 점점 멀리 떠내려가고 있어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간다!!”
“으아아악!!!”
허공을 날던 두 사람이 어깨동무하더니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치이이-
마치 심지가 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잠시 후.
퉁-퉁-!!
그들은 스스로를 격발시키며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재호 역시 완충한 을 적이 아닌 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꽂았고…….
콰아아앙-!!!
양쪽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에 황실이 크게 요동쳤다.
* * *
[충격 속보! 미드스트 제국 황실 쪽에서 폭발음 발생!]황실에서 발생한 폭발음은 수도 내 모든 사람이 들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호를 위한 제국의 엄청난 환영 행사 탓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던 상황.
그것과 연관된 온갖 추측이 쏟아지고 있었다.
-황재호가 이젠 제국도 접수하려고 나선 거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제국이 무슨 동네 구멍가게냐?
└아니, 그럴 수도 있지. 폭음이 황실 깊은 곳에서 들렸다며? 그러면 황제를 직접 노린 걸 수도 있지 않음?
└아니, 그렇다고 해도 황재호가 황제를 어떻게 할 가능성은 완전 낮다니까? 그렇게 쉽게 황제를 노릴 수 있었으면 진작 암살자들한테 죽었을걸.
-아, 너무 궁금하다. 누구 황실 안에 거점 두고 있는 사람 없냐?
└고작 해 봐야 황실 말단 기사 자리를 먹은 사람 정도일걸? 황족들 근처에 갈 수 있는 플레이어가 황재호 말고 누가 있나 싶네.
└그럼 의외로 허술해서 황재호가 노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막 폭탄이랑 골렘 같은 거 제대로 준비하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중요한 건, 알시아가 안에 들어가자마자 얼마 안 지나서 일이 터졌다는 거임.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거임.
└그치. 이러나저러나 황재호는 피해를 본 상황이지.
└난 테러에 한 표.
└나도 동의. 들리는 말에 따르면 거기서 악어가족 로고 쏘아 올랐다며? 그게 어떤 종류의 신호였던 게 아닐까? 아마 곧 제국 내에서 뭔일 터질 거다.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 호기심과 헛소문만 쏟아졌다.
그리고 그 시각 황궁 내 현장.
폐허가 된 루로아 황녀의 정원 내에는 현재 수많은 병력이 삼엄한 경계를 유지 중이었다.
막 도착한 황제는 루로아 황녀의 수호기사단장에게 상황 보고를 들었다.
“이곳에서 확인된 정체불명의 불꽃에 기사들이 급히 진입했으나… 워낙 거대한 장소인 탓에 위치를 확실히 특정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리고 저곳에 포박된 자들이 바로 황녀님을 노린 자들입니다.”
기사가 가리키는 이는 무릎 꿇린 7명의 암살자.
“감히…….”
쌍욕을 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 표정이었다.
한편, 붙잡힌 암살자들은 난데없는 황제 등장에 매우 놀란 상황.
‘왜 황제가 직접 온 거지?’
중대한 사건이긴 하지만 황제까지 직접 행차에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황실 내 루로아 황녀의 중요도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자세한 사정까진 모르니 그들의 반응은 당연하였다.
‘개꿀. 명성 엄청 오르네.’
그저 그런 편한 생각만 하고 있을 뿐.
“그리고 조금 전, 암살자들이 수상쩍은 이야기를 하나 했습니다.”
“말하라.”
“저들이 말하길… 자신들의 배후는 알시아 대왕이라고 말했습니다.”
“뭐… 뭣이?!!”
딱딱하게 굳는 황제의 얼굴.
그리고 그걸 보는 암살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걸렸군.’
황제의 반응에서 그들은 임무 성공을 확신했다.
“크… 크하하하!!”
난데없이 황제가 미친 인간처럼 웃어 대기 전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