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11
410화
더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상황.
재호는 고삐가 완전히 풀려선 무차별 파괴 행각을 벌였다.
앞으로 달려 나가며 거슬리는 것들은 죄다 부숴 버렸고, 다행히 석상들은 평범한 돌인지 쉽게 바스러졌다.
-이, 이래도 되는 거야?!
징징이가 재호의 머리를 붙잡은 채 펄럭거리며 소리쳤다.
-뒤에서 뭔가 엄청나게 쫓아오는 것 같은데?!
재호가 앞에서 터뜨려대는 폭음 외에 뒤쪽에서도 무언가 쾅쾅거리고 있었다.
“뒤는 볼 필요 없어!”
단호한 외침.
보나 마나 그림자 술래인지 뭔지 하는 게 쫓아오는 것일 테니 앞으로 가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그게 뭔지는 조금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퍼석-
또 하나의 석상을 부수고 통과한 재호.
“음?”
그때, 어지럽게 날리던 돌조각 사이로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부서진 석상 안에 든 두개골!
‘설마?!’
그것을 인지하고 석상을 살피니 분명히 보였다.
이곳의 석상들 내부는 인간의 뼈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끝까지 소름 돋는군.’
무조건 여기서 탈출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몰라도 루로아 황녀는 꼼짝없이 컬렉션 중 하나가 될 테니.
“황녀님! 뒤로 응원봉 견제 좀 해 주세요!”
행여나 이 끔찍한 걸 보고 또 충격받을까, 재호는 그녀를 바쁘게 만들었다.
“아, 알겠습니다!”
뒤로 업힌 채 ‘빅썬더 포지션’인 황녀는 어둠 속을 향해 응원봉을 휘둘렀다.
육체 능력은 떨어질지라도 지능이나 마나 수치는 어지간한 마법사 수준인 그녀.
응원봉으로 퍼붓는 공격은 마르지 않는 샘이나 다름없었다.
후우욱-!
콰아아앙!!
“헉?!”
그때, 무작정 달리던 재호 앞으로 갑자기 시커먼 돌기둥이 떨어져 내렸다.
급히 피하다 보니 잠시 자연스러운(?) 사족보행을 해야 했고, 등에 업힌 루로아 황녀는 천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형태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타오르는 불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낮은 천장의 세부적인 형태.
“흡?!”
그걸 본 루로아 황녀는 숨이 턱 막혔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수십 개의 새빨간 불빛.
촘촘하게 박혀 있는 그것은 분명 어떠한 생명체의 눈들이었다.
그것도 이 동굴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대, 대왕님……!!”
어떤 상황에도 감정의 동요가 극히 드물던 루로아 황녀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처음 들어 보는 루로아 황녀의 겁에 질린 목소리에 몸을 일으킨 재호도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을 훤히 볼 수 있는 재호는 그녀보다 확실하게 천장에 붙은 존재를 볼 수 있었다.
‘거미……?’
보자마자 든 생각은 거미와 비슷한 생명체란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배 부분이 보였고, 상대적으로 작은 머리통이 그들을 노려보는 형태.
그리고 기괴하게 꺾여 있는 많은 수의 다리들.
방금 달리던 재호 앞을 가로막은 것도 바로 그 거미의 다리였다.
[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의 몸이 공포로 인하여 얼어붙습니다.] [이 발동됩니다.] [저항했습니다.]“푸하!”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지만, 다행히 바로 풀려난 재호.
그 덕분에 그림자 술래가 저주를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콰아앙-!
다시금 내리꽂히는 공격을 피해 몸을 날린 재호.
하지만 루로아 황녀를 업은 탓에 제대로 낙법을 할 수 없어 다소 거칠게 바닥을 쓸었다.
‘딱 봐도 이길 수 있는 놈처럼 안 보이는데.’
이 깊은 동굴 속에 정체를 숨기고 살던 녀석이 약할 리 없었다.
더군다나 여긴 황성 아래인데!
“망할! 제국엔 수호신도 없나?! 저런 괴물이 둥지를 틀고 있는데 왜 가만히 내버려둔 거야?”
“?!”
순간, 재호의 주머니 속에 있던 알드리온이 움찔했지만 재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쾅!!
다시 한번 공격을 피한 재호가 재차 앞으로 달리려고 했지만…….
“?!”
그림자 술래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새 주변을 빽빽하게 둘러싼 석상들.
지나갈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길을 막고 있었다.
“이제 알겠다.”
재호는 이 석상들의 용도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림자 술래의 사냥 덫이었던 거야.”
발자국만 남아 있고 다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
머리 위의 저 괴물의 뱃속으로 들어갔으니 남아 있는 게 없을 수밖에…….
쿠웅- 쿠웅-
다리들을 봉오리처럼 내리꽂아 재호 일행을 포위한 그림자 술래.
쯔즈즈-
그리곤 아랫부분이 열리더니 또 다른 다리처럼 생긴 이빨이 위협적으로 달그닥거렸다.
‘나야 먹혀도 좋은(?) 경험했다고 칠 수 있겠지만 황녀는 무조건 사망이야.’
더구나 저주를 받아 아까부터 그녀는 어떤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도저히 맨 정신으론 할 수가 없는데…….’
드래곤으로 변하던가, 아니면 인벤토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폭탄을 사용하든가.
하지만 머리 위 지상에 황실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마당에 함부로 그런 위험한 것들을 쓸 순 없었다.
자칫하단 황실 테러의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젠장……. 일단 앞치마도 벗고 할 수 있는 버프를 최대한 챙겨서 저항해 보자.’
그렇게 결심한 뒤, 다가오는 징그러운 이빨에다 스케일링을 해 주려던 찰나.
쐐애애액-
쿠득-!!
끼이이익!!
단단한 무언가가 구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 술래에게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뭐지?!”
혹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탄이라도 쓴 건가 싶었으나,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알시아 님!!!”
동굴 저 너머에서, 너무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으니까.
“음?!”
충격에 벌어진 그림자 술래의 다리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티나?!!”
뜬금 티나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 * *
젠트르노 황자가 주최한 회의가 종료되었다.
그리고 그 주도권을 자신들이 완전히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다른 형제들에 의해 완성된 결의안.
내용은 당연히 루로아 황녀의 안전을 위협한 재호와 엘리시아 화원에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그것을 들고 급히 황제를 알현한 황자들은 그것을 황제에게 정식으로 상소했다.
“참으로 빨리도 움직였구나.”
그 내용을 읽은 황제는 루로아 황녀가 아직 발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것을 들고 나타난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물론 어울리지도 않는 남매 간의 우애나 의리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늘 황자들을 시험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더 훌륭한 가치로 내세웠다.
그걸 알기에 황자들도 과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련한 황제의 눈에는 이 판이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훤히 보였다.
‘젠트르노.’
그는 젠트르노가 소집한 회의를 이미 알고 있었다.
황실 내 그의 정보가 닿지 않는 곳은 오로지 루로아 황녀의 거처뿐이었으니까.
다른 황자들이 보기에 알시아를 무리하게 보호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젠트르노의 행동.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른 황자들을 조급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 버렸다.
시간을 두고 각자의 책사와 논의를 할 여유를 회의 제안으로 1차 봉쇄 후, 자신의 간사한 연기를 통해 2차 봉쇄까지 해 버린 것이다.
‘확실히 영악하구나.’
황제는 젠트르노에 대해 그리 평가했다.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저런 여우 같은 면이 어리석은 것보다는 백번 나았다.
“그래. 너희 모두 이 결의안에 동의하는 것인가?”
“소수의 반대가 있기는 합니다만, 저희는 그러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반대자 한 명.
“그렇다면 반대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지.”
“…예?”
가장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던 헤라리 1황자가 당황하며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지?”
“아, 아닙니다.”
황제가 궁금하다는데 그들이 감히 뭐라고 반발할까.
그러나 황제는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젠트르노가 황태자 경쟁에서 지나치게 독주하는 건,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았다.
서로가 경쟁을 통해 더 큰 상승 시너지를 내려면, 다른 이들에게도 깨달음의 기회를 주어야 했다.
“어차피 너희들의 의사는 이 결의안으로 충분히 확인되었다. 하지만 반대의 이유는 이곳에 담겨 있지 않지. 나는 이것과 다른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다.”
거기까지 이야기한 황제는 젠트르노를 향해 고갯짓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알시아 대왕은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가 정녕 루로아 황녀를 노렸다면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마치 정말로 그랬다는 것처럼 들리는 황제의 말에 젠트르노는 잠시 당황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곧 침착을 되찾고 말을 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 만약 제 믿음이 어긋나 알시아 대왕이 정말로 루로아 1황녀를 해하였다면, 그때 제국이 움직여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알시아 대왕이나 엘리시아 화원은 제국의 입김만으로도 쉽게 사라질 것들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젠트르노는 믿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높은 확률로 루로아 1황녀는 알시아 대왕과 있을 겁니다. 이미 충분한 기회가 있었을 텐데, 굳이 루로아 1황녀를 사로잡아 도망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알시아 대왕이 1황녀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냐?”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세와는 다른 주장을 할 땐, 그들보다는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함을 알고 있겠지?”
쉽게 말해 ‘그래서 대책이 뭐냐?’라는 뜻.
그런 주장에 대한 책임도 직접 지라는 이야기였다.
“알시아 대왕이 어디를 가든 늘 함께 다니는 호위가 있습니다. 누구보다 알시아 대왕을 잘 아는 자이며, 추적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엘프족입니다. 물론 제국의 기사들 또한 뛰어난 자들이나,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선 그 엘프가 더 뛰어날 것입니다.”
“아무 근거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젠트르노의 이야기에 결국 참지 못하고 반발한 2황자 푸린.
“그저 자신의 추측과 알시아 대왕을 향한 호감에 기댄 억지소리입니다!”
그의 주장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2황자의 말이 사실이다. 그건 오로지 네 기대만 가득 담은 소망일 뿐. 또한 제국의 비사를 외부인의 손에 맡기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정작 그렇게 말하는 황제 당사자는 재호에게 루로아 황녀를 완전히 맡겨 버린 입장이지만…….
그 모순을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애초에 루로아 황녀와 재호가 만날 수 있었던 건 황제의 허락 덕분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젠트르노는 지금 이 타이밍이 도박을 걸 때임을 직감했다.
“저는…….”
결심을 내린 젠트르노가 결연한 눈빛으로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 * *
상황의 심각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티나.
그래서인지 평소라면 일단 반갑게 손부터 흔들어 댔겠지만, 지금은 단단히 잡은 활시위를 연신 당겼다 놓고 있었다.
피잉-
콰드득!!
벌써 다섯 번째 화살.
역시 엘프 대표 무기답게 대단한 위력을 보이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피해는 못 주고 있는 듯한 모양새.
“티나! 반대로 가야 해!!”
재호의 외침에 티나는 망설임 없이 석상 위로 도약했다.
타다닷-
석상의 머리를 밟고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 티나.
“절대 저 괴물의 눈을 쳐다보지 마!”
“네!!”
키이이이-
그림자 술래는 자신의 다리를 마구 꺾어 대며 티나를 노렸지만, 그런 직선적인 공격으론 그녀를 절대 맞힐 수 없었다.
거침없으면서도 부드럽게 달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바람과도 같았다.
“티나!”
재호는 접근해 오는 그녀를 향해 갈고리 칼을 던졌다.
촤르르륵-
쭉 늘어나며 날아가는 그것을 티나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자신의 활과 활시위 사이에 걸며 자연스럽게 받았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신기.
촤앗-
갈고리를 회수하자 순식간에 끌려온 티나는 멈추지 않고 재호를 지나쳐 반대로 달렸다.
역시나 그 관성의 힘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묘기를 보인 재호는 단숨에 추진력을 얻었고.
“가자!!”
폭발적인 속도 석상 위를 내달렸다.
“알시아님! 저 괴물은 대체 뭐예요?! 죽음의 냄새가 악마보다도 심해요!!”
“나도 몰라! 일단 도망치자!”
“아! 그리고 알시아 님! 젠트르노 황자가 말 좀 전해 달랬어요!”
“꼭 이 와중에 이야기해야 해?!”
쾅-! 쾅-!
속도를 쫓지 못해 뒤를 아슬아슬하게 찍어 대는 그림자 술래.
도저히 맘 편히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등에는 황녀 방패까지 매달고 있는 상황!
“만나자마자 무조건 전해 달래요! 중요한 거라고.”
“그래? 대체 뭔데?!”
“이번 일에 자기는 황태자 경쟁을 걸었으니 절대 배신한 게 아니길 바란대요!”
“아, 그래?”
자신을 믿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 준 건 고마웠지만, 딱히 급하게 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싶었…….
“그리고 2황자가 병력을 끌고 엘리시아 화원으로 출발하니 최대한 서두르랬어요!”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각력이 대폭 증가합니다.]엘보 정령화와…….
[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 : 연속 착용 시간당, 무게에 영향을 받는 모든 능력치가 1%씩 누적됩니다. 착용 해제 시, 5분간 누적된 모든 능력치가 적용됩니다.(극히 낮은 확률로 버프 두 배 적용)] [구속의 쇠사슬 앞치마]도 벗어던지며 재호는 속도를 최대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