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19
418화
재호는 지하에 존재하는 구 제국의 수호신, 현 광룡 투룬아르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제와 비밀을 약속해 놓곤 돌아서자마자 어겨 버리는 쿨함.
그리고 아니라 다를까 그 이야기를 들은 젠트르노 황자의 그 좋던 기분은 싹 지워져 버렸다.
“아까 전, 정체불명의 지진이 바로 그 때문이었군요.”
“맞습니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입니다.”
역대 황제들에게만 암암리에 전해진 극비 정보였으니 당연했다.
“역사가 긴 왕국은 저마다의 수호신을 품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제국의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군요.”
“문제는 더 이상 수호신이 아니란 점이겠지요.”
지하에서 투룬아르가 몸부림치며 발생한 지진을 젠트르노 황자도 똑똑히 느꼈다.
주변 대지를 모조리 뒤흔들 정도면… 단순히 탈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대재앙이 펼쳐지리라.
“알겠습니다. 저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최대한 마련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 이 사실은 절대 황제께서 알지 못하도록 조심해 주시길…….”
“물론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젠트르노 황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었다.
“황제만이 알 수 있는 제국의 비사를 알게 되었으니, 저야말로 진정 자격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하하하!!”
“하하하.”
그렇게 치면 재호야말로 누구보다 먼저 황제의 자격을 얻은 것 아닐까?
어쨌든 그렇게 두 사람의 대담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푼 설렘과 함께 종료되었다.
* * *
젠트르노 황자와의 이야기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온 재호는 역시나 곧장 황제의 부름을 받았다.
그 목적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알시아 대왕! 정말 고맙네!”
체통도 잊은 채 당장이라도 안을 기세로 달려드는 황제.
“그대 덕분에 루로아 황녀가 드디어 국정에 참여하기로 했다네!”
“아,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짐짓 모른 체, 재호도 기뻐하며 웃었다.
“역시 그대에게 부탁하길 잘한 것 같군! 알시아 대왕 그대는 제국의 은인이나 다름없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게 그렇게나 대단한 일인가 싶을 테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있는 재호는 황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그간 루로아 황녀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군. 그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진정한 벗임을……. 이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을 긴 시간, 멀리 돌아왔구나.”
황제는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굉장히 감동한 모습이었는데, 과연 먼 훗날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이었다.
‘…그 전에 눈을 감는 게 당사자로선 나을지도.’
생전엔 절대 몰라야 할 진실이었다.
“아! 알시아 대왕. 그대에게 줄 것이 있네.”
황제의 말이 끝나자 바깥에서 대기하던 이가 고급스러운 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저거군……!’
황명패!
“받게나.”
황제는 그 안에 든 손바닥만 한 방패 모양의 금패를 재호에게 건넸다.
“제국과 짐을 위한 그대의 몸 사라지 않는 노력에 대한 보답이네. 황실 내에서 큰 반발이 있긴 했으나, 선황께서도 그대의 공로를 인정했기에 이걸 내어줄 수 있게 되었지.”
[] [등급 : 전설] [황제의 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 : 선조치 후보고! 당신은 가상의 황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칭호가 있어야 사용 가능합니다.]예상대로의 물건이지만 재호는 최대한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이,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스스로도 감탄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
“그대라면 아마 적절하게 잘 써 줄 것이라 믿는다네. 그리고 그대는 루로아 황녀의 벗. 제국과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정도 권한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애써 이유는 밝히지 않고 둘러말했지만, 역시나 재호는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특히 주의해 이것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중히 황명패를 받아 든 재호.
[명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사상 초유의 황명 대리 권한을 얻은 플레이어.
알려진다면 다시금 커뮤니티와 세계가 뒤집힐 소식이었다.
“그나저나… 루로아 황녀님은 괜찮습니까?”
“조금 놀라긴 했어도 괜찮은 모양이더군. 다리를 조금 다치긴 했지만, 그것 또한 그대의 응급처치 덕분에 별문제가 없을 거라며 황실 치유사가 알려 왔네. 걱정하지 말게나.”
“다행입니다. 그럼 혹시 떠나기 전에 황녀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흐음, 미안하지만 그건 조금 곤란하겠군.”
황제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황족이 암살 위험에 노출된 탓에 현재 철저히 보호 중이지. 암살 배후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기사단 쪽에서 하도 극성이라서 말이네.”
“그렇군요. 아쉽게 됐습니다. 갑자기 일이 터지는 바람에 이야기도 거의 나누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허허, 걱정하지 말게나. 그대는 루로아 황녀의 벗. 이 사태만 정리된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거네.”
황제는 그리 말했지만, 재호는 이게 단순히 루로아 황녀의 안전만이 이유가 아니라고 보았다.
암살 위험은 어디까지나 표면적 이유.
‘자신과 나눈 대화를 나와 황녀가 공유하는 걸 방지하려는 황제의 의도겠지.’
줄곧 재호에게 드러내는 극상의 호의와는 배척되는 행동이기에 그리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는 날 신뢰하지만, 절대 맹신하지는 않아.’
과연 대륙 최고 통치자의 냉정하고 철저함이었다.
‘뭐, 다행히 당장 황녀랑 의논해야 할 일이 없으니 망정이지.’
중요한 사안은 이미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은 것이라면 젠트르노 황자 지지를 요청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눈치 빠르게 그녀 혼자서 결정을 내려 주었으니까.
‘투룬아르는…….’
엄밀히 따지면 투룬아르 사태는 딱히 자신이 잘못해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었다.
황제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해결해 달라는 소리를 한 건 아니었으니 특별히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암살자 쪽은 확실히 파악했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루로아 황녀가 엘리시아 화원을 재방문하기로 약속된 상황.
누군가 재호와 루로아 황녀의 관계가 틀어지는 걸 노렸다는 게 확실한 이상, 그 배후는 확실히 알아 두는 게 좋을 터였다.
젠트르노 황자에게도 암살 배후에 대해 정보 공유를 요청해 놓았다.
그리고 황제에게도 부탁은 했지만, 과연 그가 제대로 알려 줄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젠트르노 황자는 황자들 중, 한 명이 유력한 배후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모탈리언이 황궁 내 침입 루트를 그렇게 잘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인공 호수 아래의 수로를 통해 침입했다면 내부 지도를 확보했다는 뜻인데, 그건 기밀 중의 기밀이니 말입니다.]그렇기에 황자들 중 한 명,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원로 쪽에서 개입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황자 중 한 명이라면 황제는 덮어둘 수도 있을 거야.’
그래서 황제를 통해 범인을 알게 될 거란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게나. 나 또한 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자를 곱게 내버려둘 생각은 없으니.”
황제는 그리 말했지만… 재호는 완전히 믿진 않았다.
* * *
제국에서의 볼일은 모두 마쳤다.
굉장히 요란한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이번 제국 원정에서도 굵직한 이득들을 단단히 챙긴 재호.
한편, 재호가 황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본 플레이어들은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목 잘려서 대문에 걸릴 줄 알았더니.
└뉴월드에서 그런 걸 구현하게 내버려두겠냐?
└아니,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겠냐? 말이 그렇단 거지.
-근데 진짜 안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아는 사람 없음?
└소문엔 안에서 암살 사건 있었다던데?
└엥? 개솔ㄴㄴ;; 황성 내에서 암살 사건이 말이 되냐?
└ㄹㅇ그랬으면 황재호가 저렇게 멀쩡히 나왔겠음?
└혹시 모르지. 사실 목 잘렸다가 부활해서 나온 걸지도.
└그랬으면 럭시 숲에서 부활했겠지.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 죄다 어그로니까 먹이 금지.
└얘도 어그로니까 먹이 금지.
-멍청이들아. 미리 궁금해해서 뭐하냐? 어차피 시간 좀 지나면 황재호 브이튜브에서 다 공개될 텐데.
└너야말로 멍청이네. 그게 공개되겠냐? 딱 봐도 초대형 퀘스트 전조인데 절대 공개 안 하지.
└맞음. 해도 중요 정보는 빼놓고 할 듯.
-난 일단 알시아 따라 이동하는 중. 혹시 가는 중에 뭔 사건 터질까 봐.
└얘가 정답이네. 느낌 온다 싶으면 일단 닥치고 쫓아다녀야지.
그렇게 사람들을 주렁주렁 달고 엘리시아 화원으로 돌아온 재호.
“음?”
그런데 떠날 때와 달리, 화원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도시 전체에 흐르는 은은한 긴장감은 꼭 전운 같았으니…….
“앗! 알시아 님?! 무사히 오셨군요!”
메이는 멀쩡히 돌아온 재호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슨 일 있었어? 분위기가 이상한데.”
“네? 그야 알시아 님이 제국군 경고를 한 것 때문이죠. 다들 바짝 정신 차리고 준비 중이었다고요.”
“아!”
재호는 자신이 급히 그런 주문을 해 놓았었단 걸 뒤늦게 깨달았다.
무사히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야 했는데 깜빡해 버린 것도.
“괜찮아. 그거 잘…….”
“엘프들은 물론, 드워프와 고블린들과 테일러도 병력을 이끌고 왔어요.”
“…….”
잘 해결됐다고 말하려던 재호는 멈칫했다.
“줄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서 최소 수백의 전력은 확보했고, 언제든지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긴장하고 있죠.”
자신에게도 소중한 화원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 놓은 메이.
그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다.
‘이… 이거 이대로 끝내면 뒤로 욕먹을 것 같은데…….’
자신의 한 마디에 이렇게까지 움직여 준 이들이거늘,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분명 제국군이 찾아오지 않게 된 건 잘된 일임에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
“그나저나 알시아 님도 플레이어들을 잔뜩 모아 왔군요! 하긴, 제국이랑 싸우려면 이 정도로도 모자랄 수 있겠죠. 몰래 탈출까지 했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사실 지휘를 누가 할 것인지 두고 의견이 분분했거든요.”
재호를 따라온 수십 명의 플레이어를 본 메이의 착각.
‘…아무나 쳐들어왔으면 좋겠다.’
재호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폐, 폐하! 큰일 났습니다!”
그때, 갑자기 허겁지겁 달려온 줄칸.
“왜? 무슨 일인데?”
“저, 적들이 나타났습니다!!”
“?!!”
재호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후후… 드디어 저희들의 노력이 빛을 볼 때가 되었군요!”
메이는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다졌지만, 재호는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원하긴 했지만 진짜로 쳐들어왔다고?
“아, 아니지. 도대체 누가?!”
엘리시아 화원을 노리고 올 만한 세력도 딱히 없는데 대체 어디서 침략을 해 온단 말인가?
“사막 외곽에서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마법사들로 보인답니다.”
“뭐? 마법사들이 왜? 설마 마탑 연합 쪽이야?”
자신이 이러쿵저러쿵 핑계를 대며 그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을 해 올 일은 아니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대규모 텔레포트의 흔적이 보였을 텐데, 지금 접근해 오는 이들은 철저히 육로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육로?”
그렇다면 그들의 출발지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순 있을 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정보를 받았는데…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서 말입니다.”
“음? 뭐가 이해가 안 된단 거야?”
“방향을 보면 룬가 왕국 쪽인데, 제법 규모가 있는 마법사 단체라고 하면 아무래도 룬가 왕실 마법회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말입니다.”
움-찔.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재호는 몸을 살짝 떨었다.
“룬가 왕국이야 알시아 님에게 불만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왕국군도 아니고 왕실 마법회가 따로 움직이는 건 말이 안 되는지라……. 정녕 그들이 맞는지 확인 작업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줄칸은 그렇게 말했지만, 재호는 이미 확신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정말 룬가 왕실 마법회일 것이라고…….
‘결국 들통이 난 것인가?’
무무만과 전투 후, 현장을 떠나면서 마주쳤던 그들.
그때 느꼈던 찝찝함이 결국 지금의 상황을 불러온 게 분명했다.
“일단 영지를 지킬 병력은 최대한 남겨 둔 뒤, 마중을 나가 보도록 하지.”
어쩐지 이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진하게 들었다.
하지만 딱히 걱정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대규모 텔레포트 마법도 못 쓰는… 무력만 놓고 보면 무무만 원맨 조직이나 다름없는 곳이 룬가 왕실 마법회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