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21
420화
태양 빛을 받으며 번쩍거리는 황명패의 위용.
“오오……!”
그것을 본 마법사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반응은 거기서 끝.
“품질 좋은 황금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걸로 저희를 매수할 순 없습니다.”
“음?”
예상한 반응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황명패가 뭔지 제대로 못 알아보는 모양.
‘하긴 황명패가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재호는 그것을 상대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화, 황금은 받지 않습니다!”
…라고 외치지만 눈은 이미 탐욕으로 흔들리는 페이모 부학회장.
“아니, 주려는 게 아니라 이게 뭔지 보라고.”
“?”
아직 상황을 이해 못 한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곤 황명패를 살폈다.
“음? 이건 미드스트 제국의…….”
“황명패다.”
“화, 황명패?!”
그제야 기겁하는 페이모 부학회장.
그만큼 황명패의 무게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역사 기록에나 남아 있는 황명패가 눈앞에 떡하니 있으니 쉽사리 믿기 어려운 상황.
‘가, 가짜일 거다. 분명 가짜야!’
하지만 차마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진 못했다.
혹시라도 진짜인데 자신이 그런 망발을 내뱉은 것이라면, 그 후폭풍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터였다.
황명패를 욕보인 것은 곧 황제에 대한 모욕과도 같았으니까.
“표정을 보아하니 가짜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인데?”
“컥!”
속내를 들키자 저절로 튀어나오는 기침.
“그래도 운 좋은 줄 알아. 아직 이 황명패를 쓰진 않았으니까.”
“그, 그 말씀은……?”
말 그대로 재호는 아직 황명패를 사용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페이모 부학회장과 마법사들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일 뿐.
고작 이런 일에 임시 황명을 발동하기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무만 사건과 황명패를 수령한 시기가 달라서 쓸데없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래서 재호는 황명패를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허세를 부리며 위협하는 것이었다.
“굳이 일을 더 키우고 싶으면 나는 이 황명패를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 안 그래?”
“…….”
아니, 쉽게 상상이 안 되었다.
얼마나 끔찍해질지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으니까.
황명패로 무무만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한다는 건 다시 말해 제국이 개입한다는 뜻이었다.
이미 앞서 재호가 무무만이 대륙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행위를 했다는 등의 발언을 한 상황.
“일부로 룬가 왕국에 피해가 갈까 침묵하고 있었지만…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나는 황명패를 쓸 수밖에 없어. 그건 제국에서 이 사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지. 그럼 왕실 마법회는 물론, 룬가 왕실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이제는 룬가 왕실 마법회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토록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대체 왜일까?
‘아! 알았다.’
이 억울함의 정체!
‘정작 자기는 바로 옆에 악마를 떡하니 세워 놨으면서!!’
재호와 악마의 깊은 관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들보고는 악마와 손을 잡았네 뭐네 하는 소릴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억울했던 것.
“흥! 앞으로는 착하게 살도록! 마법 연구도 좋지만, 대륙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짓을 하면 안 되지!”
심지어 패로우가 엄한 목소리로 그들을 꾸짖고 있으니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어쨌든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됐겠지?”
“…그렇습니다.”
모든 불만을 꾸역꾸역 삼키며 페이모 부학회장이 답했다.
황명패가 등장한 이상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무런 소득 없이, 체면만 잔뜩 구긴 채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하지만 돌아간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또 아니었다.
자신들의 이 행위는 엄연히 룬가 왕실 쪽과는 합의되지 않은 독단적인 행위.
그로 인해 재호가 지닌 황명패의 위협까지 받아 버렸다.
이 사실을 룬가 왕실 쪽에서 알게 된다면 왕실 마법회를 향해 분노할 것이 기정사실.
‘그냥 왕실의 말에 따를 걸 그랬구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상황이 정리되면서 재호에겐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대륙에 당신의 가 알려집니다!] [당신과 제국의 돈독한 신뢰 관계가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갑니다.] [엘리시아 화원을 적대하는 국가들의 공격성이 약화됩니다.]황명패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는 뜨지 않던 알림.
하지만 공개하는 순간, 그 진가가 확실히 드러났다.
황제가 재호의 든든한 큰형님이란 사실이 세상에 확실히 공표된 것.
이제 어지간히 간 큰 자들이 아닌 이상, 함부로 엘리시아 화원을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 * *
[특별 칼럼! 란 무엇인가?] [황재호와 황제의 특별한 관계. ‘이제는 황재호가 아니라 황제호!’] [지난번 엘리시아 화원을 방문했던 제국의 귀족은 황녀로 확인돼…….] [황녀 루로아! 황자들과 달리 베일에 싸인 그녀는 무엇을 위해 엘리시아 화원을 방문했나? 그리고 황재호는 제국에서 무엇을 했는가?] [전문가들 다수는 황녀 루로아를 통해 황제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추측.]룬가 왕실 마법회에게 공개한 황명패는 글로벌 알림으로 모든 플레이어에게도 알려졌다.
그 덕분에 또 한바탕 난리가 났는데, 정작 황명패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글로벌 알림이 뜰 정도면 엄청난 것이겠거니 막연히 추측만 할 뿐.
-이름만 봐선 대충 짐작되진 않나? 황제 종 됐다는 뜻이지.
└종은 무슨. 내가 볼 땐 황제 권력 일부를 쓸 수 있게 해 주는 물건 같은데.
└그건 너무 개사기 아니냐? 대륙 내에선 어쨌든 황제가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플레이어가 쓸 수 있다고?
└황재호가 황제랑 친한 거 몰랐던 사람 있음? 그리고 저번에 악어가족 공연도 황녀가 봤었다며? 그때 모종의 거래가 있었겠지.
-근데 황성 안에서 악어가족 응원봉 누가 쐈다고 했었잖아. 그거랑도 관련 있는 거 아님?
└대체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난 암만해도 상상이 안 되는데?
└아니, 그러니까 이상하잖아. 황성에서 관련 없어 보이는 여러 일이 터졌으면, 다시 말해 전부 관련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 관련이 있냐고-
└그야 난 모르지. 어차피 여기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
-아… 제발 방송으로 보여 주세요…….
└절대 공개 안 할 듯. 알시아 아닌 척하면서 자기한테 중요한 건 절대 공유 안 함.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님?
황명패에서 비롯된 무성한 소문들.
누구 하나 제대로 아는 이는 없었고, 재호의 브이튜브에 공개하기만을 기대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공개될 수 없는 사안.
특히나 제국에 닥친 위험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공개하는 건 불가능했다.
‘사람들이 너무 몰리면 일이 어디로 튈지 몰라.’
겁 없는 관종 플레이어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밥그릇을 제대로 지키려면 숨길 건 숨겨야지.”
섣불리 공개해 버리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야! 재호! 너 소식 들었냐?
그때, 갑작스러운 완식의 귓속말.
“무슨 소식?”
-대해적 선발전이 열린단다.
“대해적 선발전?”
정말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너 퀘스트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트리우스의 용왕 서루발에게 받았던 [바다의 부름] 파편 다섯 개를 회수해야 하는 퀘스트.
그리고 [바다의 부름]은 앙굴라에 의해 대해적의 증표로 알려졌었다.
즉, 완식은 혹시나 이 대해적 선발전에서 증표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네 폰으로 링크 보내 놨으니까 한번 확인해 봐.
“알았어. 고마워.”
곧장 접속 종료한 재호는 완식이 보낸 브이튜브 링크를 확인했다.
“롱클린?”
생판 처음 보는 이름.
하지만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건 눈에 익숙했다.
[자! 이걸 보십시오! 마침내 저는 대해적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세상에 흩어져 버렸던 대해적의 증표 중 하나! 마침내 이렇게 제 손에 들어온 것입니다!]영상 속 남자는 [바다의 부름] 하나를 든 채, 환희에 찬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오해를 하는 것 같았으니…….
[이로써 저는 공식적으로 해적왕이 되었습니다!]“……?”
뜬금없는 해적왕 선언.
이 영상을 볼 이들의 반응이 재호와 마찬가지일 것이라 예상하긴 한 모양인지 롱클린은 이어 설명했다.
[대해적의 증표는 총 다섯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다른 사람은 한 명도 없죠! 그렇다면 뭡니까?! 대해적의 자격을 지닌 제가 해적왕이 되는 게 당연하죠!]개소리 같으면서도 그럴싸한 헛소리.
[그래서 해적왕으로서 새로운 대해적들을 뽑아 볼까 합니다! 뭐, 제 말에 반박하고 싶으시다면 다른 대해적의 증표를 가져오셔야겠죠. 그게 아니면 아예 비교조차 안 되니까요!]광역 어그로를 시전하는 롱클린의 영상 조회수는 업로드 두 시간 만에 50만을 넘어설 정도.
댓글 반응 역시 대체로 험악했다.
아무리 자신이 대해적의 증표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해적왕이라 하니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밥그릇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밀 공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 줘야겠군.’
재호는 오랜만의 항해를 위해 고잉헬 호를 찾았다.
그리고 드워프들에게 항해를 위한 특별 주문을 부탁했다.
* * *
네잎클로버 연합의 일원이자 고잉헬 호의 선원 길드인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한동안 평범하지만 지루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오랜만의 소집령에 심장이 고동쳤다.
이번에는 또 무슨 기상천외한 퀘스트를 맞닥뜨릴지 벌써 기대가 되었으니.
“이게 얼마만의 원정이냐?”
“어디로 간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었지?”
“알아서 뭐하냐. 그냥 가만히 눈 감고 있다 목적지 도착하면 되지.”
고잉헬 호 앞에서 대기하며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배에는 또 뭔 짓을 해 놓은 거야?”
버팔로는 갑판 위를 덮어 놓은 기이한 철판 구조물을 둘러보며 물었다.
마치 뚜껑을 덮어 놓은 듯한 형태.
“최근에 갑자기 드워프들이 뭔가 하는 걸 보긴 했는데…….”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우리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가?”
버팔로는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바로 길드원 대부분이 엘리시아 화원의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기사단을 창설할 당시, 입단 테스트에 대거 참여해 정식 기사가 된 그들.
당시 나름대로 정체를 숨기긴 했지만, 항해가 잡힌 이상 들통날 수밖에 없는 상황.
“혹시 이걸로 알시아가 뭐라고 하진 않겠지?”
“…그럴 거야.”
“흠흠. 어차피 엘리시아 화원은 엘프들이 있으니 안전하겠지.”
“야! 솔직히 기사보다 엘프가 훨씬 든든하지 않냐? 난 그렇게 생각해!”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저들끼리 눈꼴신 합리화를 하던 중.
“너희 설마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헉?!”
뒤에서 불쑥 나타난 재호의 말에 그들이 펄쩍 뛰었다.
“으응? 무, 무슨 소리야?”
버팔로는 모른 척하며 물었다.
“너희 싹 다 기사들이잖아.”
“헉?! 아, 알고 있었어?!”
“그걸 못 알아보면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냐?”
이미 입단 테스트를 볼 당시에 다 알아챘던 재호였다.
“너희 말대로 기사단 말고도 화원을 지킬 사람은 많아.”
게다가 황명패가 공개된 상황에서 당장 간 크게 화원을 노리는 나라도 없을 터였다.
“그러니 괜히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눈치 보지 말라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너희 레벨은 복구 좀 했어? 훈련만 받아서 사냥은 별로 못 한 거 아냐?”
“레벨? 뭐… 그럭저럭?”
“어차피 우린 어느 정도 기본이 되어 있다며 패로우가 자유롭게 풀어 줬었거든. 단체 훈련 때나 참가하고.”
“다행이네. 가자마자 한바탕해야 할 가능성이 높거든.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에이, 난 또 뭐라고. 어차피 뉴월드는 끝없는 싸움의 연속이잖아?”
버팔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재호는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너희도 롱클린 영상 봤어?”
“아! 그 어그로꾼?”
“알지. 며칠 전에 갑자기 튀어나온 관종이잖아.”
뉴월드를 하는 이라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인이 된 롱클린.
“걔 잡으러 가는 거야?”
“에이, 그럼 쉽겠네. 누가 과거를 캐봤는데 별로 알려진 게 없더라고.”
철저한 무명.
하지만 재호는 그렇기에 더 경계했다.
[바다의 부름]은 결코 어설픈 사람이 찾을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말이었다.“너무 노골적으로 유인하는 게 수상쩍어. 아마 함정일 가능성이 커.”
“에이, 함정을 광역 어그로로 홍보한다고?”
버팔로는 말도 안 된다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재호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잉헬 호에도 특별 업그레이드를 해 놓은 것이고.
“일단 가 보자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곧 열리는 대해적 선발전.
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