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29
428화
롱클린이 [바다의 부름]의 파편을 찾아낸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것을 찾아내겠다는 목적이 있긴 했으나, 그 어디서도 단서를 구할 수 없었던 상황.
그런데 폭풍우를 만나 난파된 채로 표류하다 도착한 웬 무인도의 동굴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상에 있을 수도 있구나.’
재호는 당연히 바닷속에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상에서도 나올 수 있단 게 확인된 이상, 자신이 직접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대해적 지위를 원하는 수많은 해적 지망생들에게 미끼를 던졌다.
‘아트리우스 퀘스트는 이러고 기다리기만 하면 될 테고…….’
일단 하나 얻은 파편을 전해 주기 위해 재호는 아트리우스의 오션타워를 잠시 들렀다.
용왕 서루발과 마주한 재호는 간단한 인사 후, 물건을 꺼냈다.
“여기 [바다의 부름] 파편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재호가 내민 것을 대신 받은 인어가 조심스레 서루발에게 가져갔다.
“음……. 진짜가 맞다.”
잠시 살펴본 서루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했다.
“과연 알시아 대왕. 정말 대단하군.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에 한참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렇게 하나를 찾아낼 줄이야.”
“운이 좋았습니다.”
진짜로 운이 좋았다.
“행운도 붙잡을 수 있는 자에게나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감사합니다!”
“음!”
“…….”
“…….”
“……?”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며 흐르는 침묵.
“가 봐도 좋네.”
“아! 알겠습니다.”
재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오션타워를 빠져나왔다.
‘작은 보상이라도 줄줄 알았더니…….’
애초에 이 끔찍한 난이도의 퀘스트 보상도 서루발의 신뢰를 얻는 것 말곤 없었다.
그런 지경이니 파편 하나 정도 가져가 봐야 받을 건 칭찬 말곤 없었던 것이다.
다시 고잉헬 호를 타고 대륙으로 복귀한 재호.
‘후, 이제 좀 쉬어야지. 제국 일도 기다리기만 하면 되고.’
당분간은 원정을 나갈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요즘은 뭐, 빅썬더도 디노스 섬에 가자는 소릴 영 안 하니…….’
엘리시아 화원에 미네랄워터의 연습실이 생긴 이후, 빅썬더는 자신의 컨셉을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사냥을 멈추고 미네랄워터의 여자아이돌 그룹인 스플래쉬의 보디가드 겸 레벨업 교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최고 레벨 플레이어의 근황이라기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에선 여러 목격담이 나오고도 있었고, 빅썬더가 보이는 의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진) 야! 이거 빅썬더 맞냐?
└맞는 거 같은데? 쟤 저기서 뭐하냐?
└옆에 있는 여자들은 누구임? 여자친구들임?
└미친 새끼냐? 뒤질래? 스플래쉬잖아!
└스플래쉬가 뭔데? 또 찐따들만 아는 소리 하냐?
└모르면 그냥 지나가라. 괜히 우리 애들 끄집어 내리지 말고.
-아니, 근데 빅썬더가 대체 왜 스플래쉬랑 있음?
└난들 아나. 짤 보면 사냥하는 거 같기는 한데.
└스플래쉬 고레벨임?
└아닐 듯. 저쪽 사냥터 중저렙 전용임.
-황재호 그 자식은 우리 슾둥이들한테 뭔 짓거리를 하려는 거냐?!
└응? 여기서 황재호가 왜?
└보나 마나 그 자식이 한 짓일 테니까.
└빅썬더랑 스플래쉬가 같이 있고, 알시아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이걸 걸고넘어진다고?
-야, 어쨌든 지금이 기회란 거지?
└뭔 기회?
└빅썬더 넘어서 렙 랭킹 1위 찍을 기회.
└엌ㅋㅋㅋㅋ
-아니 근데 진짜 뭐냐고오오! 빅썬더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데!! 설마 버스 태워 주는 거야?
└빅썬더가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냐? 극한의 효율을 따져 가면서 사냥하는 기계인데.
└그렇다기엔 디노스 섬에서 알시아도 버스 태워 줬잖아.
└니 눈에는 그게 버스로 보이더냐? 내 눈에는 덤프트럭 두 대로 보이던데.
-멍청한 놈들아. 당연히 저거 합성이지ㅋㅋㅋㅋ 저 짤을 믿냐? 어디 비슷한 인간 세워놓고 너네 방심시키려는 빅썬더의 술수임. 아마 지금 미친 듯이 폭렙할 거임.
└그런데 실제로 최근 빅썬더 브이튜브 업로드가 뜸한데? 노잼이긴 해도 걔 그거 안 올리면 돈 벌이도 없을 텐데 다 숨겨두고 혼자 사냥한다고? 그럴 이유가 없지.
└빅썬더 정도면 이미 벌 만큼 벌었으니까.
└너네 왜 빅썬더 본업이 없을 거라고 확정을 지어 놓냐?
└시간 갈아 넣어야 하는 게임인데 랭킹 1위가 있겠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빅썬더의 근황.
브이튜브에서 자신의 개인사 관련한 이야기는 조금도 하지 않았기에 발생하는 논란이었다.
그 누구도 실은 빅썬더가 스플래쉬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재호가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를 이끌고 잠시 떠난 사이, 빅썬더에게 따로 부탁한 또 다른 것이 있었다.
그리고 용케 목격짤에서 그것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고…….
-근데 저 스플래쉬 뒤에 그림자처럼 있는 남자 서우현 아님?
└어? 그러게. 그러면 역시 황재호랑 관련이 있는 건가?
다름 아닌 일성 플라워즈의 새 멤버 서우현이 빅썬더 근황 짤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의 모자란 레벨을 올리기 위해 재호는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에게 붙여 놓았었다.
그들도 추락한 레벨을 복구하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 우현도 거기서 레벨업을 꽤 많이 했다.
하지만 슬슬 레벨 복구가 많이 되자 각자 플레이 시간이 늘어난 시베리아 바다호랑이 길드였고, 우현도 레벨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마침 빅썬더의 소식을 들은 재호가 부탁한 것이었다.
그렇게 빅썬더의 레벨업 스쿨에 들어간 우현은 스플래쉬와 열심히 레벨업했다.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회 무대를 위해…….
* * *
“…해서 이젠 우현이도 한번 출전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네에?!”
팀 연습 후, 팀원들이 모인 앞에서 발표된 두표의 결정에 우현이 사색이 되었다.
“전 이제야 300레벨을 막 넘었는데요?”
입단 당시, 200 극초반 레벨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레벨링 속도긴 했다.
하지만 현재 리그 내 선수들의 평균 레벨이 300 중반인 점을 생각하면 한참 모자랐다.
“맞아. 하지만 이미 리그는 막바지에 도달했고, 우리는 우승 확정이나 다름없는 상태잖아?”
일성 플라워즈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총 24라운드 중, 현재 20라운드까지 진행된 리그.
그리고 일성 플라워즈는 전 라운드 전승을 기록 중이었던 것!
게다가 승점도 126점으로, 90점으로 2위인 MK와는 무려 36점 차이가 나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일성 플라워즈의 우승은 확실한 상황.
“하지만 제가 그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자신 때문에 2위로 떡락 후, 리그를 마감하는 미래를 상상해 본 우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대 규모의 팬덤을 가진 일성 플라워즈이거늘…….
또한 일성 플라워즈와 MK의 악연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력으로는 격차가 있을지 몰라도 복잡한 과거사 탓에 감정적인 라이벌 이미지로 자리를 잡은 두 팀.
그 사이에서 어쩌면 최악의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벌써 불면증이 오는 것 같았다.
“하하, 괜찮아. 어차피 한두 판 져도 재호 이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완식은 재호의 등을 퍽퍽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게 우현 입장에선 더 부담스러운 소리였다.
“뭐… 재호에게만 의지해선 안 될 일이지만 틀린 말이 아니긴 해. 그리고 우리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널 절벽으로 밀 이유도 없고.”
그럼에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우현을 출전시키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도 슬슬 실전 경험을 해 놔야 뉴월드컵 때 제대로 할 수 있을 테니까.”
뉴월드컵!
각국에서 진행 중인 리그의 우승, 준우승팀이 모여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뉴월드 최고 대회.
약 한 달 뒤인 뉴월드컵이 열릴 때쯤이면 우현의 레벨도 300 중반쯤은 될 터였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최대 규모의 대회를 덜컥 출전시킬 순 없었다.
“그게 오히려 팀적으로는 마이너스야. 실전을 제대로 경험해 봐야지.”
우승이 확정된 상황이니 그 정도 여유는 얼마든지 부릴 수 있었다.
“물론 여유라고 생각해선 안 되겠지만. 특히 우현이 너는 각오해야겠지. 이번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겠어?”
“그, 그래야겠죠?”
우현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기대 반, 걱정 반인 상황.
아니, 엄밀히 말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칫거리 이미지가 강했다.
우현을 둘러싼 질 나쁜 루머 탓에 지속적으로 논란이었으니까.
그래도 최근 사건의 전말이 확실히 밝혀진 덕분에 이미지는 개선이 되었다.
결국 남은 건 실력을 증명하는 것뿐.
‘아직 레벨도 충분히 못 올렸는데 될까?’
하지만 역시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텁-
그때, 우현 옆에 있던 재호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충분히 일인분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도록 다들 도울 테니까. 널 위한 무대를 준비해 놨어.”
“재호 형…….”
차마 ‘노골적으로 절 밀어 주면 더 욕먹지 않을까요?’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과 달리, 우현은 아직 재호의 의도하지 않은 중압감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베일에 싸여 있던 일성 플라워즈의 서우현! 드디어 출전!] [최강헌터서우현! 과연 닉값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일성 플라워즈 “서우현이 출전하지 못했던 것은 충분한 레벨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마침내 찾아온 21라운드 경기 날.
전 세계의 이목이 일성 플라워즈의 비밀무기(?) 우현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우현의 데뷔전을 위해 일성 플라워즈가 준비했다는 특별한 무대.
그 실체는 현재 리그 2위인 MK를 상대로 무려 선발 출전을 시키는 것이었다.
바로 재호를 대신해서……!
우현 입장에선 매워도 너무 매운 데뷔전이었다.
일성 플라워즈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나 다름없는 재호가 빠지고 자신이 들어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이미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무심결에 봤던 커뮤니티의 충격적인 글들에 멘탈 대미지도 크게 받은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인 도박사들의 예상 승률 100%이던 일성 플라워즈가 무려 52%로 하향 조정된 것이다.
‘지옥… 지옥이야…….’
감당키 힘든 정신 고문에 휘청거리며 대회장으로 향하는 우현.
“우현아!”
그런 우현을 재호가 잠깐 불러 세웠다.
“아… 재호 형.”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우현.
그러면서도 내심 지금이라도 선발 출전 명단을 바꿔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힘내! 넌 할 수 있어!”
주먹을 불끈 쥐며 협박… 아니, 전형적인 응원을 해 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네.’
우현은 저 별 것 없는 재호의 응원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어깨가 펴졌다.
정말로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이는 재호의 저 표정.
그리고 진심으로 우현을 믿고 있음이 느껴지는 단단한 주먹까지…….
아직 적응되지 않는 재호를 향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 그렇구나!’
그제야 깨닫게 된 우현.
‘그냥 나 혼자 지레 겁을 먹었던 것뿐이었어.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재호의 적이 아닌 아군이었으니까!
“고마워요, 형!”
“응? 어, 으응.”
장황한 격려를 준비하고 막 입을 떼려던 재호는 갑자기 눈빛이 변한 우현의 모습에 다시 다물었다.
아무래도 그럴 필요는 없을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뭐, 잘할 거야.’
오늘 모든 경기를 우현이 다 뛰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어디까지나 모자란 대회 경험을 채우기 위한 것.
그리고 MK와 같은 강팀은 특히나 좋은 경험이 될 터였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현이 승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첫 경기… 잘 쳐 주면 2경기까지일 거야.’
우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첫 경기에선 일성 플라워즈가 확실히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 경험이 아무래도 다소 부족한 우현을 MK가 두 번째 경기부터는 제대로 공략할 가능성이 컸다.
‘운이 좋으면 2승. 그 이상은 무리야.’
그럼에도 우현을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알고 있었다.
그를 최소 세 경기는 무조건 뛰게 하기로 약속되어 있단 것을…….
다소 잔인하다고 할 수도 있을 처사였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일.
패배 경험도 좋은 경험치였다.
‘하지만 우현이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하는 건 확실히 성공할 거야.’
재호는 우현이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것임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