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32
431화
우승 시상식 이틀 뒤, 일성 플라워즈에서는 성대한 우승 행사가 열렸다.
이전 연습 리그에서도 물론 축하 행사를 열어 주긴 했으나, 첫 공식 리그에서의 우승인 만큼 훨씬 신경을 써 준 모양새였다.
그곳엔 옥한돌 회장의 가족 전원도 참석할 정도였고, 일성 플라워즈와 인연이 있는 많은 이들이 초청을 받았다.
개중 오늘의 행사를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 건 단연코 미네랄워터 소속 연예인들의 참석이었다.
악어가족과 스플래쉬 등, 소속 연예인들의 축하 공연 후 함께 어울려 우승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시간은 흘러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마침 팀원들만 한 테이블에 모였을 때 완식이 입을 열었다.
“흠흠, 사실 오늘 너희들한테 전해 줄 소식이 있어.”
의미심장한 시작에 팀원들 모두가 완식에게 집중했다.
“어제부터 나랑 진아랑…….”
“아, 사귀는 거야?”
“?”
눈치 없이 말을 끊고 내뱉은 다키스트의 한마디에 완식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 아, 아냐? 미안…….”
“아니, 맞긴 한데.”
“…어? 그래? 축하해.”
“추, 축하해.”
물 흐르듯 알게 된 두 사람의 연애 소식에 다른 이들은 어색하게 축하했다.
하지만 별로 새로운 것 없는 이야기이긴 했다.
두 사람이 게임 내에서도 내내 붙어 다닌 건 다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같은 교단인 탓에 함께 활동하기도 유리한 점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분이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되게 중요한 거 같은데 아니라고?”
팀원들은 또 한 번 당황했다.
두 사람의 연애 소식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우리 둘 다 유니크 클래스로 승급했어!”
“헉?!”
“지, 진짜로?! 와!”
게임하는 사람들답게 연애보다 그게 더 중요한 소식이긴 했다.
지금까지 완식의 클래스는 [최하급 사제]로 전직한 이후, 레어 클래스 [근육 사제]로 승급한 상황.
그리고 유니크 클래스 [은막의 성녀]에서 레어 클래스 [방황하는 성녀]로 강등되었던 진아.
그래서 두 사람은 그간 유니크 클래스의 단서를 함께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마침내 그 결실을 본 것이다.
“그럼 연애를 시작하게 된 것도 그거랑 관련 있는 거야?”
다키스트의 물음에 완식과 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유니크 클래스를 얻으면 정식으로 만나기로 했지. 아무래도 연애보다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저, 정말 축하해!”
어쨌든 둘 다 축하할 일인 건 사실이었으니 모두가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럼 이제 우현 빼고 전원 유니크 클래스가 된 건가?”
사만다의 물음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따지면 재호도 아니긴 했지만, 애초에 후계 클래스라는 등급 외의 클래스였으니까.
“그래서 두 사람 클래스는 뭔데?”
“난 [네크로힐러].”
“나는 [타락성녀]야.”
“…….”
“……?”
상당히 혼란스러운 클래스명에 다시 찾아온 침묵.
“놀리는 거 아니지? 일부러 농담이랍시고 서로 안 어울리는 단어 두 개 붙인 거 아냐?”
마치 짠 듯한 두 사람의 클래스명은 누가 듣더라도 의심할 만했다.
“하하, 처음엔 나도 보고 의심이 들더라. 근데 뜻만 보면 그렇게 나쁜 게 아니야.”
“뜻이 뭔데?”
“죽은 자도 살릴 정도로 힐을 빡세게 한다는 거지.”
“…….”
상당히 무서운 의미.
“그럼 진아는……?”
“나? 난 뭐 이름 그대로야. [방황하는 성녀]에서 [타락성녀]로 인증받은 거지 뭐.”
다만 완식과 달리 진아는 자신의 클래스명에 상당히 불만을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지긋지긋한 성녀 타이틀 좀 떨어졌으면 했는데, 기어코 안 사라지더라.”
“그, 그래……. 거참 안타깝네.”
어쨌든 두 사람이 유니크 클래스로 승급한 건 잘된 일이었다.
이제 뉴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대폭 파워업이 된 것이니 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연애 소식과 유니크 클래스 승급 소식으로 자리는 더 떠들썩해졌다.
* * *
대륙에 위험을 초래할 만한 수많은 사건을 알고 있는 재호지만, 대회가 끝난 이후로는 그 어느 때보다 심적으로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대회가 없으니 팀을 위한 맞춤 꽃템을 준비하느라 바쁘지도 않았고, 벌려 놓은 여러 퀘스트들은 이미 재호의 손에서 떠난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재호의 행동 방향성이 정해질 퀘스트들.
재호가 먼저 나서서 할 만한 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오는 것들이었다.
‘하필이면 무턱대고 시작했다간 대륙 공적이 되기 딱 좋은 것들도 많고.’
그러니 얌전히 몸을 사린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기다리던 소식 하나가 도착했다.
“폐하. 천사 스피단이 찾아왔습니다.”
천과수 관리를 위해 대륙 각지를 정처 없이 다니는 탓에 연락이 쉽지 않았던 스피단이 마침내 나타난 것이다.
고오오-
꽃집을 나온 재호는 광채를 뿜어내며 성스러운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는 스피단과 마주했다.
“불 좀 꺼 줄래?”
재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미 천사들의 저런 짓이 전력 효율 나쁜 조명이란 걸 재호는 알고 있었다.
“하하…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하시군요.”
민망한 웃음과 함께 빛을 지운 그는 재호를 따라 꽃집 옆의 정자에 마주 앉았다.
“흠…….”
재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스피단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 왜 그러십니까?”
“피부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데? 너 혹시 천과도 슬쩍슬쩍 빼먹어?”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펄쩍 뛰며 손을 내젓는 스피단이었지만, 이미 티가 잔뜩 나는 행동이었다.
“…많이는 아닙니다.”
그 표정을 읽은 스피단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시지 않습니까? 천사가 지상에서 활동하려면 아무래도…….”
“알아 알아. 천과가 천사들의 보양식이란 거.”
“아니,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만한 게 아니라…….”
“얼마나 먹었어? 기왕이면 좀 많이 먹었으면 좋겠는데.”
“네?”
예상과 다른 재호의 물음에 스피단이 당황했다.
“혹시 은근슬쩍 저를 떠보시려는 겁니까……?”
“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거 먹으면 천사들은 더 강해지는 거 아냐?”
“뭐… 대충 설명하면 그렇긴 합니다만…….”
스피단에게 부탁하려는 걸 생각한다면 그가 강해질수록 재호 입장에선 좋았다.
“너 혹시 무한서고 가 본 적 있어?”
“헙?!!”
천과를 서리한 것을 들켰을 때보다 더 놀란 얼굴의 스피단.
“그,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저번에 한번 다녀왔거든.”
“무한서고를 말입니까?! 그곳은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일 텐데…….”
“프티머스 님이 많이 도와주셨지.”
“예? 프티머스 님이요?”
“아, 그리고 이것도 받았어.”
재호는 프티머스의 오르골을 보여 주자 스피단은 거의 까무러치기 직전이 되었다.
“그, 그, 그게 왜 거기 있습니까?!”
“프티머스 님한테 받았지.”
“맙소사! 정의가…….”
스피단은 정의의 대천사가 저질러 놓은 일탈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지만 재호는 그렇게 난리가 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왜 그래? 프티머스님이 융통성이 좋을 뿐인 걸.”
“그, 그렇다고 해도 천계를 편법으로 출입하는 게 괜찮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천과를 슬쩍 빼먹는 건 괜찮고?”
“…….”
스피단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무튼 얼마나 먹었어? 아니, 너는 무한서고 가 본 적 있냐고.”
“…당연히 가 봤습니다. 과거 15층까지 가 봤었습니다.”
19층까지 가 봤던 초하나보다 낮은 층수로 정보의 퀄리티가 떨어질 터였다.
“하하… 초하나 님도 아십니까?”
이제는 놀랄 힘도 없다는 듯, 스피단이 축 처진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대체 뭘 이야기하려고 그런 걸 물어보시는 겁니까?”
“별건 아니고…….”
하지만 이미 무한서고와 관련된 이상 별것일 가능성이 컸다.
“거기서 정보를 좀 얻어 줬으면 해서.”
“…….”
역시나 천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요청.
“정보를 대리 조회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초하나는 해 주던데?”
“…….”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동족들이라고 스피단은 생각했다.
“그러면 차라리 초하나 님에게 다시 부탁하는 게 어떻습니까? 저보다 더 높이 오르셨는데.”
“아, 그러려고 했는데 걸려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또 걸리면 큰일 난다던데?”
“…그럼 저는 큰일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야 너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고, 나를 대신해서 정보를 조회하고 있을 거라고 다른 천사들이 생각하기 힘들 테니까?”
물론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지만, 재호는 딱 한 번의 정보만 얻으면 충분했다.
“그래서 천과를 많이 먹었냐고 물어보신 거군요…….”
재호의 꿍꿍이를 완전히 이해한 스피단.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생각보다 더 양심적인 천사였다.
“저 그렇게 많이 안 먹었습니다. 딱 지상에서 계속 머물 수 있을 정도로만 먹었을 뿐…….”
“뭐? 에이, 거짓말…….”
[상대는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헉?!”
놀랍게도 정말이었다.
“많이 안 먹고 뭐한 거야?! 천사답지 않게!”
“처, 천사답지 않다는 게 무슨 말씀입니까?! 프티머스 님을 욕보이는 건 그만두십시오!”
“난 프티머스라고 안 그랬어.”
“앗! 흠흠…….”
하지만 어쨌든 이래선 무작정 무한서고로 밀어 넣기도 곤란했다.
초하나가 그랬듯, 여러 번 무한서고에서 대리 조회를 하는 건 위험했다.
특히 이번에 재호가 알고 싶은 건 틴라이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
천계에서 정령화장인 재호를 특정해 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딱 한 번의 기회에 만족할 만큼 정보를 얻어야 해.‘그럼 스피단을 최대한 강화한 후에 보내야 했다.
“스피단! 요즘 바빠?”
“바쁠 겁니다!”
불안함에 얼른 긍정했으나 이미 재호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나한테 거짓말은 안 통하는 거 알지?”
“…….”
재호는 이참에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내 안대로 네 거짓말 판별이 안 될 때까지 강해지자.”
“예……?”
“아나볼릭 교단에서 훈련 좀 받자.”
“저, 저 천사인데요? 왜 그 미친… 아니, 마굴에서 훈련하라는 겁니까?”
굳이 정정까지 하면서 고른 단어가 더 자극적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재호는 모른 척 넘어갔다.
“괜히 아나볼릭 교단을 추천하는 게 아니야. 다 이유가 있거든. 천사인 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거야.”
아나볼릭 교단은 얼마 전, 이 대륙에서 유일하게 신이 현신한 교단이었다.
즉, 현재 아나볼릭 교단, 정확히는 스트로앤 주교는 그야말로 신성력 항아리 그 자체!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 신성이 힘의 근원인 천사들에겐 누구보다 가까이 두고 싶은 존재일 터였다.
“아… 얼마 전 대륙에 웬 신께서 강림하셨던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나볼릭 신은 조금… 뭐랄까…….”
감히 신을 함부로 모욕하진 못하지만, 분명 ’듣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리라.
“스피단.”
재호는 그의 어깨에 손을 텁 올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대천사… 욕심나지 않아?”
“?!!”
재호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단어.
“대, 대천사!!”
감히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그 위엄 넘치는 단어.
모든 천사의 동경의 대상이며, 요즘 신세대 천사들 사이에선 오히려 신보다도 더 존경받는 존재들!
“하, 하지만 대천사는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천계에서도 새로운 대천사가 나온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긴 고행과 깨달음을 거쳐야만 가능한 것이었고, 요즘 천사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만했던 것이다.
“그게 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사실 재호 입장에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계산적으로 따진다면 철저히 자신이 손해를 보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게임이며, 틴라이트에게 감추어진 비밀을 알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아나볼릭 교단의 천과. 그걸 일주일에 세 개씩 제공해 줄게. 그걸로 힘 좀 제대로 한번 키워 보자.”
“…꿀꺽.”
아마 천사의 목젖도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리라.
“혹시 대천사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물어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에이, 아니지. 나도 대천사가 그렇게 뚝딱 될 수 있다곤 생각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
“흠흠… 그럼 조심스럽게 한 번…….”
결국 스피단은 넘어오고 말았다.
다른 것보다 천과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준다는 건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