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46
445화
그라타 대주교의 부탁을 수락한 뒤, 재호는 현재 자신은 마계를 다녀올 계획임을 확실히 인정했다.
‘안대로 확인하고 싶어도…….’
그라타 대주교 또한 전설 NPC인 탓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재호에게 진심을 말한 게 분명했다.
적어도 대화 과정에서 보였던 모습이나 태도에서 거짓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봤던 옵티마 교황의 첫인상도 솔직히 별로긴 했으니까.’
당시 만남에서 굉장히 세속적이며 권력을 추구하는 인물로 보였던 탄보르 교황.
아마 그라타 대주교가 말하는 사기꾼 중, 가장 거물이 탄보르 옵티마 교황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또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직급인 대주교로서도 손을 쓸 수 없는 문제라면… 높은 확률로 교황의 문제이리라.
하지만 그런 점을 굳이 캐묻진 않았다.
굳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깨트릴 수도 있는 짓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퀘스트*] [대륙에선 더는 들리지 않는 옵티마 신의 의지.그로 인해 옵티마 교단 내부에서는 수많은 혼란과 병폐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신앙은 점점 더럽혀져 가고 있습니다.
그라타 대주교는 교단 내에 남은 몇 안 되는 신실한 성직자이며, 어떻게든 옵티마 교단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단, 이미 기울어진 교단을 세우려면 위대한 존재의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퀘스트 목표 : 옵티마 신의 흔적 찾기.] [보상 : 1. 그라타 대주교의 신뢰.
2. (연계 퀘스트)]
“음?”
보상 내용이 특이했다.
‘이어지는 다른 퀘스트를 보상으로 준다고?’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 할지 의문이었다.
미리 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재호가 어떤 식으로 이번 퀘스트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려는 모양이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만, 저도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교단에서도 실패한 일이니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는 이 일의 난이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계속 궁금했는데 대체 제가 마계를 간다는 건 어떻게 안 겁니까?”
그렇게 비밀리에 준비했거늘, 티나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던 게 도대체 어디서 샌 것인지 궁금했다.
“최근 진아킴 성녀가 악마와 관련된 정보들을 많이 찾아보더군요. 제게도 그와 관련된 여러 조언을 구하기에 짐작했습니다. 임모탈리언들이란 두려움이 없는 존재들이지 않습니까? 마계 정도는 목적이 있다면 갈 수도 있겠지요.”
“아…….”
“제게 직접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나, 온갖 정보를 모은 뒤에 이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직감했습니다.”
“그래도 보통 사람이라면 마계에 대한 추측 자체를 못 할 텐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마 남들에게 이야기해 봐야 말도 안 되는 비약이라며 놀림밖에 안 받겠지요.”
결론적으로 굉장히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재호를 찾아온 그라타 대주교였으나, 다시 말하면 그만큼 현 옵티마 교댄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잘못된 길을 가는 교단을 바로잡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간절함…….
“왜 마계를 가려는 것인지는 궁금해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그곳에 혹시 모를 옵티마 신의 흔적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라타 대주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부탁한 뒤, 그렇게 화원을 떠났다.
* * *
마침내 마계로 떠나는 날이 되었고 일행은 인적이 드문 황무지에서 모였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인원은 재호, 완식, 테일러, 진아, 사만다, 레드, 스트로앤, 그리고 빅썬더도 결국은 합류했다.
역시나 마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냥해 볼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욕심이 난 모양이라고 생각했으나…….
“다행히 진행 중이던 스플래쉬의 중요 퀘스트가 종료되었지. 당분간 각자 활동을 한다고 하니 나도 짬이 났다.”
“아… 그래…….”
재호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하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파이라 쪽에서는 신호가 없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고 했으니 이렇게 막연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 맞다. 너희 그라타 대주교가 화원에 왔다 간 건 알아?”
재호는 문득 떠오른 그라타 대주교의 이야기를 완식과 진아에게 물었다.
“아, 그래? 몰랐네.”
“대주교가 왔었다고? 그 양반이 뭐하러 여기까지 왔대?”
재호는 두 사람에게 그라타 대주교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설명해 주었다.
“참나. 그 양반은 우리한테 이야기는 안 하고 왜 너한테 그랬대?”
완식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뭐, 이미 너희도 가는 걸 다 알고 있으니 그런 거 아닐까?”
“글쎄……. 그 독한 영감이라면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도 몰라.”
완식은 그라타 대주교를 별로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으나 진아는 아니었다.
“그래도 교단 내에 그만한 사람 없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별로 평판이 안 좋긴 하지만 말이야. 딱 얘처럼.”
“응? 그런데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렇지. 생각해 봐. 플레이어들이 좋아할 만한 NPC라고 하면 퀘스트 쉽고 보상은 퍼 주는 타입일 게 뻔하잖아?”
퀘스트는 빠르게 쳐 낼수록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
그렇기에 힘들고 난감한 퀘스트를 주는 NPC일수록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기피 대상으로 꼽히기 일쑤였다.
그라타 대주교 역시 그런 NPC로 옵티마 교단 소속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도 엄청 어렵고 보상도 애매하기로 유명해. 하지만 호감도를 착실히 쌓아 놓고 상위 퀘스트로 올라가면 보상이 점점 커져. 내가 직접 경험해 봤고 그래서 완식이한테도 추천해 준 거야.”
“덕분에 초중반에 진짜 개고생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완식이 말을 덧붙였다.
“뭐래. 그거 아니었음 너 유니크 클래스가 되지도 못했을 거야.”
진아는 완식을 툭 치며 핀잔주었다.
“그런데 정작 그라타 대주교는 널 아직 성녀라고 부르던데?”
재호의 물음에 진아의 얼굴은 딱딱히 굳었다.
“맞아……. 날 성녀로 만든 것도 그 양반이거든. 아직도 미련을 못 놓고 있지.”
“…너 조금 전이랑 반응이 좀 다르다?”
“앗? 그랬나? 하지만 친한 건 사실이야.”
진아는 얼른 수습하며 말했다.
“푸른 산호 섬 사건 당시에 그라타 대주교를 부른 것도 내 친분 덕이란 거 잊지 말라고.”
그녀의 말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교단 내에 파벌이 복잡하게 나뉘어 있어서 완전 모래성이나 다름없어. 특히 이번에 네가 일으킨 흑마법사 탑 논란으로 더 시끄러워졌지.”
진아가 보기엔 최악의 경우, 옵티마 교단 내에서 내전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라타 대주교가 널 찾아오기까지 한 걸 테지. 삐끗하는 순간 피바람 불 것 같으니 어떻게든 멈춰 보겠다고.”
“…….”
재호는 새삼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짓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이미 타락하기 시작한 교단이기에 언젠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잘됐네.’
대륙을 꽉 잡은 5대 교단 중,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던 옵티마 교단이 흔들린다면 그만큼 아나볼릭 교단이 영향력을 키우긴 쉬워질 것이다.
[대악마 파이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뭐야. 네가 뭘 안다고 고개를 끄덕여?’
[???]“아! 아니구나.”
그게 모든 준비가 되었다는 파이라의 신호란 걸 뒤늦게 깨달은 재호.
“우리 쪽도 준비가 다 됐어.”
[대악마 파이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쿠르르-
파이라의 대답이 돌아온 직후, 재호의 머리 위쪽에서 불길한 먹구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썩은 핏물처럼 탁한 빛의 구름은 커다란 뱀이 기어 다니는 것처럼 일렁이며 구멍을 만들어 냈다.
쩌-억.
커다란 괴수의 아가리가 벌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간이 갈라졌고, 이글거리는 마계의 열기가 물씬 느껴졌다.
“좋아. 가자!”
왕-!
“?”
그 순간, 재호의 뒤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강아지 소리.
왕왕! 왕!
고개를 돌리니 뜬금없이 헬트리버가 나타나 마계의 균열을 향해 짖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헬트리버의 목줄을 쥔 것은…….
“헉…헉……. 앗! 알시아 님! 마침 산책을 하다 보니 이런 우연이!”
“티나?!”
콰르르르-
하지만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균열은 그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 * *
마계 특유의 탁하고 텁텁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찼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생명체들의 내장 같은 것들로 얼기설기 얽힌 붉은 공간.
그 소름이 끼치는 장소 가운데 붉고 거대한 크리스탈이 세워져 있었다.
주변에서 꿀렁이는 것들은 모두 그 크리스탈과 이어져 있었는데, 그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웬 거구의 남자가 눈을 감고 있었다.
“뭐지? 저거 낯이 익은…….”
[쿨럭-! 커헉!!]그 순간, 갑자기 피를 왈칵 토하는 상대.
그리고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확실히 떠올랐다.
“마, 마왕이잖아?!”
차원을 넘어왔더니 코앞에 뜬금없이 마왕이 있는 상황.
“여기요! 여기입니다!!”
그때, 그들 뒤쪽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고개를 돌려 보니 작은 덩치의 한 악마가 재호 일행을 향해 급히 손짓 중이었다.
“이, 이쪽입니다! 얼른 저를 따라오십시오!!”
아무래도 파이라가 보낸 안내자인 모양.
“저거 마왕 아냐? 왜 저러는 건데? 그리고 티나 너는 또 어떻게 된 거고?!”
“시,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었으나 다급한 악마의 외침에 일단은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
악마는 앞이 막힌 벽으로 안내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가운데 몸을 겨우 넣을 만한 구멍이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살아서 꿀렁이는 내장 같은 걸 보니 이곳에서 뽑아낸 모양.
“이쪽으로 들어가십쇼!”
“야! 이거 괜찮은 거야? 마왕 영양분으로 쓰는 거 아냐?!”
수상쩍기 그지없는 곳으로 몰아넣으려는 악마의 행동에 재호가 거부반응을 보였다.
“아, 아닙니다!! 이쪽은 제가 들어온 곳이란 말입니다! 어서 떠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악마들이 올지도 모릅니다!!”
“젠장!!”
결국 재호 일행은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고, 마지막으로 악마도 들어오며 내장 같은 걸 다시 원래대로 연결했다.
쭈욱- 쭈욱-
불쾌한 소리와 촉감이 느껴지는 안쪽은 사람 한 명이 겨우 기어서 지나갈 정도의 공간.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 체구가 큰 재호나 스트로앤 주교 입장에선 보통 좁은 게 아니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금방 이곳에서 나갈 수 있으니…….”
악마의 격려를 받으며 약 10분 정도 복잡한 통로를 기어간 그들은 마침내 몸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에 도착했다.
“휴! 여기는 마왕성 수로입니다. 이제야 한숨 돌릴 수 있겠군요!”
악마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같은 기세인 재호의 모습에 악마는 움찔했다.
방금까지는 워낙 다급했기에 그냥 넘어갔지만, 사실 재호의 존재감은 그와 같은 하급 악마는 쉬이 감당할 수 없었으니…….
“저, 저는 파이라 님의 전령 오콤입니다.”
“그래, 오콤. 조금 전에 본 그거 마왕 맞지?”
재호의 물음에 오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곳은 마왕님께서 회복을 위한 안식처입니다.”
재호로 인해 역소환을 당한 뒤, 그곳에서 줄곧 잠들어 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가 거기서 튀어나온 거야? 마왕은 왜 갑자기 피를 뿜어 대고?”
“아…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
“히익?!”
재호의 미간이 구겨지자 녀석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저, 정말입니다! 저는 그저 파이라 님의 명을 받아 정령화장님을 모시러 나온 것일 뿐입니다!”
“…쳇.”
모른다는 걸 계속 붙잡고 추궁할 수도 없는 일.
“함정은 아니겠지?”
“그,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한데…….”
“응?”
쓸데없이 솔직한 발언.
꽈악-
그러자 어느새 자연스럽게 재호 옆에 붙은 티나가 드래곤의 뼈로 만든 너클을 손에 끼며 작업(?)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