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48
447화
마왕성이 있는 헬베스트 산과 그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싼 암장숲은 마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곳을 중심으로 일곱 대공의 영토가 원형 그래프처럼 나누어져 있었는데, 각 대공의 권세에 따라 영토의 규모에는 차이가 있었다.
영토 접경 지역에서 늘 크고 작은 전쟁 중이기 때문이었는데, 파이라령의 경우엔 현재 전성기 시절보다 거의 절반 이하로 영토가 줄어 있었다.
원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재호.
마계로 역 소환 이후, 힘을 쪽쪽 빨아먹힌 탓이었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파이라령의 분위기와 달리, 암장숲과 붙어 있는 ‘코르바’라는 도시는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분쟁이야 다른 대공들의 영토와 맞닿아 있는 접경 지역에 한정된 것일 뿐, 헬베스트와 암장숲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비전투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각 대공의 영토에는 이런 전투 불가 도시들이 하나씩 있었다.
그곳들은 서로 다른 영토와 활발히 교류하며 번성하며 마왕성, 암장숲과 함께 마계 최대 상업 구역을 구성했다.
분쟁이 일어나도 이 도시들만큼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게 마계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그런 코르바라 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
코르바에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선술집인 ‘끝내주는 파이라’.
그곳의 주인인 악마 주민 락토는 약해진 파이라의 권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 중 한 명이었으니까.
“후우…….”
암장숲과 맞닿아 있는 가장 외곽의 장소에 있는 끝내주는 파이라, 그곳의 테라스에 걸터앉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었다.
“어이! 락토! 왜 그렇게 죽상이야?”
때마침 마차를 끌고 코르바를 나서던 다른 악마의 인사 겸 잔소리에 그는 손을 휘휘 저었다.
“말도 마. 요즘 걱정에 잠도 못 잘 지경이니…….”
“왜 그래? 마계 최고의 맥주 장인이면서 뭘 걱정하는 건가?”
“맞아. 그래서 걱정이야. 사실 파이라 맥주의 핵심 재료인 베기스령의 마밀을 더는 공급해 주지 않겠다고 했거든.”
식욕의 대공이 다스리는 베기스령.
그곳의 뛰어난 맥주 재료인 마밀은 락토의 수제 맥주의 핵심 재료였다.
“음? 아니 대체 왜?”
마부는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
“뭐… 보나마나 뻔하지. 베기스 대공께서 그만 파이라령을 떠나 자신에게 오라고 협박하는 게…….”
“뭐라고?! 그런 치사한! 아무리 식탐 대장이라지만 그런 게 어딨나! 어디 최고의 맥주 장인을 빼돌리려고 그래!”
“하하……. 아무튼 원래라면 오늘이 마밀 납품일인데… 혹시나 해서 기다리곤 있는데 역시 소식이 없으려는 모양이야. 쯧!”
암장숲을 넋 놓은 채 멍하니 바라보던 락토가 결국 포기하고서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암장숲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서, 설마……!”
괜히 기대하고 있던 그는 잠시 희망을 품었으나, 마차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곤 포기했다.
“그런데… 뭐지 저것들은?”
실망은 잠시 뒤로한 채, 이제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행색에 락토는 당황했다.
인간과 닮은 악마들 여럿.
그런 외모 자체는 별로 새로운 것이 없었지만 앞에 있는 세 명은 아니었다.
분위기만큼은 대악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벌한 존재 하나.
강철 팬티를 입은 채 온통 새빨간 뿔로 온몸을 점철한 변태와 헬트리버를 머리에 올린 정신이 나간 녀석까지…….
막 코르바에 도착한 재호 일행을 락토가 목격한 것이다.
* * *
재호와 스트로앤 주교, 그리고 티나는 코르바의 모든 이목을 완벽히 사로잡아 버렸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패션은 악마조차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특히나 그들을 두렵게 하는 건 재호도, 스트로앤 주교도 아니었다.
바로 티나!
불꽁꽁화의 잎 하나를 뜯어서 만든 화관은 마치 챙 넓은 귀부인들의 모자와 같았다.
그 상태에서 머리 위에 헬트리버를 얹고 있으니 악마들 시선에선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헬트리버는 악마들도 특수 장갑을 끼지 않는 이상, 함부로 만질 수 없는 생명체였다.
아무리 몸집이 작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온몸이 타오르는 불꽃 털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불덩이 그 자체를 머리 위에 턱 올린 채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런 기행이 가능한 이유는 불꽁꽁화 덕분이지만 악마들은 그걸 알 길이 없었다.
“알시아 님. 저 들통난 거 아닐까요?”
티나는 자신을 향하는 악마들의 노골적인 시선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의미를 알기 어려운 복잡한 시선은 꼭 마계에 나타난 엘프에게 당황한 것처럼 보였으니…….
“…아마 아닐 거야.”
하지만 재호는 걱정하지 않았다.
비록 종족은 다르다고 하지만 악마들의 저 표정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냥 불댕댕이를 머리 위에 얹고 있는 꼴이 무서워서 그런 거겠지.’
악마들이 기겁하는 게 당연했다.
“다, 다른 곳의 귀족인가?”
“헬트리버를 데리고 있는 걸 보면 그럴 것 같은데…….”
재호가 보기엔 대놓고 엘프처럼 보이는 티나였지만 악마들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
그리고 불덩이를 머리에 올린 티나 덕분에 생각지 못한 장점도 있었다.
가장 요란한 패션에다 신성력도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스트로앤 주교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으니 말이다.
‘악마들의 센스는 참……. 암만 생각해도 스트로앤 주교가 더 기괴하게 보이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그건 대륙의 미적 감각을 기준으로 바라봤기 때문인 듯싶었다.
그리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재호는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정체 모를 뼈다귀를 이용해 온몸을 감은 악마, 머리카락으로 걸어 다니는 악마, 어깨에 커다란 눈이 달린 악마 등등.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꼴들이 많이 보였던 것이다.
‘다시 보니 선녀네.’
확실히 마계 기준에서 스트로앤 주교의 현재 모습이 아주 특이하진 않았다.
“이쪽입니다! 괜히 관심 끌어서 붙잡히기 전에 어서…….”
그때, 악마들의 이목이 쏠리는 게 은근 불안했는지 오콤은 서둘러 재호 일행을 이끌었다.
“음? 오콤?”
하지만 도리어 악마들에게 붙잡힌 건 다름 아닌 오콤이었다.
끝내주는 파이라의 단골인 그를 락토와 마부가 알아본 것.
“으응?! 왜 그래?”
“왜 그래라니? 우릴 못 본 척하면 바쁘게 가려고 한 게 누구인데?”
락토의 말에 오콤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아무것도 아냐! 하핫! 이따 저녁에 올 테니 기다리라고.”
“이 친구 땀도 흘리고 왜 그래? 갈증 나는 모양인데 뜨거운 맥주나 한잔하고 가지 그래? 이제 곧 끝내주는 파이라가 망하거나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리고 뒤에 있는 분들도 보아하니 귀족들 같은데,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진짜 락토 수제 맥주 맛 좀 보여 드리라고.”
마부의 말에 자리를 떠나려던 오콤이 흠칫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다면 락토의 수제 맥주를 더는 못 먹는다고?”
“그렇지. 베기스령에서 아예 저 친구를 데려가려고 안달이 난 모양이야.”
그가 끝내주는 파이라의 주인 락토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기랄! 그게 사실이야?!”
오콤의 물음에 락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 해도 반년 정도는 괜찮을 거야. 먼저 숙성시켜 놓은 게 있으니까. 이제 베기스령에서 들어오던 마밀이 중단되어 더는 생산은 안 되겠지만.”
“맙소사…….”
충격을 받아 몸이 크게 휘청이는 오콤.
“아, 안 돼…….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많이 마셔 둬야…….”
“너 뭐해?”
이성을 잃으려는 오콤을 진정시킨 건 재호.
“저, 정령화… 아! 그…….”
순간 재호의 정체를 까발리는 실수를 할 뻔한 오콤이 얼른 입을 막았다.
“하, 하지만 이건 아주 중대한 일이란 말입니다! 락토의 수제 맥주가 사라진다니! 그 뜨뜻-하고 속이 꽉 찬 느낌을 다시는 느낄 수 없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미쳤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재호는 얼굴을 구겼다.
“뜨거운 맥주라니……. 도대체 여긴 어떻게 된 곳이야?”
“…예?”
재호의 반응에 이번엔 오콤과 다른 악마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재호뿐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오콤의 말에 분개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와… 뜨거운 맥주? 선 넘었네.”
“괜히 악마가 아니네. 제정신이 아냐.”
“맥주가 어떻게 뜨뜻하다는 형용사가 붙을 수가 있는 거야?”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지자 오콤은 얼른 재호 일행의 등을 반대로 떠밀었다.
“어, 어서 가시죠!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보아하니 인간들은 찬 맥주를 마시는 모양.
하지만 여기서 그런 티를 내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지도 몰랐다.
“크흑……. 락토! 제발 내가 먹을 만큼만은 남겨 달라고! 금방 올 테니까!”
물론 뒤를 돌아보며 락토에게 소리치는 건 잊지 않았다.
점점 멀어지는 재호 일행.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던 락토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저자들은 누구기에 오콤이 저렇게 쩔쩔매는 거지?’
파이라의 곁에서 온갖 심부름은 다 하면서 콧대만 높아진 오콤이 저토록 쩔쩔매는 상대라면…….
“역시 파이라 대공의 상황이 안 좋으니 다른 군소 귀족들의 힘을 빌리려는 거려나?”
마부의 말에 락토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세상사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일이구먼.”
마계에서 그 누구보다 잘나가던 파이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에잇! 그게 뭐가 중요해?”
하지만 당장 그들의 걱정은 혹시나 바뀌게 될지도 모를 파이라령의 주인이 아닌 락토의 수제 맥주가 우선이었다.
* * *
오콤의 안내에 따라 마계 터미널을 향한 재호 일행.
제법 큰 규모로 지어진 해당 시설은 정말로 마법사들이 연구 중인 웨이포인트 형태와 흡사했다.
아니, 정확히는 옛날 판타지 게임들에서 봤던 이동 장치들과 비슷해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마계를 보내 버리는 것도 여러모로 나쁘지 않았겠는데.’
그런 무서운 생각을 품은 채, 일행은 이동 장치에 섰다.
“약간의 어지러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곧 적응될 겁니다.”
오콤의 충고와 함께 검붉은 빛이 그들을 뒤덮었다.
우우우-
짐승의 낮은 그르렁거림 같은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고, 전신을 위아래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며 시야가 뒤집혔다.
눈앞엔 붉은 조명이 달린 터널을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는데, [바다의 의지]를 통해 바다를 가로지를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혹시 웨이포인트도 이런 식이려나?’
만약 그렇다면 번쩍하면 바로 이동이 되는 텔레포트보다 효율이 많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뭐, 플레이어 입장에선 걸어서 대륙을 가로질러야 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긴 하겠지만.’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는 사이 이동은 마침내 끝이 났다.
“이곳이 바로 파이라 님의 성입니다.”
일행이 선 곳은 대륙에서 보기 힘든 기괴한 인테리어의 홀.
마왕의 안식처와 비슷한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자세히 보고 싶지 않은데 계속 보고 싶은, 그런 불쾌한 느낌이 드는 곳을 한참 걸어가 마침내 낯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파이라!”
마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재호가 반갑게 인사하자 파이라의 얼굴은 와락 구겨졌다.
“이…이…….”
부글부글 끓는 목소리에 오콤은 눈치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이 자식아!! 네놈은 제정신이냐?!!”
“응? 보자마자 그게 무슨 소리야? 섭섭하게.”
“태연하게 환영 만찬회라도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거냐?!”
“모, 모르겠는데?”
물론 짐작되는 부분은 있었다.
오자마자 마왕이 피를 토했으니, 아마 그것과 관련된 것 아닐까 하는…….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네놈과 비슷한 임모탈리언 열 명이 한계라고!”
“…흠흠. 열 명 안 넘었잖아?”
분명 숫자로만 보면 그랬다.
재호, 티나, 완식, 사만다, 레드, 진아, 테일러, 빅썬더, 스트로앤 주교.
“이렇게 9명이잖아.”
덜덜덜덜-
“…물론 좀 강한 사람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온몸이 덜덜 떨리는 파이라의 모습에 재호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