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52
451화
솔아이는 파이라가 이미 자리를 떠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갑자기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팔을 들어 헬트리버에게 뭔가 명령을 내리자, 천천히 몸을 일으킨 헬트리버가 재주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기엔 녀석의 덩치는 너무 거대했다.
쿠웅- 쿠웅- 쿠웅-
발을 한번 구를 때마다 땅엔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파이라의 성 전체가 무너질 듯 흔들렸다.
“후우……. 빌어먹을 놈.”
하지만 익숙한 일인 듯, 파이라는 소파에 앉아 이마만 주무르고 있었다.
재호 앞에선 보이고 싶지 않은 수치스러운 순간.
힘으로 쫓아낼 수도 없고, 그저 저 거대한 헬트리버의 재롱을 보며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는 답답한 처지…….
하지만 다행히(?) 재호는 파이라의 걱정처럼 그를 한심하게 보고 있진 않았다.
파이라뿐 아니라 솔아이 역시 만만찮게 한심하다고 생각 중이었으니 말이다.
‘…대악마란 녀석들이 왜 이렇게 유치해?’
전쟁은 하고 있으면서 자기들끼리 직접 싸우진 않는다.
그러면서 영토는 마음대로 들락거리며 저런 유치한 조롱은 해도 되는 이상한 마계의 문화.
쿵- 쿵- 쿵-
약 10분간 이어지던 재롱이 끝난 뒤, 솔아이는 헬트리버와 함께 몸을 돌려 점점 멀어져 갔다.
텔레포트로 바로 갈 수 있음에도 굳이 저러는 건 파이라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굴욕감을 안겨 주겠다는 의지가 똑똑히 느껴졌다.
부들부들…….
여러모로 많이 시달린 파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몸을 떨었다.
이미 진작 창에서 멀어졌음에도 솔아이의 히죽대는 모습이 눈에 선한 모양이었다.
‘이건 참…….’
악연으로 시작했으며, 죽어도 상관없는 악마라 한들… 재호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파이라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칼리토가 아니면 파이라를 직접 노릴 존재는 없지만, 저렇게 대놓고 와서 놀려 대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건 당연히 재호… 를 건드린 파이라의 잘못!
하지만 이 정도로 불쌍한 처지인 파이라는 바꿔 말해 도움을 주기에도 딱 좋은 상황이란 의미이기도 했다.
이 뉴월드 세계에선 일방적인 호의는 어지간해선 없었다.
크든 작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보상은 돌아오는 게 이곳의 법칙이었다.
슥-
재호는 파이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파이라.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 손을 잡아.”
“…뭐?”
“어차피 나도 한동안 마계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인데 나쁘지 않잖아?”
어차피 자존심상 파이라가 먼저 재호에게 도움 요청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먼저 손을 내밀고 퀘스트를 만들어 낸다!
“…….”
말없이 재호의 손을 바라보던 파이라.
“제기랄!!”
그리곤 결국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재호의 손을 잡았다.
“그래! 어차피 싫든 좋든 네놈은 나와 많은 것을 공유한 사이! 나의 반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그런 표현은 별로 좋지 않으니 자제하고. 그리고 이거 무료 봉사 아니니 너도 그만큼 보답해 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말고.”
“…….”
혹여나 오해하지 않도록 재호는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 * *
생각보다 유치하고 아기자기한 대악마들의 기 싸움.
헬트리버를 뽐내는 것으로 의기양양해진 솔아이나, 그것에 자존심 상한 파이라나 그놈이 그놈.
그런 사소한 것에 요동치는 대악마들의 자존심이라면 그 콧대를 뭉개는 방법 또한 간단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해 주면 되는 거지.’
쉽게 말해 솔아이가 보는 앞에서 헬트리버로 자존심을 부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잠시 불댕댕이를 데리러 돌아온 재호는 동료들에게 그 계획을 말해 주었다.
“…굳이 왜 그래야 하는 거야?”
재호가 뜬금없는 계획을 세워 오자 당황한 그들.
마계까지 넘어와선 갑자기 애견쇼를 하겠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볼일은 다 본 것 아냐? 굳이 사서 고생을 하냐?”
완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지만, 재호는 이 또한 나름의 계산에 둔 것이었다.
“옵티마 흔적 찾아봐야지.”
그라타 대주교에게 부탁받았던 옵티마 찾기.
재호는 이번 일을 이용해 파이라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마계에 머무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텐데, 옵티마를 조사할 여유는 전혀 없지.”
하지만 파이라에게 맡겨 둔다면 언제든 관련 정보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냥 적당히 찾아보고 없다고 하면 될 걸 굳이 뭐 그러냐?”
완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옵티마 교단 사제면서도 그런 소릴 잘도 하네.”
“클래스일 뿐이지 내 종교가 옵티마인 건 아니잖아. 그렇게 퀘스트 하나하나 다 챙기면서 쫓기듯이 게임 하면 안 피곤하냐?”
“…이 게임 하면서 처음 듣는 소리야.”
오히려 재호가 보기엔 다른 보통의 플레이어들이 더 각박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었으니…….
“아무튼 파이라 기 좀 살려 줘 보자고.”
다만 그러려면…….
모두의 시선은 방 한쪽에 벌러덩 누운 채 세상모르고 자는 불댕댕이를 향했다.
“아까 봤던 그 정도로 키우려면 대체 얼마나 두들겨 패야……. 아니, 차마 그런 짓은 못하겠다. 동물 학대잖아.”
완식의 말처럼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꽃집 마당에서 키우던 녀석을 덩치 키우겠다고 테라핀 목줄을 채운 채 두들겨 패는 건 도저히 못 할 짓이었다.
“아무래도 좀 찝찝하지.”
재호도 그런 식으로 녀석을 이용하는 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다행히 그렇게 할 계획도 아니었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메이가 슬퍼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모두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엄연히 헬트리버는 마수이며, 처음 녀석을 만났을 땐 한마음 한뜻으로 신나게 두들겨 팼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쨌든 불댕댕이를 솔아이의 헬트리버만큼 키우는 건 어려웠다.
때린다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론 테라핀을 통한 힘의 주입.
망가져 버린 파이라와 달리 멀쩡한 상태의 대악마를 상대로는 자신들이 아무리 용을 써도 체급 차를 극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바로 물량과 조직력!
“그게 뭔 소리야?”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재호의 계획에 일행이 물었다.
“파이라도 헬트리버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더라고. 그리고 불댕댕이를 봐서 알겠지만, 헬트리버는 머리가 굉장히 좋잖아?”
어지간한 사람들의 대화는 모두 알아듣는 녀석들의 지능이라면 약간의 훈련이면 꽤 괜찮은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란 게 재호의 생각이었다.
그를 통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불 쇼(?)를 선보이는 게 목표.
“뭐, 물론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지만…….”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마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 * *
재호는 부푼 기대를 품고서 헬트리버를 데리고 파이라를 찾았다.
그리고 그를 따라 헬트리버 사육장으로 향했는데, 도착해 목격한 헬트리버들을 보자마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엘리시아 화원 전체를 합친 것보다 넓은 장소의 사육장.
그런데 그곳에 있는 헬트리버들은 기다란 쇠사슬에 온몸이 꽁꽁 묶인 채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그리곤 서로 간의 거리를 멀찍이 띄워져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해 놓은 것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꽝-!
지하 어딘가에서 갑자기 터져 나온 폭음과 함께 일어난 충격파가 헬트리버들의 몸에 감긴 사슬을 통해 전해지며 녀석들의 몸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커지자 주변의 관리 악마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헬트리버를 두들겨 대 다시 크기를 줄였다.
“…저게 뭐 하는 거야?”
“헬트리버가 더욱 힘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거다.”
“저게 훈련이라고?”
아마 현실에서 저런 짓을 했다간 당장 쇠고랑을 찰지도 모를 만큼 악독한 동물 학대였다.
“학대라니? 뭘 모르는 소리군. 마계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헬트리버 육성법이다.”
“악마는 악마네.”
그 대답을 통해 재호는 이곳이 마계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했다.
또한 불댕댕이에게 익숙해서 그렇지, 사실은 헬트리버 또한 마수라는 것도…….
끼잉…….
그때, 재호를 따라온 헬트리버 불댕댕이는 주변의 살벌한 풍경에 몸을 움츠렸다.
아무래도 마계에서 살 당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저 헬트리버들이 얌전해 보여도 절대 좋아서 하는 건 아니란 게 확실하군.’
어쨌든 재호가 준비한 계획은 이런 거친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파이라. 혹시 솔아이도 이런 사육장을 가지고 있어?”
“음? 뭐… 직접 본 건 아니라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 것이다. 암암리에 행해지는 역시 긴 헬트리버 훈련법이니.”
“그래?”
재호는 계획을 조금 수정할까 싶었다.
솔직히 확실히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지 걱정이던 원래 계획.
‘이렇게 된 이상 더 과격하게 나가자.’
재호는 무릎을 꿇어 헬트리버와 눈높이를 맞췄다.
“불댕댕아. 아까 했던 이야기 기억하지?”
왕-
“계획을 조금 바꿔야겠다.”
불댕댕이와 대화를 하는 재호의 모습에 파이라는 미친 사람 보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그런다고 헬트리버가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들으니 하지. 얘들 머리 좋던데?”
이 녀석들은 강아지들처럼 특정 동작이나 단어를 교육해 반응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실제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해하곤 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니까.
“똑똑한 건 사실이나 한낱 짐승이거늘. 네놈이 하는 짓을 보고 있으니 슬슬 믿어 보기로 한 게 후회되는군.”
“시끄러워. 참견할 거면 저리 가.”
파이라의 구시렁거림은 무시한 채 재호는 말을 이었다.
“저기 묶인 녀석들을 설득하는 거야. 이 일을 잘 성공하면 자유가 될 수 있다고.”
“잠깐! 왜 멋대로 그런 조건을 내거는 거지?”
“왜? 방금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자신의 소유물을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무시할 순 없었다.
“이상한 녀석이네.”
“크흠…….”
더 참견하고 싶지 않았던 파이라는 결국 멀어져 버렸고, 재호는 편안히 헬트리버에게 바뀐 계획을 전달했다.
“어때? 가능하겠어?”
왕!
씩씩하게 대답한 불댕댕이는 가장 가까이 있던 헬트리버에게 다가가 짖기 시작했다.
스으-
불댕댕이의 요란한 짖음에 감고 있던 눈을 반쯤 뜬 헬트리버.
그리곤 멍하니 불댕댕이를 쳐다봤다.
왈왈! 왕!
끼이잉…….
왕왕! 왕!
놀랍게도 정말로 대화하는 듯, 헬트리버는 불댕댕이에게 앓는 소리를 내었고, 그럴수록 불댕댕이는 더 열심히 짖었다.
둘의 대화(?)는 곧 주변의 다른 헬트리버들의 관심도 끌기 시작했고, 그 현상에 헬트리버를 관리하는 악마들은 당황해 서로를 멀뚱거리며 쳐다봤다.
“흠흠. 이봐.”
역시나 본 적 없는 기이한 분위기에 불안해진 파이라가 재호에게 슬그머니 다가왔다.
마수들이 저들끼리 의사소통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재호의 지시를 받아 뭔가 행동을 보이는 건 분명 흔한 일이 아니었다.
“아까 네 헬트리버에게 무슨 명령을 내린 거지?”
무슨 꿍꿍이인지 확인해야 했다.
“아, 뭐 별건 아냐. 그냥 헬트리버 특공대를 만들어 솔아이의 성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지.”
“??”
재호의 대답에 파이라는 두 눈을 끔뻑였다.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은 파이라.
“이 녀석들이 열성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걸면 충분히 가능해. 그게 바로 아까 말한 자유지. 그럼 녀석들도 필사적으로 임무를 완수해 줄 거야.”
한마디로 솔아이의 성을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재호의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