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53
452화
재호의 무시무시한 계획에 파이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분명 설명을 다 했던 것 같은데.”
재호의 계획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크고 작은 전투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곤 있지만, 대공들은 절대 서로에게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고 똑똑히 말했었다.
그런데 헬트리버 자랑질을 복수하겠답시고 성을 공격해 버린다는 발상은 대체 어디서 잘못되었기에 나왔단 말인가?
“걱정하지 마. 당연히 우리가 직접 하는 건 아니니까.”
재호는 파이라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파이라의 힘을 빌리려는 건 절대 아니었으며, 더욱이 재호 일행이 나설 생각도 전혀 없었다.
하급 악마들이나 자신들의 어설픈 변장에 속아 넘어가지, 대악마를 상대로도 그런 기만을 할 순 없었다.
“우리는 그냥 멀리서 손 놓고 구경만 하고, 헬트리버들을 이용해 들쑤셔 놓는다면 솔아이 기분이 어떻겠어? 아주 굴욕적이지 않겠어?”
“그…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싶은 파이라.
솔직히 자신은 마계로 쫓겨 돌아온 이후로 솔아이에게 얼마나 시달려 왔던가?
게다가 파이라령에 있던 수많은 귀족이 솔아이령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나마 반대편에 있는 디아키도 자신 못지않게 털린 덕분에 그나마 아직 살 만했던 것.
“확실히… 그 자식의 꼴 보기 싫은 헬트리버만 몽땅 없애 버려도 속이 편할 것 같긴 하군.”
“맞아. 네 소행이라는 걸 솔아이가 안다고 해도 어쩌겠어? 널 죽일 수 있어도 죽이지 못할 텐데.”
“…말이 좀 이상하군. 보통 그럴 땐 ‘죽일 수 있어도’가 아니라 ‘죽이고 싶어도’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지 않을까?”
“보통의 경우엔 그렇지만 힘 다 빠진 네 입장을 고려했지.”
“거참 고맙군. 나도 네놈을 죽일 수 있지만 죽이지 않으마.”
서로의 배려가 담긴 한마디를 주고받은 뒤 재호는 설명을 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건 철저히 헬트리버를 이용한 자존심 경쟁이라는 거야. 솔직히 솔아이의 헬트리버가 대단하긴 해. 그 정도로 커지려면 대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감도 안 오거든. 하지만 그게 다야. 몇 가지 반복 훈련된 재롱이 전부지. 하지만 네가 데리고 있는 헬트리버들은 천재라고!”
“참… 미친 소리 같은데 너무 당당히 외치니 난처하군. 하지만 네놈 말대로만 된다면 확실히 제대로 먹일 순 있을 것 같긴 하다.”
“바로 그거야. 그 믿음!”
그때, 다른 헬트리버들과 대화를 마친 불댕댕이가 재호에게 돌아왔다.
“어때? 잘 설득됐어?”
멍!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불댕댕이.
“좋아. 잘했어.”
“…하아.”
파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재호가 하는 걸 보고 있으니 과연 이게 맞는 것인지 계속 의문이 든 것.
“좋아. 그럼 일단 쟤들한테 묶어 놓은 사슬을 풀어 줘.”
“음? 당장 풀라고?”
파이라는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 테라핀으로 만든 거라서 바로는 힘든가? 근데 푸는 방법이 따로 있긴 한 거야? 나는 이 녀석이 달고 있던 목줄을 풀려고 개고생했었는데.”
“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 짐승을 믿는 거냐?”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 뻔히 대화하는 거 지켜봤으면서.”
“…그래. 짐승과 대화했다는 건 미친 소리로밖에 안 들리지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헬트리버들은 아주 흉포한 녀석들이다. 네놈이 데리고 있는 헬트리버는 유독 얼빠진 것 같긴 한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소리다. 만약 그저 짐승들 간의 단순한 짖음에 불과했다면, 풀어놓는 순간 이곳이 먼저 개판이 될 거다.”
파이라의 말이 사실이었다.
지금의 불댕댕이는 엘프들에게 연신 시달린 탓에 성격이 많이 죽었으나, 처음 만났을 땐 꽤 야성적이고 난폭한 모습이었으니까.
“이 영악한 놈들은 자신들의 힘이 좀 더 우세하다 싶으면 언제든 이빨을 드러낸다. 헬트리버가 귀족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괜한 이유가 아니지. 스스로 통제할 힘을 가지지 못한다면 애초에 헬트리버를 다룰 수가 없는 거다.”
사실 파이라 입장에선 재호 옆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풀어놓고 다니는 불댕댕이가 더 신기했다.
심지어 처음 성에 들어섰을 땐 티나의 머리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충격적인 모습까지…….
괜히 코르바의 악마들이 티나를 보고 경악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절대 다른 헬트리버도 그러리라 생각하지는 마라.”
“음…….”
파이라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재호도 뒤늦게 걱정이 되긴 했다.
정말 저기 묶여 있는 헬트리버들이 풀려나는 순간, 억눌렀던 야성을 드러낸다면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왕!
그때, 불댕댕이가 재호를 향해 소리를 냈다.
“음?”
자신을 올려다보는 녀석의 눈빛에서 왠지 자신감이 느껴졌으니…….
“너……!”
재호는 두 눈 딱 감고 믿어 보기로 했다.
“해 보자! 어차피 파이라 네가 있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지. 게다가 애들 덩치도 작잖아?”
“…이 녀석 말대로 해라!”
결국 파이라는 악마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미칠 정도로 불안했지만 이제 와서 없던 일로 돌리기엔 너무 겁쟁이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헬트리버들을 꽁꽁 묶어 놓은 테라핀 사슬들은 재호가 폭탄까지 써 가면서 풀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쉽게 풀렸다.
따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고, 그것을 해제하니 바로 풀린 것이다.
크르르-
풀리자마자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악마들을 돌아보는 헬트리버들.
“헉!”
“파, 파이라 님?!!”
악마들이 당황한 얼굴로 파이라를 돌아보자 그는 도리어 재호를 쳐다봤다.
“저것 봐라! 결국 짐승에 불과한…….”
왈! 왈!!
하지만 파이라의 편견은 갑자기 끼어든 불댕댕이 덕분에 깨어졌다.
힘껏 짖어 대며 헬트리버들의 주의를 끈 녀석이 재호 앞에 척 서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으-
이빨을 거둔 채, 모든 헬트리버들이 불댕댕이 앞에 모여든 것이다!
“이, 이게 무슨…….”
파이라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요구하는 대로 해 주곤 있었지만, 줄곧 비웃고 있던 재호의 행동.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좋아. 잘 전달이 된 것 같으니…….”
재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준비해 보자고.”
* * *
시기의 대공 솔아이는 최근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솔아이령은 과거부터 지리적으로 썩 좋지 않았다.
좌우로 칼리토와 파이라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둘은 과거부터 일곱 대공 중 손꼽히는 강자들이었다.
특히 마계에서 늘 호시탐탐 노려 온 대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다른 대공들과 비교되었으니…….
시기의 대공답게 그는 늘 그것에 고통받아 왔다.
편히 잠자리에 들어 본 지 족히 300년 전은 되었을 정도.
하지만 최근 파이라의 몰락은 그에게 새로운 삶의 원동력을 제공해 주었다.
칼리토는 여전히 건재… 아니, 오히려 대륙에 쓸 만한 호구 하나를 잡아 잘나가는 탓에 속이 뒤집혔지만, 파이라가 있으니 괜찮았다.
칼리토만 생각하면 피어오르는 시기심은 파이라를 찾아가 능멸하는 것으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후… 역시 너무 재밌단 말이야……. 하지만 역시 처음과 비교해 너무 고분고분해진 게 마음에 안 들지만…….”
처음엔 자신의 도발에 피거품을 뿜으며 달려들던 파이라는 이제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그 반응에 조금 심심해지려는 무렵, 파이라가 마계에 유통되는 테라핀을 싹싹 긁어모은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때부터 지금과 같이 헬트리버를 이용한 도발을 즐기기 시작했다.
파이라의 유일한 자존감 지킴이가 될 방법까지 빼앗아 버린 것이다.
“크큭……. 파이라 넌 오늘도 잠은 다 잤다. 그러니까 잘나갈 때 세상모르고 까불지 말았어야지.”
그렇게 행복한 상태로 홀로 술 한잔 기울일 때…….
“소, 솔아이 님!!”
악마 집사가 다급하게 그를 찾아왔다.
“오! 혹시 파이라가 찾아온 게냐?!”
혹시나 하는 기대에 들뜬 목소리로 물었으나 돌아온 답은 전혀 달랐다.
“헤, 헬트리버 사육장이 헬트리버들에게 공격당했습니다!!”
“…응?”
무슨 소리인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솔아이.
“헬트리버들이 탈출이라도 한 거야? 몸집은 다시 줄여 놓았을 텐데?”
“아, 그, 그게 아닙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헬트리버들이 마구 날뛰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멍청한 소리야? 고작 개새끼 문제로 날 찾는 거냐? 너희들이 적당히 처리하면 될 일을 가지고서 호들갑이구나. 꺼져라.”
솔아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지만, 악마 집사는 나가지 않았다.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마치… 군대처럼 움직이며 사육장을 헤집어 놓고 있단 말입니… 크아아악!”
말을 채 다 마치지 못한 채 그는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화르륵-
불타오르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악마.
그럼에도 바닥에는 그을음 하나 남지 않았다.
“한참 좋던 기분을 다 망쳐놓는군.”
솔아이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리곤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고작 헬트리버들.
대체 뭔 난리가 났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그런 것 정도는 사육사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놈들의 호들갑에 대공이나 되는 자신이 나서는 건 낭비이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추가로 자신을 찾아온 다른 악마 하나를 또 태워 버린 후에는 살짝 의심이 들었다.
대체 뭔 난리가 났기에 이토록 귀찮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 결국 세 번째 악마가 솔아이를 찾았다.
“이, 인간입니다! 아니, 악마인가? 아무튼 웬 놈이 사육장의 헬트리버들을 모두 탈출시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신 나간 소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솔아이는 몸을 일으켰다.
계속 무시하려니 왠지 모르게 너무 불안해진 것이다.
* * *
불댕댕이를 필두로 한 헬트리버 특공대.
녀석들을 데리고 재호와 티나, 테일러, 그리고 파이라는 솔아이의 성채 근처의 산으로 이동했다.
“더 가까이 접근하면 솔아이가 나를 감지할 거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해.”
재호는 손에 들린 지도를 펼쳐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그게 정확하진 않다. 먼 과거에 쓰이던 하수도이니 현재엔 구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여기 있는 테일러는 뛰어난 실력의 암살자거든.”
대악마를 상대로 재호가 자신을 치켜세워 주자 테일러는 어깨가 쑥 올라가… 려다 말았다.
“근데 나 들어가다 죽을 수도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들어가라고?”
이번 일에 투입되는 건 헬트리버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확실히 통솔하기 위해 불댕댕이보다 고성능 두뇌를 가진 테일러도 함께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테일러는 마냥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었다.
분명 대악마의 성채를 잠입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성공하는 순간, 누구도 얻지 못한 업적을 달성하게 될 테니까.
단,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지도도 구했잖아. 다른 건 할 필요도 없어. 그냥 불댕댕이랑 헬트리버들을 솔아이의 사육장까지만 진입시킨 후, 너는 거기 있는 녀석들을 풀어 주면 돼. 그러면 불댕댕이가 헬트리버들을 이끌고 알아서 깽판 쳐 줄 테니까. 그리고 잽싸게 도망 나오면 돼. 설마 대악마나 되는 양반이 하수도를 기어서까지 쫓아오겠냐?”
게다가 사육장은 어차피 비밀스럽게 숨겨진 장소도 아니었으니 별로 어렵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그럼에도 재호가 아닌 테일러가 가는 것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난 너처럼 잠입에 능하지도 않고, 게다가 지하 하수도가 얼마나 좁아질지도 알 수 없으니까.”
테일러도 작은 편은 아니지만, 재호와 비교하면 앙증맞아 보일 정도였다.
“후- 그래. 말해 뭐 하겠어. 뭐, 마계까지 와서 성 안에만 처박혀 있는 것도 방송 그림이 별로고……. 다른 녀석들 하고 다른 그림을 뽑아낼 수 있는 것도 기회라면 기회겠지.”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테일러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좋아! 갔다 온다!”
그렇게 출발한 테일러는 머지않아 귓속말이 끊겼고, 곧이어 솔아이의 성 쪽에선 소란스러운 기척이 감지되었다.
아마도 테일러가 잘해 주고 있는 모양.
‘조금… 요란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쿠웅-
이윽고 웬 폭음까지 솔아이의 성 쪽에서 들려왔다.
‘대체 얼마나 과격하게 하는 거야? 슬슬 나와야 할 텐데……?’
그들이 침입을 시도한 땅굴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리는 재호와 파이라.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어두운 굴 너머로 수많은 불꽃이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었다.
마치 폭발로 인한 화염으로 착각될 정도였으나…….
왈왈!
반가운 소리가 재호를 안심시켜 주었다.
“왔구나!”
마침내 불댕댕이가 엄청난 숫자의 헬트리버들을 이끌고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재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쏟아져 나오는 헬트리버 무리 속, 그 어디에서도 테일러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