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62
461화
재호 일행의 전력을 대충이나마 확인한 시쿠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력한 전력이긴 하군.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능성? 무슨 가능성?”
완식의 물음에 재호가 대답해 주었다.
“이 숲에 고대 마계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의 마수가 있대. 그걸 같이 좀 잡아 달라네.”
“헉! 진ㅉ…….”
“그게 정말이냐?!”
그 순간, 완식의 퍽 밀치며 튀어나온 빅썬더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물론 얼굴에서도 묘한 흥분감이 느껴지고 있었으니, 재호는 그 모습이 괜히 무서워 뒷걸음질 쳤다.
“왜 이래? 얘 눈이 이상한데?”
“여기 몬스터 수준에 감동하더니 정신을 놓은 것 같더라.”
겁에 질린 재호에게 완식이 말해 주었다.
빅썬더가 눈이 뒤집힌 이유는 완식이 말한 그대로였다.
재호와 찢어진 뒤, 마수 사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빅썬더는 곧 이곳이 천혜의 사냥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긴 300레벨 극후반부터 400 중반까지는 충분히 레벨업이 가능할 정도야! 적어도 내가 가 본 곳 중, 여기보다 완벽한 곳은 없었어!”
“엥? 그래?”
재호 말고는 아직 마계를 들락날락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는 상황.
그런데도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 적합한 사냥터라고 하니 의아했다.
만약 그렇다면 게임 구조상, 이미 플레이어들에게 개방되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의문을 들었다.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더 효율 좋은 사냥터는 나오기 마련이다. 여기 리스피롤도 그런 곳 중 하나인 거지.”
목소리가 거의 소프라노 수준으로 올라간 빅썬더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디노스 섬도 좋은 사냥터이긴 하나, 내 생각에 그곳은 한참 더 후반을 위한 곳이다. 하지만 여긴 내게도 딱 좋은 곳이니……. 흐흐, 오랜만에 정말 좋은 사냥터야.”
한동안 스플래쉬에게 푹 빠진 탓에 잠시 잊고 있던 빅썬더의 레벨업 집착증.
‘그렇다고 해도 유난히 심하네.’
어쩌면 그간 빅썬더가 무덤덤한 모습들을 보여 왔던 건 홀로 너무 오랜 시간 극한 난이도의 레벨업을 해 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만성적 사냥 불감증 같은…….
“그래서 울트모스란 건 어디 있지?!”
“아… 그걸 당장 잡는 건 어려워.”
재호는 추가 설명을 시쿠드에게 넘겼다.
“크흠. 울트모스는 마계의 시간 기준으로 12일마다 잠에서 깨어난다. 정확히는 실체화된다고 할 수 있지.”
“실체화?”
“평소의 울트모스는 형체가 없다. 이 숲 전체에 자신의 의지를 퍼트려 놓은 채, 조용히 잠을 자고 있지. 그리고 12일마다 깨어나는 건 포식과 마력 흡수를 위해서이다. 특히 마력 흡수를 하는 그 순간은 유일하게 물리적인 공격이 가능하지.”
“흠, 망령 계열의 몬스터인가?”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빅썬더가 물었다.
“정체에 관해서 확인된 건 전혀 없다. 하지만 육체 능력은 형편없으며 상대의 정신 노리는 특수한 공격을 한다는 건 확인했다.”
“저주나 흑마법 계열이겠군.”
“물론 육체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무작정 두들겨 팰 수 있는 건 아니다. 울트모스는 마치 안개와 같아서 단순 물리력으론 타격을 주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 활동은 얼마나 남았지?”
“이틀.”
“뭐? 그렇다면 코앞이잖아.”
“너희들 여유 없다며. 그렇다면 남은 이틀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좋을 거다. 울트모스를 죽이려면 말……. 잠깐. 정령화장! 넌 내 말을 듣고 있는 거냐?”
시쿠드는 음산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몸을 돌린 채 다른 것에 집중 중인 재호를 발견하곤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이 아주 중요한 정보를 풀고 있거늘,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아, 미안. 뭐라고 했어?”
시쿠드가 자신을 콕 집어 지적하자 재호가 사과했다.
“…날 무시하는 거냐고. 이 중요한 순간에 다른 놈도 아니고 네놈이 그런단 말이냐?”
“아니, 무시하는 게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던 사정이 있었다.
-야! 나 조진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
그건 바로 조금 전, 갑자기 온 테일러의 귓속말 때문이었다.
* * *
솔아이에게 붙잡힌 테일러는 계속 감옥에만 갇혀 있었다.
탈출 시도는 불가능했다.
알시아라고 오해를 하고 있는 만큼, 솔아이는 그에 맞춰 대비를 철저히 해 놓았다.
하지만 홀로 갇혀 있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가두어 놓고 급히 떠났던 솔아이는 다시 금방 돌아와 테일러를 끄집어냈다.
그리곤 테일러는 누군지 모르는 악마, 마왕성의 바브롬에게 던져 주었다.
“흥분한 다른 장군들이 혹시나 죽이지는 않도록 잘 막아라. 마왕성 쪽에서 합의가 끝나면 파이라 녀석에게도 확인시켜 주면 된다.”
“교만의 대공께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녀석은 우리와 모든 합의가 된 상태니 먼저 확인시켜 주는 게 좋겠지. 나도 다른 녀석들을 만난 뒤, 그리로 합류하겠다.”
그런 이야기가 오간 뒤, 테일러가 도착한 곳이 바로 마왕성.
테일러는 그곳에서 마왕성의 아홉 장군 가운데 덩그러니 서야만 했다.
“이자가 악마들조차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는 그 알시아인가?”
“과연……. 보통의 인간치고는 꽤 높은 악명과 지니고 있긴 하군.”
“백작급 가장 아래 수준은 되겠어. 인간치고는 제법인데?”
암살자로서 쌓아 올린 높은 악명 덕분에 그들은 테일러를 알시아라고 완전히 믿었다.
애초에 그들은 마왕성을 벗어난 적이 없거니와 인간 자체를 거의 본 적이 없었기에 테일러를 알시아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일러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자였으니, 알시아라고 충분히 오해를 받을만했다.
“시기의 대공께서는 다른 대공들을 직접 설득하시기로 하셨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논의 후, 결정을 전해 주면 된다.”
테일러를 데리고 온 바브롬이 다른 장군들에게 말했다.
“흠… 만약 탐욕의 대공이 정녕 그런 끔찍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 우리가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분명 최근 칼리토 대공이 신경 쓰이는 움직임을 보이긴 했었지. 지난번엔 오래된 제단을 통해 대륙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그때 알시아와 접촉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슥-
장군들의 살벌한 시선이 테일러를 향해 모여들었다.
“말해라, 알시아. 네놈은 칼리토 대공과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지?”
바브롬의 추궁에 테일러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일단 저질러 놓은 거짓말에 맞춰야겠지?’
어차피 자신은 알시아로 오해를 받고 있으며, 자력 탈출도 불가능하니 마지막까지 이들에게 엿을 먹이는 수밖에 없었다.
“크크……. 알아서 뭐 하게? 어차피 모든 준비는 끝난 상태인데?”
테일러는 거침없이 장군들을 도발했다.
“이미 마왕은 피까지 토하고 골골거리는 상황인데, 과연 너희들이 위대한 칼리토 님을 막을 수 있을까?”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뭐, 좋아. 어차피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숨겨서 뭐하겠어? 좋아. 그렇게 궁금하다면 알려 주지.”
테일러는 잠시 심호흡하며 뭐라고 말할 것인지 고민했다.
평소에도 잘 못 하던 거짓말을 하려니 등의 땀방울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었다.
“때가 되었으니 이제 슬슬 마계로 넘어올 준비를 하라고 하셨지. 그리고 넘어오는 순간, 마왕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방법을 알려 주셨다. 뭐, 결과는 너희들이 보다시피지.”
테일러는 비죽이며 말했다.
“내가 장담하지! 앞으로 5일! 딱 5일 이내에 마계의 지배자는 바뀔 것이다!”
쿠우웅-
그 순간, 테일러를 뒤덮는 어마어마한 압력.
‘큽…….’
아홉 장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이 테일러를 터뜨릴 기세로 압박해 왔다.
솔아이 단 한 명의 힘에도 숨이 턱턱 막혔었거늘, 장군들이 일제히 쏘아 내는 위압은 어지간한 광역 공격 스킬 이상이었다.
“아주 오만하기 짝이 없군.”
“우릴 도발하는 게 목적이라면 칭찬하지. 아주 효과적으로 해냈으니까.”
“끔찍한 고통을 새겨 준 뒤,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죽음을 선사해 주마.”
장군들의 거친 반응에 테일러는 숨을 헐떡이며 체력을 살폈다.
‘버, 벌써 5분의 1?!’
엄청난 속도로 감소하는 체력!
이대로라면 처음 목표했던 대로 편안(?)해질 수도…….
화앗-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손을 들어 올린 바브롬이 다른 장군들의 실력 행사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알시아는 탐욕의 대공께서 꾸민 음모의 증거인 동시에 다른 대공들의 협조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살려 둬야 한다. 게다가 어차피 놈은 임모탈리언이기에 진정한 죽음 또한 존재하지 않으니 의미 없는 짓이다.”
“흥, 어차피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저 테스트해 본 것일 뿐.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거라고 생각했거늘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놈이었군.”
“하지만 마지막 확인 절차는 필요하다. 교활한 인간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렸을지 모르니까.”
테일러를 향한 혹평이 장군들에게서 쏟아졌다.
“칼리토 대공이 실수했어. 고작 이런 벌레만도 못한 인간에게 기대를 걸다니 말이야.”
테일러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빌어먹을! 난 알시아 그 녀석처럼 몸으로 들이받는 타입이 아니라고!’
테일러가 아무리 재호보다 레벨이 높다고 한들, 근본적인 클래스 차이 탓에 맷집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그림자의 어둠 속에 숨어,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속도로 적을 난도질하는 암살자.
그런 클래스이니 적들 가운데서 완전히 무방비로 두들겨 맞으면 버티기 힘든 게 당연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걸 떠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억울함을 꾸역꾸역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마계 주요 인물들을 염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니까.’
이런 정보를 구해다 주면 재호의 발목을 잡는다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정해졌군.”
자리에서 일어난 바브롬은 테일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후 소집될 대공들과의 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하도록 하지.”
“단, 칼리토 대공을 우리가 오해한 것이라면 없던 일이 된다는 걸 명심해라.”
“물론. 부디 우리가 오해한 것이길 빌자고.”
“알았다. 그럼 우린 돌아가 보겠…….”
“잠깐! 아직 하지 않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자리를 바로 떠나려던 장군들을 불러 세운 바브롬.
그의 심각한 표정에 테일러는 귀를 쫑긋 세웠다.
‘이미 할 이야기는 다 나온 것 같은데……. 또 다른 게 있다고?’
고위 악마들이 심각하게 나누어야 할 다른 이야기가 과연 무엇일지…….
“이야기 들었나? 락토가 파이라령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한다.”
“뭐라고?! 락토가?”
“베기스령으로 갈 것 같다는데, 만약 그쪽에서 독식을 원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거다.”
“빌어먹을! 베기스 대공은 이미 누구보다 많이 차지하고 있지 않나?”
“대공의 무한한 욕심엔 한참 모자랐겠지. 시간 있을 때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거다. 그 정보가 많이 퍼진 탓에 물량이 언제 동날지 모른다고 하니.”
“물량이 동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베기스령으로 괜히 가는 것 같은가? 이미 그쪽에서 원재료 공급을 중단했다고 하더군. 현재 누적된 물량이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
“제기랄! 이럴 때가 아니었군. 바브롬! 우린 당장 그쪽으로 가겠다! 넌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나도 가도록 하지. 어차피 알시아 이놈도 교만의 대공에게 데리고 가야 했으니까.”
“파이라령? 잘됐군! 그럼 당장 같이 가지!”
그렇게 장군들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고, 테일러 역시 바브롬에게 붙잡힌 채 질질 끌려갔다.
‘락토? 파이라령을 떠나? 무슨 소리지?’
정확히 의미를 해석할 순 없었지만… 아마도 분명 중요한 정보일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군들의 심각한 표정이나 다급한 태도를 설명할 순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 전해 주긴 해야겠군.’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