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7
46화
오톨크의 축제는 별다른 돌발상황 없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사람들의 뇌리엔 단어 하나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엘리시아가 어쨌다는 거야?”
말만 하면 귀족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엘리시아’가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이 된 것이었다.
“참…… 게임 재미있게 하시네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크루와상의 솔직한 감상.
뉴월드 오픈 직후부터 계속 상인으로서 게임을 해 온 그녀는 다양한 성격 및 컨셉종자들을 보아 왔다.
하지만 재호처럼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사람은 처음이라 단언할 수 있었다.
‘애초에 뉴월드에서 꽃집을 할 생각을 한 것부터가 한 번도 못 본 컨셉이긴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 됐죠.”
재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보다 사만다를 못 봐서 아쉽겠네요.”
“어차피 귓속말 정도는 매일 주고받으니까요. 곧 제가 엘리시아로 찾아가 보기도 해야 하고.”
지안트의 도시 건설 계획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 사만다의 상단도 지점을 건설하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다.
거래소는 도시 성장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거래소의 주고객인 플레이어들의 유치를 위함은 물론, 해당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세금 역시 부수입으로 거두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크루와상을 통해 대리 판매를 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운반에도 비용이 들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만약 거래소에서 지정거래가 된다면 꽃도 훨씬 쉽게 팔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거래소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이었다.
물건을 등록하면 필요한 사람이 직접 구매해 가는 식.
더군다나 만약 지정 거래가 가능했더라면 크루와상과 같은 상인 클래스들은 존재할 수가 없을 일이었다.
“그럼…… 이제 슬슬 전 가 볼게요.”
“네, 조심해서 가세요. 금방 다시 보자구요!”
재호는 크루와상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오톨크를 떠났다.
* * *
“……이제 나와.”
도시를 벗어나 산으로 진입하자마자 재호는 누군가를 불렀다.
바스락―
수풀을 뚫고 나타난 이는 이제는 화덕의 정령이 된 악마초 정령 징징이.
―이제 출발하면 되는 건가?
“그래. 근데 알지? 징징이 넌 이 순간부터 화덕의 정령인거?”
―……알았다.
싫은 티가 팍팍 났지만, 녀석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당장 정령계로 쫓겨나지 않으려면 무릎으로 걸어 다니라 해도 따라야 했으니.
“그래서 너처럼 실체화된 정령은 어디 써먹지?”
걸음을 옮기며 재호가 물었다.
“꼰대 녀석은 그래도 정령화로 도움이 되긴 하거든.”
[이 ‘그것 말고도 다양한 도움을 주지 않았냐?’고 말합니다.]“아냐. 딱히 없었어.”
재호는 딱 잘라 말했다.
―그런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 계약 자체가 내 힘을 빌릴 자격을 얻은 것이니.
“아, 그래?”
그 말에 재호는 스킬을 확인했다.
재호가 100%를 달성한 꽃들의 정령들로 가득 찬 목록을 제일 아래로 내리자, 징징이의 말대로 악마초 정령도 있었다.
[*현재 활용 가능한 정령] [(중략)] [악마초 정령 :1. 마기 공격력이 추가됩니다.
2. 클래스 스킬에 이 적용되며 10 중첩 달성 시, 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첩이 높아질수록 데미지는 증가합니다.(쿨다운 3분)
3. 상황에 따라 악명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 대상의 정신에 공포를 주입시켜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힙니다.] [ : 한계에 다다른 공포심에 잠식당한 상대를 중심으로 범위 폭발이 일어나 큰 피해를 줍니다. 동시에 3초간, 효과를 부여합니다.]
“……야, 너 진짜 악마 아닌 거 맞아?”
―내 고향은 어디까지나 정령계이다.
“근데 설명만 보면 완전 악마인데?”
심지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악명이 오른다고 되어 있었다.
―그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보직이 마계로 배정된 걸 어쩌란 말이냐?! 누구는 그러고 싶어 그런 줄 아냐!
울컥한 징징이가 소리쳤다.
안쓰러울 정도로 억울해하는 모습에 재호는 얼른 덧붙였다.
“뭐…… 그래도 성능은 좋아 보이네!”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효과는 좋았다.
악명이 오르는 것만 제외하면…….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
“크흠…….”
[이 ‘깨끗한 나를 써!’라고 말합니다.]“뭐, 너도 상대가 악마라는 특수한 조건이 아닌 이상 효율은 그다지……. 근데 넌 왜 써도 명성이 오르는 건 없어?”
[…….]―낄낄낄, 나대지 마라.
그새 기분이 풀린 듯, 징징이는 한껏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이거 말고 다른 건 없어?”
―어쨌든 난 몸이 있지 않으냐? 같이 싸워줄 수도 있을 테고 정찰도 할 수 있고 하이파이브도 가능하고 춤도 출 수 있고…….
[이 ‘나도 응원할 수 있고 옆에서 귀찮게 안 따라 다니고 노래도 부를 수 있고…….’]“……둘 다 비슷한 수준이긴 해도 징징이가 좀 더 나은 거 같은데?”
―물론! 실체를 가진 정령이 의식에 동기화된 것보다 더욱 뛰어난 효율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이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실체화된다면 신목한테 모든 진실을 이를 수도 있다!’라고 경고합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재호의 몸이 우뚝 멈췄다.
“그…… 그건…….”
무시하기 어려운 협박이었다.
신목에게 뻔뻔히 거짓말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꼰대가 재호의 의식에만 귀속된 상태이기 때문이었으니까.
“젠장, 생각도 못 한 문제인데.”
―잠깐!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아냐.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지금 신목한테 해 놓은 거짓말만…….”
―누, 누군가 살기를 보내고 있다!!
징징이가 다급히 소리쳤으나, 이미 재호도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온 상대를 발견한 상태였다.
“으아아아!!!! 이 개자식!!!”
“헉!!! 뭐야?!!”
파앗―!!
다짜고짜 재호를 향해 검을 찔러 넣는 상대!
타앗―
빠르게 굴러 회피한 재호가 모종삽을 꺼내 들었다.
“불곰이냐?!”
울컥―!
재호의 외침에 상대는 감정이 격해졌다.
“그런 쓰레기 집합소에 날 집어넣지 마!!!”
“그래? 날 이렇게 공격할 만한 건 녀석들 말곤 없는데.”
“제기랄!!! 네놈이 내 방패를 가져갔잖아!!!!!”
“……아!”
그제야 재호는 떠올랐다.
눈앞의 상대가 누구인지.
‘이름은 모르겠지만.’
이름은 모르는 그는 바로 우스터!
방패를 잃어버린 지난 몇 달, 그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빼앗기는 악몽을.
길마인 죽장은 사만다를 믿고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만다는 자신의 방패는 전혀 관심도 없는 것 같았고, 심지어 길드의 분위기도 엘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으니…….
실제로 곧 크루와상은 엘리시아 화원 쪽에 상단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죽장을 비롯한 길드 수뇌부들도 재호와의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했었고.
‘내 편은 아무도 없어!!’
우스터의 입장에선 속이 뒤집어지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결국 재호가 크루와상을 만난다는 정보를 얻어 혼자 나선 것이었다.
지난번처럼 허무하게 당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클래스 방패는 잃어버렸어도 자신의 능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가장 중요한 엘프도 없었고!
“이번엔 다를 거다! !!!”
우스터의 클래스는 탱커에 가까웠으나, 준수한 공격 능력들도 가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인 은 그의 전매특허 스킬.
꽈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싸구려 방패를 앞세운 우스터가 재호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런 직선적인 공격은 재호 입장에선 오히려 피하기 쉬웠다.
콰아앙!!!!
그러나 재호가 피하는 순간, 우스터의 방패가 방향을 바꿔 바닥을 내리쳐 강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빈틈없이 밀려드는 충격파는 도저히 피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으니.
[로 을 선택하였습니다.] [모든 종류의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적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듭니다.]꾸웅―
재호의 몸 주변으로 잿빛 장막이 덧씌워지더니 충격파의 데미지가 흡수되었다.
“맷집에 자신이 있다 이거냐!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
우스터는 검을 들어 재호를 향해 뻗었다.
“!!!”
공간을 찢을 정도로 묵직한 검이 머리까지 왔을 때, 재호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것을 흘렸다.
그러곤 모종삽이 우스터의 가슴을 향해 찌르고 들어갔다.
“어딜!!”
우스터는 생각했다.
암살자들의 카운터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탱커들.
그들의 공격은 탱커의 방패나 갑옷을 뚫지 못하는…….
까앙―!
“?!!”
단단히 세워 둔 방패가 들썩일 정도로 강력한 일격!
“!!!”
“뭐, 뭐?!”
스킬인 거 같긴 한데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네이밍!
콰드드드―
갑자기 거대하게 자라난 주변의 식물들이 우스터의 몸 여기저기를 옭아맸다.
“이, 이따위 잡기술은!!!”
하지만 바람과 달리, 그의 몸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푹푹푹―
무방비로 활짝 열린 그의 가슴으로 연신 꽂히는 재호의 모종삽이었으나 우스터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역시나 탱커답게 어마어마한 방어력!
‘그렇다면…….’
생각난 김에 성능 테스트나 한번 해 보자!
재호의 몸이 불길해 보이는 붉은 연기로 휩싸였다.
우스터를 붙잡은 덩굴도 갑자기 시커멓게 변하더니 지속적으로 저주와 데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이, 이 자식!!! 이거 안 놔?!!”
“너라면 놓겠냐?”
재호는 재빠르게 연달아 공격을 퍼부었다.
뚜드득―
의 지속시간이 끝나자마자 우스터는 힘으로 덩굴을 끊어내 버렸다.
“이젠 안 통한다!!”
재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방패를 앞으로 세운 우스터.
하지만 재호는 공격을 중단하곤 멀찍이 떨어졌다.
“도망가는 거냐!!!”
대답 대신, 재호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이 17 중첩을 달성했습니다.] [이 발동됩니다.]콰아아앙!!!!
우스터의 몸에서 일어난 시커먼 폭발!!!
“크아아아악!!!!”
순식간에 우스터의 몸을 집어삼킨 그것은 그의 체력을 단번에 반이나 깎아 버렸다.
가공할 만한 위력!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상대에게 상태 이상 가 3초간 적용됩니다.]“크헉!”
우스터의 시야는 검게 물들어 사방이 빙빙 돌았다.
‘미친! 상태 이상이 3초나 된다고?!!!’
이 정도면 최상급 디버프였다.
“!!!”
눈앞이 보이지 않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방어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버티는 것뿐.
꿍―
마치 거북이처럼 방패를 머리 위로 하고 자세를 낮춘 그.
그가 가진 최상의 방어 스킬이나, 공격은커녕 이동도 불가능한 패널티가 있었다.
단, 이런 상황에선 최적의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푹푹푹―
아니라 다를까, 영 밋밋한 손맛에 재호는 혀를 찼다.
‘이거 시간이 애매한데…….’
우스터야 3초가 영겁 같겠지만, 재호 입장에선 찰나와 같은 시간.
마기를 다시 중첩시키는 것도 쿨다운에 걸려 불가능했으니, 이 사이에 뭔가 해결책을 내지 않으면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 철벽 방어를 깨기 위한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
‘……아!’
문득, 재호는 떠올랐다.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필살 스킬 하나가.
‘문제는 이게 과연 사람한테도 사용이 가능하냐인데.’
일단은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3초가 지나고 마침내 우스터가 무릎을 폈다.
“넌 이제 죽었…….”
“!!!!”
“?”
에 귀속된 스킬인 !
마계 식물들을 채취할 때 그다지 효과를 못 보았기에 사용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던 재호.
사실 이게 사람한테 쓰는 것이라면?
콕―!!
미간에 꽂힌 일격!
[치명타가 터졌습니다!]우스터 입장에선 불운하게도 치명타까지 터져버렸다.
“크헉!!!! 안 돼!!!!!!”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우스터.
[사망하였습니다.]싸늘한 알림만이 그의 눈앞에 잔상이 되어 흩날렸다.
[사람을 죽였습니다.]그리고 재호에겐 PK에서 승리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떴고.
“……인삼이 그런 뜻인가?”
가슴을 쓸어내린 재호는 재가 되어 흩날리는 우스터를 바라봤다.
“말로 하지 다짜고짜 칼을 휘둘러대니 원.”
우스터가 들으면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다.
“그리고…… 이 자식 어디 갔어?”
재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저 멀리 수풀에서 보이는 새빨간 생명체.
“……야. 나와.”
재호의 부름에 쭈뼛거리며 돌아온 징징이!
―크, 크흠……. 과연 정령화장이로군. 대단한 실력이야!
“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정작 싸움이 나니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
―싸, 싸움은 너무 오랜만이라 그렇다!!!
씨알도 안 먹힐 궁색한 변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