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72
471화
재호 덕분에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파티원들.
하지만 나오자마자 무력한 드래곤의 발버둥을 목격하곤 얼굴이 굳었다.
자신들이 빠져나온 게 울트모스가 스스로 실체화를 거둔 탓이란 걸 깨달은 것이었다.
저 상태로는 레이드가 불가능했다.
“제길! 도망가려는 건가?!”
사냥감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빅썬더는 이를 갈았다.
그의 자존심상,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울트모스가 도망가는 걸 막을 방법은 없었다.
“어?”
그때, 완식은 몸을 살짝 떨었다.
“왜 그래?”
“아니, 그냥…….”
진아의 물음에 완식이 머리를 긁적였다.
“재호 저 녀석 시선이… 뭔가 느낌이 안 좋아.”
“…….”
완식의 본능이 보내는 경고.
“뭔 헛소리야. 독심술사라도 돼?”
“적어도 황재호에 한해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 걔네 부모님 빼고.”
완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냐……. 하지만 애초에 저 꼴은 재호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커다란 블랙 드래곤의 모습에선 재호와 닮은 구석을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으니…….
하지만 가족 다음으로 재호와 오랜 시간을 보낸 완식의 감은 생각보다 정확했다.
후우웅-!
어마어마한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지상으로 내려온 재호.
[완식! 너 지금은 마나 상태 어때?]다짜고짜 묻는 말에 완식이 보란 듯한 표정으로 진아를 쳐다봤다.
“그래… 자랑이다…….”
완식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고개를 재호를 올려다보았다.
“마나는 왜? 네가 스킬 쓰지 말라고 해서 넉넉하긴 한데.”
[저 녀석을 패려면 마력 흡수를 하는 순간만 가능하잖아!]재호는 커다란 손을 뻗어 완식을 덥석 쥐었다.
“컥?! 뭐, 뭐하게?! 설명 좀 하고 해!!”
[간단해! 너는 잠시 레이저 총이 된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더 알아들을 수 없었다.
투웅-
완식을 들고 다시 날아오른 재호는 곧바로 울트모스를 향해 날았다.
이젠 도망치는 쪽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것인지 형태가 점점 희미해지는 울트모스.
“야야! 뭘 하려고!!”
엄청난 속도에 눈은 겨우 뜬 채로 완식이 소리쳤다.
[너 마나 주유하는 거! 그걸로 저 녀석한테 줄 수 있지?]“뭐?!”
순간 바람 때문에 잘못 들었나 싶었던 완식이 되물었다.
자신의 마나를 대상과 연결해 공유하는 것으로, 조금 전 울트모스의 뱃속에서도 사용했었다.
“지금 적한테 마나를 넣어 주라고?”
[마나가 강제로 주입되면 울트모스는 싫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잖아. 그렇게 강제로 실체화시켜 버린 뒤, 다시 공격하는 거야.]“그, 그런 게 가능해?”
을 아군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쓴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상대에게 버프를 주는 미친 짓을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왜? 상대한텐 못 써?]“그, 글쎄? 해 본 적이 없어서 전혀 모르겠는데?”
[그럼 해 보는 거지!]촤악-
재호의 몸이 옅어지는 울트모스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곤 완식을 앞으로 척 내밀었다.
“망할! 나도 모르겠다!”
파앗-
푸르스름한 마나의 선이 울트모스와 정확하게 연결이 되었다.
[현재 이 적대적인 대상과 연결이 되었습니다.]바로 뜨는 경고창.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 되네?”
진짜로 연결이 되었다는 것이 핵심.
스으으-
반투명해졌던 울트모스의 형체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구옹-
울트모스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현상에 당황했음이 똑똑히 보였다.
[으랏차!]힘껏 몸을 날린 재호는 녀석의 정수리로 추측되는 곳에다 온몸을 싫은 엘보드랍을 시전 했다.
퍽-!
꽁-!
제대로 적중당한 울트모스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추락했다.
[지금이야!]재호는 동료들을 향해 소리치는 동시에 지상을 향해 입을 벌렸다.
이왕 변신한 김에 마지막으로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생각.
최대한 피해를 줘 놓으면 남은 레이드를 쉽게 할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의 지능 수치의 8,000%에 달하는 강력한 숨결을 발사합니다.] [초당 5,000골드가 소모됩니다.]콰과과과광-!!!
명불허전 드래곤다운 위력.
하지만 딱 10초.
재호는 파이라를 위해 그 이상은 사용하지 않았다.
…라고 말하기엔 이미 지나칠 정도로 힘을 당겨쓴 것 같긴 했지만…….
[아우, 근데 아까부터 안에서 뭐 하는 거야? 귀 간지러우니까 가만 좀 있어.]재호는 아까부터 계속 귓구멍이 간질간질한 느낌에 안에 있는 셋에게 말했다.
[음? 무슨 소리냐?] [우린 가만있었어!]억울한 목소리로 항의하는 꼰대와 징징이.
“어? 설마 그거 아냐?”
그때 재호의 말을 들은 완식이 물었다.
“파이라가 네 욕하고 있는 거지.”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파앗-
[을 해제합니다.]얼른 스킬을 해제한 재호는 무기를 뽑아 들었다.
“가자!”
그리고 바닥에 눅진하게 퍼진 울트모스를 향해 동료들과 함께 돌진했다.
* * *
재호 일행이 뜬금없이 마계에서 만난 거대 슬라임과 한참 드잡이하는 사이, 대륙에서는 새로이 알려진 소식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건 얼마 전 업데이트된 최상위권 레벨 순위표 때문이었다.
뉴월드 내의 새로운 경쟁 요소의 추가와 더불어 기존에 레벨을 바탕으로 나누던 랭커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하려고 추가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방송이나 캡처 화면 등, 공식적으로 레벨을 공개한 사람들을 기준으로만 랭커를 나누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랭크는 정확하다고 할 순 없었던 것.
하지만 이제는 명백히 순위로 표시가 되었기에 누구도 트집을 잡을 수 없었다.
다만 이것을 두고 논란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제작사인 월드와이드 입장은 레벨 정보 또한 플레이어들의 고유 정보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입장에 변화가 생긴 건 아무래도 대회 탓이 컸다.
선수들의 경우, 세부 능력치나 스킬 정보까지 몽땅 공개되진 않았으나 레벨은 필수적으로 공개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머지 정보도 대회가 진행될수록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밝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했다.
그래서 월드와이드 쪽에선 고심 끝에 레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그 정도면 대부분 플레이어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건,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겐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최초로 공개된 날, 역시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건 최상위권이었다.
특히 기존의 1위인 빅썬더.
어쩌면 은둔 고수가 갑자기 나타나 그를 아래로 끄집어 내릴지도 모른다고 은근히 기대했으나…….
그런 이변은 없었다.
실제 빅썬더는 432로 2위 430과 제법 차이가 있었다.
단순 수치로 보면 고작 2 차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400을 넘어서는 시점에선 레벨업 속도가 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머지않아 순위가 역전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최근 빅썬더의 행보는 사냥귀라기보단, 그저 덕질에만 열중하는 모습이었으니 말이었다.
그랬는데…….
-미친! 지금 레벨 순위 1등 확인함? 미쳤음.
└엥? 설며 드디어 빅썬더 내려옴?
└걔 안일하게 여돌들이랑 놀더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ㅋㅋㅋㅋ사실상 빅썬더 레벨 말곤 아무것도 없는데, 2위로 떨어지면 어쩌냐?
└애들 뭔 확인도 안 하고 떠드네. 빅썬더가 여전히 1위임.
└엥? 그럼 어그로임?
-빅썬더로 난리가 난 이유 정리해 줌. 지금 순위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님. 1위랑 2위 격차가 더 벌어져서 그러는 것임. 빅썬더 레벨 요 며칠 갑자기 3이나 오르더니 지금 435로 바뀜.
└뭐? 미친! 400 넘어선 레벨업 속도 노답 아니었나? 고작 며칠 만에 3을 올리는 게 가능해? 디노스 섬에서도 불가능했잖아!
└마계에서 뭔가 하고 있나 보지.
-아 겁나 궁금하네. 파이라 성에서 방송한 것 이후로는 마계 방송 없었지?
└ㅇㅇ딱히 없었음. 스플래쉬 애들이랑 같이 노닥거리던 덕질 영상만 몇 번 올라옴.
└그럼 이때까지 미뤄 둔 거 이제 빡사냥 중인가 보네.
-야! 내가 방금 순위표 뒤져 보고 왔는데, 거기 같이 간 다른 사람들도 레벨 겁나 올랐음!
└어? 그러게? 사만다랑 레드도 올랐고…….
└엥? 근육팡팡 396? 와씨 진짜 개 불합리하네. 함완식은 뭐했다고 랭커 수준까지 가는 거냐?
└이제 그 정도로 랭커라고 하긴 좀 그렇지. 그 정도는 널렸으니까.
└어쨌든 레벨업 날로 먹는 건 사실 아님?
└그럼 너도 황재호랑 친구 하든가. 아마 하라고 해도 못 하지 않았을까?
└ㄹㅇㅋㅋ 나라면 무서워서 친구 못 했을 듯.
└근데 정작 황재호는 레벨업 별로 안 한 거 같은데?
└그러게? 알시아 혼자 뭐 다른 짓하고 다녔나?
-어? 잠깐만! 나 지금 레벨표 보고 있었는데 방금 빅썬더 레벨 또 올랐다!
└어… 어?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빅썬더의 레벨.
그리고 곧 다른 마계 원정대 멤버들의 레벨도 추가로 훅 오른 걸 확인한 사람들은 안달이 났다.
도대체 마계에서 뭔 짓을 하기에 400안팎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이토록 쑥쑥 오르는 것인지…….
* * *
[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업했습니다!] [레벨업했습니다!] [레벨업…….]“해냈다!!”
“우아아아!!!”
정말 열심히 두들겨 팬 끝에 처치하는 데 성공한 그들.
그 와중에 파티원의 과반수는 흐물거리는 오징어가 되어 있었다.
전투가 지속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주에 당한 인원들이 발생한 것.
하지만 울트모스의 공격 패턴이 별로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저 브레스를 ‘10초’나 버티고도 살아 있는 맷집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리스피롤에서 오랜 세월 생존해 온 몬스터답게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주긴 했는데, 희한하게도 전리품은 딱히 없었다.
“뭐, 이 정도 경험치면 솔직히 이해할 만하지 않을까?”
완식의 말에 빅썬더 역시 동의했다.
“내가 거의 100%에 가까운 경험치를 얻었다는 건 메인 보상도 그쪽으로 설계되었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애초에 슬라임이다. 아무리 대단한 슬라임이라도 쓸 만한 아이템을 드랍하는 건 본 적이 없다.”
“그래?”
시큰둥하게 답하는 재호도 무려 8레벨이나 오르긴 했다.
“어쨌든 남은 건…….”
재호는 손에 쥐고 있는 말랑말랑한 젤리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을 잡고 얻은 유일한 아이템.
[] [울트모스가 죽으면서 남긴 세월의 흔적으로 농축된 마력이 담겨 있다.]오래 산 생명체답게 역시나 정수를 품고 있는 울트모스.
그리고 이게 바로 시쿠드가 원하던 물건이었다.
“…….”
재호는 한쪽에서 쭈뼛거리고 있는 시쿠드를 돌아보았다.
“헤헤……. 여, 역시 대단하십니다!”
드래곤이고 나발이고, 정말로 그 괴물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쿠드.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고, 이제 재호의 한마디에 자신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쟤 왜 갑자기 존댓말 하는 거야? 우리 먹혔던 동안 뭔 일 있었어?”
완식은 돌변한 시쿠드의 모습을 보곤 물었다.
“아, 있었지.”
재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없지만.”
꿀-꺽.
시쿠드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저, 저기… 알시아 님…….”
재호의 손에 들린 울트모스의 정수가 탐이 나긴 하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 할 일.
시쿠드는 재호에게 슬그머니 다가와 머리 박을 준비를 했다.
바닥에 뾰족한 돌이 없는지 잘 확인하며 슬그머니 땅을 고를 때…….
슥-
재호가 대뜸 시쿠드에게 정수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
“예?”
시쿠드는 혹시 자신을 시험하는 것인가 의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걸 내밀 이유가 없었으니까.
“가져.”
“…아닙니다.”
일단 시쿠드는 거절했다.
욕심이 나긴 했지만…….
“그냥 주는 거 아냐. 우리 뒤통수를 쳤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대… 대가라고 하면……?”
“너 마계의 새로운 권력자가 되고 싶다며?”
“…….”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재호가 그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예상할 수가 없었다.
“혹시 너 탐욕의 대공이 되어 볼 생각 없어?”
“아… 예?”
이유를 들었지만, 여전히 이유를 알 수가 없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