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76
475화
칼리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찝찝하긴 했지만, 재호가 내던진 미끼가 너무 달콤하다는 것을…….
재호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칼리토는 자신 있다고 말하지만, 장군성을 지키는 장군들 전원을 혼자 상대하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었다.
만약 대공이 한 명이라도 힘을 보태 준다면 자신의 필패.
그래서 대공들을 대륙으로 보내 힘을 빼놓으려던 것이었다.
‘힘에 심취해 잠시 눈이 어두워졌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재호 덕분에 자신을 냉정히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된 칼리토.
‘마왕의 자리를 확실히 빼앗을 수 있다면 당연히 그걸 먼저 하는 게 옳다.’
자신과 달리, 다른 대공들은 감히 마왕에게 반기를 드는 짓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건 악마들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며, 절대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다른 대공들은 넘지 못한 경계를 넘고 초월했으니 말이다.
“칼리토.”
그때, 재호가 칼리토의 상념을 깨웠다.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지금 네가 하는 걸 보면 결국 다른 대공들까지 모두 끝장내는 게 목표 아니야? 하지만 파이라는 그건 곧 마계의 멸망으로 이어진다던데?”
“파이라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한 모양이군.”
다시 불편한 표정이 된 칼리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이지.”
“음? 마계 지배가 목표 아냐?”
파이라는 그걸 칼리토의 최종 목표로 추측했었다.
재호 또한 그러리라 생각했고…….
“그런 힘만 추구하는 무식한 것들과 나는 다르다. 나는 탐욕의 대공으로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탐한다. 하지만 이 마계의 대표 아름다움은 아직 내 손에 쥐지 못했지.”
“그게 뭔데?”
“로두카.”
“…응?”
뭔가 이상한 걸 들은 재호.
“로두카? 대공 로두카?”
재호는 예상 못 한 대답에 넋이 나가 버렸다.
분명 파이라에게 듣기론 칼리토 역시 로두카의 자식.
아무리 악마라지만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런 욕망을 느끼는 게 충격일까?
아니면 그런 이유로 마계를 박살 내려는 게 더 충격일까?
“그, 그럼 왜 다른 대공들은 골로 보내려는 건데?”
“로두카…….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단순히 마왕으로는 불충분하다. 존재한 적 없는 고차원의 존재가 되어야만 하지.”
결론적으로 로두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 정신 나간 짓을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로두카도 대공이잖아? 지금 하는 말과 실제 행동이 서로 반대된다는 거 알지?”
로두카를 차지하기 위해 대공들을 다 죽인다면, 결국 로두카 역시 죽어야 했다.
“물론 로두카는 특별대우를 해 주어야겠지. 그녀의 힘만 빼앗은 뒤, 지금의 모습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시켜 놓을 것이다. 오!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이 차라리 잘 된 것 같기도 하군. 대륙을 다녀와 망가진 로두카가 과연 날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말이야. 누후후-”
“…….”
제대로 미친놈이다.
“그 모든 게… 마계의 멸망보다 중요하다는 거야?”
“그건 과거를 잊어버린 겁쟁이들이나 하는 소리다. 그저 마왕의 수작에 놀아나고 있는 것뿐이니.”
“음?”
한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마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그저 마왕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한 변명일 뿐. 나는 다를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대답에 재호는 좀 더 캐묻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자제했다.
‘너무 캐물으면 안 될 거 같다.’
정보를 얻으려는 듯한 느낌을 자꾸 줘서 좋을 건 없었다.
‘그리고 왠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마계의 위계질서를 무시하고 마왕의 자리를 탐내는 것이나, 과거를 운운하는 점 등…….
파이라가 말했던 ‘장막’과 관련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칼리토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되었다.
장막은 마계뿐만 아니라 천계 역시 동의하고 만든 금제였으니까.
“그래서 파이라는 결국엔 죽을 걸 알면서도 널 돕겠다고 나선 거냐?”
이젠 대놓고 대공들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칼리토.
“그렇던데?”
“그건 수상하군. 절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놈이 아닐 텐데?”
“뭐… 네가 하는 이야기를 보아하니 마왕이 된다고 해서 당장 대공들을 죽일 수 있진 않을 것 같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단은 미리 친분을 쌓아 두려는 거 아닐까?”
“누후후- 미리 아첨을 해 놓겠다는 것인가?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구나.”
이미 마왕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칼리토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보기에 파이라는 끝장났어.”
칼리토의 들뜬 마음을 눈치챈 재호는 파이라를 가차 없이 깠다.
“더는 대공이라고 할 수준도 못 돼. 솔직히 옆에 있는 티나 혼자서도 파이라를 죽일 수 있겠던데?”
“과연 그럴 만하다.”
칼리토도 킬킬거리며 인정했다.
“안 그래도 옆 동네 솔아이 때문에 요즘 괴로운 모양이던데……. 네가 마왕이 되면 자길 좀 챙겨 달라는 이유가 맞는 모양이야.”
칼리토의 부푼 마음을 재호가 살살 건드렸다.
마치 마왕이 정말 코앞에 온 것처럼 느껴지도록…….
“누후후- 그럼 좋다!”
그것이 제대로 먹힌 것인지, 칼리토의 입에서 마침내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뭔가 꿍꿍이가 있긴 한 것 같지만, 좋은 기회인 건 분명하다.”
마계 역사상, 마왕이 가장 약해진 상황.
정말로 대공들과 장군들의 시선까지 돌릴 수 있다면…….
“두 번 다시없을 최고의 기회라고 할 수 있겠지.”
칼리토는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고작 두 녀석이 날 어쩌진 못할 테지. 그러니 속는 셈 치고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마침내 칼리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말해 봐라. 어떻게 마왕성의 장군 놈들을 끌어낼 것인지.”
칼리토의 물음에 재호가 씩 웃었다.
“기다려 봐. 안 그래도 이미 미끼는 던져 놓았으니까.”
그렇게 칼리토는 미끼를 제대로 덥석 물어 버렸다.
* * *
재호는 칼리토의 합의가 끝난 뒤, 파이라에게 해당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작전을 검토하고 며칠 뒤,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파이라의 성에 다시 모인 대공들과 마왕성 장군들.
칼리토를 제외하고 모인 일곱 대공만 하더라도 숨이 막힐 지경이거늘, 장군들까지 모이자 마치 시한폭탄과 같은 엄청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바브롬은 오지 않았군.”
파이라는 장군들 중, 유일하게 이 자리에 없는 장군의 이름을 말했다.
“만일을 대비해 성에 남았습니다. 어차피 바브롬은 두 대공을 믿고 따르기로 했으니 말입니다.”
악마 장군 하나가 파이라와 솔아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음! 아무튼 다들 잘 왔다.”
“파이라! 분명 증거를 직접 보여 주지 않으면 그 쓸데없는 일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텐데?”
분노의 대공 파지크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귀찮게도 그랬었지. 하지만 이렇게 불러 모은 걸 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
파이라는 대공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자리에서 내가 잡은 아나볼릭의 개들을 직접 보여 주겠다.”
그 말에 잠시 일어나는 소란.
그만큼 아나볼릭이라는 이름은 악마들에게 특별했다.
“그런데 아나볼릭 놈들이 확실한 거냐?”
파지크는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곧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굳이 왜 그런 걸 묻지?”
파이라는 그를 향해 불편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난번 마계를 침략해 온 아나볼릭의 개는 엄청나게 강했다. 그런 상대를 네가 생포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런다.”
“뭐라고?!”
명백한 도발에 파이라는 이를 갈았지만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떠올려 본 스트로앤 주교는 확실히 엄청나게 강하긴 했으니까…….
“크흠, 날 너무 무시하는군. 하지만 내가 붙잡은 놈들은 애초에 몸통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뭐? 아나볼릭 놈들이 여럿이나 마계로 넘어왔다고? 그런데 왜 이제껏 아무도 몰랐던 거지?”
“리스피롤 근처에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근처는 악마들이 머물지 않으니 파악이 늦었다.”
파이라는 최대한 인내하며 말했다.
지금은 사사로운 것으로 싸울 때가 아니었으니까.
“흐음……. 과연 허풍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지.”
“어디 한번 실컷 보아라.”
파이라는 뒤쪽을 향해 손짓했고, 대기하고 있던 오콤이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앞서 말한 아나볼릭의 개‘들’을 끌고 나타났다.
바로 완식, 진아를……!
* * *
재호와 파이라가 하던 가장 큰 고민은 하나였다.
과연 대공들과 장군들을 어떻게 유인하는가?
먼저 장군들의 경우엔 결정권을 대공들에게 넘긴 상황.
대공들의 의견이 합치되면 협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만약 대공들이 반대한다면 장군들이 굳이 무리해서 칼리토를 칠 이유가 없었다.
그건 도리어 다른 대공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장군들까지 한꺼번에 끌어내려면 대공들이 요구한 증거를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나볼릭 교단의 마계 침입 증거!
스트로앤 주교가 직접 나타나면야 아주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문제는 과연 대공들이 직접 마주하고도 인내할 수 있느냐였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스트로앤 주교 또한 그 점에 우려를 표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그 자리에 있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공들을 앞에 두고 겁 없이 날뛸 정도로 어리석지 않으니 말입니다.]죽는 건 두렵지 않으나 의미 없는 죽음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야기했고, 지극히 스트로앤 주교다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나볼릭 님의 흔적이지 않습니까? 단순히 그런 것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긴 합니다.]그 방법이 바로 대공들 앞에 선 완식과 진아였다.
현재 그들은 순수한 옵티마 교단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름 아닌 아나볼릭 교단의 힘을 받아들였기 때문……!
스트로앤 주교는 그들에게 아나볼릭의 축복과 교단원의 자격을 부여해 주었고, 일종의 눈속임을 이용했다.
아나볼릭이든 옵티마든, 본질적으론 신성력이라는 공통된 힘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사만다나 레드 같은 무교 플레이어는 지금 교단 가입을 해 봐야 누적된 신성력이 없어서 금방 들통이 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충만한 신성력을 지니고 있다면 스트로앤 주교의 능력으로 위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신성력이라는 재료로 만든 옵티마 요리.
거기에 뿌린 독한 고추냉이 아나볼릭!
그 매콤함은 계획을 알고 있는 파이라조차 진짜 아나볼릭 교단이라고 착각할 정도였으니…….
콰드드-
순간, 악마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기세에 완식과 진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심지어 힘의 소용돌이는 파이라의 성에도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쾅!
“멈춰라! 이대로 증거를 죽여 버릴 셈이냐?!”
파이라는 대공들의 거친 반응을 진정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그들은 당장이라도 완식과 진아를 죽일 기세였다.
“그쯤들 해라.”
그 순간, 로두카의 잔잔한 목소리가 터질 듯한 압박을 뚫고 울려 퍼졌다.
“…….”
“쳇…….”
농밀한 마력에서 느껴지는 로두카의 짜증에 결국 대공들은 힘을 거두었다.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간 대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빌어먹을 놈들. 내 성을 몽땅 무너트릴 생각이냐?”
파이라는 이를 갈며 악마들을 돌아보았다.
“닥쳐라. 저 두 놈을 바로 지워 버리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으니.”
파지크는 이를 갈며 말했다.
“어차피 저놈들로는 어찌할 수 없다. 진짜를 잡으려면 살려 둬야 한다.”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 파이라는 적당한 핑계를 댔다.
“쯧. 어쨌든 확실히 아나볼릭의 개들이군. 저놈들은 정찰조인 건가?”
“아마도.”
베기스의 의문에 다른 대공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내 말을 믿는 것인가?”
파이라는 대공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
파지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아나볼릭의 개들이 마계를 넘어왔다는 것을…….
계획대로 순순히 흘러가는 상황.
“정녕 칼리토 그놈이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인가…….”
“멍청한 짓을 저질렀군.”
모두가 참담함해하는 걸 지켜보는 파이라는 만족했다.
‘이럴 거면 굳이 알시아 놈이 칼리토를 찾아가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설득이 된다면 괜히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칼리토를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파이라의 생각은 바로 빗나갔다.
“잠깐!”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른 디아키.
“뭐냐, 디아키?”
“저놈들 뭔가 이상한데?”
“음?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겪었던 아나볼릭 녀석과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
“?!”
파이라는 아차 싶었다.
역시 직접 얻어맞아 본 녀석이라 다르단 것인가?!
‘젠장! 설마 이렇게까지 했는데 들통이 나 버리는 건…….’
파이라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순간.
“음? 자, 잠깐!”
“이, 이게 무슨?!”
탄성은 도리어 장군들 쪽에서 터져 나왔다.
완식, 진아의 사기를 그들도 알아채서?
‘아니다!’
파이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장군들을 쳐다보는 대공들의 모습에서 직감했다.
마왕성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