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cho Florist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477
476화
파이라가 대공과 장군들을 불러들인 걸 확인한 재호는 다시 칼리토의 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준비한 계획이 시작되었음을 그에게 알렸다.
“명심해. 생각보다 그렇게 긴 시간 잡아 두지는 못할 거야.”
재호는 칼리토에게 말했다.
완식과 진아를 스트로앤 주교 대리로 내세우는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시간이 걸릴 뿐, 대악마들이라면 속임수를 간파할 수도 있었다.
‘파이라가 잘 붙잡아 두면 좋겠지만…….’
지난번 대공들에게 휘둘리던 파이라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기대는 접는 게 좋아 보였다.
“누후후, 상관없다. 어차피 이 몸의 힘이라면 엉망진창인 마왕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니.”
투웅-
칼리토는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황금물결이 일렁이며 칼리토와 재호, 그리고 티나를 감쌌고 이윽고 주변 풍경이 소용돌이치며 바뀌었다.
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은 마왕성.
“어? 나는 왜 데리고 온 거야?”
재호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굳이 마왕을 잡기 위한 자리에 자신과 티나를 데리고 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장군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를 비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아마 최소 한 녀석 정도는 남아 있을 거다. 그대들에게 맡기지.”
“……?”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여기서 드잡이질을 하고 있다 복귀한 장군들의 눈에 띄기라도 했다간 돌이킬 수 없어질 테니까.
‘뭐, 예상 못 한 상황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칼리토의 모습은 그대로 사라졌다.
“?!”
허공에 덩그러니 버려진 재호와 티나.
“이런 미친……!”
곧장 추락하기 시작한 재호는 황급히 티나를 붙잡은 뒤, 인벤토리에서 낙하산을 꺼냈다.
글라이더가 추락할 경우를 대비해 늘 가지고 다니는 비상용 아이템.
남들이 보면 별걸 다 가지고 다닌다고 할 만한 아이템이었지만, 평소 재호가 겪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결코 과한 준비성이 아니었다.
“칼리토는 어디로 간 거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칼리토의 모습.
혹시 함정을 눈치채고 일부러 자신만 던져 놓은 채 도망간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사아아-
타닷-
천천히 성 바깥쪽, 헬베스트 산과 암장숲의 경계에 내려선 재호.
“음?”
그런데 그곳에선 이미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낯익은 마왕성의 장군 한 명…….
‘바브롬!!’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재호의 맨얼굴을 본 유일한 장군과 마주쳐 버렸으니 말이다.
“넌… 키메라……?”
역시나 바브롬은 재호를 똑똑히 알아보았다.
“칼리토 대공의 기운이 느껴져서 나왔거늘……. 왜 네놈이 여기에 있는 거지?”
마왕성 인근에서 발생한 이질적인 마력에 나와 봤더니 파이라의 키메라가 있는 상황.
하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호 옆에 선 티나.
바브롬 정도 되는 악마를 상대로 정체를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고작 머리 위에 헬트리버를 올려놓은 것만으론…….
“엘프?!”
그는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파이라의 키메라가 엘프와 함께 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 위해 바브롬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고, 재호는 이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진실은 금방 깨닫게 되리라.
파이라가 모든 악마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단 것을……!
“가자, 티나!!”
유일한 해결책은 증거 인멸!
무기를 빼 든 두 사람은 거침없이 바브롬을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명백한 공격 행위에 바브롬은 확신이 섰다.
자신들이 당했음을……!
콰앙-!!
티나의 공격이 바브롬이 반응을 보이기 전에 먼저 날아들었다.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간 검을 바브롬은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지만, 어마어마한 후폭풍에 바브롬은 얼굴을 와락 구겼다.
“큽!!”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신음.
칼리토 앞에서 잠시나마 보였던 한층 강해진 티나의 실력.
지금 이 순간, 거침없이 증명되었다.
푝-
재호는 티나의 기습적인 일격으로 만들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모종삽을 정확히 박아 넣었다.
“크아아악!!”
오랜만에 느껴 보는 어마어마한 통증에 바브롬은 체면도 잊고 비명을 질렀다.
마왕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그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마왕성을 노린 공격이라곤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즉, 근래 실전 감각 자체가 재호와 티나에겐 한참 떨어지는 바브롬!
투쾅-!!!
연이어 내리꽂힌 티나의 주먹질에 바브롬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곤 튕겨 올라왔다.
기대 이상으로 초반 기세를 휘어잡은 재호와 티나.
그러나 유리한 전투 구도가 계속 이어지진 않을 거란 걸 알았다.
그래도 마왕성의 장군이라는 타이틀은 거저 얻은 게 아닐 테니 말이다.
[크아아아! 감히 이 몸을……!!]쿠우웅-
바브롬의 전신이 마치 끓어오르듯 요동치더니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콰드드드-
거의 5m 정도로 거대해진 바브롬의 모습.
게다가 기존의 인간형 외형이 아닌 마수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치 거북이에 가까운 외형이었으나, 등에 달린 누런 포자 주머니들 탓에 저절로 소름이 끼쳤다.
[칭찬해 주지. 날 진심으로 싸우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뱀처럼 길게 쑥 자라난 머리를 높게 들어 올린 채 바브롬이 말했다.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꾸르륵-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긴 목이 몸통 쪽에서부터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딱 봐도 뱃속 깊은 곳에서 뭔가 토해 내려는 모습.
“티나!”
“넵!”
이름만 불렀을 뿐이지만, 두 사람의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바브롬의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쪽으로 찢어져 피할 준비를 했다.
콰아아아-
예상대로 쩍 벌어진 주둥이에서 뿜어져 나온 초록색 액체.
바브롬은 흩어진 재호와 티나를 노리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고, 온통 끈적한 액체가 숲을 뒤덮었다.
치이이-
그것에 닿은 것들이 역겨운 냄새를 내며 녹아내리는 걸 본 재호는 얼마나 위험한지 직감했다.
콰르르르-
바브롬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재호와 티나의 움직임을 쫓았고, 아래에 놓은 둘은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바브롬의 토사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한쪽 다리에 적중당하고 말았다.
[지독한 독기가 당신을 침범합니다!] [3초 동안 적중 시, 전신이 마비되며 전체 체력의 50%를 잃습니다.] [7초 동안 적중 시, 사망합니다.]“윽?!”
곧장 발생하는 위협적인 경고.
‘쳇! 빡세게 싸우니 확실히 평소보다 움직임이 둔하네.’
재호는 아까부터 물에 젖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둔한 느낌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원인은 한계치까지 아슬아슬하게 차오른 인벤토리 용량.
마계 방문 목적인 테라핀을 잔뜩 넣어놓은 탓이었다.
적당히 활동할 땐 별 느낌이 없었지만, 전투가 조금 길어지자 그 무게감이 똑똑히 느껴지고 있었다.
‘일단 저 공격은 무조건 피해야 해.’
하지만 이대로라면 토사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죽을 판.
재호는 평소 입고 다니던 을 과감히 벗어 던졌다.
[ : 걸림 없이 부드러운 활동성 덕분에 당신의 이동속도가 13% 증가합니다.] [ : 당신을 공격한 적은 생각 이상의 방어력에 당황해 1.3초 간 경직이 발생합니다.] [전설 추가 효과 : 에 당한 적에게 반격 성공 시, 피해량이 15% 증가합니다.]물리 공격을 기반으로 하는 전투에서 고효율을 내는 옵션들이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대신 바꿔 입은 아이템은 마찬가지로 뤼노가 만들어 주었던 작업용 옷!
[] [등급 : 전설] [사용 조건 : 없음] [방어도 : 55] [뛰어난 장인의 고뇌 끝에 탄생한 완벽에 가까운 작업복입니다.이것을 입은 당신은 작업 귀신이 될 수 있는 동시에, 작고 귀여운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이 될 것입니다. ] [ : 허리가 앞으로 20도 이상 숙여질 경우, 10초 동안 민첩성이 10% 증가합니다.] [ : 바지가 무거워질수록 당신의 스태미나 감소율이 최대 20%까지 감소합니다.] [ : 당신이 주로 행하는 노동을 등록합니다. 향후 해당 작업을 실행할 경우,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스킬 및 버프의 효율이 12% 증가합니다.(등록 변경 쿨타임 : 50시간)] [전설 추가 효과 : 땀을 닦으면 의 쿨타임이 1분 감소합니다.]
원래는 전투 용도가 아니었지만, 처음 받았을 당시에도 특정 전투 상황에선 제법 쓸 만하다고 생각했던 재호.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런 타이밍이었다.
민첩성이 증가하는 은 물론, 인벤토리 용량 탓에 발생하는 미세한 디버프도 옵션으로 상쇄할 수 있었으니까.
‘방어력이 뚝 떨어져 그만큼 위험도도 높아지긴 하지만, 으로 한 번은 버틸 수 있고.’
스킬의 경우엔 언뜻 전투 상황에서 쓰기엔 애매해 보였지만, 재호는 평소 생각해 둔 활용법이 있었다.
[현재 대상은 입니다. 다른 것으로 변경하시겠습니까?]‘으로 변경!’ 하나의 스킬을 강화하는 스킬.
콰드드드-
재호는 곧장 주변의 악마초들을 향해 해당 스킬을 시전 했다.
엄청난 속도로 거침없이 자라나는 꽃… 아니, 괴물들.
쉬이이익-
키에에엑!!
안 그래도 몬스터나 다름없던 악마초는 몇 배는 더 끔찍하고 난폭해져선 바브롬을 물어뜯었다.
[뭐, 뭐냐?!]난생처음 보는 요상한 공격에 바브롬은 당황했다.
정령화장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다 보니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좋아! 일단 한 템포 늦추는 데는 성공했군.’
구토 공격을 멈춰 세운 것만으로도 큰 소득.
재호나 티나 모두 그 순간의 타이밍을 놓칠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으니 말이었다.
“알시아 님! ‘그걸’ 쓸게요!!”
티나의 외침에 재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추가 스킬을 시전했다.
[] [폭발의 신 마크베이의 힘을 빌려 광역 축복을 내립니다.] [범위 내 모든 폭발의 위력을 대폭 증가시킵니다.] [고블린 대왕 고유 스킬입니다.]투웅-
광범위한 영역에 마크베이 신의 권능이 퍼져 나가자 바브롬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이, 이건… 마크베이……!!!]하지만 말을 미처 끝맺기도 전에 티나는 활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슈우우웅-
평소의 번개 같은 화살이 아닌,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는 공격.
그 원인은 화살촉에 있었다.
뾰족한 화살촉이 아닌 새카만 무언가가 달려 있었고, 그건 높은 확률로…….
콰아아앙!!!
폭탄!
[크아아아악!!]재호의 스킬과 시너지를 일으킨 폭탄 화살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당연히 티나가 가져온 폭탄 화살도 고블린이 만든 것이었고, 그만큼 성능은 확실했다.
쿵- 쿵-
일순간 정신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강한 충격에 크게 휘청거리는 바브롬.
그 순간, 어느새 다가온 재호가 오른 주먹에 모아 놓은 힘을 바브롬의 정강이를 향해 터뜨렸다.
[] [마나 : 1200] [재사용 대기 시간 : 30초] [강력한 인력으로 일으킨 모래 폭풍으로 적을 제압한 뒤, 일순간 폭발시켜 큰 피해를 입힙니다.] [매 초당, 공격력 10% 증가하며 공격력 250%~450%의 피해를 입힙니다.] [*주먹 공격 시에만 사용 가능.]퍼석-!
콘크리트 기둥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깔끔하게 들려왔고, 바브롬의 비명인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터져 나왔다.
[이 벌레 같은 놈들!!!]당연히 이 정도로 죽을 리는 없는 상대.
쿵-!!
거대한 주먹이 재호를 향해 내리꽂혔지만 이미 공격 범위를 벗어난 뒤였다.
촤르르-
곧바로 흩날리는 먼지를 뚫고 날아든 모종삽이 땅에 박힌 바브롬의 팔을 사슬로 휘감았다.
파앗-
거칠게 팔을 뽑아내자 같이 끌려 올라온 재호.
[으하하! 멍청한 놈!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왔구나!]…는 재호를 모르기에 나온 말이었다.
[음?!]이미 재호는 사슬을 풀어내 바브롬의 커다란 팔뚝 위를 달리고 있었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전투 순발력에 바브롬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게다가 어느새 반대편에선 티나가 접근해 드래곤 뼈로 만든 너클로 발톱을 부수고 있었으니…….
[끄아아아아!!!]육체적 고통은 물론, 그 이상의 심리적 고통에 바브롬은 끔찍한 비명을 토해냈다.
[죽… 죽여 버리……?!]그때, 고통에 발버둥 치던 바브롬의 동작이 일순간 멈추었다.
그리곤 길게 나온 머리가 뱀처럼 움직여 마왕성을 향했다.
그의 커다란 눈동자에선 말 못 할 당혹감이 어려 있었으니…….
‘칼리토!’
그 반응을 본 재호는 칼리토가 마왕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또한…….
‘파이라의 성에 있는 녀석들이 온다!’
이대로라면 정체가 들킬 판!
최대한 빠르게 끝장을 내야 하기에 재호는 결단을 내렸다.
파이라에겐 조금 미안할 수도 있을 ‘그것’을 하기로……!